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률 지음 | 웅진윙스 | 2009년 6월
그런데 그 때를 기점으로 논문과 일에 극심하게 찌들어 살게 되면서,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이 둘에만 집중하기로 하는 어처구니 없는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 살아가는 것이 두부 자르듯 한 순간, 만족스러운 상태로 갑작스런 변화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 이후로 여전히 논문과 일에 끌려 다녔고, 그러는 사이 이 책 ‘딜리셔스 샌드위치’를 포함해 쌓여 있는 여러 책에는 눈길을 제대로 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용기를 내어 다시 책을 집어 들어봤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책 ‘딜리셔스 샌드위치’가 Prologue부터 그간의 제 일상을 비웃 듯, 제 생활은 잘못되었고 문화가 밥 먹여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2. 놀라움과 진부함
정말로 두럽습니다
예전엔 통장의 잔고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 두려웠습니다. 퇴직
후 길고 긴 노년을 무엇으로 버틸지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일 년 남짓 맨해튼 여기저기를 헤매보면서 정말로
두려운 대상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20년 넘게 한 극장에서 같은
뮤지컬이 공연되고 있다는 사실. 몇 시간을 서서 봐도 다 못 보는 어마어마한 양의 세계 명화가 한 곳에
모여 있다는 사실. 신문의 ‘비즈니스 섹션’보다 ‘아트’와 ‘스타일’ 면이 더 두꺼울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졌습니다.
– Prologue 중에서
문화가 밥 먹여주냐구요?
그렇습니다. 오늘의 뉴욕이 결코 돈이 많아서 파리, 런던, 도쿄를 밀어 제친 것이 아닙니다. 뉴욕의 문화가 뉴욕의 경제를 만들었습니다. 그 경제는 다시 문화를 살찌우고 있습니다. 그 논리는 철저히 개인에게도
적용됩니다. 현재는 경제자신이 더 낳은 사람이 부자이지만, 미래는
문화자산이 많은 사람이 더 풍요하게 살 것입니다. 제2의
산업혁명처럼, 지식경제사회가 문화비즈니스사회로 급속도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재테크 타령만 하고
있다가는 경제적으로도 한참 뒤쳐진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습니다. 뉴욕의 금융사회나 로펌이 고객과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을 통째로 빌려 그림을 보며 파티 하는 세상입니다. 문화를 모르면 경제도 모르는 시대입니다. 지금까지 경제적 능력이 문화적 능력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문화적
능력이 경제적 능력을 좌우할 것입니다.
– Prologue 중에서
그렇다고 이 책이 놀라움으로만 다가온 것은 아닙니다. 저자가
뉴욕에서 생활하면서 인식하게 된 우리사회의 취약점을 진지하게 풀어 놓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급변하는
사회에서 2008년 여름에 출간 된 책 속의 문제의식이 2011년 가을까지 그대로
유효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일본에 눌리고 중국에 치이는 샌드위치가 맛있는 샌드위치가 되기 위해서 문화적
요소가 가미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이미 net cracker나 역(逆) nut cracker라는 용어로 이 책의 저술 시점을 전후로 다양한 매체에서 여러 차례 지적되었습니다. 저 또한 Seri 보고서를 통해 여러 차례 비슷한 내용을 봤었습니다. 그래서 2011년 가을이 맞이 하는 시점에서 읽어 보기에는 아쉬움이 분명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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