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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프로그램 시청은 내게 PMP를 통해 TV 개그 프로그램 정도를 다운 받아 보는 정도가 고작이다. 그런 탓에 근래 기억나는 TV 드라마나 TV 애니메이션이 없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갤러리 페이크, ギャラリ-フェイク / Gallery Fake' 를 다운 받을 기회가 있었다. 의도치 않은 순전한 우연으로 나는 이 애니메이션을 접했다.

 사실 ‘갤러리 페이크’는 시리즈 형태로 출판된 만화를 다시 TV 시리즈로 바꾼 형태의 애니메이션이다. 그리고 전편에 걸친 내용은 전반적인 미술품에 대한 이야기다. 다만 흥미를 돋우기 위해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큐레이터로 명성이 자자했던 후지타 레이지가 ‘갤러리 페이크’라는 복제품을 전문으로 다루는 작은 화랑을 운영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가 전체 이야기다. 하지만 복제품을 전문으로 다룬다는 다른 것이 전부였다면 시시해졌을 이야기가 다른 대형 미술관에서 불법 유출된 것이나 장물 시장을 통해 싸게 구한 미술품을 비싸게 팔아서 이익을 내는 뒷거리 시장의 화랑이 바로 ‘갤러리 페이크’의 본 모습이라서 이야기 소재가 훨씬 더 다양해지고 흥미로워진다.
 물론 주인공 후지타는 메트로폴리탄에서 '교수'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단련된 미술품을 다루는 경험과 뛰어난 안목, 최고 수준의 미술품 복원 솜씨 로 애니메이션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제 미술에 대한 지식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그런 탓에 유능한 미술 사학자, 혹은 미술 기자가 들려주는 자상한 미술 이야기 같다는 느낌이 들론 하는데 미술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이 뒷받침이 그런 이유가 될 수 있다. 거기에 서양 미술품에서 시작해 아프리카, 아시아에 이르는 다양한 소재와 각각 소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은 말할 것도 없고, 실제 큐레이터라는 직업의 업무적인 부분까지 매우 세밀하게 부각시켜 전문성을 추구하는 일본 만화답다는 느낌을 갖게 해준다.

 주인공 후지타 레이지와 그의 조수 사라와 후지타와 늘상 대립하는 미타무라 관장. 이들이 서양의 전통 미술품을 놓고 펼치는 이야기와 런던 소더비 경매 시장이나 이집트 같은 다양한 배경을 놓고 펼치는 이야기가 미술에 대한 지식을 덤으로 주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재미를 느낄 수 있게끔 해주는 좋은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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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apella Musical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의 이야기를 들은 건 올 봄이었다. 친구들이 무리를 지어 함께 관람하고 와서는 늘어놓은 칭찬 때문에 내게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는 무척이나 궁금한 공연이었다. 하지만 무반주 합창 정도의 의미인 ‘a capella'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탓에 개그 프로그램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형식을 차용한 ’뚜비두밥~‘ 식의 아카펠라 공연이 아닐까 지레 짐작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이번 기회에 관람하게 되었다. 앞서 잠시 언급 했듯이, ‘뚜비두밥~’ 정도의 반복이 아닐까 생각하며 봤는데, 공연은 완전 예상 밖이었다. 내가 가진 아카펠라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할까...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에서 아카펠라는 단순한 무반주 합장이 아니었다. 아카펠라와 순간순간 변하는 무대가 혼연일체가 되는 배경음악이 되기도 하고 간간히 대사가 되기도 했다. 커다란 아름드리나무 한 그루만이 덩그러니 있는 무대도 매우 특징적이다. 하지만 공연 시간 내내 순간순간 상황에 맞추어 배우들이 연기해 내는 배경과 배경을 돋보이게 해주는 배경음악과 음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음악 못지않게 돋보이는 효과음까지 모두가 내 빈약한 상상력과 연출자의 고민으로 나왔을 풍부한 상상력을 대비시켜 주었다.

 풍부한 상상력을 통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무대와는 달리 공연 시간 내내 나무, 숲 거기에 호수까지 수많은 무대 배경과 각종 악기의 소리와 여러 배경에 적합한 효과음까지 내는 배우들은 보면 요즘 관객들은 날로 먹는 개그맨들 싫어한다는 한 개그맨의 말 맞다나 그들의 노력을 볼 수 있었다. 그 노력들이 관객에게 전해지고 그것이 호평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헛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공연의 이야기는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의 속편 같은 느낌이었다. 평강 공주의 시녀 연이가 평강 공주를 부러워하며 자신도 평강 공주처럼 살고 싶은 마음에 공주가 아끼는 거울을 비롯한 몇몇 가지 물건을 숲 속에 숨겨 놓고는 숲속에서 우연히 만난 야생 소년을 온달이라 부르며 평강 공주와 온달 장군 흉내를 내다가 평강 공주가 아닌 진짜 연이로써 살아갈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 공연의 매력은 뛰어난 공연이 가진 이야기에 있는 건 아니다. 평강 공주와 온달 장군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펼쳐지는 새로운 이야기가 신선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감동이나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아름드리나무 한 그루 밖에 없어서도 배우들이 그들의 몸을 통해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보여주는 무대와 순전히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무대와 어우러져 무대를 더 돋보이게 하는 배우들의 힘이 이 공연의 매력이다.

 '예뻐요~*' 와 ‘와~*, 가~*, 아니~*, 평강~*, 온달~*’. 공연장을 나와서도 공연의 즐거움과 함께 머릿속을 맴도는 단어 역시 이 공연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를 통해 얻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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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기억 속에서 ‘간디’는 초등학생 시절 세계위인전집의 한 인물로 기억되어 있다. 그리고 비폭력 운동을 통해 인도 독립을 쟁취하려고 했다는 점이 세계위인전집에 등장 할 수 있는 이유였던 것 같다. 그리고는 대충 20년이 못되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내 시선은 ‘간디’로 향했다. 이번 시선은 위인전의 시각이 아니라 성공한 리더로서 ‘간디’를 재조명하는 것이다.

 ‘진리파지(眞理把持, 사탸그라하)’ 스스로 마음속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하나의 진지를 간직하고 이를 잡고서 놓치거나 버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진리파지’라는 단어가 이 책 ‘성공 리더의 조건 : 간디 리더십’ 전체를 나타내 주는 말이다. 이 책 ‘성공 리더의 조건 : 간디 리더십’에서는 크게 간디의 세 가지 측면을 중시했다. ‘이중기준을 버리고 모범을 보여라’, ‘리더십의 핵심은 봉사정신이다’ 그리고 ‘결단과 행동의 기본 원칙을 존중한다’가 바로 그것들이다. 그리고 세 가지 범주를 모두 포함하는 말이 바로 ‘진리파지’이다.

 보통 리더십이란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권력의 획득과 유지가 리더십의 핵심이라면 리더십을 통해 권력 이상의 도덕과 같은 높은 규범으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측면을 간디를 일생동안 간과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간디는 권력에 집착하기보다는 늘 같은 도덕률을 공사(公私)의 구분 없이 스스로에게 적용 했다. 또 이상을 위해 노력하고 스스로 성찰을 통해 발전하며 모든 것에서 투명한 삶을 살았다. 물론 그러면서도 스스로의 만족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에 기반을 두고서 직접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봉사함으로써 법률이나 폭력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사람들에게 끼쳤다. 이렇게 기본 원칙에 의거해 결단을 내리고 행동을 한 리더로서 간디를 살펴보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그렇지만 책이 별로 두껍지 않음에도 보는 동안 재미있기는 않았다. 내용이야 충분히 공감 가는 내용이었지만, 내 시각에서 즐겁게 읽어 나가기에는 조금 무미건조한 어감으로 서술이었던 탓이다. 또한 특별한 무엇이 있기보다는 앞서 언급한 ‘진리파지’의 정신에 입각한 간디의 모습만을 반복해 보여주는 듯한 느낌도 책을 읽는 즐거움을 증가시키지 못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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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흐르면 그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그에 대한 기억은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내게는 불행히도 영화 ‘사랑은 타이밍!, Russian Dolls / Les Poupees russes'이 희미해지는 기억의 범주에 속했나보다. 영화를 직접 볼 당시에만 해도 분명히 보통의 프랑스 영화에서 느껴왔던 내 정서와의 불일치와 그로인해 생기는 불편함이 분명히 적은 영화였는데도 불구하고 무엇이 그런 인상을 심어주었는지가 기억나지 않는다. 고로 특별히 인상에 남는 영화는 아니었음.

 이야기는 영화 속 남자 주인공 자비에와 그의 여자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면 적당하다. 영화 속의 자비에는 지금 TV 드라마나 대필 작가로 일하고 있다. 마음 같아선 멋진 소설을 쓰고 싶지만 그의 원고를 출판하려는 출판사는 없다. 게다가 30대가 되면 뭔가 심오한 인생의 문제를 고민할 걸로 믿고 있었지만 고민의 대부분은 여전히 여자문제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슈퍼모델로 활동 중인 셀리아의 자서전 대필을 맡게 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백화점에서 만난 알리샤와 친구의 누나인 웬디까지 이런 저런 여자들과 연애를 하며 그 속에서 방황한다. 그리고는 결국은 자신의 어리석었던 모습을 반성하고 진정한 사람을 찾는다는 이야기가 전체의 줄거리다.

 ‘아멜리에, Le Fabuleux Destin D'Amelie Poulain / Amelie’와 ‘히 러브스 미, A La Folie... Pas Du Tout’를 통해 비교적 친숙한 프랑스 배우가 되어버린 오드리 토투, Audry Tautou가 등장한 사는 사실에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인상적이지 못했던 탓에 역시나 딱히 기억에 남는 것은 없음. 프랑스 영하를 볼 때 마다 느끼는 정서의 불일치를 비교적 적지만 역시나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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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방 부르스’. 심상치 않은 느낌의 단어다. 사실 ‘부르스’가 뭘 뜻하는지는 정확히 몰라도 인생 한방 식의 한탕주의의 어감을 가진 단어임에 틀림없다. 이 범상치 않은 느낌의 단어 ‘한방 부르스’가 ‘앙큼 코미디 스탠딩가이스’의 큰 줄기를 알려주는 말이다.

 이 연극은 자칭 주부 문화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만수와 병태 그리고 그들에게 음식 배달을 왔다가 같이 합세한 중국집 배달원까지 세 명의 남자의 이야기다. 주부 문화 사업이라는 알듯말듯한 직업은 실은 성인 무도회장 제비를 그들끼리 지칭하는 말이다. 두 명의 제비에 그들의 아지트에 배달 왔다가 제비들의 감언이설(甘言利說)을 현실로 받아들인 한 명의 중국집 배달원이 꿈꾸는 안생역전. 물론 그 방법은 주부 문화 사업을 통해서다. 그리고 때 마침 미모의 젊은 여자 집주인의 등장으로 그들의 꿈을 현실로 이루어지는 듯싶다.

 연출자가 개그맨인 탓인지 전체적인 이야기는 별로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는 줄거리다. 그 덕분에 이야기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 연극보다는 마치 개그콘서트 마냥 순간순간 벌어지는 상황으로 웃음을 자아내는데 더 탁월한 연극이었다. 거기에 비록 귀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극 중 재미를 증가시키는데도 일조하는 욕설의 난무는 이야기를 통한 즐거움이 더 중시되었다면 굳이 지금 만큼 중요성이 크지 않지 않을까 싶었다. 또한 상황상황에 맞추어 적절히 구사하기는 했지만 과하다는 느낌 역시 지울 수 없었던 애드리브 역시 이야기의 전개로 즐거움을 줬다면 그 사용빈도를 줄이고서도 지금 못지않게 좋은 연극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남자 세 명이 극에서 주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아트’와 유사한 면이 있는 듯 싶기도 하지만, ‘아트’의 주인공 세 명이 보여주는 그들만의 특색이 ‘스탠딩가이스’에서는 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아트’와의 비교는 좀 무리가 있다는 건 지나치지 않다.

 난무하는 욕설에 극의 전개에 따른 재미의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그래도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잠시 잊고 즐겁게 웃을 수 있기에는 더 없이 좋은 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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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를 보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왜 역사책을 읽을까? 그간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은 옛날이야기에 대한 순전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나 혹은 역사를 통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욕구가 역사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했다. 그저 그랬던 내 부족한 역사의식이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를 보면서 조금 바뀌었다. 역사를 통해 사람의 순리를 배울 수 있다는 뉘앙스 정도가 바뀐 부분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겪기 마련이고 역사는 다양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흥망성쇠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 속에서 내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 앞선 부분도 조금 뒤쳐진 부분도 그것들로 인해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고 내 속도에 맞추어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

 ‘로마인 이야기 3: 승자의 혼미’는 작은 신생국가 로마가 세력을 확장하며 포에니 전쟁을 통해 원로원과 일반 시민이 하나로 똘똘 뭉쳐 카르타고를 물리치는 시련을 이겨내고 강력한 패권국가가 되고난 이후에 발생한 내부적 분열에 관한 이야기다. 흥망성쇠의 의미 그대로 원로원과 집정관과 시민집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계층 간의 불화를 극복하고 사회적 안정을 이루었던 로마가 위급한 전쟁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원로원으로의 권력 집중이 종전 후에도 그대로 정책으로 존속하게 되면서 원로원의 권력은 필요 이상으로 비대해졌다. 같은 로마 시민이라도 원로원 계급에 속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고정되어갔으며 전쟁의 거듭된 승리로 인해 광대한 토지와 값싼 노동력인 노예의 수가 늘어나면서 로마의 시민들은 자유경쟁에서 점차 떨어져나갔다. 결국 병역을 지지 않는 무산계급으로 전락한 그들은 자신의 존재이유를 잃어가면서 그들의 정신적인 타격은 커지고 사회는 점차 불안정해져갔다.

 여타의 국가였더라면 이러한 사회적 불안은 결국 나라의 멸망으로 종결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을 텐데, 스스로 귀족의 계급에 속해 그 속에 안주하는 것만으로도 일신의 평온을 보장 받았을 그라쿠스 형제가 같은 인물이 등장해 승리를 쟁취함으로 인해 간과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혁을 통해 해결하려는 의지를 통해 로마가 오랜 동안 존속할 수 있었던 힘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이 실패함으로 내적 문제점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고 그래서 마리우스와 술라 그리고 폼페이우스에 이르기 까지 조선시대 우리나라의 당파 싸움에 비견될 정도로 서로 나뉘어 숙청하는 내적 분열을 겪게 된다.

 외부의 적에 온통 힘을 기울인 결과 내부의 적을 안게 된 로마, 이제까지 평형을 이루었던 모든 사회적 균형은 깨지고 5백 년에 걸쳐 이루어온 사회제도도 제 기능을 못하게 된 로마의 이야기가 바로 ‘로마인 이야기 3: 승자의 혼미’ 편이 잘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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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만 한 아우 없다고 했다. 이 말은 영화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속편으로 제작되는 영화의 경우에도 잘 적용 되곤 한다. 아마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지금 이야기 하려는 영화 ‘본 슈프리머시, The Bourne Supremacy' 역시 전편 ’본 아이텐티티, The Bourne Identity'에서 갖게 했던 기대감이 아쉬움으로 나타날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물론 전편과 완전 별개로 생각하고 관람하는 경우에야 예외다. 보통 스파이를 소재로한 여타의 액션 영화와 비교해 봐도 전체적인 짜임새가 크게 떨어지지도 않는다.

 아무튼 두 번째 본 시리즈인 ‘본 슈프리머시, The Bourne Supremacy'는 전편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애썼던 제이슨 본이 자신이 속해 있던 조직인 CIA를 상대로 싸우는 이야기다. 영화에서 제이슨 본은 자신을 제거하려는 CIA를 피해 연인 마리와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한다. 하지만, 왜 자신이 쫓겨야 하는지 이유는 모른다. 그런차에 쫓고 쫓기는 와중에 연인 마리는 CIA 요원에게 살해되고, 제이슨은 자신이 모종의 음모에 연루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는 직접 그 음모를 파헤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영화의 톡특한 점을 한 가지 꼽으면, 여타의 첩보물이 가지는 보편성과는 조금 다르다는 점이다. ‘007 시리즈’와 잠간 비교해 보면 당대 최고 미인이 연기하는 본드걸이나 BMW를 비롯한 멋진 차와 그에 상응하는 최첨단의 무기가 ‘007 시리즈’에선 관객의 눈을 현혹한다. 그러나 ‘본 시리즈’는 본드걸 같은 파트너는 아예없다. 물론 BMW나 최첨단 무기도 그냥 노란 택시나 보통의 총이 전부다.

 여타의 첩보물에서 보여주는 보편성을 많은 부분 부정하면서 자신의 방식대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것은 이 영화의 큰 장점이 아닌가 싶다. 평균치 이상의 첩보물 영화임에는 분명하나 전편에서의 기대감이 있는 사람에게는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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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는 내 자아상

친밀하게 행동하면서도 품위를 떨어뜨리는 법이
없었고, 상대의 능력을 존중하면서도 결단을 내려
야 할 때에는 더 없이 단호했다.

- 로마인 이야기 3: 승자의 혼미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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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연극을 보면서 눈에 뛴 연출자가 한 명 있었으니, 그 이름이 바로 위성신이다. 올해 벌써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와 ‘닭집에 갔었다’ 이 두 작품을 무대 위에서 봤는데, 올해에만 그의 세 번째 연출작인 ‘THE BENCH'을 놀랍게도 보게 되었다.

위성신의 세 번째 작품 연극 ‘THE BENCH'는 벤치 위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리얼리티를 춤과 이미지를 통한 환상으로 표현한 극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전작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와 비슷하게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된 극이고, 또 다른 전작 ’닭집에 갔었다‘ 만큼은 못하지만 내용을 통해 리얼리티 잘 살리고 있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굳이 올해의 전작들과의 차이를 꼽으라면 ’THE BENCH'는 전작들과는 달리 안무가 첨가되었다는 것 정도가 외형상의 업그레이드다.

이야기의 내용은 큰 맥락에서 ‘Best & New -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와 약간 유사한 느낌이었다. ‘Best & Nes -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를 관람하고 나서 적어 놓은 글을 아래에 잠시 옮기면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데 없네
야은 길재의 시구 중의 한 구절입니다.
이 구절이 연극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를 보고서 떠올랐습니다.

물론 직접적인 연관이야 없지만, 왠지 연극의 공간인 여관방은 의구(依舊) 한데 그 안의 사람들만 바뀌고 그 사람들의 사연만 바뀌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일 것입니다.

 ‘THE BENCH' 역시 큰 맥락에서 살펴보면 의구(依舊)한 벤치와 그 위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 극 ‘THE BENCH'의 외형적인 변화로 안무의 첨가를 뽑았는데, 일반적인 연극의 모습에 만족하지 않고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표현의 방법을 넓혀가는 의도는 매우 만족스럽지만 아직 연극에서 보는 안무가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뜻하는 바를 알기는 내게 매우 어려웠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소주를 테이크 아웃 커피 통에 담아 마시던 여자가 제일 기억에 남았지만, 다른 에피소드들 역시 상황을 통한 극적 재미를 잘 보여준다.

 굳이 내게 아쉬움으로 남았던 점을 뽑으라면 다양한 에피소드가 연계성을 가지고 이어지는 이야기였으면 더 집중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하는 아쉬움과 극에서 보는 안무가 친숙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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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브랜드’ 라는 단어가 매우 일상적이고 익숙한 말이 되어 있지만, 내 어린 시절만 해도 지금 ‘브랜드’ 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로 사용되던 단어는 ‘메이커’ 였다. 부르댕 아동복이나 김민제 아동복 같은 류가 그 시절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메이커 정도라 할 수 있다. ‘메이커’와 동격이었던 ‘브랜드’가 시간이 제법 흐른 지금의 눈으로 처다 보니 그 둘의 의미가 사뭇 다르다. ‘메이커’는 철저히 생산자 중심의 입장에서 시각이고 ‘브랜드’는 TTL 같은 소비자의 기호에 맞춘 소비자 입장이 중심이 되는 느낌의 단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메이커’와 ‘브랜드’를 구별하기 시작한건 얼마 되지 않았다는데 의의를 제기할 만한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브랜드’의 명확한 개념이 전무한 채로 그저 마케팅에 속해 있는 한 범주라는 정도의 의식이 강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브랜드’가 가진 경제적 가치를 주목하고 경제적 가치에 입각하여 합리적으로 브랜드를 이야기한 것으로는 이 책 ‘브랜드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이 시초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그저 유명한 회사의 상표로 제한된 의미의 브랜드가 아닌 자기 만족과 소비자의 욕구, 전반적인 경영의 형태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의미의 브랜드를 이야기 한다. 그 맥락으로 브랜드 인지와 지각 품질, 브랜드 연상, 브랜드 충성도 거기에 브랜드 확장까지 포괄적인 의미를 고찰하며 경제적 관점에서 브랜드를 어떻게 살펴 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방법으로 자산으로서의 브랜드나 브랜드를 위한 마케팅 비용 대비 투자 효율 분석, 브랜드 가치 측정 방법 등 제시해 준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일반적인 마케팅 서적이 취하는 형태인 사례별 접근 예 또한 포함하고 있는데 인텔, 나이키, 스와치, 할리 데이비슨, 소니 외에도 대상, 태평양, SK텔레콤 등 기존의 외국 서적에서 다루지 못했던 한국 기업의 사례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많은 이점을 갖는다.

 사실 책의 첫 장을 넘길 때는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책일 것 같은 기대 하에서 읽어나가기 시작했는데, 큰 줄기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대가의 책에 비하면 분야별 보고서를 모아 놓은 듯한 느낌 때문에 기대치 만큼 재미있게 읽어나가지는 못했다. 게다가 경제적 시작에서 브랜드를 논하는 부분 역시 잘 서술하고 있지만 깔끔하다는 느낌은 보다는 2%는 모자란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지속적으로 ‘브랜드’에 대해 연구를 해왔고, 분명히 삼성 그룹의 브랜드 전략에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이 저자라는 걸 떠올리면 읽는 재미가 떨어진다손 쳐도 읽어 봄직한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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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ad Pitt와 Angelina Jolie, 이 두 명의 섹시 스타가 주연을 맡은 것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Mr. & Mrs. Smith'. 그러나 개인적으로 Brad Pitt는 영화 ’파이트 클럽, Fight Club'를 제외하고는 별로 인상적인 영화가 없었고, 영화 ‘월드 오브 투모로우, Sky Captain and the World of Tomorrow‘ 말고는 본 기억이 나지 않는 Angelina Jolie 이기에 그 둘이 주연을 맡았다고 해서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Mr. & Mrs. Smith'가 내 눈에 특별하게 보이는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Mr. & Mrs. Smith'의 첫 시작은 의사와 권태기를 상담하는 스미스 부부 Brad Pitt, Angelina Jolie 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의 멋진 외모와 성품에 반해 결혼하고 서로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 채 잘 살다가 권태기에 빠지는 것을 소재로 해서 표면적으로는 서로의 직업으로 인해 거리가 멀어지는 부부의 높아져 가는 벽을 이야기하고 있다. 다만 영화 속 이야기인 탓에 부부간에 서로 모르는 직업이 킬러라는 것 정도가 유별난 점이다.

 그렇지만 내 눈에는 이러 이야기는 앞서 언급한 대로 표면적인 이야기일 뿐이고, 영화의 관심사는 헐리웃 최고 미남 미녀 스타의 액션에 집중된다. 좀 더 참신한 소재에 깊이 있는 구성이 가지는 영화가 되기에는 Brad Pitt와 Angelia Jolie가 되려 장벽으로 작용하는 게 아닌지. 개인적인 선호와 일치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Brad Pitt와 Angelina Jolie가 별치는 액션이 기대 이하라는 말은 아니다.

 헐리웃 최고 스타가 펼치는 시원한 액션에 관심이 큰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보기에 나쁘지 않다. 다만 나처럼 지나치게 탄탄한 스토리에서 나오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기대에 못 미칠 여지가 충분하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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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는 연극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잘 만들어진 연극을 보는 재미 또한 그에 못지않다. 지금 이야기 하려는 연극 ‘유리가면 Episode 5 - 또 하나의 영혼’은 잘 만들어진 연극이 주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사실 ‘유리가면 Episode 5 - 또 하나의 영혼’에 대한 첫 느낌은 별로였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팜플렛의 설명을 봤는데 그 때부터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일본 만화라곤 중고등학교 시절 봤던 ‘슬램덩크’나 ‘드래곤볼’ 그리고 ‘닥터 슬럼브’ 정도가 고작일 만큼 일본 만화에 대한 친밀감이 떨어지는 데가 연작으로 Episode 5까지 나온 이야기를 1편부터 4편까지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것도 모른 채 5편을 본다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다. 거기에 만화에서 가져온 스토리가 얼마나 대단하겠냐는 편견까지 그냥 그저그런 공연이 아닐까 하는 선입견이 공연을 보기 전부터 내게는 가득했다. 그렇게 별로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진 채 공연장인 애플씨어터 전용관으로 된 인켈아트홀 2관으로 들어섰다.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를 인켈 아트홀 2관에서 예전에 봤었고 그 때 무대 위의 설치된 방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유리가면 Episode 5 - 또 하나의 영혼’의 무대 또한 흰 색으로 가득한 상자 속을 보는 느낌의 독특한 무대였다.

 그리고 관람한 극.

 극은 여자 주인공 송연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간 주인공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되었고, 어떻게 송연화라는 인물이 연극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극 속의 극인 홍천녀가 탄생하게 된 이야기와 그 속에서 피어난 연출가 이안과 송연화를 사랑 그리고 송연화를 연모하는 민하일로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극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을 표현하자면 사랑과 흠모 그리고 시작된 성공과 또 하나의 외사랑과 그로 인한 증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그저그런 극일 것이라는 선입견은 탄탄한 스토리와 그에 못지않은 배우의 뛰어난 연기로 인해 어설픈 창작극 보다 탁월한 극이었다는 느낌으로 바뀌었다. 추천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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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2: 한니발 전쟁’의 서문을 읽으면서 로마와 카르타고 간의 전쟁이 로마사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하는 저자의 말을 읽고는 사실 별 감흥이 없었다. 벌써 로마사에 관해서는 이 책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못지않게 매우 유명한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흥망사’ 전권을 꽤 오래전에 이미 섭렵했기 때문이었다. 그 책에서도 분명 한니발이 로마를 상대로 일으킨 포에니 전쟁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지만 별 다른 기억이 없는 것로 봐서 그 책에서의 한니발이 일으킨 포에니 전쟁은 내게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데 이 책 ‘로마인 이야기 2: 한니발 전쟁’에서는 포에니 전쟁의 중요도가 남달랐다. 또한 작가가 중요하다고 서문에서 밝힌 만큼 그 서술도 비교적 장황하고 구체적이다. 특히 한니발과 포에니 전쟁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책을 보는 내내 역사서의 느낌 보다는 한 권의 병서를 읽고 있는 느낌이 강했다. 아울러 그런 만큼 포에니 전쟁 이전의 로마 병사들의 전술과 그것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격파한 한니발의 전술 그리고 다시 한니발에 맞서기 위한 로마의 전술과 로마의 승리에 중심에 있는 스키피오의 전술까지 자세히 다루고 있는데다가 이 책은 전쟁 시 각 군이 섰던 군단의 포진까지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비교적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또한 그런 지대한 관심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왜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과 전쟁 전후의 로마의 변화 그리고 로마와 로마의 동맹국관의 구체적 관계에 이르기까지 역사서가 가지는 엄격함에 억매이지 않고 재미있게 서술해 나가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시료를 통해 그 내용을 상세히 알려준다.

 이로 인해 책을 보는 내내 내가 가졌던 느낌은 그저 중고등학교 시절 한 두 줄의 언급으로 끝났던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를 공격한 한니발이 가지는 의미와 그로 인한 파장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 보다 훨씬 더 큰 것이었고, 그 한니발을 막아내기 위한 로마인들의 노력 또한 로마가 위대하다는 것을 잘 알려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책에 대한 개인적 느낌을 한 가지 더 덧붙이면 1권의 로마제국의 형성기 이야기 보다 2권의 포에니 전쟁 이야기가 가지는 재미가 더 큰 것 같았다. 그런 이유로 한 번 읽어 보기를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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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파이를 소재로한 액션 영화하면 내게 떠오르는 건 007 시리즈에서의 수많은  제임스 본드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탐 크루즈, Tom Cruise다. 이는 아마도 다른 사람들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을 듯하다. 그런데 첩보물로써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이들 영화에 또 하나 손꼽아도 손색이 없을 만한 영화가 있다. 바로 ‘본 아이덴티티, The Bourne Identity' 가 바로 그 영화다.

 007 시리즈에 등장한 숀 코너리, Sean Connery부터 시작된 멋진 제임스 본드와 미션 임파서블에 등장하기 전부터 멋진 남자 배우에 늘 손 꼽히던 탐 크루즈, Tom Cruise가 보여주는 매력적인 모습에 대적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지만 그에 못지 않을 모습을 ‘굿 윌 헌팅, Good Will Hunting'과 ’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을 통해 스타 반열에 올라선 맷 데이먼, Matt Damon이 제이슨 본이라는 역할을 통해 보여 준다.

 지중해 한 가운데 몰아치는 폭풍우 속에서 이탈리아 어부들이 바다 속에서 구해서 목숨을 구제한 한 남자가 나오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몸에 밖힌 총알과 스위스 은행의 비밀 계좌번호 그리고 ‘Who am I?' 라는 말만 그저 되풀이 할 수 밖에 없는 이 남자가 이 영화 ’본 아이덴티티, The Bourne Identity'의 주인공 제이슨 본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유일한 단서인 스위스 취리히 은행의 계좌를 찾아가고 거기에서 찾은 건 세계 각국의 수많은 위조 여권과 돈 다발 그리고 각종 무기들이다. 거기에 자신도 모르게 구사하는 여러 나라의 외국어와 위기에 닥치면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강력한 전투 실력까지,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함은 두려움으로까지 변한다. 그러면서 풀어가는 자신의 아이덴티티가 바로 이 영화의 이야기다.

 비록 영화 ‘이탈리안 잡, The Italian Job'이 더 늦게 나오기는 했지만, 재미있게 봤던 영화인 ’이탈리안 잡, The Italian Job'을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강한 액션물이었다. 거기에 이탈리아 어촌, 파리, 취리히 같은 다양한 곳을 배경으로 하는 탓에 첩보물이 주는 긴장감 가득한 즐거움 외에 다양한 배경이 주는 즐거움 또한 만끽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도 무척 재미있게 봤고, 특히 첩보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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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코미디 아트’ 그냥 보통 ‘아트’ 란 제목으로 기억하고 있는 이 공연은 작년 권해효가 배우로 나섰을 때부터 내 관심을 끌었다. 게다가 여기저기서 들은 호평이 몇 차례 거듭되면서 기회가 되면 꼭 관람하고 싶은 공연이 되었던 차 이제야 직접 관람하게 되었다.

귀여운 수컷들의 우정 파헤치기

 매력적인 소개 문구다. 그렇지만 실제 공연은 기대가 컸던 탓인지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만족스러운 극은 아니었다.

 이야기는 흰 색 바탕의 캔버스 위에 흰색 선이 그려진 그림을 두고 세 명의 친구가 벌이는 이야기다. 정말인지는 모르나 극에서 유명 화가라는 앙트로와의 그림을 피부과 의사 수현이 1억 8천만원을 들여 구입하고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듯이 보이나 빛의 강약과 이동으로 인한 보는 각도의 따라 다양한 변화를 보여 준다는 수현의 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전문대 교수인 친구 규태와 자신의 의견은 있는듯 없는 듯 대립하는 수현과 규태 사이에서 둘을 중재하려는 문구도매상 CEO 덕수 간의 이야기다. 사회적 지위니, 남자다움이니 혹은 친구간의 끈끈한 우정 같은 걸 겉으로는 내세우면서도 결국은 소심하고 실은 인간다움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쪼잔함을 극을 통해 보여준다.

 아마도 내가 극에 대해 아쉬움을 갖는 건, 이 연극 ‘유쾌한 코미디 아트’가 사람의 호평을 받았던 건 뛰어난 3명의 배우로 인해 극의 이야기를 통한 즐거움 외에 배우 각각의 기존의 이미지와 극에서 보여주는 이미지가 아울어져 더 큰 즐거움을 주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배우가 관객의 구미에 딱 맞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내 경우처럼 뭔가 핀트가 맞지 않는 듯이 느껴지면 되려 기대치로 인한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3명의 배역 중 규태의 모습이 그래도 나와 제일 비슷한 것 같았는데, 이렇게 극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새삼 볼 수 있는 건 이 연극이 가진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좀 더 시간이 흐른 후에 이번에 본 이정용, 이혜성 그리고 박수영 팀 말고 다른 팀으로 다시 한번 더 관람해서 지금의 느낌과 비교해보고 싶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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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의 지배’라는 제목의 책을 본 건 대략 5-6년 정도 전 이었다. 좀 더 세련된 형태의 ‘제3의 물결’ 같은 류의 책이 아닐까 막연히 추측만 하며 언젠가 읽어 보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직접 보게 되었다.

 사실 부는 지식이 결정한다는 부제에 MIT MBA 교수의 직함을 가진 저자 레스터 C. 서로우 만으로도 뭔가가 있을 것만 같았는데 실제로 이 책 ‘지식의 지배’는 지식을 부의 새로운 근거로 보며 과거 자본가들의 부는 공장과 설비 그리고 천연자원의 소유에 근원을 두었으나 미래의 자본가들은 지식의 장악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것을 경제학자의 눈에서 합리적으로 설명한다. 아울러 부를 둘러 싼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그 흐름에 따른 불균형을 통해 기회가 생겨난다는 명제 또한 합리적인 언어를 통해 잘 설명해 준다.

 사실 이 책을 보면서 이 책 ‘지식의 지배’는 경제학에 기반을 둔 칼럼의 형식일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봤는데, 실제 책은 인상적이었던 칼럼 형식보다는 지식과 불균형을 통한 부의 생성에 대한 내용에 경제학에 기반을 둔 미래 예측 서적 같은 느낌이었다. 번역서라는 한계 때문인지 책을 읽는 도중 몇 차례 차분히 여러 번 읽어 봤음에도 잘 이해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점은 아쉬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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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10대 때에는 잘 어울리는 친구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 영화 ‘청바지 돌려입기, The Sisterhood of the Traveling Pants'는 그렇게 잘 어울려 친하게 지내는 4명의 소녀가 영화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4명의 소녀가 각자 보내는 여름방학의 이야기가 영화의 이야기다. 4명의 소녀가 겪는 여름방학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벌써 전형적인 성장영화라는 사실을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벌써 알았을 터. 그렇지만, 영화를 직접 본 나는 초반부가 한참 지날 때까지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재가 되는 겉모습도 체격도 서로 다른 4명에게 모두 잘 맞는 청바지가 내 눈에는 디즈니 영화 속에 주로 나오는 마법의 청바지처럼 보였고 그래서 마법의 청바지로 인해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린 가족 영화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영화를 봤기 때문이다.

 영화 ‘청바지 돌려입기, The Sisterhood of the Traveling Pants’ 속의 4명의 주인공의 서로 잘 어울리면서도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4명의 소녀들에게 서로 체격이 다름에도 모두에게 잘 맞는 청바지를 발견하곤 16살 소녀답게 청바지 속에 마법이 숨겨져 있다고 믿으며 처음으로 서로 떨어져 지내는 여름 방학 동안 서로 10일 간 이 청바지를 돌려입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청바지를 입고 있는 동안 어떤 마법이 벌어졌는지를 알리는 편지와 함께. 그렇게 4명의 소녀가 청바지와 함께한 10일간의 모습을 영화를 보여준다. 그렇지만 기대했던 마법은 없다. 오히려 이 어여쁜 4명의 소녀들에게는 사랑과 죽음, 가족으로 인한 상처 같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통해 4명의 소녀들은 한층 더 성숙해져서 성장통으로 인해 힘들어 하지만 그래도 그런 성장통을 통해 행복만큼이나 슬픔도 삶에 있서 소중하고 타인을 더 배려할 수 있으며 가족을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내가 예상한 디즈니 스타일의 가족영화는 아니었지만 차분히 한층 성숙해져가는 소녀들을 모습을 잘 보여주는 영화였다. 거기에 하나 덧붙이면 지중해 그리스의 모습을 영화를 통해 볼 수 있는데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그 풍경을 언급하는 걸 보면 그리스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도 영화를 통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인듯.

 소녀들의 성장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기에는 내 감수성이 충분하지 못한 탓에 영화를 보는 재미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성장 영화가 보여주는 주인공의 성취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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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Communication IN Daehakro, 2006 커뮤니케이션 인 대학로
‘커뮤니케이션 인 대학로‘는
관객이나 공연자 어느 한 방면을 향한 소통이 아닌 양방향 소통을 추구한다.
또한 관객, 공연, 미술, 전시 그리고 공연장을 위한 소통이다.
그래서 관객들은 지켜보는 자세가 아닌 참여하는,
다시 말해 페스티벌 매개자 역할을 할 것이다.
관객들은 매개자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공연과 파티 등에서
신선하고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소통 그리고 신선하고 충격적인 경험, 이것이 공연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위에 옮겨 적어 놓은 공연 판플렛은 내게 말하고 있었다.

 스크린을 통해 접하는 영화가 우리 삶 깊숙이 들어오면서 연극을 위시한 공연이 스크린을 무대로 한 영화와 차별될 수 있는 건 양방향 의사소통이다. 극 내용에 충실하고 관객이 적든 많든 혹은 반응이 좋던 좋지 않던 열심히 공연을 진행하는 것이 최고의 선이 아니라 공연을 이끌어 나가는 배우에 눈 앞에서 그의 연기에 반응하고 그로인한 신바람이 더 좋은 공연을 이끌어내는 것이 최고선에 더 가깝지 않을까. 극에 대해 무지한인 내가 이런 생각을 했을진데, 극에 빠져 사는 진짜 프로들이 이런 생각을 못했을 리가 없다. 아마 이런 생각과 고민을 통해 나온게 아닌가 싶은 ‘2006 Communication IN Daehakro, 2006 커뮤니케이션 인 대학로’.

 내가 ‘2006 Communication IN Daehakro, 2006 커뮤니케이션 인 대학로’에서 관람한 건 ‘그림자로부터’, ‘기저귀Man’ 두 작품이다. 우선 ‘그림자로부터’에서는 근래 공연을 통해서 느끼지 못한 신선하고 충격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기저귀Man'을 통해서는 관객의 매개자 역할을 통해 극을 진행하면서도 관객의 관심을 잃지 않는 소통을 하면서도 흥미있는 공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2006 Communication IN Daehakro, 2006 커뮤니케이션 인 대학로’ - ‘그림자로부터’, ‘기저귀Man’ 은 놓치기 아까운 공연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그림자로부터’에서 큰 흥미를 느꼈는데, 손전등을 통해 비춰지는 빛이 만드는 그림자가 각도에 따라서 그렇게 사람에게 주는 느낌이 틀려질 수 있다는데서 놀랐고, 그런 놀라움을 공연의 영역까지 끌어온 배우와 극단에 찬사를 금할 수가 없었다. 익숙지 않은 새로움으로 인한 즐거움을 너무나 만끽할 수 있었던 흥미진진한 시간이었으므로 비록 ‘2006 Communication IN Daehakro, 2006 커뮤니케이션 인 대학로’ 는 이미 막을 내렸지만 강력추천하고 싶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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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 ‘핑크팬더, The Pink Panter'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전혀 관심 없었던 스낵 치토의 표범과 비슷하게 생긴 분홍색 표범, 핑크팬더. 그리고 영화 속의 등장하는 세계에서 제일 큰 분홍색 다이아몬드의 이름이기도한 핑크팬더. 실은 핑크팬더가 이렇게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인지도 몰랐고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유명 영화의 제목인지도 몰랐다. 이 말은 영화를 보기 전에 미리 특별한 기대를 가지고 본 건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보통 영화나 극을 볼 경우 사전에 기대를 가지고 보면 극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하는 경우나 많이 있는데, 이 영화 ‘핑크팬더, The Pink Panther'는 스타일이 약간 다른 영화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익숙한 애니메이션 속의 핑크팬더와 추억 속의 명작으로 남아버린 영화 핑크팬더 연작에 익숙한 사람이 봤을 때 전작들과 비교하면서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고로 전작에 대한 아무 정보 없이 봤던 사람으로써는 재미를 느끼기에는 역부족.

 이야기는 수만 명의 관중이 밀집한 프랑스의 축구경기장에서 시작한다. 지금 막 끝난 경기에서 승리를 축하하던 축구팀 감독이 운동장에서 살해당한다. 거기에 그의 손에 있던 세계에서 가장 큰 핑크 다이아몬드 ‘핑크팬더’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수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축구감독의 목에 독침을 꽂아 살해한 범인을 잡아야 한다. 사건 해결을 위해 시골에서 클루조 경관이 발탁된다. 그 나름의 독특하며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차례차례 용의자들을 조사해 나가는 클루조이지만 실은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는 클루조에 비교되어 자신의 존재를 더 알리고 싶었던 드레이퍼스의 술수로 클루조는 발탁되었다.

 감독의 여자 친구이며 살해되기 며칠 전 감독의 복잡한 여자관계 때문에 큰 싸움을 벌인 세계적인 팝스타 자냐와 감독을 미워하는 코치와 선수들 그리고 자냐를 감독에게 빼앗기는 수고를 겪은 선수까지, 그렇지만 누구에게나 살해동기가 있는 것 같아서 오히려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진다. 그러나 미궁 속의 사건을 결국 클루조가 해결한다.

 거기에 덧붙여 재미 삼아 볼 수 있는 건, 영화 ‘레옹’으로 전 세계의 스타가 되어버린 장 르노가 영화의 주인공이 아닌 조연으로 나오는 여러 장면과 팝 스타인 비욘세 역시 감독의 여자 친구로 나와 테마곡을 부른다는 것.

 전작에 대한 몰이해와 정서적 코드가 나와는 맞지 않는 듯한 영화였지만, 내 경우와는 반대로 전작에 대한 이해와 코미디에 대한 정서가 서양의 것과 일치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비추.


 Tracked from 시간잘가는 영화들..... at 2007/06/12 14:17 x

제목 : 유쾌하고 웃음이 멈추질 않는 영화... 핑크팬더!!
배우들만 딱~ 봤을땐 눈에 익으시죠? 익숙한 배우들이 만들어가는 코믹영화...알고싶으신가요? 그럼 더보기를 눌러주세요 더보기 사실...이 영화 핑크팬더에 대해서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영화인지도 모르고 냉큼 봐버린거죠... 무식하게도 만화 핑크팬더를.....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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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과 2004년. 2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이 존재하고 그 때와 지금의 사람들의 관심과 일상은 너무나 달라진 이 때에 나는 2년 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한 TV 드라마를 처음으로 보게 된다. 바로 ‘미안하다, 사랑한다’. 2004년과 지금에 달라진 거라고는 별로 없는 대학원생의 모습이지만 2년 전에는 없던 PMP 덕분에 학교와 집을 오가는 동안을 핑계 삼아 뒤늦은 열광에 동참한다.

 TV 드라마. 그리고 진부하디 진부한 삼각관계의 사랑 이야기.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직접 보기 전, 내가 가졌던 이 드라마에 대한 생각이었다. 16편의 전편을 다 보고난 지금도 보기 전 내가 가졌던 드라마에 대한 생각은 별 바뀜이 없다. 다만 그간 잊어버리고 살았던 TV 드라마의 중독성과 삼류소설 속에서도 진부하게 느껴지는 삼각관계에 얽힌 사랑 이야기일지라도 사랑만큼 사람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건 없다는 사실. 그리고 그 중독성과 감수성의 대상인 대중에는 나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 정도가 시청 전후의 차이점이다.

 거친 말투와 행동 속에서도 숨길 수 없는 따뜻함을 보여 주는 차무혁. 왜 그다지도 사람들이 소지섭에 열광했었던지를 알 수 밖에 없는 화면 속의 그의 모습은 내가 봐도 그저 멋있다. 차무혁과 더불어 이 드라마의 또 하나의 주인공 송은채. 동화 속 공주의 모습이 아닌 일반인의 모습으로 막말까지 서스름 없지만 남자라면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송은채, 임수정의 모습에 나 역시 팬클럽에 가입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드라마는 그저 아줌마들의 영역이라고 굳게 믿고 있던 내게, 젊고 감각적인 영상으로 무장한 채 들여주는 사랑이야기는 더 이상 아줌마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아직도 TV 드라마 속 이야기 같은 사랑을 꿈꾸는 우둔함마저 범하는 내 모습을 내가 볼 수 있었던 건, 드라마를 통해서 본 또 다른 내 모습.

 강력추천 ‘미안하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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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7-8년 쯤 전 학부 시절에 공을 들여 읽었던 책 중의 하나가 Edward Gibbon 의 ‘로마제국 쇠망사’(나는 ‘로마제국 흥망사’로 기억하고 있었다) 전 권이었다. 그 때도 지금 이야기 하려는 ‘로마인 이야기’도 시중에 시판되고 있었는데 진행 중인 책이라 나는 ‘로마인 이야기’보다는 ‘로마제국 쇠망사’ 에 손이 갔다. 그리고 지금 다시 ‘로마인 이야기 1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로 다시 로마에 관한 역사서를 다시 손에 잡았다. 그런 덕분에 제대로 기억나는 건 별로 없지만 Edward Gibbon 의 18세기의 사회 시각을 통해서 본 로마사와 20세기 대륙을 달리한 일본인의 눈으로 본 로마사를 비교하면서 볼 수 있을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앞서 언급했듯, 지금 ‘로마제국 쇠망사’에 대한 생각은 거의 나지 않는다. 그냥 꽤나 딱딱한 문체였고 역사서 답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정도가 떠오르는 것들인데 이에 반해 ‘로마인 이야기 1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좀 다르다. 저자가 사학을 정통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닌 탓인지 흔히 접할 수 있는 사서의 느낌보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한 에세이적 느낌이랄까, 역사적 사실을 좀 더 편하게 기술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책은 B.C. 753년의 건국으로부터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는 B.C. 270년까지를 다루고 있다. 로마인들이 나라의 초석을 세우는 과정에서부터 그 조그만 땅에서 점점 영토를 확장해 가는 과정과 그 결과 늘어나는 인구를 어떻게 수용해 가는지, 또 그 정치기구 확립과정을 통해 결국 대로마 문명권을 어떻게 이루어나가는지를 저자의 시각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 역사에 관한 자신감도 충분치 못한 채 남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는 터라 순서가 바뀐듯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사에 흐르는 보편성에 대한 흥미 차원에서 재미삼아 보는 것 정도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 믿는다. 1권에 대해 평을 내리기 보다는 2권의 내용이 더 기대 되도록 만든 책. 

 ‘로마인 이야기 1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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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을 보기 전에 먼저 본 ‘씨저스 패밀리, Scissors Family'의 포스터 2장. 음침한 표정으로 가위를 든 사내와 짙은 자두빛 배경에 온통 검은 옷을 입고 있는 배우들. 나는 이 두 장의 포스터를 보고는 이건 분명히 코믹 호러극일 것이라며 지레 짐작했다. 마치 김지운 감독의 첫 영화 ’조용한 가족‘ 같은 느낌이 포스터에서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극은 코믹 호러와는 완전 무관했다. 뮤지컬 ‘씨저스 패밀리, Scissors Family'의 가위는 흉기가 아닌 생계 수단이었으니까.

 뮤지컬 ‘씨저스 패밀리, Scissors Family’는 로또로 인한 오해와 갈등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이야기의 배경은 가리봉동에 있는 동네 주민들의 쉼터 같은 미용실이다. 그 미용실의 주인인 원장과 그의 남편 박치기, 종업원인 미얀마 유학파 출신 찰스와 새로 들어온 샤론리, 술집 마담과 철가방 그리고 스님과 동네 주민들이 나오는데 원장과 그의 남편 박치기의 갈등, 찰스와 마담과의 사랑 그리고 샤론리가 미용실에 적응하는 것들이 이 극의 보여주는 소재들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극의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생략.

 국내 창작 뮤지컬이 기존에 없었던 건 아니지만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소극장을 기반으로 해온 것이 대부분이었던 것이 사실인데, 제외한 몇몇의 뮤지컬에 하나가 더 해 질수 있는 극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뮤지컬이라면 노래에 대한 기대를 응당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음향시설의 미비인지 사용의 부주의인지 잘 모를 음향에 대한 아쉬움과 모든 배우들이 좀 더 노래를 잘 불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과 명품 뮤지컬로 남기에는 약간은 부족한 듯한 스토리까지 열심히 준비한 모습은 보이지만 그래도 약간씩 부족한 듯하게 보였다. 무엇이든 2% 가 명품과 보통의 것의 차이란 걸 가만하면 조금만 더 신경 쓰고 보완하면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창작물이 되지않을까 싶었다.

 생각보다 훨씬 예뻤던 원장역의 이혜진과 지금 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찰쓰 역의 함승연 그리고 지금은 뮤지컬 배우로 약간 부족한 듯 하지만 더 큰 발전으로 멋진 뮤지컬 배우로 거듭났으면 하는 장영란 까지 배우를 살펴보는 것도 극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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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두고 디지털 컨텐츠가 난무하는 시대라고 흔히들 말한다. MP3 음악파일,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찍은 사진 그리고 TV 드라마나 개그 프로를 위시한 동영상 파일과 거기에 영화도 지금은 디지털 컨텐츠라 부르는데 별 무리가 없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이런 시점에서 다른 사람의 것은 어떤지 잘 몰라도 디지털 컨텐츠에 대한 내 생각은 비교적 확고하다. 복사 비용이 거의 0에 가까운 덕에 마음만 먹으면 쉽게 모을 수 있는 이유로 내게 있어 디지털 컨텐츠의 수집이나 저장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빨리 즐기고 지워버리는 것이 되려 내게는 미덕이다. 이런 이유로 디지털 컨텐츠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영화 역시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는 일이 보통 없다. 앞서 언급했듯 얼른 보고 지워버려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다가 그만 실수로 두 번 보고만 영화 ‘마인드 헌터, Mindhunters' .

 영화 ‘마인드 헌터, Mindhunters' 는 내게 인기 있었던 TV 시리즈 'X-file' 을 떠올리게 했다. 그 둘이 정확히 일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둘 다 범죄 스릴러물을 표방한다는 지극히 사변적이자 작위적인 해석 때문이리라. 영화 ‘마인드 헌터’ 는 프로 파일러 Profiler 라 칭하는 범죄 심리분석가에 관한 이야기다. FBI에서 실제 프로 파일러가 되고자 하는 후보생들이 고립된 외딴 섬에서 들어가 모의훈련을 하는 도중에 그들 사이에서 실제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범인과 남은 사람간의 두뇌게임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계속되는 희생과 희생자가 생길 때마다 보이는 시계의 예고 시간으로 인한 긴장감과 누구를 믿어야할지 알 수 없는 등장인물간의 갈등이 영화의 재미를 더 한다.

 더운 여름에 보기에 그다지 나쁘지 않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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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크루먼의 불황경제학’ 이라는 제목이 붙은 책을 보고 나는 사실 약간 위축되었다. 물리학을 공부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경제학은 저 멀리 있는 듯 싶은 학문인데, 거기에 불황이라는 단어가 먼 거리의 정도를 더 깊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재미삼아 보는 사람의 장점을 그대로 살려 멀게만 느껴지는 거리를 외면한데 책을 보기 시작했다.

 어~, 그런데 언젠가 재미있게 봤었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와 비슷한 느낌이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렉서스는 기술과 자본이 결합해 만들어 내는 상품의 대표 이미지라 할 수 있고 올리브나무는 영토나 민족을 나타내는 이미지라 할 수 있는데,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사이의 무게가 렉서스 쪽으로 조금씩 기울고 있다는 것이 전체의 요지였다. 굳이 약간 덧붙이자면, 냉전 시대가 사라지고 난 후 홀로 자본주의만이 살아남았고 그 덕분에 황금 구속복을 선호하는 전세계에 흩어진 전자 투자집단의 힘이 특정 국가의 힘에 비할 수 없으리만큼 커지면서 렉서스가 더 중요시되고 그러면서 세계화는 필요가 아닌 필수가 되었다 뉘앙스 였다.

 그런데 이 책 ‘폴 크로먼의 불황경제학’ 도 큰 틀의 뉘앙스는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그렇다고해서 ‘올리브와 렉서스’ 의 아류작이란 말은 절대 아니다. 왜냐면 이 책의 주된 관심은 자기 모순으로 인한 문제점도 있었지만 아울러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전자 투자집단의 단초를 제공한 아시아의 금융 위기와 전자 투자집단의 최선봉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헤지펀드가 주된 관심이기 때문이다.

 이 책 ‘폴 크루먼의 불황경제학’은 제목만으로도 어렵게 느껴지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란 점을 떨쳐버릴 수 없지만 그래도 MIT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의 해박한 경제 지식과 거기에 필치 뛰어난 저널리스트의 모습이 더 해져 어렵지 않은 논리에 명쾌한 설명 통해 천천히 책을 봐나간다면 누구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내심 ‘불황경제학’ 이라는 제목이 책의 내용을 정확히 대표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책 ‘폴 크루먼의 불황경제학’ 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찬찬히 읽어보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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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룻 사람의 이름이고 책의 제목이고 공연의 제목이고 이 모두가 중요하다. 왜냐면 합리적인 판단 할 거리가 전무한 첫 대면에서 그것들이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연극 ‘닭집에 갔었다’ 는 내게 별 볼일 없을 것 같은 연극이었다. 제목에서 주는 감도 그저 그랬거니와 생닭을 잡고 입으로 물어뜯는 모습의 포스터는 내 편견을 강화시켜 주었다.

 그런 상태로 관람하게 된 극 ‘닭집에 갔었다’. 그런데 이 연극은 시작부터 그간 극에서 볼 수 있었던 틀을 깬다. 보통 공연장에 들어서고 시작할 시간이 되면 어디선가 한 명이 쪼르르 달려 나와 공연의 시작을 알리며 휴대폰을 전원을 끄라는 말에서 시작해 틀을 벗어나지 못한 안내 문구를 알리면서 시작하기 마련인데, 이 연극 ‘닭집에 갔었다’ 는 공식적으로 그런 것이 없다. 공연장에 들어가자마자 보게 되는 시장 통의 아저씨가 ‘골라 잡어 3천원~’ 의 호객 행위가 시작이었단 사실과 그 역시 극 중 배우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극은 재래시장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닭가게, 야채가게, 식당, 다방 그리고 그 가게의 주인들, 그리고 손님들과 시장을 지나가는 행인과 배달원, 장애인,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 경찰과 같은 많은 사람들. 그들 사이의 이야기를 극은 보여 준다. 시장에서 닭집을 하는 제천댁의 남편이 지하철 사고로 목숨을 읽는다. 그런데 제천댁이 남편을 밀었으니 아니니 하는 소문이 시장에 퍼지며, 제천댁과 시어머니는 시장에서 싸우고 거기에 제천댁의 아들 종구는 가출을 하고 남편 사고를 조사하는 형사는 계속 시장에 모습을 보인다. 그렇지만 시장 사람들은 서로 의지해 가며 자신의 일에 열심이다. 시장 사람이건 손님이건 혹은 행인이건 모두가 자신의 삶에 바쁘다. 거기에 느닷없는 협박전화. 제천댁이 지하철역에서 남편을 미는 모습이 찍힌 테이프가 있다며 돈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전화에 응하는 제천댁과 협박범인 야채가게 순미의 남편인 양아치 상길.

 뭔가 뭔가 부조리한 듯하면서도 거기에 응하는 제천댁의 모습이나 제천댁과 그녀의 남편에게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궁금해지는 관객. 하지만 시장은 늘 그랬듯 정신없이 북적이며 그 곳의 사람들도 늘 그랬듯이 바쁘게 살아간다.

 사실 이 연극은 무척이나 부산스럽다. 관객이 차분히 바라볼 수 있게 하기 보다는 뭔가 어수선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사람의 삶이란 것이 결국은 그렇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런지 알 수 없지만 비슷한 시기에 봤던 또 다른 연극 ‘검둥이와 검은 개들’에서 느꼈던 극에 대한 어려움은 별로 없었다. 부산스럽고 어수선한 바람에 되려 편하게 볼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예상을 뛰어 넘는 극의 모습이 주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연극이었지 싶다. 개인적으로는 연극에 대한 고정관념을 시작부터 깼고, 감각적 연출에 거기에 걸맞는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 해진 좋은 공연이었지 싶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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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고의 선진국 미국. 그리고 그 미국의 거대 도시 중의 하나인 LA. 이 영화 ‘크래쉬, Crash'는 바로 미국 LA 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세계적인 대도시인 만큼 LA 도 뉴욕 만큼이나 다양한 인종들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렇지만 LA가 기회의 땅인 것만은 아니다. 자신을 경계하는 백인 부부를 보고 욱~ 하며 차를 빼앗아 버리는 두 명의 흑인과 검사라는 직업을 이용해 빼앗긴 차를 바로 수배하는 백인 부부와 그저 그 백인 부부와 같은 종류의 자동차라는 이유로 성적인 모욕을 당하는 흑인 부부와 그로 인해 불화가 생긴 경찰. 대로변에서 멀쩡하게 차를 도난당한 터라 집의 열쇠를 모두 바꾸는 검사의 부인과 멕시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당하는 열쇠 수리공, 밀입국하려는 중국인과 그것을 운반하는 하필이면 한국인. 아랍계 미국인의 가계와 그 곳의 고장 난 열쇠를 수리하려는 수리공. 도둑이 들어 몽땅 털린 아랍인의 멕시칸에 대한 분노. 멕시칸 부녀의 부성애와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동차 사고까지.

 이 영화 ‘크래쉬, Crash' 는 영화 같은 느낌보다 그냥 현실에 있는 일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 놓은 것만 같다. 그러면서도 여러 사람의 일이 서로가 모르는 사이에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그로 인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이 영화 ‘크래쉬, Crash' 는 유독 작가가 만들어 낸 시나리오의 인위성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스쳐 지나가는 인간군상 속의 복잡 미묘한 ‘감정 충돌’이 얼마만큼 크게 작용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게다가 화해의 계기를 발견하기 전까지의 괴로움은 크지만 그 결과만큼은 상처의 크기에 상관없이 언제나 가슴 뭉클하다는 불변의 진리 역시 영화 속 이야기에 우리에게 해주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특히 추천할 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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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남미와 더불어 우리에게 아프리카는 물리적 거리에서도 정서적 거리에서도 가깝지 못한 곳이다. 그런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연극 ‘검둥이와 개들의 싸움’ 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사실 이 연극 ‘검둥이와 개들의 싸움’ 을 보기 전에도 보면서도 그리고 보고 난 후에도 나는 아프리카 배경으로 한 또 다른 연극인 ‘아시나말리!’ 가 떠올랐다. 인종 차별 정책을 비판 하는 이야기로 그 내용이나 정신은 분명 훌륭한 것이었지만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익숙하지 않은 아프리카의 모습만큼이나 극을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기억 속에 남은 ‘아시나말리’ 같이 이 연극 ‘검둥이와 개들의 싸움’ 역시 쉽게 접하고 쉽게 웃으며 즐기는 트렌드 극과는 많이 달랐다. ‘독백을 통한 깊이와 본질의 문제가 강렬히 묻어나는 언어 연극의 장’ 같은 어감이 주는 선민사상을 가진 것 같은 연극이랄까? 대중의 인기에 영합할 의지가 별로 보이지 않는 극이었다.

 한 흑인의 죽음으로 등장한 알부리라는 흑인 청년과 그와 연루된 칼과 그의 상사 오른과 그의 아내 레온. 각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눈에 보기에도 선한 열연을 펼치지만 아쉽게도 정서적 친숙함의 결여 덕분인지 극이 가지는 흡입력은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까막눈의 단계를 벗어나지도 못한 채 극을 관람하는 무지한 관객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서 극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들기도 했지만, 친숙함과 멀어진다는 것이 새로운 시각을 가진다는 또 다른 표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극으로 인한 재미를 느끼기에는 개인적으로 부족했지만 분명 나쁘다고도 할 수 없는 공연이었던듯 싶다.

 그러나 연극을 통해 1차적인 스트레스 해소 같은 즐거움을 기대한다면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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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단어가 주는 어감에 비교적 민감한 편이다.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가 분명한 경우 어감에 민감한 건 선험적으로 작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보통 어감에서 벌써 편견을 가지기 일수다. 이 책 기업 엘리트의 21세기 경제 사회 비전을 접하고서도 그랬다평소 사고를 지배하는 지나친 평등의식의 발로로 책의 제목에서 엘리트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대기업 경영자들의 자아도취에 관한 주절거림을 그대로 옮겨 놓았으려니 싶었다.

 편견이 깨지면 그로 인한 충격도 심한 법편견 덕분에 나는 이 책을 더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 수 있었다. 빈약한 지식 탓에 프로테스탄티즘, Protestantism 이라 칭하는 칼뱅의 사상에 원류를 두고서 자본주의는 발전해 왔고 우리 사회에 자본주의를 이야기하면서도 시작은 보통 서양의 것들 이야기 하고 넘어가는 경우 보통이었다. 그런데 이 책의 시작은 좀 색다르다. 비록 완벽하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우리 전통 사회의 사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유학에서 그 근원을 찾고 이, 利 보다는 의, 義 에 더 가치를 두었던 우리 선조들의 사상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실학과 일제 시대의 기업가 정신과 특징을 간략하게 살펴 본 후 크게 IMF 금융 위기를 전후로 하여 우리 사회, 특히 기업 문화를 포함한 다양한 문제에 대해 여러 경영자들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내가 경험한 경제나 경영서적은 보통 경제나 경영의 제도를 중점으로 이야기하거나 혹은 특정 경제학자자 경제학 사조에 근원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렇지만 이 책의 경우는 앞서 언급한 대로 경영자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한 탓인지 특정 제도나 사조에 대해 이야기하기 보다는 이들의 눈을 통해서 본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점 그리고 비판까지, 스스로를 변명하기 위한 책이었을 것이란 편견과는 전혀 다르게 매우 진솔하고 합리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자신의 견해를 들여 준다.

 이 책은 한국 자본주의 정신은 무엇이며 앞으로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평이하게 잘 기술하고 있는 듯 하다재미 삼아 보기 시작했으나 기대치를 뛰어 넘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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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차 이야기하는 점이지만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야기를 듣고 보는 재미로 영화도 보고 연극도 본다는 말은 내게는 정확히 들어맞는 말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내가 선호했던 영화나 연극은 이야기에 충실한 작품들이다. 뛰어난 컴퓨터 그래픽이나 빅 스타 혹은 막대한 대중의 관심은 부차적인 경우가 많다. 이런 시각에서 영화 ‘신데렐라 맨, Cinderella Man' 내게 있어 이야기에 충실한 그래서 기억에 남는 또 하나의 영화다.

 우선 이 영화가 기억에 남으리만큼 인상적인 건 아마도 생동감 때문이리라. 이 영화의 배경인 미국 대공황 시대가 아직도 생생하게 우리 기억에 남아있는 IMF 구제금융 때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어서 70~80 년 전 태평양 건너 우리와는 별로 상관없는 곳의 이야기처럼 보이지가 않는다. 그 덕분에 경제적으로 너무나 어려운 시기를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헤쳐 나간다는 보편적인 감동 이상이 내게는 전달되었다.

 이야기는 미국 전역이 심각한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던 시기, 자신보다 덩치가 훨씬 큰 상대와 끝까지 싸우면서도 굽히지 않는 강인함으로 인해 ‘버건의 불독’이라는 별명이 불렸던 제임스 J. 브래독의 이야기다. 브래독은 ‘버건의 불독’이라 불릴 만큼 재능 있는 권투 선수였지만 시합 중 오른손의 잇단 부상으로 더 이상 권투를 할 수 없게 된다. 비록 전도 유망한 권투 선수 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대공황의 그늘을 브래독이라고 해서 피할 갈 수는 없다. 권투를 포기하고 선착장에서 부두일의 해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노력하지만 빚은 늘어만 가고 한 겨울 전기와 가스마저 끊어져 생활보호 대상자를 신청하기에 이른다. 권투 선수로는 너무 많은 나이와 부상 그리고 먹거리조차 충분하기 않은 상태의 부두 하역 노동자로 연명해가던 브래독에게 전 매니저였던 조 굴드의 노력으로 다시 링 위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리고 그 기회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따뜻한 음식을 살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을 위해 링 위에서 다시 글러브를 잡은 브래독은 절대 뒤로 물러서지 의지와 강인함을 다시 보이며 유망주인 상대를 쓰러뜨리고 관중과 매스컴을 놀라게 한다. 거기에 브래독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가족을 위해 연속 승리의 행진을 이어가기 시작한다. 승리를 거듭할수록 짐 브래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공황으로 실의에 빠져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우상이 되어가고, 매번 상대와 맞서 싸울 때마다 마치 그와 같이 자신들의 가족을 보살피고 꿈을 단념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수백만의 관중들을 위해 싸우는 것이 된다. 그리고 마침내, 이미 두 명의 상대를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위력적인 주먹의 세계 헤비급 챔피언 맥스 베어와의 결전 앞두게 되고,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누구도 브래독의 승리를 예상하지 않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가족과 그를 응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브래독은 당당히 맞서고 결국은 시합에서 이긴다.

 이 영화 ‘신데렐라 맨, Cinderella Man' 은 감동적인 이야기 외에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관객이 감동을 가지고 볼 수 있게 만든 감독 론 하워드, Ron Howard 의 전작 ‘분노의 역류’, ‘뷰티풀 마인드’, ‘아폴로 13호’ 그리고 ‘그린치’ 같은 영화를 비교하며 볼 수 있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내가 근래 좋아하는 헐리웃 여배우 중 한 명인 르네 젤위거, Renee Zellweger 의 전작들과는 또다른 그녀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신데렐라 맨, Cinderella Man'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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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있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 연극‘질마와 솔래’라는 제목을 보고서도 그런 느낌을 약간 받았는데, 막연히 어딘가 전해오는 전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 같다는 느낌이랄까? 창작극인지 아닌지 지금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그냥 ‘질마와 솔래’라는 제목을 받고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바람의 왕은 공주가 자신이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바람의 요정 질마를 사랑하자,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던 또 다른 바람의 요정인 하름과 바람에 꽃 향기를 누가 더 진하게 묻혀 오는지 내기를 하게 한다. 그러면서 바람의 요정 질마는 녹두 농사를 짓는 농부의 딸 솔래를 보게 되고 서로를 제대로 느낄 수도 없는 질마와 솔래지만 그 둘은 이내 사랑에 빠지고 만다. 요정의 사회에서 그리고 사람의 사회에서 각기 기대치를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질마와 솔래. 결국 질마와 솔래의 사랑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그렇게도 듣고자 했던 녹두꽃 타는 소리도 아무도 듣지 못한채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이야기는 끝난다.

 사실 이 연극은 매우 독특한 느낌의 극이었다. 우선 무대를 거의 2등분 하는 것처럼 생긴 극장의 공간이 그랬고, 녹두꽃이라는 것에서 뭔가 우리 전통스런 느낌의 무언가를 표현하려고 하는 것 같으면서도 정작 선녀나 신선 혹은 옥황상제의 아들 같이 우리 조상들이 생각할 수 있었던 대상이 아닌 요정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 것에서 그랬고, 극찬한 사람이 많기도 했지만 개인적인 취향에는 전혀 부합되지 못한 바람의 요정들의 모습이나 아무것도 없는 맨 바닥이 마치 진짜 녹두밭이나 되는 냥 상상을 펼치며 연기하면서도 정말인 듯 자연스레 연기하는 배우들이 그랬다.

 백조의 노래 마냥 실은 원래 있지도 않을 것만 같은 녹두꽃 타는 소리. 내 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비 소리도 정작 제대로 들을 만큼의 여유도 없이 사는 주제에 극중에서나마 정말 녹두꽃 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질마와 솔래의 사랑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과 뮤지컬의 느낌마저 주는 간간히 들려오는 노래 소리까지. 상상력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소품이 아니라 연극의 기획자들의 재미나고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제작된 진짜 멋들어진 소품이 함께 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연극 ‘봄날은 간다’ 공연장을 뒤덮고 있던 잔디처럼 진짜 녹두밭에서 그리고 정말 요정의 느낌이 물씬 나는 요정의 모습을 극을 통해 봤더라면 극을 보는 즐거움은 더욱 컸을 듯 싶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더 컸던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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