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慢), manna(남태평양 연안 원주민의 언어로 현상 뒤에 숨어 있는 초자연적인 힘)의 한역, 영어로는 pride 또는 conceit로 번역된다. 아만(我慢). 자산이 남보다 훌륭하다고 망상하여 남에게 뽐내려 드는 방자한 마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학식이나 용모, 혈통 등 자신이 갖고 있는 조건 때문에 우월감을 가지는 마음은 교(驕)인데 반해, 만은 무조건 자가 자신이 낫다고 느끼는 본능적 심성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교는 오히려 조복(調伏)받기 쉽다고 하겠으나, 만은 그 뿌리가 깊고 미묘하므로, 인간의 해탈을 막는 열 가지 족쇄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마지막 족쇄에 속하여 아라한과를 성취해야 비로소 완전히 소멸된다. 범어의 원래 뜻은 타인과 관계에서 생긴 자의식(self-conception)을 가리킴. 내가 야생초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내 속의 만을 다스리고자 하는 뜻도 숨어 있다. 인간의 손때가 묻은 관상용 화초에서 느껴지는 화려함이나 교만이 야생초에는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화사한 꽃을 피우는 야생초라 할지라도 가만히 십 분만 들여다보면 그렇게 소박해 보일 수가 없다. 자연 속에서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있을지언정 남을 우습게 보는 교만은 없거든. 우리 인간만이 생존경쟁을 넘어서서 남을 무시하고 제 잘난 맛에 빠져 자연의 향기를 잃고 있다. 남과 비교하여 나만이 옳고 잘났다며 뻐기는 인간들은 크건 작건 못생겼건 잘 생겼건 타고난 제 모습의 꽃만 피워 내는 야생초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많다. 야생초를 사랑하면서 교만한 자가 있다면 그는 다른 목적으로 야생초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 야생초 편지, 99, 102 쪽
내가 사는 이 시대는 경쟁력의 시대다. 제대로 대비할 준비도 하지도 못한 채 닥쳐온 무한 경쟁은 이 시대 힘없고 약한 자를 더 어려움 속으로 밀어 넣었다. 이런 걸 가만하면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경쟁과 무관 할 수 없다. 시대가 요구하는 바를 따라가지 못하면 그저 낙오자(落伍者)라는 오명 말고는 들을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이런 무한 경쟁의 시대가 불만이냐고 누가 내게 묻는다면 그건 내가 불만을 가지고 말고 할 사안이 아니라고 이야기할 테이다. 단순한 겉멋에 하는 말이 아니다. 불만도 낙오자가 아닌 성취자(成就者)가 해야 그 울림이 있는 법이다. 대신 무한 경쟁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능력을 배가시키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옆 사람을 깎아 내리려 내가 더 돋보이려 하는 것 같은 허튼 짓은 제발 보지 않았으면 한다.
노자(老子)고 약자(弱者)고 가리지 않고 그저 경쟁의 잣대로 그들까지 판단하는 풍조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긴 하지만, 지금 떠들고 다니진 말자. 이러한 읇조림은 누구도 성취자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끔 하고 나서 할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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