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정오에 참석해야 할 결혼식이 있었던 덕분에 집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계적으로 블로그를 들락날락 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등산하다가 실족해서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며, 상태가 심각하다는 뉴스 속보를 봤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내 자살설로 붉어지자, 뭔가 낌새가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
전대통령의 사망이 공표되고, 각종 매체에서 이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집을 나섰습니다.
사실 저는
정치에 무관심한 편입니다. 학부시절 참여연대를 드나들며 참된 세상을 꿈 꾸며 현실참여를 해보았습니다만, 결국은 제가 갈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다시 과학의 길로 돌아 왔습니다. 그리고 그 때의 경험이 오히려 정치 혐오증을 불러 일으키며 관심사에서 완전히 멀어졌습니다. 이건 노 전대통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히려 그의 재임시절 대통령으로써
권위를 잘 지키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왜
진면목은 그 대상이 늘 사라진 후에야 제대로 보이는 걸까요? 사실 그의 죽음이 제게도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서야 진정을 서민을 위할 줄 알고, 진정으로
민주주의와 법치국가을 실현하려고 했던 그의 모습이 보입니다.
제가 살아가고
제 후손이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은 자랑스럽고 떳떳한 국가이어야 하는데 요즘은 계속해서 부끄럽습니다. 10년은
퇴보했다는 민주주의는 재 쳐 놓겠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법의 힘을
빌려 정당성을 확보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지고, 지식인이라는 자들은 또 그 밑에 붙어 제 살길 찾기에 바쁩니다. 사실 저도 그런 부류에 속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현실은
외면한 채, 고작 촛불 집회 몇 차례 참석한 걸 가지고 위안을 삼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달려나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노 전대통령의 죽음을 통해 이제는 이러한 사실을
머리 속에서만 되뇌지 말고, 제 자신에게 솔직해 지고, 그
속에 실천의 힘을 더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덧말. 박형준님의 창천항로(蒼天航路)
글을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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