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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일 : 2012 / 09 / 26

관람장소 : 메가박스 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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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볼 생각을 한 건 순전히 이 영화가 흥행에서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있다는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부끄럽게도 관람 전까지 주연 배우가 누구인지 혹은 어떤 감독이 만든 영화인지, 심지어 제목이 광해였음에도 광해군의 이야기인 줄도 몰랐습니다. 그저 관객이 700만 명을 넘어섰다는 기사와 함께 매겨진 높은 평점이 관람을 선택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주인공은 배우 이병헌입니다. 배우 이병헌은 벌써 연기 경력이 20년이 넘은 배태랑 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방송국 탤런트 시절부터 준수한 외모와 걸맞는 멋진 배역으로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병헌이란 배우는 제게 그저 잘생긴 연기자일 뿐이었는데, 이러한 인식은 영화 내 마음의 풍금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달콤한 인생’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같은 영화에서 꾸준히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걸 보고서 배우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TV 드라마 올인이나 영화 .아이.같은 작품이 성공하면서 뵨사마월드스타니 하면서 언론 플레이에 열중하는 듯한 모습과 복잡해 보이는 그의 사생활은 배우 이병헌에 대한 관심을 사라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통해 다시 배우 이병헌을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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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는 제목 그대로 주색(酒色)을 일삼아 폭군이라 알려진 광해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작정하고 첫 시작부터 광해군이 가진 폭군의 이미지를 보려 주려는 듯이 광해군이 수라상을 뒤엎으며 역정(逆情)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내 임금에게 진상된 음식에 독이 든 것으로 의심되어 일어난 일이란 걸 알려주지만, 벌써 관객의 머리속에는 역시 광해군 = 난폭한 폭군(暴君)이라는 생각이 사로 잡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절대군주의 자리에 있지만 늘 반대 세력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노심초사하면서도 임금만이 가질 수 있는 독단적인 모습과 예민하고 날이 선 카리스마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런 시작은 다분히 감독의 의도로 보입니다. 독살 위기를 여러 차례 경험한 광해군이 자신의 대역을 찾을 생각을 하게 되면서 역사 속 팩트(fact)에서 픽션(fiction)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리하여 도승지 허균은 명을 받고 임금과 닮은 이를 찾아 나서면서, 드디어 픽션을 이끌어갈 하선이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하선은 저잣거리 술판에서 조정과 권력 신랄히 풍자하고 야한 음담패설로 흥을 돋아 주는 만담꾼입니다. 다양한 사설로 술판의 좌중을 휘어 잡지만, 그가 이야기 하는 풍자는 푼돈을 벌기 위한 것일 뿐 철학이나 신념 같은 건 없습니다. 그런 그가 오로지 임금과 비슷한 생김새라는 이유로 허균에게 발탁됩니다.

 

하선이 궁중에서 처음 맡은 역할은 광해군이 궁 밖으로 출타했을 때 임금을 대신해 자리를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임금의 궁 밖 외출은 야심한 밤에 있는 통에 하선은 허수아비 임금 노릇을 하더라도 궁내 사람들과 접촉할 일이 없어서 심심한 걸 제외하고는 별 문제 없습니다. 그런데 영화 속 이야기가 이렇게 잔잔하게 흘러갈 리가 없습니다. 궁 밖으로 출타한 광해군이 독에 취해 갑작스럽게 인사불성(人事不省)이 되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갑니다. 반대 세력에게 놀아나선 안 된다는 생각에 도승지 허균은 대담하게도 광해군이 일어날 때까지 하선을 광해군의 대역으로 내세울 생각을 하고 하선은 이렇게 허균이 지시하는 대로 왕의 대역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저잣거리에서 나고 자란 하선이 수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왕의 대역을 수행하기란 쉬운 게 아닙니다. 혹시 누가 알아챌까 싶어 처음엔 입도 떼지 못합니다. 그뿐 아니라 걸음걸이를 비롯해 수라상을 받고 매화틀을 사용하는 것 같은 사소한 일상조차 모두 하선에게는 생경(生硬)해 지켜보는 관객의 긴장감이 긴장할 정도 입니다. 국정 업무도 다를 바 없습니다. 행여 누가 알아채지나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허균이 시키는 대로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것도 하선에게는 벅찹니다. 



그랬던 하선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의 모습을 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허균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자신의 안위와 왕권 유지에만 염려하던 광해군과 달리 정치 술수는 몰라도 저잣거리 백성의 입장에서 궐()안 일을 이해하고 인간미 넘치는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 기미 나인 사월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 흘리고, 웃음을 잃어 버린 채 권력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중전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합니다. 국정 업무도 마찬가지 입니다. 조정 대신들이 백성을 위하려던 대동법(大同法)을 부유한 지주들 위해 반대하고 명()나라와의 명분을 위해 백성을 동원해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이야기에 분노하고 질타합니다이렇게 하선이 이상적인 군주의 모습으로 변해가면서 이야기도 클라이막스에 이릅니다. 감독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지 않습니다. 독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광해군이 깨어나는 것으로 픽션의 세계에서 팩트의 세계로 넘어갈 준비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광해군을 몰아 내려는 조정 신료(臣僚)들의 역성혁명(易姓革命)을 꾸미는 사이에 진짜와 가짜는 자리를 바꾸는 것으로 영화 속 픽션은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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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에서 꼽을 수 있는 첫 번째 재미는 전혀 다른 성격의 군주 광해군과 천민 하선의 모습을 연기하는 배우 이병헌입니다. 카리스마 넘치지만 불안해 하는 광해군과 한없이 가볍지만 인간미 넘치는 하선을 절제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여주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또한 인상적인 중저음의 목소리로 도승지 허균의 역을 연기한 배우 류승룡 또한 영화 속에서 계속되는 이병헌과의 클로즈 샷에서 전혀 꿀리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들어냅니다. 거기에 튀지 않으면서도 인상적인 조내관과 조금은 과장 섞인 연기가 재미났 도부장, 그리고 영화 써니에서 너무너무 예쁘게 봤던 사월이 심은경과 중전 한효주까지 누구하나 나무랄 데 없이 맛갈스러운 연기를 보여 줍니다.

 


 그렇다고해서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닙니다. 특히, 후반부로 갈 수록  뻔히 예상되는 이야기 전개는 계속 되었던 긴장감을 떨어뜨렸고, 결국 극장을 나서면서까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감히 관람해 보기를 추..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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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일 : 2012 / 09 / 08

관람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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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뮤지컬을 봤습니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뮤지컬 전국노래자랑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 뮤지컬을 관람하기 전에 전해 들었던 전국노래자랑이라는 제목은 제게 큰 기대를 갖게 해주지 못했습니다. 전국노래자랑이 오랜 기간 방송되고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인 것은 분명하지만, 적어도 저를 포함한 젊은 세대의 흥미는 꽤 오래 전부터 놓치고 있다는 사실이 이 극에서도 막연히 젊은 층과 소통에는 문제가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관람 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가, 직접 가서 봤더니 생각보다 훨씬 괜찮더라는 호평에 팔랑거리는 귀가 호응을 해 관람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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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뮤지컬 전국노래자랑의 전체적인 플롯(plot)은 간단합니다. 전국노래자랑에서 청혼을 하려 던 한 남자와 그의 연인을 그 자리에서 빼앗아 결혼한 남자가 25년의 시간이 흐른 다음 서로 앙숙이 되어 전국노래자랑에서 맞붙는다는 이야기로 어찌보면 현실성 없고 유치하기 그지 없습니다. 게다가 거기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가 더해져 앙숙이 되어 싸우는 두 집안의 자녀가 노래를 함께하며 서로 사랑하게 되고, 그들의 사랑으로 원수였던 두 집안은 서로 화해에 이르게 되는 내용빈다.  순전히 극 중 플롯만에 집중하는 관객이라면 이 뮤지컬 전국노래자랑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형편없습니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플롯을 분석하는 관객이 아니라면 이 극의 단순한 이야기는 전혀 문제될 게 없습니다. 익숙한 스토리에서 드는 아쉬움에 주목하기보다는 연이어 전개되는 배우들의 코믹하고 개성 있는 연기에 관심을 가지고 관람하고 극 속에 등장하는 익숙한 90년대 히트곡을 함께 즐긴다면 극을 보는 재미는 쏠쏠합니다. 아울러 여러 차례 등장해 개콘 정태호의 브라우니와 낸시랭 코코 샤넬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강아지와 외치면 이루어지는 이~태일그리고 누가 봐도 의심할 수 없는 송해의 모습 같은 익살스러운 에피소드가 주는 재미는 또한 기발한 플롯만이 극의 전부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이는 이미 앞선 포스트에서 언급한 적 있어서 링크로 대신합니다. (스토리텔링의 비밀 , 5가지만 알면 나도 스토리텔링의 전문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뮤지컬 전국노래자랑'의 넘버는 모두 가요로 채워져있습니다. 90년대 히트곡이 주류를 이루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흘러간 노래로만 구성된 건 아닙니다. 참고로 등장하는 노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show>, <사랑의 서약>, <나 어떡해>, <트위스트 킹>, <허니>, <이밤의 끝을 잡고>, <뮤지컬>, <연예인>, <매일 그대와>, <여러분>, <흐린 기억 속의 그대>, <하하하쏭>, <난 괜찮아>, <마이 로미오>, <전쟁이야>, <난 행복해>, <사랑의 서약>, <챔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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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전국노래자랑은 분명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공연이었습니다.  극 중에서 펼치는 배우들의 열정도 뛰어났고, 좀 더 스토리를 다듬고 꾸미면 더 좋은 공연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도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닙니다.


먼저 멀티맨 부분입니다. 멀티맨을 연기한 배우 정상훈의 호평을 여러 차례 듣고서 관람한 터라, 배우 김대종이 펼치는 멀티맨 연기와 노래를 눈 여겨 봤는데, 연기에 있어 그의 뜨거운 열정은 더할 나위 없었지만 힙합을 부르는데도 나오는 트로트 필은 두고두고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여 주인공 세현 역의 김보경의 한 옥타브 높은 목소리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음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힙합은 너무 매력적이었지만, 다른 넘버에서 높은 음조의 목소리가 다른 배우들의 소리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수차례 거슬렸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연출자가 더 신경써야 할 듯흡니다. 


렇다고 해서 뮤지컬 전국노래자랑 좋지 않은 공연이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7080세대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바탕으로 무리없이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극을 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가진 장점을 바탕으로 더 발전해 나갈 여지가 큰 공연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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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일 : 2012 / 09 / 01

관람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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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부끄럽게도 미술에 관해서는 까막눈입니다. 서양 미술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성경과 그리스로마 신화에 대해서도 제대로 잘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세계와 인간을 탐구한 서사시 오뒷세이아’,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화’,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성서 이야기 와 같은 포스트를 통해 앞서 수 차례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무지함은 서울시립미술관이나 덕수궁 미술관 혹은 국립현대미술관 같은 곳들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가끔이나마 찾아 가게끔 만듭니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루브르박물관전관람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루브르 박물관이라 해 봤자 모나리자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수준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래도 무지에 대한 반발과 호기심이 미술관으로 발길을 향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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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회 브로셔(brochure)를 보고서 안 사실입니다만, ‘루브르박물관전 2006년에 이미 개최된 바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의 2번째 루브르박물관전입니다. 비록 첫 전시는 보지 못했지만, 같은 주제로 열리는 두 번째 전시회이니만큼 막연히 전시 내용과 구성이 알차겠다 싶었습니다.



 

이번 루브르박물관전의 주제는 그리스 신화입니다. 그래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제우스를 비롯해 헤라, 아프로디테, 가이아, 포세이돈, 하데스, 그리고 헤르메스 같은 다양한 신들의 신화 속 모습을 고대 유물을 비롯해 조각 그리고 회화 작품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전시회는 방대한 유물과 예술 작품을 소장한 루브르박물관의 장점을 잘 보여줍니다. 바로 고대부터 중세에 이후 까지 시대에 따라 동일 주제가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었는지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제 관심을 끈 건 사랑의 신 에로스그의 연인 프시케의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그리스 신화 속에도 그들의 사랑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자세한 이야기는 링크(릴르스의 행복한 이야기)로 대신합니다. 그리고 대리석으로 만든 조각품은 이번에 처음 봤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매끄럽고 부드럽게 표현되어 있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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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루브르전의 주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리스 신화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누가 뭐래도 성경과 더불어 서양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양대 축입니다. 순전히 이러한 측면에서만 생각하면 이번 루브르박물관전은 뛰어난 예술 작품과 그리스 신화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루브르박물관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모나리자같은 회화 작품이나 비너스같은 조각상 혹은 이집트 유적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번 루브르박물관전의 주제는 그리스 신화이니, 제 눈에 비친 전시회는 앙꼬 없는 찐빵 격입니다. 혹시나 또다시 루브르박물관전이 열린다면 사람들이 루브르에 대해 떠올리는 앙꼬 작품들이 더 많이 전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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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일 : 2012 / 08 / 18, 2012 / 08 / 25

관람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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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스크린이 아닌 관객 바로 앞에서 배우가 직접 연기를 보여 주기 때문에, 동일 배역이라도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크게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보통 연극을 볼 때면 누구나 어떤 배우가 나오는지에 관심을 갖기 마련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 이야기하려는 연극 슬픈대호를 관람 할 생각을 하고 관심을 가진이는 바로 배우 문천식입니다. 사실 문천식은 연극 배우보다는 TV 코미디언으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어서, 내심 연극 슬픈대호에서도 슬프더라도 재미난 모습으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슬픈대호를 키워드로 검색하자 나오는 것들은 인질극’, ‘스톡홀름 증후군’, ‘테러와 같은 만만치 않은 내용의 것들이었고, 그래서 가볍게 웃고 즐길 내용은 아니겠구나 하는 예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극의 연출자는 과연 이 연극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하는 것이 궁금증을 가지고 연극 슬픈대호를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배우 문천식에 대해 조금 더 덧붙이자면, 사실 그저 좀 덜 재미난 코미디언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이리저리 찾아보니 2004 TV 드라마 ! 필승 봉순영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TV 드라마에서 연기를 펼쳐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극 아트와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에도 함께 참여한 나름 중진 배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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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은 제한적인 무대와 등장 인물로 인해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더더욱 극단적인 상황을 하고는 고정된 배경에서 제한된 인물이 이야기를 풀어가기 마련입니다. 이 연극 슬픈대호역시 별반 다르지 않아서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시계방을 배경으로 시끄러운 싸이렌 소리와 함께 도망치듯 시계방으로 들어온 정치인 테러범이라는 한 남자와 시계방 주인이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정치인 테러범이라면 그래도 무서운 흉기에 체격도 듬직하고 정치적 성향도 뚜렷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어찌된 영문인지 시계방으로 뛰어 들어와 주인을 인질로 잡은 심대호란 인물은 조그마한 체구에 허리도 구부정합니다. 게다가 무기라고는 조그마한 망치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들리는 라디오 뉴스에서는 세상 살기 힘들어 자동차 유리를 망치로 내려쳤다는 심대호를 치밀한 계획을 가진 정치인 테러범이라는 이야기에서 시작해 종북 세력이라는 둥하며 떠들어댑니다. 그리고 그런 뉴스를 들은 심대호는 그게 아니라며 가방에 든 소주를 꺼내 마시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계방 주인 인질범에게 그리고 관객들에게 털어 놓습니다. 심대호는 고아였습니다. 그러다가 서른이 되면서 한 김순희라는 한 여자를 가슴에 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유부녀였고 강간 및 강도죄로 심대호는 감옥으로 가게 됩니다. 그렇게 4년을 감옥에서 보낸 후 또 순희를 찾아가서는 폭행죄로 7, 보호 감호로 7년씩 20년 가까운 세월을 감옥에서 보냈습니다. 그런 심대호는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자동차 유리창을 망치로 내려친 게 뭐가 그리 잘못한 거냐며 되려 인질인 시계방 주인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대치 중인 경찰에게 인질의 목숨을 협박하며 김순희를 데려 오게끔 합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그 때 니 내 사랑했나?’

 

그리고 또 한 명의 대호, 시계방 주인 강대호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강대호는 법 한번 어기지 않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지방 전문대지만 학교도 졸업하고 학교에서 만난 첫 사랑과 결혼해 아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에 흐름에 뒤쳐진 시계방은 그의 생활을 지탱해주지 못합니다. 빚이 늘고 사채업자에게 협박을 받아 힘겨워하는 찰나에 심대호가 시계방으로 들어와 자신을 인질로 삼았습니다. 심대호의 어긋난 사랑 이야기를 듣고, 강대호도 아내를 만난 이야기부터 딸이 공부를 잘한다며 자랑스러워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종착역은 빚으로 힘들어하는 가족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보험을 들었고, 제발 자신의 다리를 하나만 잘라 달라고 심대호에게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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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 사회가 힘든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연극 슬픈대호는 힘들어하는 두 사회 약자를 보여주며 부조리함을 고발하는데 충분히 의의를 둘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 사랑을 만나기 위해 인질을 사로잡고, 보험금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다리를 자르려는 행동이 이 시대를 대표하지는 않습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웃고 있어도 가슴 한 켠에는 눈물을 왈칵 쏟아 낼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참고 살아갑니다. 또 살아가야 합니다. 지난 사랑을 찾으려고 인질을 사로잡는 것도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리를 자르는 것도 잘 살아가는데 결코 해답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연출자는 이런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지 궁금했습니다. 물론 그저 웃고 즐기는 연극이 아니라 시대 정신을 이야기하는 연극은 분명 바람직합니다만, 극단 차이무에서 이것이 차이다라는 타이틀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그리고 멀티우먼으로 등장해 수많은 인물을 보여준 배우 공상아의 연기는 분명히 극 속 재미와 함께 그녀의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대사를 씹고 웅얼거리는 모습은 아쉬웠습니다. 아마도 치아 교정으로 그런게 아닐까 싶었지만, 프로 배우인 점을 가만하면 아쉬움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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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일 : 2012 / 08 / 17

관람장소 : 메가박스 코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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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초반에는 저는 시네마 키드(cinema kid)를 꿈꿨었습니다. 하지만 훌쩍 흘러 버린 시간은 지난 모습을 싹 지워 놓았습니다. 지금은 모습은 시네마 키드는 고사하고 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춘 게 1년은 족히 넘었습니다. 심지어 컴퓨터로 TV 버라이어티 쇼를 다운 받아 볼 망정 영화는 관심 밖의 존재였습니다. 이렇게 영화와는 담을 쌓은 시간이 길었던 만큼 다시 극장을 찾을 때는 그래도 시네마 키드 시절의 기억을 떠올릴 무언가가 있을 걸로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현실은 영화가 아닙니다. 코엑스에서 갑작스레 생긴 빈 시간에 뭘 해야 하나 고민하다 선택한 것이 이 영화 도둑들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최소한의 기다림 때문에 선택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 도둑들이 매력이 덜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 영화의 감독 최동훈은 전작인 범죄의 재구성타짜’를 통해 그의 스토리 텔링 실력과 연출이 탄탄하다는 사실을 이미 보여 준 바 있습니다. 거기에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배우진 또한 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크게 갖게 합니다. 연기력과 충무로 티켓 파워를 모두 겸비한 배우 김윤석을 시작으로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임달화, 김해숙, 오달수, 그리고 김수현까지, 영화 두서너 편으로 주연을 나눠도 될 만큼 배우진이 탄탄합니다. 아울러 영화표 값이 아깝지 않다는 보증이 되곤 하는 천만 관객 돌파 소식도 영화를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없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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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제목 그대로 도둑들이 보여주는 훔치다가 알맹이입니다. 그래서 감독은 관객이 얼마나 짤 짜인 이야기 속에서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긴장감 넘치게 물건을 잘 훔쳐 내는지가 주목하길 원합니다. 그래서인지 감독은 첫 장면에 배우 신하균의 카드를 꺼내어 이들이 첨단 보안 장치를 순식간에 무력화시키고 폼 나게 한탕 하는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영화 도둑들의 메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 그리고 첫 장면에서 감독은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타이즈를 입은 배우 전지현의 모습을 남성 관객들에게 보여주면서, ‘니들 영화 선택 잘했어!’하는 무언의 메시지를 주면서 시작합니다. 이 전략, 제게는 먹였습니다.

 

 이천만 불의 값어치를 가진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쳐내기 위해 마카오박이 뽀빠이, 펩시, 예니콜, 씹던껌, 그리고 잠파노로 뭉친 한국팀과 첸, 쥴리, 앤드류, 그리고 조니로 뭉친 중국팀을 소집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그런데 모인 도둑들이 모두 동상이몽(同床異夢)입니다. ‘태양의 눈물을 훔친다는 공통 분모가 있기는 하지만 실상은 그게 다가 아닙니다. 마카오박의 뒤통수를 치고 싶어하는 뽀빠이나 펩시부터, 위험한 다이아몬드 보다는 안전한 현금을 차지하려는 첸, 베일 속에 숨겨진 홍콩 뒷골목의 거물 웨이홍을 잡으려는 쥴리 등 전부 다 각자의 꿍꿍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자신들의 갖은 수를 부려가며 시나리오대로 태양의 눈물을 훔쳐내는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태양의 눈물을 훔쳐내는데 성공하자 예상치 못한 사랑이 이야기 속에 끼어듭니다. 마카오박의 뒷통수를 치겠다는 펩시와 뽀빠이와 마카오박 사이에는 뭔가 이야기리가 있겠다 싶었는데, 첸과 씹던껌 로맨스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태양의 눈물을 차지하지 위해 쫓고 쫓기는 액션이 계속됩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스토리는 직접 영화를 통해 보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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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영화 도둑들을 매우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기는 하지만 무언가 아쉽습니다. 감독 최동훈의 전작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이야기 전개도 서양 영화에서 본 듯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이탈리안 잡오션스 일레븐이 보는 내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최감독의 페르소나(persona)로 그간 보였던 배우 백윤식이 등장하지 않는 점은 의외였습니다.

또한 이 영화의 배경의 많은 부분이 홍콩과 마카오이니 만큼 영화 속에서 중국어가 자주 들립니다. 잘 모르는 제가 듣기에는 한국 배우들의 중국어가 매우 능숙한 것처럼 들리는데, 중국인이 듣기에도 능숙하게 들리는지 아니면 ‘LOST’에서 배우 대니얼 대 킴이 하는 어색한 한국말처럼 들리는지가 갑작스레 궁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배우 전지현의 타이트한 차림새 말고 싼티나는 말과 맛깔스러운 욕설도 제게는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포인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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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하룻밤 : 시즌 7

 

관람일 : 2012 / 08 / 11

관람장소 : 대학로 바탕골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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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랜만에 연극 관람을 했습니다. 제목은 극적인 하룻밤’. 사실 시즌 5인지 6인지 가물가물 하지만 이미 한 차례 관람한 적이 있어서, 이 극의 코믹적인 요소를 포함한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이번에는 큰 줄기에 집중하기 보다는 가벼움 마음으로 편하게 웃고 즐길 생각을 가지고서 세세한 에피소드와 바뀐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에 관심을 가지고 봤습니다.


 이 연극은 사실 남녀의 통속적인 사랑 이야기입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유사(有史)이래도 지금까지 계속 회자(膾炙)되는 풍부한 이야기 소재이지만, 한 꺼풀 벗겨 시대와 배경 혹은 등장인물을 배제해 놓고 보면, ‘아담과 이브시대의 사랑 이야기나 지금의 사랑 이야기나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 연극 극적인 하룻밤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사실 어디선가 들어 봤음직한 일반성을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그렇지만 소리 반 공기 반같은 최근 이야기나 통속적이지만 웃고 즐길 수 있는 코믹한 요소가 이 연극만의 특수성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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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 서핑을 하다가 이 연극 전체 내용을 단 한 단락으로 정리해 놓은 걸 봤습니다. ‘1♡2 3♡4 → 1♡4 3♡2’ 느낌이 오시나요? 극 속 이야기는 결혼식에서 시작됩니다. 결혼식에 반대하는 사람, 손들어 보라는 말에 넌지시 손을 올리는 정훈과 시후가 연극 극적인 하룻밤의 두 주인공입니다.

 앞서 한 단락으로 정리해 놓았다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정훈과 시후는 결혼식 신랑, 신부의 전 연인들입니다. 그리고 그 둘은 전 연인들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반대하는 전 연인들이라는 사실 말고는 이들의 공통분모는 부족합니다. 여기서부터 연출가의 펼쳐 보이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연출가는 부족한 공통분모를 피로연장의 연어초밥 에피소드로 뛰어 넘습니다. 사실 보면서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만, 마지막 남은 연어초밥을 먹은 정훈에게 시후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연어초밥을 먹었다며 다짜고짜 시비를 겁니다. 그리고 이 시비를 통해 이 둘은 즉흥적으로 하룻밤을 함께 보냅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건 시후가 가진 전 연인에 대한 미련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록 즉흥적인 감정의 선택의 결과였지만, 시후는 정훈에게 호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러나 정훈에게 시후는 성에 차지 않고, 정훈은 시후와의 관계를 매몰차게 정리합니다.

 

 그렇게 정훈이 원하던 대로 이 둘은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헤어짐은 부동하던 정훈의 마음을 동하게 합니다. 그렇게 동한 마음은 호감을 거쳐 그리움으로 변하고, 정훈은 시후를 찾기 위해 교통사고로 죽은 결혼식 신랑의 장례식장을 찾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정훈은 시후를 다시 만나지만 정작 시후는 정훈에게 별 감정이 없습니다. 그래도 정훈은 시후에게 끈덕지게 대시하고 대시해서 이 둘은 다시 만나게 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행복한 결말입니다. 하지만, 이 둘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이 둘이 다시 헤어짐으로 극이 마무리 되기 때문입니다.

 


 ()

 

이 연극 극적인 하룻밤을 처음 봤을 때는 그저 웃고 즐기면 그만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관람에서는 웃고 즐기는 가운데 시후가 정훈에게 호감을 보일 때는 정훈이 매몰차게 거절하더니 정작 그녀가 떠나고 난 후 정훈이 보여주는 모습이 크게 보입니다. 바쁘게 사느라 잊고 지내던 지난 시절이 연극을 보는 중에 살짝 떠오른 탓일 겁니다.

 

그리고 배우에 대해 하나 덧붙이면, ‘서홍석-조헌정배우의 조합이었는데, 정훈에 비해 시후의 전달력이 상대적으로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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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카, Nicholas Carr 지음 |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4

 
 

1. 들어가기 전
 

 얼마 전 동생이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The Shallows’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는 책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세계적 대가의 글은 다르다며 극찬(極讚)입니다. 인터넷으로 인해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자극적인 제목과 함께 얼굴은 떠오르지만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쩔쩔 매거나 가끔 어머니의 휴대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아하는 제 모습에 떠오른 디지털 치매라는 단어로 저도 이 책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 읽으면서

 이 책의 저자 니콜라스 카는 프롤로그(prologue)에서 맥루한, Herbert Marshall McLuhan미디어의 이해, Understanding Media’를 언급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저자는 사람들은 미디어 속 콘텐트에 주목하지만, 콘텐트뿐만 아니라 미디어 곧 스스로 메시지가 되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저자가 인터넷을 미디어로 규정하고 미디어로써 인터넷을 분석하고 이야기 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제 예상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했습니다.

 

먼저 예상이 틀렸다는 건 이 책의 관심사가 오로지 컴퓨터, 검색, 그리고 기억 같은 키워드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인간의 뇌가 가지는 놀라운 가소성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문자와 인쇄술 같은 혁명적 기술이 어떻게 우리의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지 천천히 살펴 봅니다. 이렇게 전통적 학설을 통해 어떻게 사고가 깊어지는지에 대해 논의하고서 미디어로써 인터넷으로 관심을 옮겨갑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기존 미디어가 쇠락(衰落)해 가는 것에서 시작해 멀티태스킹, multi tasking과 하이퍼텍스트 hyper text로 인해 뇌가 어떻게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로 인해 혹사 당하고 산만해지는지에 대해 살펴 봅니다. 또한 인터넷의 효율적인 정보 수집으로 얻을 수 있는 뛰어난 결과물에 주목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로 인한 역기능(逆機能)입니다. 끊임없이 갱생하는 기억 속에서 깊이 있는 사색(思索)이 나오기 마련인데, 인터넷이 가진 극단적인 효율성과 즉각성은 흔히 디지털 치매라 이야기 하는 망각으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검색을 이용한 기억의 아웃소싱은 결국 문화를 시들게 할 것이라며 저자는 개탄(慨歎)합니다.

 

 

3. 읽고서
 

 책을 읽고서 사실 그다지 깔끔한 기분은 들지 않았습니다. 내심 미디어가 메시지를 규정하고 도구가 인간을 확장시킨다는 맥루한의 이야기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기대했었는데, 저자 역시 문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만 봐도 인터넷의 사용이 늘면서 독서의 양이 줄었고, 생각의 흐름이 긴 글쓰기의 양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현상에 대한 대안 제시를 기대했습니다만 제 모습에서 볼 수 있는 역기능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는 부족합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인터넷을 내려 놓고 살아갈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 눈에는 효율성을 추구하느라 오히려 깊이 있는 사고를 놓치는 현 상황에 대한 문제를 함께 고민해 보는 정도로 이 책에 의의를 두면 적당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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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뮐러 지음 | 홍경호 옮김 | 삼중당 | 1986 7

 
 

1. 들어가기 전


 인생이 갖는 무더운 여름에도, 찌푸린 가을에도, 차디찬 겨울에도 때때로 봄과 같은 날은 찾아 온다.     

 
  
누구나 책장을 살펴보면 오랜 기간 방치(放置)된 책이 여럿 있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아서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이나 아주 오랜 전에 읽고는 그저 꽂아 놓은 책이 여럿 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책장 속 그런 책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독일인의 사랑이 역시 이렇게 무심코 책을 펼쳐 봤습니다. 그러자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럴 듯한 단어와 문장마다 색색의 형광펜을 그어 놓은 중학생 시절과 그 때 다니던 단과 학원 옆 헌 책방을 드나들 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2. 내용
 

나는 결국, 전날 저녁에 절망했던 그 모든 것에 대해서도 위안을 찾아냈으며, 그리하여 미래의 하늘에는 한 조각의 구름도 없어 절대로 흐려지는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책 속 이야기는 작중(作中) 화자(話者)인 내가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유년기 이야기를 풀어 놓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물론 독일인의 사랑이라는 제목처럼 화자 자신의 사랑 이야기가 핵심입니다. 그런데 그 형태가 마치 수필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8가지 회상(回想)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의 흐름을 축으로 펼쳐 놓는데, 책을 읽어나가면 작중 화자가 곧 저자(著者)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읽어가면서 이 책이 저자인 뮐러의 자서전과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수필도 자서전도 아닌 엄연한 문학 작품입니다.

 

 작중 화자인 나는 19세기 독일의 신흥 시민 계급에 속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귀족계급의 영주는 아닐지라도 그의 가족은 중산 계층의 시민으로 영주도 교류를 가지며 살아갑니다. 그 덕분에 화자는 어린 시절부터 영주의 성에 자유롭게 드나들며 영주의 자제들과 함께 놀며 자랍니다. 그는 대학 교육까지 받은 지식인 층으로 모국어인 독일어뿐만 아니라 외국어인 영어에도 능숙하며 음악과 철학 그리고 시를 이야기하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마리아라는 이름의 여자가 있습니다. 그녀는 영주의 장녀지만 아파서 늘상 침대에 누워서 지냅니다. 그는 아픈 그녀를 어린 시절부터 보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마리아는 모든 사람들의 칭송을 받으며 천사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천사 같은 모습이지만 금세라도 죽을 것만 같은 그녀에게 그는 천천히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재미있는 건 그녀에 대한 그의 사랑은 뜨거운 남녀의 사랑이 아닌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 사랑이라는 점입니다. 그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그 시대의 철학과 음악, 문학 그리고 종교를 아우릅니다. 이들은 아주 조심스럽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단계에까지 이르지만 그녀의 죽음으로 이 둘의 사랑은 막을 내립니다.

 
 

3. 읽고 나서
 

 소설을 흔히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서 허구(虛構)적으로 꾸며낸 이야기라 칭합니다. 하지만 저는 100% 허구라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독일인의 사랑과 같이 자전적 느낌이 강한 책에서는 작가 개인의 경험을 거짓인양 숨기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믿습니다. 그 누구라도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이야기를 펼쳐나가기 마련이고 허구는 그 속에 있는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과연 먼저 궁금했던 건 어디까지가 저자 뮐러의 슬픈 사랑 이야기의 진실일까 하는 점과 작중 화자의 나이였습니다.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하는 점이야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저 넘겨버려도 그만입니다. 하지만, 청년의 시각에서 서술인지 혹은 중년이나 노년의 시각에서의 서술인지를 통해 저자가 이야기 속에서 보여 주는 낭만주의가 실제 그의 삶에서 기인(起因)한 것인지 화려한 수식어를 사용하는 기교에 기인하는 것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책의 제목을 한 독일인의 사랑이 아닌 독일인의 사랑으로 정한 것 또한 과연 책 속에서 보이는 관념적 사랑이 그 시대의 보편적인 형태였음을 나타내려 함인지 또한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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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때 여섯 살쯤 되었다. 그리고 여섯 살짜리가 기뻐할 수 있는 만큼 기뻐했다.

                                                           - 독일인의 사랑

 
 
책을 읽어 나가다가 문득 이 구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어떤 말도 결국은 자기 연민으로 흘러버릴 거라는 예감은 이 구절에 대한 생각을 멈추게 합니다.

 

 저도 분명 여섯 살 때는 여섯 살짜리가 기뻐할 수 있을 만큼 기뻐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마냥 나이에 맞게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는 사회적 환경이 중요합니다. 사실 제가 처한 환경을 운운하며 불운했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내심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불우한 환경만 따지면 어디서건 제 경우보다 더 어려운 경우가 분명 많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대신 어떻게 감정 표현을 자제하고, 경우에 따라 표현을 해야 할 때에 대한 판단기준이 무엇인지가 궁금해졌습니다. 대개 어려운 환경은 적절한 조언자를 구하는 것에서도 인색하기 마련입니다. 어떻게 하면 제 상황에 맞게 판단하고 표현할 수 있을지 여전히 어렵고도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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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률 지음 | 웅진윙스 | 2009 6
 

 1. 책 나눔

  이 책 딜리셔스 샌드위치를 알게 된 건 순전히 블로그 Read & Lead덕분입니다. 주인장이신 buckshot님께서 나눔, 알고리즘’이라는 포스팅을 통해 책 나눔을 실천하셨는데, 그 떄 냉큼 신청해서 선물로 받은 것이 2009년 여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를 기점으로 논문과 일에 극심하게 찌들어 살게 되면서,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이 둘에만 집중하기로 하는 어처구니 없는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 살아가는 것이 두부 자르듯 한 순간, 만족스러운 상태로 갑작스런 변화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 이후로 여전히 논문과 일에 끌려 다녔고, 그러는 사이 이 책 딜리셔스 샌드위치를 포함해 쌓여 있는 여러 책에는 눈길을 제대로 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용기를 내어 다시 책을 집어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책 딜리셔스 샌드위치’가 Prologue부터 그간의 제 일상을 비웃 듯, 제 생활은 잘못되었고 문화가 밥 먹여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2. 놀라움과 진부함

정말로 두럽습니다

예전엔 통장의 잔고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 두려웠습니다. 퇴직 후 길고 긴 노년을 무엇으로 버틸지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일 년 남짓 맨해튼 여기저기를 헤매보면서 정말로 두려운 대상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20년 넘게 한 극장에서 같은 뮤지컬이 공연되고 있다는 사실. 몇 시간을 서서 봐도 다 못 보는 어마어마한 양의 세계 명화가 한 곳에 모여 있다는 사실. 신문의 비즈니스 섹션보다 아트스타일면이 더 두꺼울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졌습니다.

– Prologue 중에서

 문화가 밥 먹여주냐구요?

 그렇습니다. 오늘의 뉴욕이 결코 돈이 많아서 파리, 런던, 도쿄를 밀어 제친 것이 아닙니다. 뉴욕의 문화가 뉴욕의 경제를 만들었습니다. 그 경제는 다시 문화를 살찌우고 있습니다. 그 논리는 철저히 개인에게도 적용됩니다. 현재는 경제자신이 더 낳은 사람이 부자이지만, 미래는 문화자산이 많은 사람이 더 풍요하게 살 것입니다. 2의 산업혁명처럼, 지식경제사회가 문화비즈니스사회로 급속도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재테크 타령만 하고 있다가는 경제적으로도 한참 뒤쳐진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습니다. 뉴욕의 금융사회나 로펌이 고객과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을 통째로 빌려 그림을 보며 파티 하는 세상입니다. 문화를 모르면 경제도 모르는 시대입니다. 지금까지 경제적 능력이 문화적 능력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문화적 능력이 경제적 능력을 좌우할 것입니다.

– Prologue 중에서

  
 
책을 보면서 저는 깜짝 놀았습니다. 비록 통장에는 잔고가 별로 없고 퇴직 후 긴 노년을 버틸 대책도 없지만, 이건 제게 당장 당면한 문제는 분명 아닙니다. 그런데 아직 닥치지도 않은 문제를 두고서, 제가 속해 있는 집단이 걱정하고 있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취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인식하지도 못한 채 이러한 걱정의 행렬에 참여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속해 있는 조직이 제게 끝임없이 앞만 보고 달릴 것을 수시로 주문하지만 그래도 저는 다를 줄 알았습니다. 당장 제 색깔을 낼 수는 없지만 결코 잊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만, 스펀지에 잉크가 스며들 듯 저도 사회의 담론 안에서 허우적 거리고만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놀라움으로만 다가온 것은 아닙니다. 저자가 뉴욕에서 생활하면서 인식하게 된 우리사회의 취약점을 진지하게 풀어 놓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급변하는 사회에서 2008년 여름에 출간 된 책 속의 문제의식이 2011년 가을까지 그대로 유효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일본에 눌리고 중국에 치이는 샌드위치가 맛있는 샌드위치가 되기 위해서 문화적 요소가 가미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이미 net cracker나 역(
) nut cracker라는 용어로 이 책의 저술 시점을 전후로 다양한 매체에서 여러 차례 지적되었습니다. 저 또한 Seri 보고서를 통해 여러 차례 비슷한 내용을 봤었습니다. 그래서 2011년 가을이 맞이 하는 시점에서 읽어 보기에는 아쉬움이 분명있습니다.

 
 
 3. 글쓰기
 

  우리는 지금 자본 집약의 제조 산업이 갖는 한계가 보고서가 아닌 현실에서 직접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모바일 사업을 두고서 벌이는 애플과 구글 그리고 삼성의 싸움은 앞으로 다른 영역으로까지 넓혀 질 것이 자명합니다. 이러한 경향이 심화 될 수록 문화 산업은 책 속 저자의 주장처럼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돌출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야기에 저 역시 공감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컬쳐 비즈의 중요성을 역설하다가 갑자기 문화 비즈니스에 적합한 소통 능력에 대한 이야기로 관심을 옮겨가고 그 핵심은 글쓰기라고 단언합니다. 사실 글쓰기의 중요성은 이미 생각하고 있던 터라,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의 이야기 역시 나무랄 때가 없습니다. 하지만 문화 비즈니스를 통해 억눌린 샌드위치가 아닌 맛있는 샌드위치가 되어야함을 이야기하는 책의 전체적 맥락에서 보면, 내용이 갖는 유의미와는 별개로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 둘 사이를 매끄럽게 연결해줄 내용이 부족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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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urkish March가 귀에 들렸다. 그 사람이 생각났다.
많이 힘겨워했고 하면서도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은
음악 소리 마냥 맑고 밝은 것만 남아 있다.
2011.06.24 



더 많이 사랑할까봐 두려워하지 말아라

믿으려면 진심으로 그러나 천천히 믿어라

다만 그를 사랑하는 일이

너를 사랑하는 일이 되어야 하고

너의 성장의 방향과 일치해야 하고

너의 일의 윤활유가 되어야 한다

                                   -  공지영

3달 정도 전에
HJ에게 메일을 보내려고 메모.
결국은 보내지 못했다.
2011.06.27



나를 보며, 나를 위해 웃어 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2011.06.28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있던 것도 끊어졌다.
그 친구는 벌써 다 잊어 버렸을 끊어 버린 것일 텐데
나는 아직도 이러고 있구나.
10년이 지나면 잊혀질까...
2011.06.29 


끊어지니까 더 그립다.
서럽게 울던 때가 생각난다.
2011.06.30 


마음 속 한 구석이 비어있다.
아직 마음에 바람이 분다.
2011.07.01 


비가 많이 내렸다.
그냥 비를 맞으며 추적추적 다니고 싶었다. 

우산을 썼다.
내리는 비를 막아주는 것이 우산인데
내가 집어든 우산은
우산대 사이사이에서 빗물이 떨어졌다
순간  내 모습이 보였다.
2011.07.03 


바람이 불면 바람에 계속 흔들렸다.
오랜동안 그랬더니
이젠 바람이 아닌데도
움츠린다
2011.07.04 


노력은 외면하지 않는다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그리움은 잊혀지지가 않는구나

참 외롭네....
2011.07.05 


가슴 속 깊숙히 있는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2011.07.06 


그리움아
멀리 날아가라

되뇌이고 되뇌이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행복해 졌으면....
2011.07.22 


이번 물난리에
우면동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는 뉴스가
계속 신경 쓰인다.
나와는 더이상 상관없는 일이라고
떠올리려 애써도
행여나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가시지 않음은 왜일까.

아무쪼록  
아무일 없이 건강했으면...
2011.07.28 


달이 바뀌었다.
여전히 생각나고 그립다.
그리고
여전히 한 번씩
울컥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201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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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는다는 것은 곧 잃는 것이다.
2011.05.20 


울지마, 톤즈 극장판을 보다
울지마, 톤즈 극장판을 내게 권한 이가 있었다.
TV 속 다큐멘터리로 이미 봤었지만, 그래도 그 사람이 내게
관람을 권했을 때, 그러겠노라고 했다.
약속이 의미 없어지고만 지금, 3달은 족히 지나서 지킨다. 
2011.05.22 

 
날이 저물었다.
길을 나섰다.
달콤한 아카시아 향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잠시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카시아는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있을지 궁금했지만,
굳이 찾지 않았다.
2011.05.23
 

쉬운 물음이 들렸다.
옳고 싶으세요? 행복하고 싶으세요?
옭은게 능사가 아니다. 행복해지자.
2011.05.24


부유함은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그러나 빈곤은 마음을 단련시킨다.
2011.05.25 


슬픈 지도 - 정채봉

사랑하는가?

눈물의 강이
어디로 흐르는지

슬픈 지도를 가지게 될 것이다 
2011.05.26


수도원에서 - 정채봉

어떠한 기다림도 없이 한나절을
개울가에 앉아 있었네
개울물은 넘침도 모자람도 없이
쉼도 없이 앞다투지 않고
졸졸졸
길이 열리는 만큼씩 메우며 흘러가네
미움이란
내 바라는 마음 때문에 생기는 것임을
이제야 알겠네
2011.05.27


자존(自尊,self-regard)이 사라져버렸다.
2011.05,29 


태산은 흙과 돌의 좋고 나쁨을 가리지 않고
다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 높음을 이루었고,
양자강이나 넓은 바다는 작은 시냇물도
버리지 않았기 때문에 저토록 넉넉해진 것이다
- 한비자
2011.05.30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 정채봉

모래알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풀잎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너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2011.05.31 


문득,
그립고  쓸쓸하다.
2011.06.01 


나로서는 감당하지 못할 고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다.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 갈 줄 알아야하는데
한심스럽게도 한탄 속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어리광과 나약함 속에서
벗어나라.
2011.06.02

 
모순 
防牌 - 창과 방배의 뜻으로,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서로 일치하지 아니함.
혼자 있으니 외롭고 쓸쓸합니다.
그런데 외롭고 쓸쓸하니까 더 혼자 있고 싶어집니다.
2011.06.03 


서쪽 하늘에 초승달이 구슬프게 떠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슬펐다. 
2011.06.05 


그리움, 슬픔 그리고
소주가 간절히 생각나는 밤이다.
2011.06.06
 

잃어버린 자존(自尊,self-regard)감이 생겼으면 좋겠다.
2011.06.12 


둥글고 큼지막한 보름달이 동쪽하늘에서 보였다.
보름달 속에 살고 있는 토끼가 계속 눈에 보인다.
방아 찧는 토끼가 어떻게 보이냐며
웃음 짓던 그 사람이 떠올랐다.

또다시 슬픈 지도를 펼친다.
2011.06.16 
 

안시리움, Anthurium
꽃말 : 번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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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고니아,  bego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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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지음 | 민음사 | 1987 6

 

1. 변명(辨明)

 

 지난 시절 꽤 오랜 기간 동안 읽고, 생각하며 쓰는 것이 제게는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런데 길었던 학생 시절의 매듭은 즐거움을 위한 읽고 쓰기는 낮은 수준의 욕구충족(欲求充足)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하게끔 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만족할만한 사회적 경쟁력(競爭力)이 생길 때까지 즐거움의 추구는 유예(猶豫)하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그렇게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은 참는 것이 능사(能事)였습니다. 하지만 즐거움을 유예한다고 해서 경쟁력이 배가(倍加)될 만큼 세상살이가 쉬울 리 없습니다. 사라진 즐거움의 공간(空間)에 욕심(慾心)과 초조(焦燥)함이 대신 자리 잡으면서 오히려 일상에 더 사로잡혀 허우적거리는 꼴만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힘겨워하다가 이제야 욕심과 초조함을 떨쳐버리려 합니다.

 

2. 같음 그러나 다름

 

 제가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이문열, 李文烈젊은 날의 肖像을 처음 읽은 건 15년 전쯤으로 고등학생 시절입니다. 작가 이문열은 작가 이어령과 함께 제가 선호(選好)했던 작가로 그 시절 저는 그의 지나친 교양주의(敎養主義)도 남발(濫發)하는 한자어(漢字語)도 좋았습니다. 마치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제 교양도 함께 고양(高揚) 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치를 잃어 가던 이념(理念)의 희미한 꼬투리를 잡고 고민하고 동경했던 그 시절과 시간이 흐른 지금 같을 수 없습니다. 나름의 가치 체계를 갖추었기 때문인지 혹은 무가치 했던 보수적 가치의 편승(便乘)에도 대한 거부감이 없을 만큼 무뎌져 버려서인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습니다.  

 

 3. 젊은 날의 초상 그리고 감상

 

 책은 영훈이란 이름의 화자(話者)가 회상(回想)하는 자전적(自傳的)이야기입니다. 형식적으로는 1부 하구(河口), 2부 우리 기쁜 젊은 날, 그리고 3부 그해 겨울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이 되는 강진, 학교, 그리고 학교를 떠난 공간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하지만 배경의 변화와 무관하게 나로 칭해지는 화자의 정신적 성장기(成長期)로 봐도 무방(無妨)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상관없는 3가지 이야기를 작가가 스킬, skill을 동원해 엮어 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 책에서도 작가 이문열 특유의 넘치는 문자(文字) 사용과 각종 문철(文哲)의 직간접 인용을 통한 교조(敎條)적 서술 그리고 과장(誇張)과 미화(美化)은 여전합니다. 이런 특징이 어린 시절 작가 이문열을 선호하는 이유였는데, 지금은 아쉬움이 더 큽니다. 작가 이문열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구도자(求道者)의 가치관이나 준엄(峻嚴)한 자기 반성적 성향을 보이곤 하는데, 이러한 모습이 과장과 미화를 통해 외연적(外延的)으로 보이려고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疑懼心)들기 때문입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가슴에 담고 실천하는 것은 분명 다르고, 그 둘의 합치(合致)는 소설가(小說家)가 아닌 사상가(思想家)에게 기대해야 하는 것이므로 아쉬움과 의구심을 넘어서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4. 맺음말

 

1981년에 출판된 소설을 2011년에 읽는 느낌은 참으로 기이(奇異)했습니다. 잊고 있었던 15년 전 생각에 대한 향수(鄕愁)와 그 때와는 달라진 지금 모습과의 대비(對比)뿐만 아니라 근래 방황하는 내 자신에게 이 책에서 줄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가 그 기이함은 첫 번째라면, 책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달라진 시대상과 가치관은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이러한 신선함이 과연 이 책을 고전(古典) 반열에 오르게 할 지 그리고 지금 통용해도 좋은 60, 70년대의 시대적 가치를 어떤 것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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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오랜만에 산에 올랐습니다. 죽도록 움직이기 싫었지만, 방에 혼자 있으면 슬픔 생각에 더더욱 빠져 괴로워할 것이 눈 앞에 선해서 억지로 산에 올랐습니다.

 

☞ 바람이 붑니다. 산에 올랐더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세기로 제게 불어 옵니다. 밖에서만이 아닙니다. 마음 속에서도 거친 바람이 붑니다. 안이건 밖이건 불어오는 바람을 피하지 않고 바람에 맞서고 싶지만, 저절로 움츠려 듭니다.

 

☞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이면 먹먹한 가슴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온통 실수투성이입니다. 어느 때라면 생각도 해보지 않았을 행동과 일이 움직이는 몸을 계속 따라 다닙니다.

 

☞ 억지로나마 산에 오르는 중, 절반이 쪼개져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나무를 봤습니다. 아마도 지난 태풍에 견디지 못하고 쪼개져 절반은 바닥에 쓰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바닥에 널브러진 나무가 살겠다며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생명은 끈질깁니다. 잠시나마 스스로를 내려 놓고 싶어했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 밤이 되면 혼자만의 생각에 점점 빠져듭니다. 새벽녘이 되면 망상에 시달립니다. 
 
 
☞ 나는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괜찮게 보이던 허울을 벗겨내자 개차반인 내 모습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 헤어짐이 왜이리 서러운지... 세상에서 밀려난 느낌입니다. 저는 참 무기력한 존재입니다.


☞ 지쳐 쓰러질 정도로 움직이면 마음도 몸을 따라 지쳐 쓰러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진짜 먹먹한 가슴은 육체가 좌우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더 또렷해집니다.

 
☞ 거울을 쳐다 봤다가 깜작 놀랐습니다. 
거무죽죽... 사람의 안색이 아닙니다. 

☞ 
머리와 가슴이 계속 다른 곳을 바라보며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시간이 흘러도 그 둘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버거움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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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관람일 : 2010_09_19 ()  18:00

 

최근 유명환 전 장관이 딸의 특채로 낙마(落馬)하면서 큰 사회적 반향(反響)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것이 MB가 천명( )공정한 사회에 대한 화두와 엮여 사회 지도층의 도덕성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膾炙)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제게도 과연 사회 상류층은 정말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따로 살아가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며칠 전 관람했던 연극 베리베리 임포턴트 펄스때문입니다.

 

연극 베리베리 임포턴트 펄슨을 키워드로 찾아보면 공통적으로 검색되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영국 신예 작가 조 펜홀, Joe Penhall 의 블랙 코미디 덤쇼, DUMB SHOW’를 한국 실정에 맞게 번안하여 무대에 올렸다는 사실과 극 속에서 옐로 저널리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먼저 덤쇼라는 유명한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원작자 조 펜홀의 전작을 섭렵한 경험이나 그의 작품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터라, 이 부분은 제게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처음 접해 본 옐로 저널리즘에 대한 궁금증과 현실에 바탕을 둔 비허구적인 인물을 무대화하여 대중들에게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한 직접적인 문제 제시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는 연출자 박혜선의 이야기에 더 눈이 갑니다. 실제로 연출자는 유명 코미디언 이면의 어두운 삶과 자신의 성공을 위한 기회주의적 사고 방식, 그리고 사생활 보호와 언론의 자유 같은 소재를 가지고 원작자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한국 사회의 현실을 바라보고 비평적인 시선을 통해 극을 풀어나가려고 했다고 이야기합니다.

 

01234

극 속 이야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한국 최고의 풍자 코미디언 강한철은 자신의 쇼 를 끝내고 호텔 스위트룸에서 프라이빗 뱅크 직원 민상규와 윤미래를 만난다. 그들은 강한철에게 프라이빗 뱅크의 비밀 사교 모임의 강연을 부탁하고 더불어 은행의 고객이 되어 주기를 제안한다
행사 당일, 강연을 위해 다시 호텔을 찾은 강한철과 윤미래. 강한철은 스위트룸에서 술을 마시고 취중에 미래에게 유명인으로써의 힘든 삶을 드러낸다. 그러던 중 강한철은 엑스터시를 복용하고 그녀에게도 권하자 당황한 미래는 그를 밀쳐낸다. 약속한 강연 시간이 되어 스위트룸을 찾은 민상규는 강한철에게 비디오카메라를 보여주며 자신과 윤미래는 프라이빗 뱅크 직원이 아닌 썬데이 매거진의 이항복과 오나래 기자임을 밝힌다. 그들은 한철에게 자신들의 인터뷰에 응해 줄 것을 제안하고 한철은 그들의 함정취재에 말려들었다는 걸 깨닫고 몹시 분노하는데......Synopsis 중에서

 

극의 초반부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배우들의 빠른 대사 처리였습니다. 배우들은 많은 양의 대사가 관객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발음을 하면서도 빠른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빠른 듯한 대사 전달은 오히려 전개의 인위적인 느낌을 주기도 했는데, 연출자가 의도한 것인지 의아했습니다.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개인의 사생활 보호 같은 대립되는 것들에 대한 문제 제기와 더불어 상류층의 이중성과 부도덕함 그리고 황색 언론 기자처럼 신분 상승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통해 최근의 사회상을 반영하려고 애쓴 흔적이 그대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먼저 적절한 유머를 섞어가며 재미있게 극이 전개되지만 종반부에 이르자 조금 지루했던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또한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사회상을 잘 보여주면서 그 속에서 문제 제기를 하지만 문제 제기 이상의 모습은 보여주기 못합니다. 아쉬운 사회상 반영에 그치지 않고, 나아갈 바까지 제시해 줄 수 있으면 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극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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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다 이라, 石田衣良 지음 |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9



 1. 졸업


취업이라는 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대학 입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난관이다. 아무리 노력하고 완벽히 준비한다 해도 이만하면 충분하다 싶은 선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단순히 학력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능력, 인간미, 그리고 그 외에도 알 수 없는 요소가 무수히 얽혀 있기 때문이다.  – 12 쪽 중에서


 제가 이 책 스무살을 부탹해를 처음 읽은 건 작년 가을 즈음이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쉽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책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볼 적절한 시기를 놓쳐버리고는 잊어 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 거의 일년의 시간이 흐르고 책장을 정리하던 차에 다시 읽어볼 생각을 했습니다. 일년의 시간 동안에 제게는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손 꼽을 수 있는 것이 졸업입니다. 국민학생이 된 이후로 계속해서 학생으로만 살아오다가 얼마 전 학위를 마치면서 공식적으로 학생의 이름을 놓게 되었고, 이력서 작성이나 면접 같은 구직활동을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 보다 10년은 늦은 시점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작년에 이 책을 읽고서 정리를 했다면 분명히 일본과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경제 동조화 현상의 심화로 비록 일본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이지만 우리 사회에도 그 시사점을 주기에 충분하다며 책에 대한 평을 마무리 지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막상 취업이 제게도 당면한 문제가 되고 최근 한 대기업에서 임원, 기술, 그리고 인사 면접을 직접보고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하면서, 책 속 이야기는 더 이상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남의 이야기가 될 수 없었습니다.


무슨 시험이든지 합격한 사람의 몇 배나 되는 불합격자가 있는 법이지. 그러니까 꿈을 이룬 사람은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 몫까지 열심히 일해야만 하는 거야.  – 52



2. 책 속 이야기


30대에 비정규직 사원이나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결혼율은 정규직에 비해 훨씬 뒤진다더라. 결국 말이지, 돈 없으면 결혼도 못하고 아이도 못 낳는 세상이야.  – 59 쪽 중에서


  책은 주인공인 미즈코시 치하루를 포함해 7명인 취업 동아리 구성원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대학교 3학년 학생들로 전원 언론계 진출을 목표로 취업 동아리를 만들고 서로 도와가며 1년의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그리고 작가는 책 속 이야기를 치하루를 중심으로 풀어갑니다. 이들이 취업하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자기 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인턴 과정, 그리고 실제 취업을 위해 도전하기까지 만만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특히 인턴 과정을 통해 치하루로써는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개인 윤리와 직업 윤리가 충돌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까지 보여줍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7명의 동아리 구성원들은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서로서로를 도와가면서 앞으로 조금씩 전진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는 여기서 해피엔드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간과할 수 있는 동아리 내적 문제에도 작가는 치하루를 통해 관심을 보입니다. 모두가 포기하지 않으려 모두가 애쓰지만, 이들 사이에서도 앞서가는 사람과 뒤쳐지는 사람, 심지어 압박감에 포기하는 사람까지 생겨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치하루와 동아리 구성원들은 앞서가는 사람을 시기, 질투하지 않고 뒤쳐지는 사람도 함께 하려는 마음의 실천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줍니다. 그리고 작가는 이런 과정을 통해 동아리 구성원들 모두가 한층 더 성장했음을 보여줍니다.


자기 소개서를 처음 읽는 채용 담당자에게 포커스를 제대로 맞춰야 하는 거야.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지.  – 159 쪽 중에서



3. 감상



 저는 면접이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머리나 지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속을 알 수 없다면 어떻게 앞으로 몇 십 년 동안 같이 일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본다면 입사 지원자도 똑같은 입장에서 회사에 대한 인상을 결정짓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 394 쪽 중에서


 앞서 언급했던 대로, 제 스스로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이 책의 이야기는 제게 절실히 다가왔습니다. 먼저 부끄러웠던 것은 스스로 책 속 주인공들만큼 취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제 경우는 일반적으로 사회에 나서는 사람들에 비해 5 ~ 10년은 늦은 진출인 만큼 더 많은 준비와 연습을 통해 내딛어야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 만큼 자기 소개서나 면접은 저를 처음 보는 채용 담당자에게 포커스를 두어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실제 제 경우와 비교해 보니 아주 가관입니다. 정작 제가 하고 싶은 말만 했을 뿐 저를 평가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은 부끄러울 수준입니다. 게다가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그들에게 끌려 다니느라 입에서 꺼내 보지도 못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책에서 본 치하루의 모습은 제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1년 동안 갈고 닦은 스킬을 통해 자신이 원하던 곳에 거의 다 갔다가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머리 속에서 만들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거부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웃으며 솔직하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단계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는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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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손마사요시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건 10년 전 쯤으로 IT 산업의 거품이 최고조에 달한 시절이었습니다. 그 시절 그는 소프트뱅크를 이끄는 재일 한국인 3세로 컴덱스를 비롯해 야후재팬 이끌면서 각종 언론의 찬사를 한 몸에 받는 일본 IT 산업에서 떠오르는 스타였습니다. 하지만 몇 년 가지 못해  IT 버블은 수그러들었고 엄청난 액수의 적자를 내고 있다는 언론 뉴스와 함께 그의 사업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이름은 이내 잊어졌습니다. 그러다가 브로드밴드 서비스인 야후BB 성공과 이동통신사인 보다폰재팬 인수 후 소프트뱅크 모바일로 성공으로 언론 지상에서 다시 그의 이름을 종종 볼 수 있더니, 일본 프로 야구단인 소프트뱅크 호크스 인수와 일본 내 iPhone의 독접 판매를 통해 아시아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며 재기에 완성히 성공했습니다.


이런 찰나에 우연치 않게 트위터에서 리트윗된 내용을 통해 2010년 3월29일 소프트뱅크의 내년 졸업자 채용학생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뱅크 손정의 사장 LIVE 2011 연설과 2010년 6월25일 소프트뱅크 30주년을 맞이한 주주 총회에서 손정의 사장의 발표한 소프트뱅크 향후 30년 비전 발 에 관한 내용을 볼 수 있었습니다.

두 영상물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높은 뜻을 의미하는  高志입니다. 영상물 속 손정의는 자신의 高志는 ‘정보 혁명을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이며 이를 디지털 정보혁명으로 지혜와 지식의 공유를 실천하고자 치열하게 살아 왔음을 역설(力說)합니다.  실제 영상을 보면 그의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손정의를 두고 아시아의 스티브 잡스니 어쩌고 하지만 사실 제 눈에 비친 그는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 something new를 만드는 사람은 아닙니다. 컴덱스를 비롯해 야후재팬, 야후BB 그리고 소프트뱅크 모바일까지 모두가 기존에 있던 것들입니다. 그가 다른 점은 자신의 高志에 맞는 새로운 가치를 폭 넓고 깊이있는 사색을 통해 도출해 내고, 엄청난 실행력을 통해 현실화하는데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경쟁을 통해 발전을 도모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그런만큼 뛰어난 성과 추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이라면 당연한 것이고, 뛰어난 성과 추구를 위해 강력한 실행력에 관심을 갖기 마련입니다. 물론 강력한 실행은 곧 강력한 리더십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덕분에  高志가 의미하는 바람직한 가치관은 그 중요성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손정의의 이야기는 제 관심을 사로 잡았습니다. 강력한 실행을 바탕으로한 성과가 경쟁력을 가져다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高志가 의미하는 바람직한 가치관을 튼튼히 하지 못한 실행은 손정의의 것처럼 10년, 20년 그리고 30년 동안 계속 수 없습니다. 당장의 성과보다 자신의 高志가 먼저였던 덕분에 손정의는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高志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난 후 가지는 실천의 중요성을 이번 기회를 통해 거듭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덧말. 시간을 내어서 링크되어 있는 동영상을 차분히 살펴 보기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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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공학 특강

 작년 여름부터 각종 예능 버라이어티에 맛을 들여 웹에서 다운 받아 시청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관심사가 다큐멘터리를 위주로한 교양 프로그램으로까지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최근 '국민성공시대, 성공학 특강'을 다운 받아 봤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EBS에서 2008년에 방영된 것으로 서울대 황농문 교수, 류태형 박사, 중소기업 사장인 배명직, 구두닦이 한대중, 그리고 한스 컨설팅의 한근태 교수까지 5명이 10회에 걸쳐 성공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입니다.  5명의 연사 중에서 서울대 재료과의 황농문 교수와 서울과학종합대학의 한근태 교수가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황농문 교수는 예전에 그의 책 '몰입'을 읽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한근태 교수는 칼럼을 통해 종종 그의 글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입니다. 




2. 소통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보면서 이들이 들여주는 성공에 대한 이야기 보다 강연자의 소통 방법이 더 관심이 갑니다. 특히 서울대 황농문 교수와 류태형 박사가 소통 능력에 측면에서 대비되었습니다. 

 사실 황농문 교수가 이야기하는 몰입에 대한 내용은 여타 강의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에 비해 매우 신선하고 실제적인 내용들입니다. 이는 그의 책을 직접 읽어 보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류태형 박사는 70년대 가치를 고수하는 보수적 인물이고, 또한 강연 내용도 그의 보수적인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황농문 교수보다 류태형 박사의 강연이 훨씬 더 귀에 쏙쏙 들어온다는 점입니다. 

 황농문 교수의 방송은 분명히 책에서는 정말 재미있게 읽은 내용인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별 감흥이 없습니다. 논리적으로 보면 분명히 좋은 내용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의 접근은 지나치게 논리적이라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재미있게 내용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자신의 입장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를 강력하게 전달합니다. 그 덕분에 논리적으로 자신이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마치 논문을 읽는 듯이 재미가 없습니다. 이에 반해 류태형 박사는 그야말로 재미난  이야기꾼입니다. 논리의 힘을 빌어 하나씩 생각해 보면 그의 이야기는 개발독재 시대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러한 논리가 재미난 이야기 사이사이에 숨겨진 탓에 거부감이 별로 없습니다. 거기에 관객의 호흥까지 더해지자 그의 빈약한 논리는 힘을 더합니다. 




3. 시사점

 사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처음에는 뛰어난 내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관객과의 충분하지 못한 소통으로 빛을 바랜 황농문 교수의 소통 방법에 대한 아쉬움과 개발독재 시대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뛰어난 소통 능력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류태형 박사의 뛰어난 소통 능력에 대한 대비를 할 작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을 조금 달리합니다. 비록 황농문 교수의 소통 방법이 일반 대중을 상대로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지라도 논리적 접근을 기본으로하는 논문의 입장에서는 류태형 박사의 스타일보다는 우수합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면, 류태형 박사의 경우 일반 대중을 상대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탁월하게 전달하지만 만일 전달 대상이 일반 시청자가 아닌 전문가 집단이었다면 그의 방법 역시 문제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의사 소통 방법을 선택해 사용할 줄 알아야겠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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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익숙함 속에서 낯설음

 TV에서 서울을 여행하는 여행자의 이야기를 다룬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이미 한국의 대중문화가 아시아 전역을 넘어서 전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매체를 통해서 알고 있어서, 서울을 여행지로 선택한 사람이라면 응당 외국 관광객이 바로 본 서울의 이야기가 내용일 것이라고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TV 프로그램 속에 등장한 두 여행자는 한국인입니다. 이들은 서울 토박이에 전세계를 여행하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여행작가입니다. 한국인 전문 여행가의 눈에 비친 서울. 이것이 이 프로그램의 의도였습니다.

 이야기는 인천공항에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여행에는 규칙이 있습니다. 한국여행을 소개한 영문 책자을 바탕으로 하고 3일을 견딜 수 있는 최소 경비만이 주어집니다. 그래서 두 서울 토박이의 여행이지만 이들의 모습은 흡사 유럽으로 배냥 여행으로 떠나는 모습과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프로그램의 재미는 이들의 눈에 비친 서울을 꽤나 낯설다는 것에 있습니다. 서울은 이들이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온 공간이지만, 여행 책자를 통해 본 서울의 모습은 이들에게 익숙한 서울의 모습과는 천양지차입니다. 평소에 접하고 생활했던 것을 접하기 보다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나 관심이 없었던 것들이 더 많이 눈에 보입니다.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장소에 있어도 이방인으로 바라보는 모습과 내부인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이렇게 다릅니다. 그리고 그 다름은 서울에 대한 '무관심'에서 왔고, '왜곡'에서 왔습니다. 익숙함 속에서 발견한 낯설음.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 봤을 때, 다르게 보이는 것이 비단 서울의 모습만은 아닐 겁니다. 비록 잠깐의 TV 시청을 통해 가져본 생각이지만 익숙함 속에서 낯설음을 찾아야 또 하나의 발전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제가 제 스스로에게 하는 말입니다.


2. SJ양

 SJ양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치열하게 고민했던 학부 4학년 여름 방학이 었던 2002년 여름에 알게 된 사람입니다. 행동하지 않고 고민만 한다고 해결책이 나올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상을 벗어나서 생각해 볼 요량으로 상하이에서 시작해 시안과 충칭 그리고 기억나지 않는 여러 중국 서부 내륙 지역을 거쳐 베이징으로 나오는 여정의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 때 함께 간 많은 친구들이 참 좋은 사람들이었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종종 그들을 봅니다. SJ양도 그 시절 함께 간 친구들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SJ양은 다른 친구들과 달리 족히 3~4년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렇게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는 주말에 잠깐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제 기억 속 SJ양은 지금껏 23살의 어린 여학생이었습니다. 그런 인상이 강했던 건 그 시절 SJ양의 나이가 23살이기도 했지만, 자그마한 체구 덕분에 더 어리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본 SJ양은 어엿한 4년차 직장인이자 사회인입니다. 그런 면에서 사회적 경험에서 볼 수 있는 스펙트럼이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저보다 더 다양합니다. 거기에 그간 그녀가 겪은 풍파 역시 만만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사실 SJ양을 마냥 어린 친구로 떠올리고 있던 만큼, SJ양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격려를 해 줄 요량으로 봤습니다만, 오히려 그녀의 내공에 보통이면 입도 떼지 않았을 제 이야기를 하고 왔습니다.

 분명 또 다시 한동안 보지 못하다가, 이번처럼 갑작스레 연락이 닿아 볼 것이 확실한 SJ양이지만, 다음에 볼 그녀는 얼마나 더 성장해 있을지 자뭇 기대가 됩니다. 물론 저도 그녀 못지 않게 무럭무럭 자라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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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 피셔, Len Fisher 지음 | 박인균 옮김 | 추수밭 | 200910

 


1. 멀게만 보였던 게임이론 (theory of games)


 제가 게임이론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건 군사 전략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을 설명하고 논의하는 보고서를 통해서였습니다. 사실 '군사전략'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매력에 솔깃했고 내심 흥미로웠습니다만, 바로 관심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웬지 ‘게임이론’은 제가 공부하는 과학보다는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어울려 보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당장 전략적 판단이나 이를 바탕으로 한 알고리즘으로써의 게임이론’을 제가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없다는 점 또한 즉각적인 관심을 갖는데 주저함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게임이론은 오랜 시간동안 매력적이긴 하지만 저와는 별반 상관없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이론'에 대한 책인 가위바위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을 생각을 갖게 된 건 순전히, 이 책의 저자 렌 피셔, Len Fisher 때문입니다. 예전에 그가 Physics takes the biscuit라는 제목으로 물리학적으로 어떻게 하면 커피와 비스킷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지에 대해 연구해 최고의 과학 학술지 중 하나인 Nature 출판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이런 독특한 주제를 연구하는 물리학자도 있고 이런 내용이 Nature에 나올 수도 있구나하며 신기해했었는데, 신기한 물리학자라고 생각했던 렌 피셔가 이 책의 저자였고, 물리학자의 눈에 '게임이론'은 어떻게 보였을지 궁금해졌습니다.

 


2. 내시 균형, Nash equilibrium


 '게임이론'을 설명하는데 핵심은 '내시 균형'입니다. 사실 '게임이론'이니 '내시 균형'이니 하니까 처음부터 그 내용이 무척이나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지만 늘 그렇듯 핵심은 간단한 법입니다. 역시 내시의 균형을 설명하는데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내시는 실제 사회적 상황에서 어느 쪽도 손해 보지 않고 빠져 나갈 수 없는 상태를 균형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런 균형상태에서 단독으로 누군가 전략을 바꾸면 전체 상황은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내시가 발견합니다. 그리고 협력적 해결책(협상한 협의안)이 내시 균형을 이루지 못할 경우, 하나 또는 둘 모두 이후 전략을 바꾸어 자신에게 더 유리한 결과를 얻으려 하면서 협력은 깨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3. 게임이론의 장점


 사실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이 윤리나 도덕 같은 내적 규율을 통해 협력을 이루어 나가는 것 만큼 좋은 선택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실생활의 대부의 경우, 윤리와 도덕을 통해 협력을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법이 발달하게 되고, 이러한 외부 규율에 통해 사람들을 서로 협력합니다. 하지만, 만사를 법으로 해결하는 것에 또한 모두가 알고 있듯이 능사는 아닙니다. 이러한 점에서 내시 균형에 바탕을 두고 외부 규율 없이 자발적으로 행동하도록 하는 게임이론은 매우 매력적입니다. 또한 알고보면 그 내용 역시 매우 간단하면서도 그 결과는 강력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직접 자신의 생활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책에서는 이야기하는 여러 딜레마를 실험해 보면서 자신이 펼치는 '게임 이론'의 효과를 이야기합니다.

 


4. 아쉬움


 이 책의 장점은 저처럼 게임이론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읽기에도 별 부담이 없는 평이한 설명입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대로, 저자의 실생활을 속에서 스스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이야기의 당위성을 독자에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저는 이 부분이 좀 아쉬웠습니다. 분명 저자가 실생활에서 간단하게 보여 줄 수 있는 예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수 있지만, 저자가 물리학자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물리학자의 입장에서 사회적 현상을 통계적 접근을 통해 이해하고 설명하며, 그 속에서 게임이론과 내시 균형을 적용하며 정당성을 주장했었으면 훨씬 더 책의 내용이 알찼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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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먼 록웰, Norman Rockwell 을 알게 된 건 순전히 시골의사 블로그를 통해서 였습니다. 그의 블로그에는 수많은 화가와 그들의 미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있지만, 그 중 제 관심을 끈 것이 바로 노먼 록웰의 자화상입니다.


Triple Self-Portrait
1960
The Saturday Evening Post, February 13, 1960 (cover)
Oil on canvas
44 1/2 x 34 3/4 in.
The Norman Rockwell Museum at Stockbridge (Massachusetts)

 


 

 이 그림을 보자마자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모습을 본다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비록 거울을 통해 나이든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그가 그리는 모습은 훨씬 더 젊고 멀쑥한 모습입니다. 제게 이 그림은 보이는 모습이 현실의 모습과 다를지언정 꿈이나 바램이 투영되면 어떻게 되는지를 정말 잘 보여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캔버스 좌측 상단에는 스스로 바라는 모습이 우측 상단에는 유명한 화가들의 자화상이 걸려 있는 걸 보면, 거울을 통해 자신을 보고 있지만 그려야 할 자신의 모습은 벌써 정해져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현실은 비루할지라도 삶은 꿈과 기대를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고 작가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림을 잘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저는 이 그림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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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실마리 서

 

 앞선 두 편의 글에서 그간 꽤 긴 슬럼프(slump) 모드 속에서 생활해 왔었음을 고백한 바 있습니다. 아쉽게도 그 여파가 아직도 완벽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찌질하게도 그 연장선 상에서 슬럼프는 여전히 제 관심 키워드(keyword)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슬럼프에 관련된 무엇인가가 눈에 띄면 평소보다 큰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러던 차에 아주 오랜만에 올라온 피플웨어의 새로운 포스트가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2.     , 근본 본


   한동안 쉬었던 블로그를 다시 시작합니다. 같은 일을 오래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이 무언가를 생산하고 있는  아니라, 스스로를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때가 있습니다.

타성에 젖어있는 자신을 깨닫는 순간.

그때는 과감하게  손에서 놓고 재충전(놀거나 여행을 가거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거나 등등)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상황이 허락해야 하겠지만요.

하여튼, 그러고 왔습니다. 오랜만에 책을 많이 읽고 새로운 분야에 대해 연구도 하니  좋네요.

                                                             - 피플웨어 내용 중

  

 같은 일을 오래하다가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 얼마나 공감이 가는지 모릅니다. 스스로 만든 질곡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도, 남들에게 터놓지 못했던 부끄러운 슬럼프의 이유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봤기 때문입니다. 정말이지 시간이 흘러가면 갈수록 스스로를 소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속이 비어가는 걸 느낍니다. 그럼에도 속이 꽉 찬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열망은 열망대로 살아있어서 둘 사이의 공백은 더 크게 아파옵니다. 그러면서도 공백을 줄일 생각과 행동을 할 엄두는 내지도 못합니다. 그저 살인도 면한다는 , 참을 인의 힘을 빌러 상황을 유지하기도 급급합니다.

 


3.     , 맺을 결

 

 피플웨어의 류한석님은 해결책으로 재충전을 꼽았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상황이 허락하지 않을 때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해결책이라고 찾은 것이 소식영허(消息盈虛)입니다. 그저 막연히 소식영허를 화두 삼아 살아보면 공허함이 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몇 달이 후면 정말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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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지음 | 김영사 | 2009 2

 

 

1.    들어가는 글


 제가 슬럼프(slump)에 빠져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던 사실은 이미 앞선 글에서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반이 넘게 지났습니다. 그런데 저는 여전히 그간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도 마냥 손 놓아 기다리며 마냥 나아지기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비록 침소봉대(針小棒大)하는 성격을 탓에 실체보다 그 어려움을 훨씬 더 크게 느끼곤 하지만, 그래도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라는 주역(周易) 가르침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간 모자람을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과 관계 향상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해 보려고 부단히 애썼습니다. 당장 어떻게 변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판단할 만할 수 있는 예지(叡智)는 가지지 못한 채,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며 통하면 오래간다는 가르침의 실천은 제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유명한 블로거이신 Inuit님이 작성한 포스트를 통해 알게 된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읽었습니다.

 


2.     내용


 책의 내용은 수기치인(修己治人)이라는 말로 축약(縮約) 할 수 있습니다. 누구라도 들어보았을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기본으로 위기지학(爲己之學)에서 시작해 위인지학(爲人之學)을 향해 살아갈 것을 책 전체에 걸쳐 일관성을 가지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책 내용이 무척이나 간단하게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600여 쪽에 달하는 분량도 분량이지만, 가벼운 소설이나 수필을 보듯 읽어나가면 이 책의 참 맛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스스로의 경험을 떠올리며 꼼꼼히 따져 읽어 볼만하고 또 그래야 합니다. 모든 책이 그렇겠지만, 특히 더 책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스스로 가진 깊이에 더더욱 비례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완벽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특히 중반을 넘어가면서 비슷한 내용이 여러 차례 등장하는 것은 정말 아쉬움이 컸습니다. 또한 글의 짜임새 역시 앞부분에 비해 못합니다.


 앞서 책의 내용이 위기지학을 바탕으로 위인지학을 지향(志向)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전체 사회() 도 결국은 개개인()이 모여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위기지학와 위인지학의 경계가 그렇게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그 둘을 함께 어우르는 영역도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편의상 제 입장에서 두 가지를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위기지학을 자신을 위한 것인 만큼 바탕공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역경(逆境)에 쉽게 좌절하는 사람은 순경(順境)에 쉽게 교만해지기 마련이라는 구절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이러한 바탕공부가 충실히 되었을 때야 지리멸렬(支離滅裂)하며 각개격파(各個擊破) 식이 아닌 일사불란(一絲不亂)하고 명약관화(明若觀火)해야 하고자 하는 바를 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제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전에 없던 새 것은 없고 모든 것은 옛 것의 기초 위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옛 길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나만의 색깔로 나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보면서 저는 위인지학을 떠올렸습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과 위인지학은 별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쓸모를 따지고 실용에 바탕을 강구실용(講究實用)의 입장에서 옛 것을 바라보기를 주문하기 때문입니다. 일을 강구할 때는 제대로 된 목자와 범례를 세워서 전체 그림을 그리라는 선정문목(先定門目)과 먼저 모으고 다음에 나누고 다시 그룹 별로 묶으라는 휘분류취(彙分類聚) 또한 언뜻 보기에는 위기지학의 입장에서 보게 됩니다. 하지만 선정물목하고 휘분류취해서 자신이 정확히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이것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잘 소통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큰 범주에서 위인지학으로 봐도 무방해 보입니다.

 


3.     맺음말


 첫머리에서 주변사람들과 더 친근한 관계를 통해 슬럼프를 극복해 보려고 애썼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는 걸 알면서도 눈 가려 외면하고는 그럴싸하게 주역의 구절을 가져와 스스로 당위성(當爲性) 부여하려고 했습니다. 궁하면 변해야 하고 변해야 통하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기는 하지만 보기에 좋다고 초승달이 단 번에 보름달이 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수기치인하며 앞 뒤 연유(緣由)를 잘 살펴보며 효제(孝悌)하고 근검(勤儉)하는 것이야 말로 제 스스로 발전하고 당면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천천히 읽어 보기를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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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oogle 리더

 

 소통의 중요한 수단으로 블로그(blog)가 사용되면서, RSS 리더를 통해 각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블로그 속 글을 구독하는 것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저 또한 RSS 리더를 통해 몇몇 블로그를 꾸준히 구독하고 있습니다. Han RSS를 비롯해 다양한 Web 기반의 리더와 설치형 리더가 있습니다만, 저는 그 중 Google 리더를 사용합니다. 평소 Gmail을 사용하는 터라, 메일을 확인하면서 수시로 리더도 함께 확인해 보는 게 편리해서입니다. 그러다가 Google 리더가 한 블로그에서 글을 얼마나 읽어오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한참 스크롤을 내리면서 얼마나 많은 글을 읽어 올 수 있는지 확인해 봤는데, 1,000편의 글이 Google 리더가 읽어 올 수 한계치였습니다. 1,000편이라고 하면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블로고스피어스를 돌아다니다 보면1,000편 이상의 글을 가지고 있는 블로그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개인 블로그에서 1,000의 글이 넘어가면 시간 간극도 4~5년은 훌쩍 뛰어 넘어버립니다.

 


2.    류한석의 피플웨어 (peopleware.kr)


류한석의 피플웨어(peopleware.kr)Google 리더에서 불러 올 수 있는 최대의 글을 불러온 다음 오랜 시간 동안 여유를 가지고 한 편씩 해서 1,000편의 글을 다 읽은 첫 블로그입니다. 류한석님은 Zdnet 칼럼을 통해서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는데, 그는 널리 알려진 칼럼니스트 이기도 하지만 매우 유명한 IT 아키텍처이기도 한 사람입니다. 그런 만큼 그의 블로그에서는  IT에 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블로그에서 1,000편의 글에 도전한건 IT분야의 깊이 있는 이야기 때문은 아닙니다. 사실 류한석님만큼 IT에 관해 이야기하는 블로그는 사실 많습니다. 제 마음에 든 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닌 사람의 문제다.’라는 이 블로그의 기치(旗幟)입니다. 실제로 피플웨어를 구경하다가 보면, IT 이야기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인식이나 가치관에 대한 글을 비롯해 음악 그리고 문학에 대한 글까지 다양한 글을 접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면에서 류한석님의 의견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가 살아가는 가치관은 분명히 제게도 유효하고 그런 만큼 곱씹어 볼 가치가 있습니다.

 


3.    시골의사 박경철 블로그

 

 피플웨어 정독을 끝낸 후 1,000편의 글에 도전한 블로그가 바로 시골의사 블로그입니다. 시골의사 박경철님은 주식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고, 저도 의사이시면서 주식에 관해 이야기하는 매우 독특한 분 정도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시골의사 블로그를 보면 류한석님과는 또 다른 스타일로 인생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음악, 미술, 그리고 책에 관한 이야기까지 내용이 풍성합니다. 과도한 한자 사용과 만연체로 늘려 쓰는 문체 때문에 많은 분량이 개인적 읽기 취향과 좀 맞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충분히 읽어 볼 만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피플웨어와 시골의사 블로그 모두 유학의 냄새가 다분합니다. 아마도 이런 특성에 제가 이 두 블로그에 더 많은 관심을 갖지 않나 싶습니다.

 


4.    다음 아고라 세일러


마지막으로 제가 최근 관심을 갖게 된 글이 다음 아고라에서 세일러님의 글입니다. 사실 다음 아고라는 제 관심 대상이 아닙니다. 그래서 미네르바 사건이 있었을 때도 저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피플웨에서 링크해 놓은 그의 글을 보고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외환의 또 다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었습니다. 비록 그의 글은 아직 1/3도 채 읽어 보진 못했습니다만, 외환문제를 중점으로 이야기하던 초기에 비해 그 후의 글은 정치, 경제를 비롯해 너무 많은 곳에 관심을 두고 있는 통에 초기의 글과 같은 참신함은 떨어집니다. (거듭 말하지만 그의 글은 아직 1/3의 채 읽어보지 못했고, 그 속에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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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절필(絶筆)


생전에 마지막으로 쓴 글 혹은 글씨와 붓을 놓고 다시는 글을 쓰지 아니함.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찾아본 절필의 뜻입니다. ‘절필을 제 블로그(blog)에 대입(代入)해봤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린 지가 한 달하고도 10일이 더 지났으니, 그간 저도 블로그에 절필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물론 스팸(spam) 몇 개가 달린 거 말고는 아무 반향(反響)도 없었지만 말입니다.

사실 저 같은 필부(匹夫)에게절필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세상에 대해 대단한 식견(識見)을 가진 것도 아니요, 필력(筆力)이 뛰어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굳이 격()에 맞지 않은 단어를 끌어다 쓴 건, 새로운 소통을 하고자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다짐 때문입니다. 막힘 없는 소통을 위해서라면 꾸준한 블로깅(blogging)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순전히 제 나약(懦弱)함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절필한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2.    예상치 못한 나약함


저는 기본적으로 매사(每事)에 불평불만이 가득한 염세주의(厭世主義)자입니다. 그러면서도 긍정적(肯定的)면도 제법 가지고 있어서, 나름 어지간한 어려움이 닥쳐도 그럭저럭 잘 해쳐나갑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제 주위의 시류(時流)나 세파(世波)에도 비교적 중심을 잘 잡아나가서 크게 흔들리는 일은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위기(危機)는 역시 방심(放心) 속에서 나타납니다. 일에 질질 끌려 다니는 상태에서 동시에 극심(極甚)한 압박(壓迫)이 기세를 떨치는 기간이 길어지자, 자신감(自信感)은 저와는 상관없는 단어가 되어버리고, 스스로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판단력(判斷力)까지 영향을 미쳐 따뜻한 가슴 속의 치밀한 논리(論理)는 사라지고, 즉흥적(卽興的)인 감정(感情)이 대신합니다. 냐약함의 영향은 근래 보기 드물게 긴 슬럼프(slump)로 나타났습니다. 먼저 가족을 제외하고는 일이 매개가 되어 반드시 봐야 사람이 아니라면 피해버렸고, 꾸준히 하던 운동도 독서도 중단해 버렸습니다.

 


3.    추스름


      블로그 절필도 긴 슬럼프의 일환(一環)이었습니다. 블로그 주요 소재인 책에 대해서도 제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서도 할 말도 많고 심지어 작성해 놓은 글도 있었지만, 그냥 올리기가 싫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요 며칠 계속 들었습니다. 이 글은 일상으로 복귀를 위한 시도의 일환이자, 제 스스로에게 하는 말입니다.

 


 덧말. 이 글을 빌어, ZH에게 미안함을 전합니다. 아무 잘못도 없었는데,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스스로 무너지고 있던 때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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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램지, Gordon Ramsay 지음 | 노진선 옮김 | 해냄출판사 | 20099




1. 슬럼프 그래서 더욱 큰 기대치

 

 요즘 가을을 타는지 슬럼프를 겪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보잘 것 없던 빈털터리 인생을 꿈과 열정에 살짝 굽고 근성으로 완전히 익혀 성공하기까지라는 문구로 선전하던 책 고든 램지의 불놀이 : 슈퍼 쉐프 고든 램지의 한 도전과 성공, Gordon Ramsay’s Playing with Fire’를 접했습니다. 매사 귀찮아 게으름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상태에서 봐서 그런지 열정과 근성으로 성공에 이르렀다는 선전 문구는 이 책이야 말로 슬럼프의 구렁텅이에서 빠져 나갈 수 있게 해 줄 것만 같았습니다. 실제로 책장을 열자 마자, ‘누구보다 조금 나은 정도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최고의 경지에 올라야만 했다는 그의 이야기에서 책에 대한 기대치를 최고조에 달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필요한 것은 바로 고든 램지와 같은 열정과 노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 책을 읽어 나가면서


비록 세련되지 못한 표현이었지만, 성공에 대한 강한 갈망과 강력한 실행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저자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같이 정제된 언어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부류의 책을 선호합니다. 이에 반해, 이 책은 읽어 나갈수록 제가 선호하는 부류의 책이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했습니다. 자극이 필요할 때는 정제된 언어보다 자극적인 언어가 더 좋을것이라고 한 생각은 그저 오판(誤判)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320쪽 밖에 되지 않는 분량이 21()으로 나눠 놓은 것에서 미루어짐작할 수 있듯이, 내용 역시 깊이가 없습니다. 아울러 내용이 깊이가 모자란 만큼 책을 통해 저자의 폭넓은 사고를 보기도 힘듭니다. 그러자 책에 대한 기대치는 금세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책의 말미에 기부를 비롯한 몇몇가지 저자의 가치관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만, 제 눈에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해 보입니다. 슈퍼 쉐프 고든 램지의 한 도전과 성공의 주된 관심사는 많은 돈을 버는 세속적 성공입니다. 


 



3. My way


그렇다고 해서 책을 읽으면서 배운게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저자인 고든 램지는 책에서 철저하게 자신의 방식대로 열심히 일하고 그를 바탕으로 성공에 이르렀습니다. 비록 그의 성공 목표가 제 경우와 다르기는 하지만 남의 방식이 아닌 자신의 방식을 통해 성공에 이르렀다는 것은 분명 새겨둘만 합니다. 이상적 조건과 상황을 상정해 놓고, 이상적인 모습을 추구하기 위해 제가 변하려하면서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거린 저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는 것도 분명히 중요하지만, 변화도 스스로 확고한 중심을 가지고 있을 때야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http://withthink.textcube.com2009-10-14T13:15:09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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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타우츠, Jürgen Tautz 지음 | 헬가 R. 하일만, Helga R. Heilmann 사진 | 최재천 감수 | 유영미 옮김 | 도서출판 이치 | 2009 5

 

 

  1. 책 첫인상 : 그저그런 꿀벌 이야기

 

 사실 저는 이 책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 : 초개체 생태학, PHÄNOMEN HONIGBIENE’을 두고 별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기껏해 파브르 곤충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아류작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꿀벌 생태에 대한 단순한 관찰을 바탕으로 마치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냥 떠들며 지면을 채워놓았을 줄 알았습니다. 또 그도 그럴 것이 꿀벌 군락(colony)이 시공간의 물질과 에너지를 경영하는 자연의 가장 놀라운 신비라는 책의 첫머리에서부터 과장의 냄새가 짙었고, 꿀벌을 곤충이라고 말하면서도 꿀벌이 포유동물의 모습을 보인다는 말은 대체 뭥미~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2. 경이로운 꿀벌 이야기


그런데 책에 대한 우려(憂慮)는 그저 기우(杞憂)일 뿐이었습니다. 찬찬히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하자마자, 단순한 관찰 사실을 늘어 놓은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꿀벌의 진화와 생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첫 단원에서부터 세포(cell) 수준에서 얼버무림없이 논리적 전개를 통해 설명해 나갑니다. DNA와 세포 분열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성을 이야기의 출발로 삼는 것에서 저자가 꿀벌 연구에 있어 진정한 대가라는 사실을 금세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 꿀벌 군락의 가장 큰 특징으로 지속적이로 논의되는 것이 초개체로써의 모습입니다. 그 중 인상적인 꼽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다세포생물에서 생식세포라는 특별한 세포가 유전물질을 전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초개체에서는 특화된 동물이 유전물질을 전달한다. 그리하여 유전자를 직접 전달하는 소수의 생식동물과 번식은 하지 않지만 개체군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다수의 개체로 이루어진 초개체가 탄생했다.  - 38

꿀벌 군락은 유성 생식을 하는 다른 동식물과 마찬가지로 생식 세포의 형통을 이어감으로써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불멸하는 초개체 군락 내에 불멸의 생식 세포를 담아, 분봉을 통한 증식이 이루어지게 한다. 이런 방법은 초개체 꿀벌 군락의 생애주기를 단순화시키며 결과적으로 초개체를 불멸하게 한다.  - 53



   3. 책을 읽으며 그리고 읽고 나서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꿀벌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에 있습니다. 꿀벌의 탄생에서 시작해 의사 소통법을 포함한 특징, 짝짓기, 꿀벌이 부화되는 과정, 그리고 벌집의 구조와 특징 같이 폭넓은 시각으로 꿀벌을 바라보면서도 그 깊이가 심상치 않습니다. 단박에 봐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통한 관측과 분석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며, 부분의 수준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창발적 특성을 갖는다는 사실을 꿀벌의 생태를 통해 보면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인간 사회가 가져야 할 궁극적인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책에 실린 꿀벌 사진에 대한 이야기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입니다. 꿀벌의 생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을 워낙에 잘 사진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그 과정에 있었을 엄청난 노력에 책을 보는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4. 아쉬운 점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꿀벌의 생태나 생물학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이 읽기에도 별 어려움이 없을만큼 쉽게 설명을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도 설명의 깊이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이것은 분명 저자의 탁월한 서술에 기인합니다. 그런데 책의 말미(末尾)에 이러한 장점이 조금 희석되는 감이 있습니다. 보통의 책이였다면 흠으로 보이지 않았을 문제이지만, 책 전반에 걸쳐 워낙에 쉽고도 자세하게 잘 설명해 놓은 터라 작은 티끌도 큰 흠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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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iththink.textcube.com2009-10-10T05:42:440.31010

유정아 지음 | 문학동네 | 20098

 

 

1.     호감가는 제목, 말하기 강의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 소통의 기술, 세상을 향해 나를 여는 방법, The Art of SPEAKING’을 보면서 인상적인 것은 말하기 강의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서적을 포함한 어떠한 제품을 봐도 과장되고 자극적인 이름이나 제목이 마케팅의 중요 요소로 손꼽는 시대에 말하기 강의라는 소소한 제목이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너무 기본적인 것이라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지만, 실은 썩 잘하지 못하는 말하기에 대한 인식과 관심 덕분에 저는 흥미를 가지고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네트워크 사회라는 말을 굳이 쓰지 않아도, 또 네트워크 사회가 아니라 해도, 사람은 누구나 타인과의 관계를 맺고자 하는 본능을 갖고 있다. 관계성은 인간의 기본욕구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그런 욕구를 갖는다는 것은 위의 두 놀이터 관찰 사례에서 보다시피 부끄러울 것도 자존심 상할 것도 없는 자연스런 것이다.  - 21


2.     책을 읽어 가면서

 

 책을 읽어 나가다가 자신의 사례를 책에서 보면 더 관심을 가지고 읽어나가게 됩니다. 이 책을 보면서도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 할 때는 편안하지만 친하지 않은 사람과 단 둘이 대화할 때나 소집단 안에서 이야기할 때 어려워합니다. 그런데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생각보다 꽤 많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더 흥미롭게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만, 아쉽게도 이러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은 따로 없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저자의 말하기에 대한 인식을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을 접하다 보면 자신만의 방법만이 만능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리고는 자신만의 방법론을 절대시합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유정아는 그런 우() 는 범하지 않습니다. 책 전체에 걸쳐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확신하고 다른 것들을 배척하지 않는 열린 자세는 바람직해 보였습니다.



교정을 권고한다 할지라도 어디까지나 의견을 제시하고 이런저런 가지를 쳐주는 것일 뿐, 내 생각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앞서 말했듯,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이러저러한 것들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기준을 정해 제시하기는 힘들다. 유창한 말솜씨, 정확한 발음과 힘 있는 목소리, 안정감 있는 자세, 적당한 말의 속도와 어조의 변화, 자신 있는 태도와 눈 맞춤, 유연한 제스처 등 우리가 훌륭한 화자의 특질이라 여기는 능력들은 화자가 이를 제대로 체화하고 자연스럽게 표출할 때 빛을 발하는 것이다. 생각이나 내용보다 말재주가 앞서 화려한 언변이 허망하게 느껴지는 경우, 이와 대조적으로 진땀을 흘리고 눈도 제대로 못 맞추지만 말하는 사람의 진심이 느껴지는 경우를 비교해보자. 누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겠는가. 어떤 기준에 근거해 누가 말을 잘한다고 판단 하겠는가.   - 65



3.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하기 강의의 교재 입니다. 그래서 책의 중반부로 가면 교과서적인 서술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자가 책 전반에 걸쳐 자신의 이야기하는 방식만이 옳은 것이 아니라고 누차 이야기하지만, 교과서적 단편성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강의를 위한 교재의 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나운서 시절의 에피소드나 말하기 수업 도중의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는데, 이것은 독자의 관심을 상기 시킬 수 있을 수도 있지만, 책의 어정쩡한 정체성에 놓이게 되는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어 보입니다.


수업은 자아를 생각해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소통이라고 하면 타인과의 소통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모든 소통은 자신과의 소통intrapersonal communication과 동시에 또는 그 이후에 이루어진다. 흔히 소통은 타인과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그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끊임없이 자신과 소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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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iththink.textcube.com2009-09-27T10:43:440.31010

미우라 시온, 三浦しをん지음 |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8

 

 

1.    나오키상 그리고 미우라 시온, 三浦しをん


 비교적 책 읽기를 즐겨하면서도 일본 책, 특히 소설은 꽤 오랫동안 의식적으로 피해왔습니다. 읽을 만한 책도 많은데 굳이 일본의 문학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시덥지 않은 민족주의의 발로(發露)가 그 이유였으니, 일본문학에 대한 제 인식 수준은 말그대로 유치뽕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하게 내 남자, 채굴장으로, 切羽와 같은 나오키상 수상작을 읽으면서 일본 문학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유치한 내용의 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오키상 수상작의 경우 잘짜인 구성과 흡입력있는 이야기로 제 시선을 사로잡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검은 빛의 작가 미우라 시온 역시 나오키상을 매개로 알게 된 작가입니다. 저는 미우라 시온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 2, いている을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알고 읽었습니다. 전형적인 성장 소설에 청춘 소설의 얼개를 따르면서도 잘짜인 구성과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가 나오키상을 받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수상작은 다른 책은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이었습니다. 하지만 명불허전(名不虛傳)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연이 이 책 검은 빛, 을 읽게 해 주었습니다. 

 



2.    전작과의 완벽한 대비


 앞서 언급한 대로 제가 읽은 작가의 전작인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지쿠세이소에서 함께 사는 간세 대학 육상부 학생들이 하코네 역전 경주에 참가하는 과정을 밝고 신나게 풀어간 이야기입니다. 이에 반해 신작 검은 빛은 완전히 다릅니다. 음침한데다가 이야기는 불합리와 악의로 가득 차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하코네 역전 경주에 참여하는 이야기와는 달리 인간의 생사는 인간의 의지 보다는 우연에 따르며 폭력을 통해 쟁취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작가란 무릇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함이 당연합니다만, 이야기 기저에 흐르는 가치관마저 전작과는 완전히 책 속 이야기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3.    간략한 내용


 검은 빛은 노부유키, 미카, 그리고 다스쿠의 이야기 입니다. 이들은 미하마섬에서 태어나서 함께 자란 사이입니다. 다스쿠는 노부유키의 먼 친척입니다. 그런데 아버지에게 늘 맞아 온몸에 멍이 떠날 날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스쿠는 노부유키에게 의지하려 듭니다. 노부유키와 미카는 같은 나이로 중학교 2학년입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함께 자랐지만, 근래 들어 성관계를 가지면서 더 친해졌고 노부유키의 머리 속에는 미카 생각만이 가득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섬에 쓰나미가 닥쳐 옵니다. 산사에서 몰래 만나려고 집을 빠져 나온 노부유키와 미카, 그리고 노부유키를 따라다니는 다스쿠를 빼고는 섬 사람들이 모두 갑작스런 쓰나미에 목숨을 잃습니다. 그리고 바다 낚시를 나간 외지 관광객 야마나카와 다스쿠의 아버지 요이치, 그리고 등대지기 할아버지도 살아 남습니다. 그러는 사이 미카를 범하는 야마나카를 보고 노부유키는 미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그를 목졸라 죽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노부유키와 미카의 비밀을 폭로하겠다는 다스쿠 마저 노부유키가 죽이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4.    책을 읽고 나서


 책 속 노부유키는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으면서 정작 중요한 것들은 운에 맞겨 버리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어합니다. 이런 것들에서 평온과 구원을 찾는 것과는 상관없이 죄()의 유무나 선동의 선악에 관계없이 폭력은 분명히 사람들에게 불현듯 찾아온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항할 수단으로는 폭력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도덕이나 법률 혹은 종교에서 구원 받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은 그저 진정한 의미에서 고통 당한 적이 없거나, 어지간히 둔하거나, 용기가 없을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 관심과 고민이 많은 편입니다. 저는 책 속 노부유키가 비웃는 삶을 추구해 왔습니다. 그래서 폭력에 대항하는 폭력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가 책을 읽어가는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가정 폭력에 대해서는 그간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통해 가정 폭력 그 중에서도 아동 폭력에 대해 관심을 환기(喚起)시킬 수 있었습니다.


 보통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라며 픽션(fiction)이라고들 합니다. 그 중에서 자전적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작가의 경험을 특별히 언급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저는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는 전개되어 나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연 이 책의 작가 미우라 시온의 유년(幼年)시절이 어떠했까 정말 궁금했습니다. 어린 중학생들의 성욕(性欲)과 치정(癡情)살인 이야기에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서야 한다는 생각도 결국은 작가의 경험 속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같은 경험을 하고서도 노부유키와 미카 그리고 다스쿠가 각자의 입장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 들이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신기했습니다. 그 결과 각자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다른 인생을 살아가느 것을 보면 타인은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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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진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8


 

1.     유가(儒家)와 장자(莊子)

 

 이 책 장자 21세기와 소통하다를 이야기하려면 먼전 언급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공자의 학설과 학풍을 신봉하고 연구하는 유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전통적으로 유가의 학풍이 우리나라의 사상과 윤리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무도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물론 저 또한 이러한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서, 제 가치 체계와 윤리 체계에서도 유가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어느 것보다 크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지금껏 학교 교육을 통해 배운 노장사상(老莊思想)에서 장자의 사상을 떠올려 보면 유가적 입장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렇지만 알고 있는 것들이라곤 사회나 윤리 교과서에 읽었던 몇 줄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 책을 읽은 것은 이러한 아쉬움에 대한 반동(反動)적 요소가 큽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장자의 사상에 대한 조금 더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제가 신봉(信奉)하는 유가의 사상과는 유사점과 차이점을 알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

 


2.     핵심내용


제자백가(諸子百家) 중 도가(道家)의 대표로 손꼽히는 장자의 사상을 짧은 몇 문장을 통해 그 진수(眞髓)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문구를 통해 미흡하게나마 장자의 가르침을 비교적 간단하게 배울 수는 있습니다. 장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단어는 ()()’입니다. 장자는 유가에서 추구하는 성(), (), (), (), 그리고 인()과 같은 가치는 사회가 기대하고 요구하는 가치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주입되거나 요구된 가치를 넘어선 참된 가치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에게 있어 도()는 어떤 대상을 욕구하거나 사유하지 않는 무위(無爲)이고, ()은 사람들 내면의 순수한 정신, 맑은 영혼을 왜곡시키는 윤리의 허울과 틀에 박힌 도덕적 가치를 부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장자는 사람들 내면의 순수한 정신, 맑은 영혼을 왜곡시키는 껍때기의 윤리와 틀에 박힌 도덕적인 가치들을 부정한다.

 

그런 가치는 대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신념과 명분으로 나타난다. 명분이란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것이다. '논어'에서 공자가 말한 대로 "명분이 없으면 말이 순조롭지 않고, 말이 순조롭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자가 볼 때 '명분이란 본질의 껍데기'이며 실천을 위해 걸어놓은 기치일 뿐이지 실천 그 자체는 아니다. 그러므로 신념이나 명분에 매달리다 보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것이 장자가 말하는 요점이다.


 '충성', '믿음', '청렴', '정의' 등의 명분에 목숨을 걸고 스스로 죽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런 명분을 남에게도 들이대면 그 폐해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전통'이라는 이름 하에 껍데기 풍습을 고집하거나, '민주'라는 신념 속에 질서를 무시하는 잘못 역시 거짓 가치로 포장된 명분의 폐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럴 듯한 가치를 띤 명분 앞에서 객관적인 상황 판단을 못한다는 점이다. 깨끗한 게 좋다고 하면 더러움이 전제되고 만다. 더럽다고 여겨지는 것이 의식되기 때문에 깨끗함에 기울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추구하는 어떤 가치가 옳다는 신념을 갖다보면 남의 그른 것을 용인하지 못하고, 심지어 남을 바로잡으려는 일을 서슴지 않게 된다.                          - 24


그렇다면 그런 가치관의 신념이란 죽음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절대적인 것인가. 장자가 볼 때 사실 이런 신념은 배운 것이 작용한 것이고 밖으로부터 요구된 가치일 뿐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나라와 민족, 사회와 이웃, 가족과 나를 '위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는 이욕과 집착의 변형된 허울일 뿐 모두 하늘로부터 부여된 순수한 삶을 왜곡하거나 파괴하는 것이다. 실제로 역사상의 많은 정치적 재앙들은 대개 이런 집착의 산물이었다. 동서양 역사를 통해 국가의 지도자를 죽이거나 지도자에 의해 죽임을 당한 사람들, 남을 죽이거나 자신을 죽인 사람들은 사실 명분과 신념의 신봉자들이었다. 그것은 이욕과 집착의 다른 얼굴일 뿐이다. 장자가 주목한 것은 이렇게 외부로부터 주입되거나 요구된 가치를 넘어서 참된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다. 좋다고 '인식된' 가치란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 25~26

 

도척의 부하가 도척에게 물었다.

"도둑질에도 도가 있습니까?"

도척이 대답했다.

"어디에도 없는 곳이 있겠느냐?"

방안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아맞히는 게 지혜(智)이다.

침입할 때 앞장 서는 것이 용기()이다.

나올 때 맨 나중에 나오는 게 정의()이다.

도둑질이 잘 될지 안 될지를 아는 게 지식()이다.

분배를 공평하게 하는 게 어짊()이다.


현실에 충실하다는 것이 때로는 부당한 일에도 '성실'하고 '신의'있게 임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최선을 다한다'는 일이 남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욕망은 명분으로 포장되고, 명분은 언제나 지식으로 윤색된다. 지식으로 윤색되었지만 내용은 진정한 선행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 128



3.     책을 읽고 난 후 생각


  저는 유학(儒學)만큼 수신(修身)하기에 좋은 학문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 속의 경직(硬直)으로 인한 답답함은 내심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유가의 사상에 대한 대안(代案)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유가와 도가를 서로 대립적(對立的)인 관계라는 말은 아닙니다. 대립보다는 상보적(相補的)인 관계로 생각하되, 먼저 유가의 사상적 기반을 잘 다진 후에 도가의 사상을 취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정 수준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채 도가의 사상을 신봉하면 자칫 잘못하면 유가의 사상을 부정하기 위한 겉멋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책을 읽다가 보면 ‘~없다’, ‘~아니다의 형태로 이야기를 끝맺는 경우가 않다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정형(定形)적 표현보다 부정(否定)적 표현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부정적 인식이 가지는 한계도 분명히 있는데, 이러한 한계에 대한 인식과 고려는 충분했는지 역시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신발을 사러 가서 신어볼 생각은 하지 않고 발을 재려고 자부터 찾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당장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데도, 도와주는 실천에 앞서 경전의 말씀에 맞는지 안 맞는지를 따지려는 경직된 자세를 비판하는 것은 분명 새겨 들을 만합니다.

http://withthink.textcube.com2009-09-25T02:56:51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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