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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공연을 볼 때 들려오는 입소문이나 검색창에서 몇 자 두드려 보면 금세 알 수 있을 일절의 사전 정보 없이 관람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런 경우는 별다른 기대치 없이 공연을 관람한 덕분에 미리 알았더라면 상대적으로 반감되었을 즐거움이 극대화되기도 하고 가끔은 미리 알았더라면 아마도 관람하지 않았을 공연을 관람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지금 이야기 하려는 ‘뮤지컬 터널’도 어떤 사전 정보나 입소문을 듣지 못한 채 공연장으로 향한 공연이었다. 미리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별로 크지 않았던 기대치마저 채우지 못한 공연이었다.

 극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밝은 미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고등학생의 이야기다.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어머니와의 이야기, 그의 집에 세들 어온 여자를 좋아 하면서의 이야기, 고등학생과 그의 친구들 이야기 그리고 극 중 제일 관객의 호응이 컸던 어머니와 선생님의 이야기로 극의 에피소드는 구성되어 있다. 사실 공연을 보고 난 후 인상적이었던 건, 앞서 언급한 어머니와 선생님의 에피소드와 비록 몇 편 보지 못했지만 국내 창작 뮤지컬 중 처음으로 힙합을 극에 삽입했다는 정도 말고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거기에 하나 덧붙이면 극을 다 관람하고 나오면서 입구에서 관객의 반응을 살피는 연출자 서승만을 볼 수 있었는데,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연출가 서승만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느낌이었다.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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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를 처음 본 건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그 때도 책을 보는 동안 내심 어린이추천도서라는 사실에 부담을 가지며 책을 봤던 기억이 나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0년이 더 지난 지금 ‘새 먼나라 이웃나라’ 라는 이름으로 개정판을 다시 살펴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학창시절 역사는 우리나라 역사나 다른 나라 역사를 가리지 않고 비교적 좋아하는 편이어서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과 비교해 가며, 참 재미있게 책을 봤었다. 그랬던 책이 10년도 넘는 시간의 간격을 가지고 지금 다시 살펴보아도 재미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개정판이 갖는 새로움이 별로 없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유럽의 여러 나라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내게는 충분히 유익.

 1편은 네덜란드 편이다. 그런데 책의 절반이 좀 안 되는 분량이 개관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있는 유럽사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다. 유럽사의 개관이라고 해봐야 결국은 로마 이야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 요즘 꾸준히 보는 책 중 하나인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의 내용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거기에 시오노 나나미의 눈을 통해 본 로마 이야기가 작가의 시각을 많이 반영한다는 사실을 개관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네덜란드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 세 강대국 틈에 낀 약소국으로 역사적으로 수많은 외침을 받았지만 거기에 굴복하지 않고 대항해 독립을 지켜온 나라다. 거기에 머물지 않고 강대국들과 당당히 겨루며 살아가는 세계의 부강한 국가이기도 하다. 그저 풍차나 튤립의 나라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네덜란드였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

 네덜란드는 일찍이 상업과 무역이 발달한 탓에 시민의식 역시 아울러 성숙해서 80년에 걸친 독립 전쟁 끝에 자치권을 획득하고 이러한 시민 의식을 바탕으로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더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바탕으로 한 개인주의와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다. 에스파냐의 무적함대를 물리치고 영국과 함께 바다의 왕자로 세계를 제패하면서 수많은 식민지를 개척했으나, 곧 영국에게 제해권을 뺏기면서 식민지의 지배자로서가 아니라 교역을 하는 상인으로써 세계 각국과 교역을 전개했다. 이런 점에서 17세기에 이미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를 실천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책을 보는 동안 흥미로웠던 점은 오랜 역사를 통해 이룩한 네덜란드 사람들이 합리적 사고방식이다. 예를 국가에서 마약을 원가에 판매함으로써 마약을 매개로한 범죄가 생길 여지를 없애고 마약 중독자를 정책적으로 관리하는 모습은 아직 어떤 나라에서도 볼 수 없지만 매우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네덜란드인의 합리적 행동이라 할 수 있다.


2편의 주인공은 프랑스다. 책은 프랑스의 음식문화와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프랑스를 소개한다. 최소한 4단계를 밟아야 하는 식사와 까다로운 식사 예절, 포도주와 치즈의 나라 같은 프랑스의 풍요롭고 다채로운 음식문화에 대해 충분한 분량을 할당해 설명한다. 내륙의 넓은 평야지대와 인접해 있는 대서양과 지중해 덕분에 농산물과 해산물이 모두 풍부하고 겔트족, 라틴족, 게르만족 그리고 노르만족을 포함한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면서 다양한 음식문화가 어우러질 수 있었다. 거기에 1편에서 소개한 네덜란드와는 달리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에서 궁정에서 시작된 예절과 화려함은 음식 문화를 더 풍성하게 해 주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진면목이 그저 음식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철저한 개인주의에 입각한 자유, 평등 그리고 박애의 민주주의는 프랑스 국민들의 희생을 통해 쟁취한 산물이다. 비록 최근 극우파의 득세로 프랑스의 위신이 추락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프랑스만큼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지 못한다. 거기에 교육과 의료, 생계 그리고 노후가 국가에 의해 보장되어 비교적 큰 근심 없이 국민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반면 자유와 평등의 기치가 높기 때문에 정치적 망명으로 인한 빈번한 테러나 파업 그리고 실업자 등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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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 폭력배를 소재로 한 영화가 한 동안 트렌드가 되었던 적이 있었다. 대략 2001년을 전후해 ‘친구’, ‘조폭마누라‘ 그리고 ’두사부일체‘ 같은 영화가 큰 인기를 끌었었다. 그리고 한 동안 조직 폭력배를 소재로 한 영화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다가 관객의 외면을 받고는 사라지는가 싶더니, ’가문의 영광‘ 시리나 지금 이야기 하고자 하는 ’투사부일체‘ 같은 모습으로 다시 나오고 있다.

 영화 ‘투사부일체’가 올 해 초 개봉해 600만이 넘는 관객이 들었다는 기사를 보고 사실 내심 기대가 컸다. 어느새 식상해져 버린 조폭 영화가 한 단계 더 성장해서 새로운 형태로 나왔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는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통해 모든 사회적 현상을 분석하려는 식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분명 600만이라는 적지 않은 관객에 부활한 조폭 영화는 나름의 등장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관람.

 영화 ‘투사부일체’는 분명 재미있다. 그렇지만 그 재미는 밀도 있는 드라마의 전개를 통해서나 머릿속을 교란하게 만드는 치밀함 혹은 관람 후 젖어드는 숱한 상념을 통한 감동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 영화 ‘투사부일체’를 보면서 이런 재미를 모두 기대하는 관객은 없을 것이다. 다만 잘 짜인 이야기 속에서 화끈하게 웃을 수 있는 꺼리가 적재적소에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2001년도, 그 시절의 영화와 비교해도 전반적으로 약하다는 느낌이다. 암흑가의 보스이지만 학교에서는 삥 뜯기는 학생의 극단을 오고가는 김상중의 모습이나 그 속에서 등장하는 하하 혹은 새롭게 선보인 최윤영의 모습 정도가 그나마 웃음 짓게 할 따름이다.

 교육계의 악취 가득한 모습을 웃음과 함께 필름 속에 담고자 하는 노력이 영화 속 여기저기서 엿보이기는 하지만 600만 관객이 들만큼의 참신한 시도나 즐거움 웃음은 부족하다는 느낌은 여전하다.

 개인적인 성향으로는 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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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권 한 권 읽기 시작한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가 벌써 8권에 달했다. 첫 권을 읽기 시작할 때만해도 과연 시리즈 전 권을 다 읽을 수 있을는지 내심 걱정했었다. 그러던 차에 벌써 시리즈의 절반을 넘어서 8권까지 섭렵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로마인 이야기 8 : 위기와 극복’은 네로 황제가 죽은 뒤부터 트라야누스가 등장할 때까지 약 30년의 시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책의 주인공이 되는 황제는 갈바, 오토, 비텔리우스, 베스파시아누스, 티투스, 도미티우스 그리고 네르바에 이르기까지 7명의 황제가 등장한다. ‘위기와 극복’이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많은 황제가 등장했지만 이내 사라졌고 ‘위기’라는 단어가 적절하리 만큼 혼란스러웠던 로마제국의 이야기가 8권의 주된 내용이다. 그렇지만 ‘극복’ 또한 황제를 통해서 이루어져서 갈바, 오토 그리고 비텔리우스 황제 시절에 일어난 혼란은 잘 수습되고 새로운 안정의 길로 로마는 들어선다.

 희대의 폭군으로 보통 기억되고 있는 황제 네로가 죽자 그 다음 적임자로 생각했던 갈바 황제는 살해당하고 그 뒤를 이어 등장한 오토 황제는 다음 황제가 되는 비텔리우스와의 권력 싸움에서 패하고 자살하고 만다. 하지만 피텔리우스 황제 역시 인한 어수선한 사회 속에서 일어난 내전에서 패배로 겨우 8개월의 황제로 모습을 보인 후 살해당한다.

 내전으로 인한 위기는 로마를 곧 멸망으로 이끌고 말 것 같지만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등장하고 나서부터 로마는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한다. 내전으로 피폐해진 제국을 재건설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서, 인간적이고 서민적인 모습의 황제로 로마제국을 잘 다스린다. 병으로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죽은 후 그의 장남 티투스 역시 황제가 된다. 로마 시민이 원하지 않으면 자신의 사랑마저 포기 할 만큼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알고 있는 티투스 황제였지만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인한 폼페이를 비롯한 나폴리 동부 해안 도시가 매몰되고 로마 도심에서의 대화재와 이탈리아 전역에서 발생한 전염병까지 잇따른 대재난의 수습으로 그의 치세는 갑작스레 끝나고 만다.

 그리고 황제가 된 이는 티투스의 동제 도미티아누스다. 티투스가 너무 일찍 죽는 바람에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채 도미티아누스는 황제가 되었고 이것은 독재와 공포 정치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15년 간 나라를 비교적 잘 다스려 아버지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시작한 ‘위기의 극복’을 잘 이어가지만 결국은 암살당하고 만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의 다음 권에서 ‘현제의 세기’라는 제목으로 로마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Tracked from 도서가격비교 와비 at 2008/04/11 16:00 x

제목 : 별이세개님에 의해 도서가격비교 와비에서 베스트 리뷰..
‘로마인 이야기 8 : 위기와 극복’은 네로 황제가 죽은 뒤부터 트라야누스가 등장할 때까지 약 30년의 시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책의 주인공이 되는 황제는 갈바, 오토, 비텔리우스, 베스파시아누스, 티투스, 도미티우스 그리고 네르바에 이르기까지 7명의 황.....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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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당일 날 제법 아팠다. 근래 내 주위 상황이 여의치 않아 버거움을 느끼면서도 지속적으로 무리를 한다 싶더니, 역시나 아프고 말았다. 게다가 불행하게도 정신적으로도 다른 사물에 대한 관심이나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여유조차 갖지 못한 채 살았다. 그래서인지 정작 ‘윤효간 피아노콘서트 <피아노와 이빨>’의 공연 당일이 되자, 집에서 나가기조차 싫었다. 마냥 이불 속에서 자고 싶었지만 같이 가자고 미리 잡아둔 선약이 주는 의무감 탓에 결국은 집을 나섰다. 공연장을 향해 가는 동안 생각해 보니까 피아노 콘서트는 처음이다. 하지만 피아노 소품을 연이어 연주하는 것에 약간의 이야기가 곁들여진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피아노와 이빨’이라는 제목을 통해 떠올렸다. 그리곤 공연장으로 입장.

 실은 윤효간이라는 연주자를 잘 알지 못한 채 공연을 보러 아니 들으러 갔다. 피아노 콘서트라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드라마 보듯 보시면 된다는 그의 말이 위안이 되기는 했지만 이내 자신이 유명한 편곡가라는 소개에서 익숙하지 못한 분야라는 데서 오는 당혹스러움이 엄습했다. 컨디션도 좋지 않은데 잘못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찰나 여러분이 아는 음악은 남의 노래이고 모르는 곡은 자신의 곡이라는 말로 시작해 이어지는 그의 연주는 내 긴장감을 풀어 주었다. 거기에 이어지는 과장이나 허풍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는 그가 지금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게끔 했다. 마치 자랑마저도 익숙한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 느낌이랄까...

 콘서트인 만큼 음악을 빼놓을 수가 없다. Hey Jude, Stairway To Heaven, We are the champion 같은 팝송과 풍금이 흐르는 교실, 눈물 같은 자작곡 그리고 엄마야 누나야나 오빠생각 같은 동요 외에도 마법의 성처럼 귀에 익숙한 가요까지 잔잔함과 열정을 오가며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물론 원곡의 느낌보다는 공연의 서두에서 밝힌 유명한 편곡가라는 말 마냥, 편곡으로 익숙하지만 색다른 느낌의 음악이 그의 음악이었다. 음악가 윤효간의 음악과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너무나 편안했다. 비록 공연의 한 부분이라는 미술의 부분이 사정상 빠지기는 했지만, 보통 성공적인 공연을 위해 정확하게 짜여진 레퍼토리를 바탕으로 하는 일반의 공연과는 너무 달리, 여유를 가지고 진행을 해 가지만 자신의 의도하는 바를 정확히 인식하고 가지는 여유와 자유로움은 그 속에 정확하게 짜여진 레퍼토리 이상의 감동이 있었다.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2시간의 공연 시간은 피아노 콘서트라고 칭하기 보다는 꿈, 희망, 열정을 가지고 그리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음악인 윤효간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시간이었다. 거기에 그의 연주와 노래를 들을 때면 지그시 눈을 감고 편안히 감상한 덕분인지 엉망이었던 컨디션까지 공연 후 회복된 건내게 공연 관람 후의 나만의 팁이었다. ‘식상(食傷)함’과 ‘익숙함’ 이라는 두 단어가 공연 내내 내 머리 속을 맴돌았는데, 공연자가 의도한 바인지 혹은 내가 처한 상황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내가 그간 내 일 있어서 익숙함 보다는 식상함에 빠져 부정적으로 살아온 건 아닐까 하는 자성의 여유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덕에 개인적으로는 매우 뜻.깊.은. 공연이었다.

 강.력.추.천.

 Commented by 모모 at 2006/11/28 22:38  
글을 읽어보니까 한번 꼭 가보고싶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6/11/29 00:09 
한번 가보시기를 추천합니다. ^^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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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사이드 맨, Inside Man'이라는 단어가 내게 주는 어감은 내부 고발자 정도를 떠올리게 했다. 부당한 일이 빈번한 특정 조직의 범죄를 긴장감을 가지고 표현한 영화가 아닐까하는 지레짐작이 이 영화에 대한 내 첫 인상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이 영화는 은행 강도 이야기였다. 거짓말 조금 보태 적어도 천 번 이상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 음모나 조작같은 이야기를 자신만의 색채로 풀어내는 감독 Spike Lee, 스파이크 리가 연출을 맡았단 말인가. 거기에 Denzel Washington, 덴젤 워싱턴과 Jodie Foster, 조디 포스터 같은 지적인 이미지가 유난히 강한 배우와 나와 친숙하지 않았지만 Clive Owen, 클라이브 오웬이라는 꽤 유명한 배우까지 고작 흔해 빠진 은행 강도 이야기의 등장인물이라니 싶었다.

 순전히 인상적이지 못했던 영화 제목의 어감과 흔해 빠진 은행 강도를 소재로 한 이야기라는 사실로 인한 그저 그럴 것이라는 편견 탓에, 별 기대 없이 영화를 봤다. 복면을 한 강도떼가 은행 앞에서 승합차에서 떼거리로 내려 은행을 습격하고 직원을 협박해 금고 문을 열고 돈을 챙겨 달아난다는 뻔한 스토리를 예상하고 있던 차, 하지만 이게 웬걸. 범인들은 은행에 있던 인질들을 준비해온 자신들의 강도 유니폼과 같은 옷으로 갈아입게 만든다. 그야말로 누가 범인인지 구분할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림으로써 뻔한 이야기를 상상해 심드렁한 관객의 흥미를 단번에 집중시킨다. 이런 색다른 은행 강도 이야기가 끝이 아니다. 얼굴이 가려진 채 석방되는 인질의 모습을 확인한 경찰이 ‘아랍 놈이잖아’ 라고 소리치며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는 모습이나 게임 속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을 별스럽게 생각하지 않는 흑인 꼬마 아이의 모습은 감독이 미국 사회에 가진 불만을 스쳐가는 말로 이야기하듯 풀어 놓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인질들에게 범인과 같은 옷을 입게 함으로서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도록 만드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평범한 강도 인질극으로 위장하여 진짜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없게 하는 은행 강도와, 서로의 계획을 읽기 위해 팽팽하게 대치하는 협상가와의 대결. 그 속에 또 무엇인가 숨어 있는 이야기가 있음을 암시해 주는 상류층의 분쟁을 은밀하게 해결하는 변호사의 등장. 거기에 어떤 위험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실현시켜 나가는 지적이고 정의로운 이미지의 덴젤 워싱턴이 지적이가 보다는 의협심은 있지만 상대를 적당히 이용해 타협하는 일상인에 가까운 모습으로의 변신이나 선량한 피해자지만 거기에 당당하게 맛서는 강인한 이미지의 조디 포스터가 백인 화이트 칼라로 상반되는 기득권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스트로 등장하는 모습은 팽팽한 긴장감을 주는 영화의 이야기가 주는 재미 외의 또 다른 흥밋거리다.

 이 영화 ‘인사이드 맨, Inside man'은 식상한 소재라도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접근하면 너무나 흥미 있고 재미난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 시켜 준 영화였다.

 추.천. 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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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들어 살아가기에 정신이 없다. 특별한 것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언제나 바쁘다. 그래도 짬짬이 시간을 내어 책을 손에 잡고 있으려고 신경을 쓰는데, 곰곰이 살펴보면 그 책의 대부분이 실용서다. 순수 문학 작품을 읽은 지가 언제 인지도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으니, 뭔가 잘못 살아가고 있지 않나 싶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 소설책 ‘절벽산책, THE CLIFF WALK'는 이렇게 정신없이 분주한 삶을 사는 덕에 더 감성적으로 다가 왔다. 책은 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하면 작가가 겪은 일을 바탕으로 하는 자전적 소설이라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개인적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책에서 말하는 미국 베이비붐 이후 세대가 겪는 사회 문제가 벌써 당장 내 삶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초, 중, 고등학교 시절은 앞선 세대들처럼 시험의 압박 속에서 치러지는 경쟁 속에서 살아왔고, 그 이후로는 IMF로 야기된 문제와 고학력 청년실업이 남의 일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는 푸념을 가끔 친구들과 만나서 늘어놓은 우리의 모습이 결국 이 책의 주인공의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책은 어느 대학의 영문학 교수가 어느 날 갑자기 해고통지를 받고 2년간 방황하다 목수 겸 페인트 공으로서 새 삶을 살게 되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이것은 앞서 언급했듯 허구가 아닌 작자의 자전적 논픽션(Non-Fiction)인 탓에 생생한 실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좋은 조건을 찾아 몇 차례의 이직 끝에 결정한 콜게이트 대학의 영문과 교수인 주인공은 자신의 삶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대체로 늘 승승장구했고 해고 같은 것은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오로지 자수성가(自手成家)의 전형으로 스스로를 여기고 있었다. 저서도 논문도 많은데다가 학생들의 평판까지도 좋아 총장으로부터 해고통지는 순전히 사무 착오인줄 알았다. 그러나 해고는 냉엄한 현실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이면 얼마든지 다른 대학에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다른 학교에 지원서를 낸다. 그러나 결과는 계속 날아드는 거절 통지서다. 그러면서 차츰 자기 확신이 무너진다. 자기 확신이 무너진다는 것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고통 역시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아내와 어린 4남매를 데리고 살아갈 길이 막막한 통에 집을 팔고 메인으로 이사를 갔지만 1백 여개 대학에 보낸 교수 지원서는 모조리 딱지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으로 인해 엄습하는 허탈감과 분노. 그리고 그 속에 가장으로서 책임과 체면. 이런 문제들은 결국 가르쳤던 문학을 버리게 만든다. 골프장 청소부로 일거리를 잡기도 하고 목수 일을 배워 처음엔 시간당 15달러를 받으며 어느 날 갑자기 해고로 인해 급작스레 만나게 된 인생의 절벽과 그로 인한 고통 그리고 새로운 삶의 발견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앞으로 내 삶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행여나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도 이 책의 주인공만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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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13년 세상에 선보인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 Pride And Prejudice' 을 원작으로 한 영화 ’오만과 편견, Pride And Prejudice'가 올해 봄에 영화로 선보였었다. 개인적 취향의 차이 탓인지 수많은 사람들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남녀 간에 싹트는 사랑과 그 속에 숨어 있는 오만과 편견 보다는 산업혁명 이전 영국의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생활상과 배경이 내게는 더 선명하게 보였다. 마치 1996년 우리나라에 개봉 되었던 이안 감독의 새로운 ‘센스 앤 센서빌리티, Sense and Sensibility’를 다시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각설하고 이 영화 ‘오만과 편견, Pride And Prejudice’의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영화의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믿는 영리하지만 자존심 강한 소녀다. 훌륭한 배우자와 결혼시키는 것이 일생의 가장 큰 일이라 생각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와 조용하고 전원적인 시골에서 함께 살고 있다. 그 조용한 시골에 부유하고 명망있는 가문의 신사 빙리, 그의 친구 다아시가 여름 동안 대저택에 되면서 그곳에서 열린 파티를 통해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서로를 알게 된다. 그러나 자존심 강한 엘리자베스와 무뚝뚝한 다아시인 만큼 그들은 서로의 속내를 드러내지 못한 채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던 중 다아시의 사랑 고백.

 하지만 다아시가 그의 빙리에게 그녀의 언니 제인과의 결혼을 제인이 명망 있는 가문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대한 것을 알게 되자, 그를 오만하고 편견에 가득 찬 속물로 여기곤 그의 사랑을 외면한다.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빠져 서로 외면하지만 그들은 결국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고 사랑을 이우러 간다는 것이 이야기의 전체 줄거리.

 지적이고 영리하지만 자존심 강한 엘리자베스와 친절한 구석이라곤 없어 보이는 무뚝뚝하고 잘난 척하는 다아시.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지만 자존심 때문에 겉으로는 전혀 감정의 표현하지 못하고, 서로에 대한 깊은 오해 때문에 반감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강하게 끌리는 이 두 남녀의 로맨스 이야기.

 영화를 재미있게 관람한 사람이라면 영화 관람 후 제인 오스틴의 원작을 다시 읽어보면서 원작과 영화를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게 아니라 나처럼 오해와 편견을 극복해 가는 사람이야기에 큰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면 산업혁명 이전 전원적인 풍경의 영국 모습과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 같은 것들에 관심을 두고서 영화를 보는 것도 한 가지 관람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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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기봉이  (0) 200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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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딱하기 쉬운 역사 이야기를 작가적 관점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서술해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는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7권 ‘로마인 이야기 7 : 악명높은 황제들’ 이 지금 이야기 하려는 책이다. 신격 아우구스투스의 유산을 물려받은 네 명의 황제 티베리우스, 칼리굴라, 클라우디우스 그리고 네로가 7권의 주인공들이다.

 사실 책의 내용을 직접 보기 전, 순전히 ‘악명높은 황제들’이라는 제목만을 봤을 때는 막연히 카이사르나 아구스투스가 만들어 놓은 제국을 망처 버린 폭군들 정도라고 생각했다. 특히 막연히 폭군이라고 알고 있었던 네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라고 막연히 알고 있었던 네로가 포함되어 있는 걸 알고서는 제목이 주는 암시가 내가 가진 생각과 일치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실제 책의 내용은 조금 다르다. 사치와 향락의 대명사처럼 인식하고 있었던 네로를 포함해 다른 세 명의 황제 티베리우스, 칼리쿨라 그리고 클라우디우스 모두 악정만을 일삼은 황제는 아니었다. 물론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의 사후 제국으로써 기틀을 마련한 로마가 앞선 두 황제가 이룩한 것 같은 놀라운 업적까지는 아니었지만 모두 선정과 악정을 포함해 로마제국에게는 나름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 책에서 첫 머리를 장식하는 황제 티베리우스는 아구스투스에 이어 로마의 경제를 탄탄한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카프리 섬에서의 은둔한 채 10년 동안 황제의 권력을 행사했다. 로마 제국를 다스리는데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수도를 떠나 권력을 행사함으로 인해 수도 시민들에게 평이 좋지 않은 황제로 인식되었다.

 티베리우스에 이어 로마 황제로 등극한 이는 칼리굴라다. 아버지 게르마니쿠스 덕분에 게르마니아군의 절대적 지지를 안고서 24살의 칼리굴라는 황제로 등극했다. 거기에 시민들과 원로원의 열정적인 지지까지 칼리굴라의 시작은 누구 못지 않게 좋은 상태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채 4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안에 국가 재정을 파탄에 이르게 하고 결국 자신의 친위대인 근위대장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칼리굴라의 뒤를 이은 사람은 클라우디우스 황제다. 별다른 권력욕 없이 역사책을 저술한 학자에서 급작스레 황제로 등극한 클라우디우스는 사실 별 매력 없는 외모와 고지식한 정치로 인기와는 거리가 먼 황제였다. 게다가 아내 메살리나의 적절치 못한 행동과 나라를 통치하는데 효과적이었지만 해방노예였던 인물을 등용해 원로원과 마찰을 일으킨 비서관 정치까지 황제로써 자신의 역할을 비교적 충실했지만 살해당하고 만다.

 클라우디우스에 이어 황제로 등장한 사람은 16살의 소년 네로다. 네로 황제 역시 시작은 로마 시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어머니 아그리피나와의 권력 다툼 중 아그리피나를 살해하고 포파이아와의 결혼을 위해 아내 옥타비아를 살해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네로는 권력의 근원인 로마 시민의 환심을 잃지 않기 위해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가수로 데뷔하기도 한다. 방화죄 및 인류 전체를 증오한 죄 등으로 기독교인들을 처형하나 로마에 황금 궁전을 지을 목적으로 네로가 방화를 사주했다고 시민들이 믿음으로써 시민의 신뢰를 잃게 되고, 자신을 암살하려 했다는 명목으로 스승이자 협력자였던 세네카를 죽게 하면서 원로원까지 네로를 국가의 적이 되어 버리고 만다. 시민과 원로원의 모든 지지를 잃어버린 네로는 스스로 목숨을 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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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백하자면 ‘청(靑)’ 이라는 제목을 처음 보고서 나는 이 공연이 심청전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챌 수 없었다. 그저 현대적 느낌으로 만든 창작 창극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청(靑)’이 판소리 심청뎐을 바탕으로 한 심청전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내심 상당히 놀랐다. 포스터만 봐도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판소리 심청뎐의 느낌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이 공연 ‘청(靑)’은 국가브랜드 공연이라는 달고 있다. 우리 고유의 음악이라 할 수 있는 창을 기본으로 해 서양의 뮤지컬 같은 형식으로 꾸몄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한다. 그런데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국가브랜드라는 이름이 정말 적절한지 판단할 수 없었다. 안숙선 명창에게 도창 역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국가브랜드 공연이라는 단어가 전혀 어색함이 없지만, 이것은 판소리 심청뎐이 아닌 국가브랜드 공연이라는 이름을 단 창극 ‘청(靑)’이다. 판소리 심청뎐이 주는 느낌과는 뭔가 더 차별화 되어야 하고 국가브랜드라는 이름을 달만큼이 되려면, 국민 누구라도 흥겨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이어서 한국을 찾은 외국인조차 그 흥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진정한 국가브랜드 공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안숙선 명창이 하는 도창을 쉽게 바꿀 수 있는 연출가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그 덕에 마치 1부는 판소리 심청뎐이 주된 내용이었던 것 같은 인상이 짙다. 게다가 판소리에서 사용되었던 한자어를 바꿈 없이 그대로 사용하여 정확한 뜻을 제대로 이해한 관객, 특히 젊은 관객이 얼마나 될까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뜻풀이가 버거워 계속 자막을 봐야만 했고, 많은 경우 영어 자막을 통해 한자어의 뜻을 유추했다. 같이 간 일행도 공연 후 비슷한 느낌이었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별 문제 없이 졸업하고 정상적으로 대학 교육 정도를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많은 관객으로부터 호응을 얻지 않을까 싶었다. 게다가 영어 자막 역시 뜻 전달에 너무 치중한 것은 아닌지 싶은 아쉬움 또한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창극 ‘청(靑)’의 원작은 판소리 심청뎐인 만큼 줄거리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줄거리를 통해 감동을 얻기에는 적당한 공연이 아닌 듯싶지만 대신 어린 시절부터 매우 익숙한 이야기가 어떻게 각색되어 무대에 올라왔는지, 보통 작은 극단에서는 보기 힘든 큰 규모의 무대와 눈을 즐겁게 해주는 의상과 배우들의 빼어난 창과 연기가 이 공연 ‘청(靑)’이 주는 즐거움인 듯 하다.

 공연은 크게 2부로 이루어져 있다. 공연에서 인상적이었던 인물을 통해 이야기하자면 뺑덕이네의 등장 전후라 할 수 있는데, 1부는 창의 기본을 충실히 무대 위에서 보여 주며, 인당수에 빠지는 심청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에 반해 2부는 뺑덕이네가 등장하며 부분부분 마당극 같다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관객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뺑덕이네 등장이 공연에 활기를 불어 넣어 준 것 같다.

 우리 것은 정말 소중하다. 한 번 잊어버리면 쉽게 되살리기도 힘들뿐더러 대중화 타협해 그 본질을 흐리는 것이 분명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공연이라는 것은 그런 대전제에 앞서 사람들이 함께 흥겹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믿고 있는 통에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그대로 보이는 공연에 따따부따 말이 많았다. 개인적인 성향 탓에 아쉬움이 더 큰 글이 되어 버렸지만, 공연의 스케일이나 배우 그리고 연주자들까지 전부 수준급이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

 기회가 된다면 관람해 보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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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들어 부쩍 창작 뮤지컬이 많이 생겼다. 특히 작은 소극장용 창작 뮤지컬이 새로 제작된 뮤지컬의 주류를 이루는 것 같은데, 뮤지컬 ‘희망세일’ 역시 이런 부류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점에 유의해서 우선은 이야기 외적인 부분에 더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 가보고자 한다.

 사실 내가 접해 본 창작 뮤지컬들은 보통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몇몇의 경우를 제외하곤 보통 TV 같은 방송매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을 극 중 등장시키거나 그런 사람이 연출을 맡아서 홍보를 통해 은근슬쩍 강조를 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 덕분에 뮤지컬에 등장하는 배우라면 응당 지녀야 할 기본적인 노래 실력도 갖추지 못한 인물이 등장한 경우를 왕왕 볼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뮤지컬 ‘희망세일’은 적어도 눈에 띌 만큼 노래를 못하는 배우는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교적 만족. 그렇지만 음향에는 지금보다 더 관심을 쏟아야 할 듯. 간간히 배우들이 노래하면서 자세와 응시하는 곳을 바꾸어 머리를 돌릴 때 노래 소리가 마이크에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 좋은 공연은 세세한 것들이 만족된 상태에서 비로소 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신경을 반드시 써야할 부분이다.

 극에 쓰인 곡에 대한 느낌을 한 가지 더 덧붙이면, 뮤지컬 ‘희망세일’을 처음 봤음에도 불구하고 부분부분 사용된 곡의 리듬이 내 귀에는 매우 친숙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살펴봤더니 작곡가 송시헌의 참여했다. 그의 작품 중 ‘터널’과 ‘청년 장준하’를 관람했는데, 특히 세종문화회관에서 봤던 ‘청년 장준하’ 때의 음악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경찰서 유치장 장면에서 곡은 ‘청년 장준하’ 때 들었던 음악임을 내게 일깨워 주었다. 또한 ‘터널’에서 처음 랩이었는지 힙합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뮤지컬에서는 생경한 음악을 처음 사용했었는데, 이번 ‘희망세일’ 역시 한 곡의 랩이 들어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시끌벅적한 부분에서는 좀 더 랩의 비중을 높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또한 트로트 역시 약간 맛뵈기로 보여주나 적절한 장면에서는 그 비중 또한 높여갔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재래시장의 재개발을 둘러싸고 펼치는 청년 사업가와 상인들의 대립이 ‘희망세일’의 주된 이야기였는데, 우리 현실과는 전혀 생뚱 맡은 소재가 아닌 실제 우리 현실 속의 이야기를 가지고 극화 시켰다는 점에서 좋았으나 아직은 뭔가 조금 아쉬움이 남는 느낌이었다. 관객의 호응을 더 이끌어 낼 수 있게끔 하면 더 낳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남대문 4인방 중 극중 이름이 생각나지 않지만 여성분과 손을 다치셨던 형님, 두 분은 앞으로 더 큰 무대를 통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 문뜩 들었다는 사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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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열과 열정이 가득한 투우의 나라. 뜨거운 햇볕과 바다 그리고 휴양지로 매년 여름이면 수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나라.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로 대표되는 축구가 연상되는 나라. 사실 내게 스페인에 대한 인상은 이 정도다. 거기에 영화에 대한 인상도 오늘 추가되었다. 확실히 서로 다른 정서의 영화지만 보통 프랑스 영화를 보고 나서 느끼는 불편함은 그다지 없는 스타일의 영화.

 영화 ‘퍼펙트 크라임, Ferpect Crime / Crimen Ferfecto’은 제목에서 암시하고 있듯이 범죄 영화다. 그리고 ‘F'로 바뀌어 버린 ’Perfect' 또한 이 영화가 뭔가 심상치 않을 것을 넌지시 알려준다.

 영화는 라파엘과 루르데스 그리고 돈 안토니오, 이렇게 3명이 핵심 인물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라파엘이다. 완벽을 추구하는 남자이자 이들 모두가 일하는 백화점에서 늘 매출액에서 1, 2위를 다툰다. 하지만 경쟁자인 안토니오가 눈에 가시다. 지배인이 되기 위한 판매전에서 라파엘이 막판 대역전으로 안토니오를 이겼지만 라파엘이 판은 건 하필이면 부도수표다. 그 덕분에 안토니오가 지배인이 되고 라파엘은 쫓겨나고 만다.

 자신의 일생을 걸고 일해 온 백화점인 만큼 라파엘은 너무 억울하다. 그래서 짤리기도 싫다. 그러다가 라파엘과 안토니오가 언쟁을 벌이던 중 라파엘은 어처구니 없이 안토니오을 살해하게 되고 아무 목격자 없이 완전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 했다. 그러나 ‘Perfect'가 아닌 ’Ferfect'다. 백화점의 예쁜 모든 여직원들에게 인기있었던 라파엘에게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루드레스가 그걸 알아차리고 스스로 공범이 되어 버린 이 여자가 나타난다.

 루드레스는 라파엘을 살인 사건을 빌미로 계속 압박하고 라파엘은 생각지도 못했던 루드레스에게 얽매여만 가는데, 여기에 죽은 안토니오까지 머리에 칼을 꽃은 유령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시간이 지날 수록 의기양양해 지는 루드레스와 이와는 반대로 수척해지는 라파엘. 여기에 루드레스까지 살해하고 Perfect Crime'을 종용하는 유령 안토니오. 라파엘도 결국은 루드레스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루드레스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다.

 최고 제품들이 있는 백화점에서 경쟁하고 그 속에서 탈락하고 하는 사람들을 통해 물질문명의 퇴폐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끔 해주면서도 얼토당토 않은 모습의 유령과 어이없는 상황들로 지나치게 경직되지 않은 채 이야기를 풀어가는 모습. 이런 것들이 정확히는 몰라도 감독이 의도한 바는 아닐까?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탓에 스페인 영화라는 전체 범주에 대한 판단을 내기리가 불가능하지만 익숙하지 못한 정서를 통해 보는 세상을 보는 맛을 즐기기에는 충분한 영화였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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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극장 하늘극장. 하늘이 뻥 뚫린 야외극장이다. 사실 야외극장이라는 사실 때문에 하늘극장에서 하는 공연을 몇 차례 외면하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과감히 야외극장 임에도 불구하고 관람을 도전.

 그.런.데. 역시 우려하던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공연 날을 전후하여 비가 왔다는 사실. 그래서 야외 극장에서 공연은 취소 될 줄만 알았다.  그.러.나. 공연 강행. 실제 국립극장에 도착해서 기다리는 동안 잠시 또 비가 왔지만 정말 연주회는 열렸다.

 애시드레인의 '포커스 & 와이드', Acid Rain 'Focus & Wide'. 사실 산성비라는 이름의 애시드레인은 처음 들어보는 그룹이다. 게다가 그들이 추구하는 재즈는 아쉽게도 내게는 익숙한 장르가 아니다. 힙합이나 좋아할 줄 아는 내가 재즈라니. 하지만 새로운 문화 경험도 나쁘지 않을 터라는 생각에 직접 경험해 보기로 작정.

 재즈라고 해서 애시드레인의 음악은 흑인의 굵은 목소리에서 나오는 선율의 음악은 아니었다. 영화 OST로 쓰면 딱 좋겠다는 느낌이 들만큼 잔잔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특히 국악을 가미한 연주곡 중에서 아쟁이 함께 한 연주는 내게 꽤 인상적이었다. 예전 학부시절 해금을 가미한 락 밴드의 음악을 들으면서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그 때와는 새삼 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렇지만 무작정 연주회가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다. 비가 오는데도 강행하려는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연주자를 위한 공간 위에 마련해 놓은 천막은 마치 농성장의 그것 같았다. 첫 모습에서 서글프고 처량한 인상을 먹고 들어간다고나 할까. 기획자의 임기응변이 더 필요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마지막으로 하늘극장에 대한 느낌. 사실 야외공연장이라서 내리는 비가 공연의 격을 속절없이 떨어뜨린 건 사실이지만, 서울 시내에서 정면에서 약간 위로 올려다 본 시선을 통해 맑고 푸른 하늘을 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하늘극장에서는 가능했다. 그리고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는 사실. 생각해 보니까 그 정도 시선에서 빌딩이나 아파트가 아닌 하늘을 본 건 참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비가 오지 않고 원래 계획대로 연주회가 진행되었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더 강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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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책 ‘공부의 즐거움’을 알게 된 건 신문 서평란을 통해서였다. 신문 서평이었던 탓에 신문 기사 같은 느낌이 싫었는지는 잘 몰라도 제대로 평을 읽어보지도 않고 그저 머리말에 쓰여 있던 ‘공부의 즐거움’이라는 제목만 슬쩍 본 게 전부였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렇게 슬쩍 본 건 금세 잊어버리고 마는데 ‘공부의 즐거움’이라는 제목을 그대로 기억하는 걸 보면 기억에 남았나 보다. 그래서 한 번 읽어 보기로 결정.

 내년이면 나이가 서른 줄에 접어들지만 평생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탓 때문인지 ‘공부’라는 단어를 보면 쉽게 고개를 돌리지 못한다. 거기에 ‘즐거움’이라는 단어까지 더했으니, 이야 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닌가. 그리고 생각난 책 한 권. 히로나카 헤이스케라는 일본인이 쓴 ‘학문의 즐거움’. 모르긴 몰라도 비슷한 내용이지 않을까 하는 예상과 한국인 저자가 쓴 이야기인 만큼 더 ‘학문의 즐거움’보다 이 책 ‘공부의 즐거움’이 더 생생할 것만 같은 기대가 책을 보기 전부터 생겼다.

 그.러.나.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30명에 달하는 저자의 글을 엮어 놓은 탓에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분야의 이야기까지 알 수 있는 장점이 있긴 했지만, 장점이라고 그게 다였다. 다양성의 근원이 된 30명의 저자는 금세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걸림돌이 되었고, 그 결과 잡지 인터뷰보다도 더 못한 짧막한 30편의 글을 묶어 놓은데 불과한 책으로 내 눈에는 보였다.

 30명의 저자 면면이 가진 알찬 이야기가 있음이 분명한데, 거기까지는 가보지도 못하고 마치 수박 겉핥기도 제대로 못한 채 끝나버린 느낌이었다. 이럴 바에는 30명의 다양성 보다는 3명이 되었더라도 좀 더 그 사람들이 가진 공부의 즐거움을 차근히 풀어 놓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이 책 ‘공부의 즐거움’은 기대에 차서 봤으나 아쉬움만 가득 남긴 책으로 내게 남아 버렸다.

 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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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15년 전 쯤에 ‘달은... 해가 꾸는 꿈’ 이라는 생경한 영화로 관객 앞에 나선 감독 박찬욱. 그 이후 ‘공동경비구역 JSA, Joint Security Area’이 나오기 까지 전혀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복수는 나의 것, Sympathy for Mr. Vengeance’을 통해 B급 정서를 가진 영화감독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영화 ‘올드보이, Old boy'와 지금 이야기 하려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 Sympathy For Lady Vengeance'를 복수 3부작이라 칭하며 그의 정서를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 그런 탓에 앞선 두 편의 복수 시리즈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복수를 근원으로 각각의 영화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지만, 그 면면은 모두 다르다. ‘ 복수는 나의 것’은 유괴를 통해 ‘올드보이’는 감금을 통해 상대방에게 복수를 하려고 한다. 즉, 분노의 원인을 타인에게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와 반해 이 영화 ‘친절한 금자씨, Sympathy For Lady Vengeance' 전작들과 조금 다르다.

 아직 철없는 스무 살 소녀에게 지워져 버린 유아 살해범이라는 멍에를 부인하지 못한 채 복역하게 되어 버린 금자. 13년간 감옥에서 친절한 금자씨로 불리며 복수를 준비해 간다. 친절한 금자씨는 출소 후 감방동기들이 보여주는 놀랍도록 갸륵한 협조를 받으며 백선생이라는 인물을 향해 복수를 한다. 이런 이야기 속에서 관객은 예쁘고 친절하며 그리고 영악한 금자가 누군지 왜 금자가 복수를 하려는지 궁금해진다. 거기에 환하게 웃으며 조근조근 말하는 ‘빨리 죽어’나 아무런 감정도 나타나지 않은 무표정으로 던지는 ‘너나 잘하세요’는 금자에 대한 관객의 궁금증을 더 하게 만든다.

 또한 어떻게 금자가 복수를 하는가 역시 영화에서 볼거리이다. 자신만의 복수가 아닌 수많은 피해자의 복수로써 개인적 원한을 치환해 버리고서 자신의 복수를 완성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형태의 복수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복수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거기에 극 중 백선생의 이미지와는 2% 맞지 않는 것만 같은 최민식의 연기는 ‘복수는 나의 것’에서 중소기업 사장으로 복수의 대상이 되었던 송강호 만큼이나 적절하지 못한 캐스팅의 느낌이 강했다는 개인적 느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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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Metaphor, 隱喩 : 다른 2가지 대상을 비유적인 표현을 써서 비교하는 방법.
 
 관람하면서 이러한 ‘Metaphor’라는 단어가 확실히 떠오른 공연이 연극 ‘아담과 이브, 나의 범죄학’ 이었다.

 서양 문화는 그 대상을 그리스 로마 문화나 성경에 바탕을 두고 경우가 매우 많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 서양 문화에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그리스 로마 문화 혹은 성경이 오랜 시절 서양 문화의 기저가 되어온 만큼 다양한 은유의 모습을 통해 각기 다른 형태로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이 연극 특징은 제목에서부터 ‘아담’과 ‘이브’ 그리고 극 중에서 ‘사과’와 ‘에덴’ 같은 단어를 사용해서 이야기의 소재를 성경에서 취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작가는 일본인이라는 점이다. 서양 문화를 기반에 하고 있으면서도 동양의 작가의 관점에서 서술하는 이야기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그렇지만 한국어로 번역되어 관객에 눈앞에 선보이는 것에서는 단점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싶다.

 ‘아담과 이브, 나의 범죄학’ 같이 관념적인 공연을 하는 데는 보통의 것보다 작가가 원하는 바를 연출이 명확히 인지하고 아울러 배우 역시 연출 못지않은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연기를 해야 관객이 작가의 의도를 겨우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렇게 관념적인 공연을 관객이 접하면 작가가 의도한 바를 정확히 인식했다는 말 보다는 보통 어렵고 재미없다는 평이 나오기 마련이다. 아쉽게도 이 연극 ‘아담과 이브, 나의 범죄학’ 역시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다.

 사실 ‘아담과 이브, 나의 범죄학’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아담’과 '이브‘의 사랑을 둘러싼 코믹 범죄물 정도를 표방한 연극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지만 웬걸, 실제 공연장에 들어서서 채 5분이 지나기 전에 내 예상은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 이야기를 선악을 이야기며 욕망의 노예가 되어버렸고, 그런 욕망을 벗어버림으로써 참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막연히 알고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공연은 시작된다. 사과를 맛있게 먹는 다는 느낌 보다는 사과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어머니를 통해 인간의 욕망이 사람을 어떻게 욕망의 노예가 되는지를 보여 준다는 느낌이었다.

 보통 이런 공연을 보고 나면, 교양으로 너무 빈약한 내 서양 문화에 대한 지식으로 공연에 대한 느낌보다는 내 부족한 교양으로 공연에서 말하는 것을 알아 챌 수 없었다는 사실을 탓하는 내 모습을 보곤 한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는 법. 모르는 게 약은 아닌지만 교양으로 서양 문화를 잘 모른다고 스스로를 탓 할 필요는 없다는 걸 새삼 떠올리게 해 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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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를 읽기 시작한지가 얼마 되지 않은 것만 같은데, 벌써 6권이다. 역사적 고증을 통한 합리적 서술을 기반으로 하는 역사서의 특징이자 한계를 휙~ 하고 뛰어 넘어 버린 채, 작가의 감정이나 상상력을 동원하는데 전혀 불편함 보이지 않으며 서술하는 작가가 특징이 이 책도 그대로다. 거기에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그대로다.

 ‘로마인 이야기 6: 팍스 로마나’는 제목에서 암시하듯 팍스 로마나의 실질적 기틀을 확립한 아우구스트의 이야기다. 사실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4, 5 편이 너무 재미있어 바로 그 뒤에 이어지는 아우구스트의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그 흥미가 반감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우구스트가 로마가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반석을 세워나가는 과정이나 안토니우스와 권력 쟁탈 과정 그리고 카이사르의 친자가 아닌 그가 보이는 핏줄에 대한 집착까지 전체적인 내용을 놓고 보면 절대 흥미 요소가 부족하지 않다.

 전체적으로 이 책 ‘로마인 이야기 6: 팍스 로마나’의 전반부는 아우구스투스의 고도로 능숙한 정치수완과 공적인 업적을 주로 보여주고 후반부는 노년에 닥친 후계, 가족 문제를 위주로 고도로 능숙한 정치수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의 가족 문제에 대해 서술한다.

 분명이 훌륭한 인물임에는 틀림없지만 카이사르에 비하기 모자람이 있는 아우구스트이지만, 카이사르가 이루지 못한 일을 무조건 자신의 힘만으로 하려하기 보다는 아그리파, 마이케나스 같은 인물을 등용해 잘 수행하는 모습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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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TV 프로그램 중에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일을 대상으로 하는 논픽션 다큐멘터리 정도로 이야기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방송의 주인공이 일반인이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방송의 소재가 되고 그 내용 면면이 상상력이 아닌 실제 현실에 근거하고 있어 굳이 진실성을 찾지 않더라도 사람들의 관심을 쉬이 유발한다. 이런 것들이 이유가 되어 ‘인간극장’에서 소개된 내용 중의 두 편이 영화화 되었는데, 그것이 영화 ‘말아톤’과 ‘맨발의 기봉이’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는 제목이 시사하듯 기봉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 엄기봉은 어릴 적 앓았던 열병의 후유증으로 여덟 살의 지능을 가진 마흔 살의 노총각이다. 하지만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했듯이 보통 도시 행을 꿈꾸기 마련인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순수하고 따뜻한 심성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별 욕심 없이 살아간다. 불편함 몸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사람도 보통 제대로 하지 못하는 효도를 팔순 노모에게 몸소 실천하는 기봉이. 이것이 이 영화 ‘맨발의 기봉이’의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이다. 그렇다고 마땅한 도리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노모를 깊고 진실되게 공경하는 모습만이 이 영화의 미덕은 아니다.

 신현준, 김수미의 자연스러운 연기 말고도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통해 배우로 거듭난 코미디언 임하룡 특유의 순박하고 정감있는 말투와 다양한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익숙해진 탁재훈과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는 김효진까지 배우들의 모습도 이 영화의 또다른 볼거리다.

 재미있게도 ‘인간극장’을 통해 영화화된 ‘말아톤’과 ‘맨발의 기봉이’ 이 둘 모두가 ‘인간극장’에서 소개되었다는 사실 말고도 달리기를 이야기 소재로 삼고 있다. 비슷한 경로를 통해 영화되고 그 소재 역시 달리기라는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서 보면 어떻게 두 영화 모두 다 흥행에 성공했는지 의아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도회적인 느낌으로 몸이 불편한 자식이 부모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내고 스스로 삶을 개쳑해 나가는 모습이 영화 ‘말아톤’의 모습이라면 영화 ‘맨발의 기봉이’는 이와는 전혀 반대되는 모습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지고 관객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제일 사랑하는 것은 어머니이고 제일 잘하는 것은 달리기인 기봉이가 상금으로 어머니의 틀니를 마련하기 위해 ‘전국 아마추어 하프 마라톤 대회’ 출전을 목표로 노력하고 이를 둘러싼 이웃과 마을의 따뜻한 변화를 통해 재미뿐만 아니라 감동까지 느끼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관람해 보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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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해지자.

 내가 연극 ‘예스터데이’를 보고자 한 건 순전히 함소원 때문이었다. --; 이런 속물 같은 인간이라고? 어쩔 수 없다. 속물이라도 솔직해지는 편이 훨씬 언행이나 사고에서 자유로우니까.

 공연장에 들어가자 기타를 연주하는 한 사람이 극이 시작될 때까지 차분히 기타 연주를 한다. 물론 그의 기타 연주에는 비틀즈의 ‘Yesterday'도 포함되어있다. 종종 공연을 관람하러 다니지만 이런 시작 전 기타 연주는 처음이라 무척 새롭다. 거기에 차분한 연주자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잔잔한 기타 멜로디의 분위기를 돋아주었다.

 프로그램을 구입했음에도 극이 시작되기 전에 살펴보지 않았다. 그런 연유로 공연이 시작되자 내가 기대했던 함소원이 극 중 앨범을 보는 여자인 줄 알았다. 웬걸, TV나 영화를 통해서 본 것과 왜 이렇게 틀린 거야? 특히 여자 연예인들에게 성형은 필수라고 하더니 성형을 해서 내가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연극을 한다고 하더니 역시 미스 코리아라는 타이틀을 이용해 출연작에 연극 한 편을 더 적어 놓으려는 심산과 연극 마케터의 손아귀에 내가 놀아났구나 싶었다. 그렇지만 극이 조금 진행 되자 그런 생각은 이내 사라졌다. 극 중 이야기는 매우 간단명료하다. 떠올리면 아련한,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 시간을 훌쩍 넘겨 다시 이루어진다는 게 이야기의 큰 골격이다.

그런데 이 연극 ‘예스터데이’의 재미는 이야기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 보다는 연출의 힘이 느껴지는 탄탄한 극의 구성과 배우들의 열연 특히, 중년 배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열연이 이 공연의 매력이다. 작은 소극장 무대를 잘 활용해야만 한다는 건 연극이 가진 제약이야 숙명일터인데, 그런 제약과 숙명을 탄탄한 연출을 기반으로 멋지게 보여주었다.

 또한 약간 느끼하고 조금은 과장된 연기가 섞여있긴 했지만 그것마저도 의도한 연기라고 보이는 두 중년배우 서민경과 박태경의 연기는 많은 시간을 무대 위에서 보낸 중년 배우의 포스를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물론 단순한 포스뿐만이 아니라 관객이 흠뻑 웃을 수 있게 해준다. 물론 배우 송갑석과 박지희가 보여주는 연기 역시 어설픔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내심 연극배우로써 함소원을 보고 싶은 마음에 관람한 공연이었지만 연극의 즐거움을 한껏 느낀 덕에 관람 후 아쉬움보다는 즐거움이 가득한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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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풀어가는 지역갈등’ 이라는 제목의 이 책을 처음 본 느낌은 별로였다. 지역갈등이라는 케케묵은 이야기를 하려는 책의 목적성이 분명했고, 그것도 행정적인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마치 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정책 보고서를 읽는 느낌까지, 내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요소가 별로 없어 보였다. 기대가 전무(全無)했던 탓이었을까? 조금씩 책을 읽어 나가자 기대치 않았던 흥미로 책을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책의 주된 내용은 제목이 시사하는 바처럼 ‘님비, NIMB(Not in My Backyard) 현상’을 대표로 하는 지역 갈등에 대한 이야기다. 지역 갈등을 소개하고 실제 지역 갈등의 국내외 사례와 해결 혹은 실패에 이르는 과정까지 이론적 설명에서 실례를 심도 있는 시각으로 잘 서술하고 있다. 단순히 이 책이 지역 갈등에 대한 소개와 사례를 통한 해결책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면 책을 읽으면서 그다지 흥미를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중앙집권적 형태에서 지방자치의 형태로 변화된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추어 성공적인 지방화를 위한 전제조건인 중앙정부와의 권한배분, 행정조직의 개편, 지방재정의 확충, 각종 갈등의 조정 등에 대한 것들 지역 갈등을 해결하는데 전제조건으로 두고 있어서, 행정편의 주의의 이론적 배경으로 활용되기 쉬운 행정서의 단점을 경계하고 있다. 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의 입장에서만이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이 가지는 기본 권리에 근거해 지역 갈등 문제를 접근하고 있으면서도 생생한 실례를 통해서 책을 보는 재미에만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 시민이 가져야할 의식까지도 잘 보여주는 있는 책이었다.

 흥미를 가지고 본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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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하와이에 있는 엄마를 찾아가더라도
그 섬엔 자기 키만한 당근을 든 안내원이 나타나
이 당근을 다 먹지 못하면 엄마를 만나지 못하고
나쁜 곳으로 보내버린다고 한다
어른이 되어.. 자기 키만한 당근을 다 먹을 수 있게 되면..
그러면... 엄마를 만날 수 있다...
다행이다..
내가 지금 엄마를 볼 수 없는 것은
아직 내 키만한 당근을 먹지 못하기 때문이지.
그래서... 괜찮다.
난 아직 어리니까..
커다란 당근을 먹을 수 있을만큼 자라지 못했으니까
엄마를 ‘아직..’ 볼 수 없을 뿐이지
내가 자라고.. 당근을 다 먹을 수 있게 되면
그러면 엄마를 만날 수 있을테니...

누구에게나 미래는 불안하다.
그럼에도 그 불안을 향해가는 오늘의 하루하루를 살 수 있는 것은
누구에게나 ‘꽃섬’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언젠가는 어른이 될 것이고..
그러면 당근을 다 먹을 수 있게 될테니까..

특히나 그 미래가 전적인 나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극중 인물들처럼 도망간 전 주인이 돌아와 떼인 돈을 갚아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면 지금 꽃섬으로 향하고 있기에
지친 오늘을 살 수 있다.

싸우고, 미워하고, 술마시고 괴로워하는 하루하루 속에서도
슈퍼집 아저씨랑 치킨집 아가씨는 정분을 나누며
노출증 환자 아들을 다독이고
아기를 잃고 반쯤 미쳐 자해를 일삼는 여인의 아픔을 나누고 보듬는다

극이 끝날 때 쯤엔 역시나..
도망간 집주인과 연락이 되고 떼인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는 주인공들.
그들은 지금껏 꽃섬으로 향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었지만
빼먹지 말아햐 할 중요한 한 가지 더!
물어뜯고 부대껴 싸우는 중에서도
마음이 있고 가슴이 있는 서로서로가 있었기에
그렇게 ‘얼싸안고’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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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싸움의 기술, The Art of Fighting'의 제목을 보고는 제목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대상이 무엇이건 간에 그것을 나타내는 이름이나 제목이 중요한 것은 당연한데, 그 당연한 것이 순간의 기지나 재치의 발휘로 결정되는 일이 다반사라서 영화의 제목을 보고서 제목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물론 이 영화 ‘싸움의 기술’의 매력이 잘 선택한 제목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 ‘지구를 지켜라’와 ‘범죄의 재구성’을 통해 잊혀진 중년 배우에서 개성 강한 연기자로 재발견 된 배우 백윤식과 영화 ‘빈집’에서 거의 없는 대사에도 불구하고 차분한 연기와 공허한 눈빛을 통해 앞으로 기대가 되는 배우라 생각했던 재희가 보여주는 독특한 그들간의 콤비 관계도 관객의 흥미를 자아낸다.

 거기에 이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학원 폭력에 길들여진 자신의 분노를 깨우고,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주인공의 모습은 ‘싸움의 기술’의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항상 수표만 가지고 다니면서 지불해야 할 계산을 피해가고 부실해 보이는 이론에 생활액션을 선보이지만 한 번 씩 툭툭 내뱉는 말 한마디가 결국 한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된다는 점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미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이 영화와 똑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비슷한 이야기를 풀어나간 터라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다.

 영화의 이야기는 별로 어렵지 않다. 형사를 아버지로 둔 ‘병태’는 인문계에서 공고로 전학 온 뒤 동급생에게 ‘따’를 당하는 고등학생으로 한대라도 덜 맞기 위해 특공무술을 배우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은둔고수 ‘판수’를 만나 점차 싸움의 기술을 배워나간다. 거기에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과 교내에서 아무렇지 않게 펼쳐지는 폭력이 선생과 제자, 학교 싸움 짱과 동네 양아치들까지 연계로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고 더 복잡해진다. 그렇지만 ‘병태’는 더 이상 싸움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섬으로써 한 층 더 성장한다.

 관람하기 전에 기대가 컸던 터라, 관람 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즐거움으로 아쉬움이 남는 영화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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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연극 ‘다시라기’를 이야기하려면 또 다른 두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다시라기’의 극단인 ‘민예’의 작년 작 ‘고추말리기’와 ‘다시라기’와 비슷한 소재의 연극 ‘염쟁이 유씨’가 바로 그것이다. 사실 작년에 ‘고추말리기’를 보면서 남아선호 사상이라는 사회 문제를 극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만족스러웠지만 현재 연극의 가장 큰 소비 집단이라 할 수 있는 20대 여성의 눈높이와는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연출과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소품에 대한 실망이 컸다. 대신 최신 트렌드에 맞춘 극이기 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더 초점을 맞춘 듯한 느낌과 특히 홍장군 역을 연기했던 배우 승의열의 열연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극단에서 하는 공연인 탓인지 ‘다시라기’ 역시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를 쫓기 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더 치중하는 공연이었고, ‘고추말리기’에서 인상적이었던 배우 승의열이 연기한 가짜 상주와 ‘고추말리기’에서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으나 ‘다시라기’에서는 넙죽네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 배우 이혜연이 배우 승의열과 함께 연기에 있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 장례식이라는 같은 소재를 가지고 같은 장소인 마로니에 극장에서 공연 했던 ‘염쟁이 유씨’ 또한 ‘다시라기’를 보면서 생각이 났다. 이 둘은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극을 만들었음에도 극의 형태는 매우 다르다. '염쟁이 유씨‘의 경우는 1인극 형태의 모노드라마인데 ’다시라기‘는 10명이 넘는 배우가 등장한다. 또 전자는 장례를 통해 관객이 지난 삶의 모습을 찬찬히 반추하게 해볼 수 있게 하는 정적인 형태인데 반해, 후자는 같은 장례의 모습을 극에 담았지만 가짜 상주나 저승사자 거기에 곡해주는 사람까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무섭고 엄숙하기 보다는 떠들썩한 놀이판 같은 느낌이다.

 거기에 지금부터 이야기가 시작임을 알려주는 일련의 공연과는 달리 놀이판이 되어 버린 장례식에 같이 참여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끔 하는 점과 극이 꽹과리와 징 그리고 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공연의 재미를 더 해주는 점은 이 연극 ‘다시라기’만의 장점이었다. 진짜 연극이 무엇인지 잘 모르면서도, 관람하고 나면 이런 게 진짜 연극인데 하는 느낌을 주는 극이라고 할까.

 세련미 가득한 감각이 미(美)가 되는 시대에 20년도 더 전에 만들었을 듯한 포스터에 20대 여성의 눈길을 한 번에 사로잡을 젊고 멋진 외모의 배우가 없는 요즘 볼 수 있는 일련의 연극과는 많이 다르지만 극의 이야기를 통해 얻는 즐거움과 열정적인 배우의 연기를 통해 얻는 즐거움 그리고 익숙지 못했던 전통적 요소를 통해 얻는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지금은 막을 내리긴 했어도, 분명 다시 상연할 때를 위해서도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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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사르가 태어나서부터 갈리아 전쟁까지를 이야기한 '로마인 이야기 4 :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 편에 이은 '로마인 이야기 5 : 율리우스 카이사르 하'편은 갈리아 전쟁 이후 루비콘강을 건너면서 촉발된 내전기에서 시작해 카이사르가 암살 당하기 까지가 주된 내용이다.

 전편에서 로마인에 비해 야만인이었던 갈리아인을 상대로 한 전투에서 무패의 용장의 모습으로 또 뛰어나기 그지없는 문장력의 문인으로 카이사르의 매력을 너무 잘 볼 수 있었다. 후편에서는 전편과는 달리 치르는 전쟁이 내전인 탓에 싸우는 상대 역시 로마인이다. 즉 미개한 갈리아인과는 달리 자신과 같이 문명화된 적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게 된다. 그러면서도 갈리아에서 야만인을 상대로 한 전투 성과에 못지 않은 성과를 뛰어난 전략과 용맹을 통해 보여준다. 거기에 적까지 포용하는 관용을 갈리아 전쟁 때처럼 역시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광대해진 로마제국을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방안으로 집단 정치체제에서 제정으로 변화를 추구한다 .

그리고 암살과 아우구스트의 등장까지 카이사르의 매력과 죽음으로 인한 아쉬움 그리고 반대파와의 싸움까지.

 비록 극우 작가의 극우적 시각에서 서술되었다는 평이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정치적 평가에 너무 민감해 할 필요 없이 일독해 보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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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종 영화나 연극을 보다가 보면 지나치다 싶을 만큼 과장된 연기를 하는 배우나 화려하지만 치밀하지 못한 구성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연출자를 만나게 된다. 그러면 그 공연은 어김없이 실망스럽다. 이야기를 매끄럽게 끌어가려면 역시 뛰어난 기교 못지않게 극의 기본적인 요소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공연도 결국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 내가 만들고 참여하는 공연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왔으면 하는 것이 당연지사라 사람들은 과장된 요소를 첨가하기 마련이다. 이런 의미의 ‘과장됨’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영화가 지금 말하려는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다.

엄정화, 임창정, 김수로, 황정민, 주현, 윤진서, 정경호 등등의 수두룩한 주연급 애우들의 연기를 바탕으로 나이도 배경도 전혀 다른 여섯 커플의 사랑을 일주일이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보여준다. 그것도 좀처럼 보기 ‘다중스토리 구조’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일곱 커플은 서로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면서도 서로서로 얽매여 있다.

 언제나 당당한 여우같은 페미니스트 여의사와 육두문자를 남발해대는 마초같은 강력계 형사, 세상이야 힘들든 말든 둘의 사랑만큼은 언제나 달콤해야 한다고 믿는 못말리는 닭살 동거 커플, 내 사전에 사랑은 없다고 외쳐대다가 어느 날 몹시 당황스런 스토커와 맞닥뜨린 전직 농구선수, 우연히 꽃미남 가수를 만나 마음이 흔들려버리고 마는 예비 수녀, 이런 그녀를 사로잡아버린 아이돌 스타 가수의 아슬아슬한 사랑, 오드리 헵번을 사모하는 고집불통 구두쇠와 자신이 오드리인 줄로만 알고 사는 여인.

 거기에 출연 배우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상당부분 깨버리는 것도 과장되지 않은 이야기 전개에 이어 이 영화가 가지는 또 하나의 장점이다. 제목을 보면 각 커플들의 아름다운 일주일을 그린 것만 같지만 영화는 결코 달콤하지 않다. 기대했던 아름답고 화기애애한 이야기는 보다는 너무나도 사실적인 에피소드가 연달아 이어진다. 거기에 서로 교묘히 얽혀있는 커플들의 만날 듯 하면서도 서로를 스쳐 지나가며 자신들의 연애방식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과장됨 없이 있는 그대로를 잘 보여주는 차분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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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ic drama 라는 소개의 '현정아 사랑해‘라는 제목과 가수 임현정의 노래가 나온다는 소개 문구를 보고서 나는 꽤 오래전 TV CF의 배경음악으로 나와 대중의 인기를 얻었던 그녀의 노래 ’첫사랑‘이 생각났다.

햇살처럼 눈부시게 다가와 나를 깨우던
그대는 봄비처럼 내게 스쳐지나가 나의 첫사랑~!

이라는 구절로 시작했던 그 노래를 불렀던 그 가수가 나는 ‘현정아 사랑해’에 등장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아마도 공연의 내용 역시 가수 임현정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콘서트 혹은 뮤지컬의 형태가 되어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역시나 내 지레짐작은 이번에도 틀렸다. 이 공연은 외계인 황희와 방콕녀 현정의 솔직, 당당, 사랑이야기다. 청각장애를 가진 외계인 황희와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방콕녀 현정. 우연한 그들의 만남에서 사랑과 그 속의 우여곡절이 기타 반주의 노래와 함께 펼쳐진다.

 그저 무심히 지나쳤던 신체가 불편한 이웃들의 시선과 그들의 고민을 ‘현정아 사람해’는 듣기에 너무나 좋은 노래에 실어서 그리고 황희와 현정의 바램을 통해 보여준다.

 종종 공연의 규모가 크다고 해서 내용까지 알찬건 아니라고 말하곤 하는데, 단지 황희와 현정 그리고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세 사람만으로도 겉치레 사랑이 아닌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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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딥스’라는 제목의 책을 알게 된 건 새로 알게 된 새로운 친구를 한 명 알게 되면서였다.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 늘상 던지곤 하는데, 대답 중 많은 경우가 독서(讀書)다. 그러는 도중에 이 책 ‘딥스, 자아를 찾아서’ 이야기가 나왔고, 한 번 읽어 보기를 권유 받았다.

 비록 일독(一讀)하기를 추천 받기는 했지만 그저 책이 감동스럽다는 정도의 이야기만 들은 상태였기 때문에 내 관심 목록에 있지 않았다. 그러다가 책의 표지에 담긴 "공기야, 들어와. 어서 들어와 우리와 함께 있자... 아빠는 내가 공기에게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아빠는 사람은 사람하고만 말하는 거래요..." 소개 문구 접할 기회가 우연히 생겼다. 그 때 떠오른 것이 종종 화장실에서 혼자 이야기하곤 했던 내 어린 시절 모습이었다. 딥스의 아빠만큼이나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혼자 이야기하는 걸 싫어했던 엄마가 비슷하다고 느껴졌으니까. 누구나 자신의 경우와 비슷한 걸 접하게 되면 관심을 보이는 법이다. 내가 ‘딥스, 자아를 찾아서’를 비교적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건 그런 맥락에서다.

 이 책의 내용은 놀이 치료를 통해 변화한 딥스라는 이름의 한 아이에 관한 내용이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전혀 적응하지 못하던 딥스가 놀이 치료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자기 방어기질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이야기를 매우 평이한 서술을 통해 쉽게 그렸다. 사실 아이라면 지극히 당연한 것들이며 응당 쉽게 받아 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할까.

 사실 개인적인 성향은 평이한 서술형 형태의 강의보다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형태로 압축된 형태의 서술을 선호하지만 기본에 충실하다는 점으로 만으로도 이 책이 갖는 가치는 충분하다.

 어린 아이를 가진 부모님의 입장이 아니라도 어린 아이를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은지를 한 번쯤 깊게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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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 지름신이 강림하시아 그 분과 얼마간 함께 동고동락(同苦同樂)했더니 내 손에 PMP가 쥐어져 있었다. 그 후 PMP의 활용 방도를 고민하던 차, 허술한 내 영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말에 적극 동조하여 'CSI Lavegas'를 필두로 하여 미국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계기가 ‘LOST season1, 로스트 시즌1’도 보게 되었다. 그간 본 미국 드라마라고는 ‘CSI Lasvegas' 시리즈가 전부였고, 범죄 이야기가 차츰 지루해 지던 차에 ’LOST season1'을 접했다.

 그런데 별 기대 없이 보기 시작한 ‘LOST'가 너무 재미있었다. 덕분에 하루에 2, 3 에피소드씩 보느라 취침시간이 2시가 넘어서기가 부지기수였다. 그렇게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25편의 에피소드를 다 섭렵했다.

 ‘LOST'의 내 흥미를 유발한 가장 한 이유는 최악의 상황에서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지고 살아온 다양한 인물을 내세워 인간의 사회성을 보여주는데 있었다. 각 인물의 장점과 단점을 잘 대비시키고 거기에 인물 서로간의 갈등은 액션이자 서바이벌에 관한 이야기를 비행기 사고 생존자라는 작은 사회의 이야기로 확장시킨다. 거기에 자신의 비밀을 극 중 인물들이 각기 가지고 있는 탓에 그들의 다양한 시각으로 그들이 보이는 행동을 사회적으로 이해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동시에 이야기 소재를 무인도에서 일어난 일에 국한 시키지 않는다.

 의사라는 직업 덕분에 리더가 되어버린 잭, 범죄자임을 숨기고 잭을 도와 생존자를 돕는 케이트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철없는 부잣집 딸 섀넌, 걸프전에 참전한 이라크 병사 사비드, 유명한 밴드의 일원이었지만 마약에 중독된 찰리, 속을 알 수 없는 사냥꾼 로크, 임신해 몸이 불편한 클레어, 잭과 케이트의 뒤치다꺼리를 늘 도와주는 헐리, 서먹서먹한 부자관계인 마이클과 월트, 도무지 알 수 없는 수상한 사나이 소이어와 한국 부부로 나오는 진과 선까지, 이들의 과거와 무인도에 불시착한 현재의 모습을 통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25편의 전 에피소드에 걸쳐 보여진다.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재미있게 본 탓에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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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흐르면 그만큼 기억은 흐릿해지기 마련이다. 특별히 인상 깊었던 것이라면 시간의 흐름과 흐릿해지는 기억 속에서 좀 더 자유롭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연극 ‘사랑을 주세요’를 관람한지가 족히 한 달이 넘었다. 무엇이던 세심하게 기록해 두는 법이 없는 내 습관 탓에 연극 ‘사랑을 주세요’도 극을 관람할 당시 내가 가졌던 세세한 느낌과 아쉬움은 흐릿해진 기억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비록 영단어 'Detail‘이 가진 세심함은 사라졌지만 대신 다른 영단어 ’Impressive'가 가진 선 굵은 느낌의 인상적인 특징만 살아남았다고 할까.

 연극 ‘사랑을 주세요’를 집약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말은 ‘Yonkers 가족 이야기’ 정도면 충분하다. Yonkers가는 병으로 죽은 엄마의 병원비를 갚기 위해 할머니에게 맡기고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아버지 에디와 그의 두 아이 제이와 아리, 페병의 후유증으로 관객까지 깜작 놀라게 목소리를 가진 거트 고모와 건들건들 건달의 이미지가 제대로인 삼촌 루이, 정신적으로 미성숙 특징적인 막내 고모 벨라와 할머니까지 7명이다. 이들 7명 사이의 가족 이야기가 바로 연극 ‘사랑을 주세요’의 줄거리다.

 이런 가족이 소재인 공연에서 관객의 흥미를 끌 수 있는 것은 뚜렷하게 나타나는 각각의 개성과 그것과 어울러져 나타나는 그들 간의 갈등이다. 이러한 흥미 요소는 이 ‘사랑을 주세요’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내가 흥미로운 건 벨라와 할머니였다.

 과장된 행동과 말투와 이와 함께 표현하는 기쁨과 슬픔의 감정이 벨라의 겉모습이었다면 자신을 안아주는 사랑을 그리워하는 여자로써의 모습은 극의 후반에서야 알 수 있는 벨라의 속모습이었다. 쉽지 않은 배역을 표현하기 위한 배우의 노력이 그대로 관객에게도 전해져 많은 사람의 호평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그 뿐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미성숙함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고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려는 극 중 모습 또한 관객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배우 노현희에 대해서는 언젠가 토크쇼에서 봤던 ‘십오야’의 인상이 강했는데, 이번에 ‘십오야’의 이미지를 보다 진짜 연기자에 한 발 더 다가간 느낌이어서 기분 좋았다.

 할머니의 경우는 벨라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벨라의 경우는 감정을 표출하는데 치중해야하는 역할이라면 할머니는 강철 같이 강하면서 자신의 행동이 절대 잘못되었을 리 없다는 굳은 신념을 보여줘야 하는 역할이었다. 험난한 시련을 이겨내고 그 속에서 자신의 가족을 보살피기 위한 어머니로써만이 아니라 험난한 세상에 맞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자녀를 키워야 한다는 신념 역시 강한 사람이었다. 다만 모든 것이 과유불급인지라 따뜻한 사랑과 강인함을 적절히 더 조절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거기에 강인함보다는 나약함이 더 어울릴 것 같지만 자신의 두 아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아버지 에디와 건들건들 건달이지만 어머니의 속마음까지 이해하는 루이 삼촌 역시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2시간 반이라는 긴 공연 시간 탓에 부분부분 지루함과 열연하는 배우와는 상관없이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약간 지칠 수 있는 공연이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다는 미명하에 소위 인기 트렌드에만 집착하는 일련의 공연들을 따라가기 보다는 극의 재미와 배우의 열정적이고 뛰어난 연기력을 추구하는 공연이라는 느낌이 강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

 같은 장소 같은 극단의 ‘삼류배우’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 다시 한 번 더 같은 장소 같은 극단의 또 다른 극을 기대하게끔 만드는 공연이었다. 얼마 전 종영했음에도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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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를 제외하고도 로마사에 관한 명저는 많이 있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로마사 관련 서적 중 근래 들어 로마사에 관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건 ‘로마인 이야기’가 유일하다. 이는 보통의 역사학자들이 가진 시각에 철저하게 근거하여 역사를 서술하기 보다는 역사학자들만큼의 풍부하고 많은 사료를 가지고 역사를 논하기 보다는 재미나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형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작가의 자유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로마인 이야기 4 : 유리우스 카이사르 상’이 아닐까 싶다. 이는 로마사를 다룬 시리즈에서 과감히 2권에 걸쳐 한 인물을 이야기하는 파격을 보이기 때문이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라는 말보다 카이사르 평전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다.

 아무튼 ‘로마인 이야기 4 :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은 카이사르가 태어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유년 시절, 소년 시절, 청년 시절, 장년 시절, 중년 시절 그리고 갈리아 전쟁 때 까지의 카이사르 전기다. 책의 분량이 500 페이지가 넘는 걸 떠올리면 중년 시절까지의 이야기 범위는 너무 좁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기 쉽다. 그렇지만 실제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하면 누구라도 금방 카이사르의 매력에 금세 빠져들 것이 분명하다. 작가 역시 이런 카이사르의 매력 때문에 전권 15권 중에서 과감히 카이사르에게 2권의 적지 않은 분량을 사용했을 것이다.

 점점 존경할 만한 인물을 찾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카이사르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그의 나이 40이 되기 전까지는 존재감마저 크지 못한 사람이었지만,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인물로 적까지 포용할 수 있는 관대함을 가졌으면서도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신속히 판단을 실행에 옮기는 실천력까지 겸비했다. 또한 문무에 모두 능하여 ‘로마인 이야기 4 :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의 후반부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는 갈리아 전쟁을 늘 상대편 적보다 적은 수의 병사로 물량이 아닌 전투의 질과 전술로써 압도했으며 정치력 역시 적까지 포용할 수 있는 관대함과 더불어 자신이 의도한 대로 상황을 흘러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능력까지 가졌다. 거기에 수많은 연인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싫어하는 연인은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까지 카이사르가 가진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지성, 설득력, 지구력, 자제력 그리고 지속적인 의지까지 최고의 지도자에게 요구 되는 자질을 모두 가졌음에도 그 자질은 스스로 만들어 나간 점까지 그저 역사 속 한 인물보다는 존경하고 싶은 인물의 반열에 오를 만한 사람이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시리즈의 순서를 무시하고서라도 필독하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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