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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Cutie Honey'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유바리시(夕張市)라는 광산촌에서에서
열리는 영화제로 유명한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ゆうばり國際ファンタスティック映畵祭)
에서 올해 개막작으로 상영된 작품이다. 판타스틱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되었다는 것에서
암시하듯 이 영화 'Cutie Honey'는 그야 말로 판타스틱한 영화다.

 사실 영화를 다 보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Cutie Honey'라는 동명의 만화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흔히 마징가 Z의 원작자로 익히 알려져 있는 나가이 고(永井豪)의
인기작 중의 하나가 바로 'Cutie Honey'인데 내가 일본 만화에 익숙한 편이 아니라
모르는 건지 아니면 우리나라에 별로 알려지지 않는 건지, 어찌되었건 예전에 나왔던
'Cutie Honey'의 원작을 최대한 살려서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중간에 있는 독특한
영화를 만들었다. 그것도 '신세기 에반게리온(新世紀エヴァンゲリオン)'으로 유명한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가 만들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매니아들의 관심을 끌만 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영화 처음 부분부터 매우 놀라웠다. 마치 한 20년 전 쯤에나 봤던 것 같은
심형래의 '우뢰매' 시리즈라던지 일본의 것으로 알고 있는 '플래시 맨'시리즈
같이 어정쩡한 옷차림에 그들이 변신 할 때는 화면이 번쩍이고 실사에 애니메이션
화면을 덧붙여 놓은 것이 아닌가. 그런면에서 일본에서나 보는 B급 영화인줄 알았다.

 그래도 그 어정쩡하고 이상하게만 보였던 주인공(사토 에리코, 佐藤江梨子, 22)도
계속 보다가 보니깐 이쁘장하네... --;

 그렇지만 에너지가 떨어지면 패밀리마트에 가서 주먹김밥을 먹고 에너지를 보충한다는
거나 '하니~ 플래시~~~'를 외치며 변신하는 모습 그리고 그런 모습을 지원하기 위한
뭔가 조잡한 것만 같은 그래픽과 도쿄 타위 밑에서 올라오는 악당 시스터 질의
본거지 같은 것들에서는 어이가 없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강한 과장된 카메라 워크와 배경음악 거기에 뮤지컬 영화라도 되듯 자신의 테마곡을 부르면서 등장하는 악당 시스터 질의 부하들 까지. 한결 같이 조잡 내지 어이 없어 하면서도 즐겁게 보고 있게 만드는 영화였다.

 영화란 어떤 것이다라는 편견을 가지면 안된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고나 할까.
그리고 하니가 입고 있는 만화에서 가지고 온 섹시한 의상은 또 하나의 볼거리라고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박수근 화백의 정서

                             - 이 경 희

동구 넘어 저어기까지
바가지에 쌀 씻는 훈훈한 소리
해질녘
저녁밥 짓는 아련한 연기
밥 뜸드는 내음
이내 깔리듯 퍼져오는
어머니 내음
할머니 내음
맨발도 시리지 않아
손 터도 아리지 않아



 Commented by 뮤링 at 2004/12/29 21:33  
큐티하니~ 애니메이션으로 방영했던것 같기도 한데.....
그땐... 참... 어린마음에...노출된 의상이 그렇게 좋던데요...
만화도 잼있게 봤었는데.. 영화도 함 봐야 겠네용...쿄쿄..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4/12/31 15:45  
어린 시절의 애니는 사실 기억나지 않지만 노출된 의상만은 그래로 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Commented by 피터팬 at 2006/01/29 17:51  
위에 포스터 퍼갑니다..^^;; 이번에 큐티 하니 영화를 보고 리뷰를 올렸는데, 이 사진이 제일 맘에 들더군요. 원치않으신다면 지우도록 하지요. 너무 시간이 오래 지나서 확인 안 하실 지도 모르지만..;; 국내에서 방영한 것은 큐티 하니F로 나름대로 어린이 용이었다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짤리지 않은 편이 없었다는..ㅋ 암튼 영화 상당히 매니악 하더군요..-_-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6/01/29 20:40
쉽사리 볼 영화는 아닌데, 영화 매니아이신가보네요. 재미있게 즐기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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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Clueless, 클루리스는 베버리 힐스의 상류 자제들의 이야기다. 유명 디자이너의 브랜드 옷만 입고 한 손엔 휴대폰을 쉴세 없이 울린다. 물론 고등학생인 이들의 수업 시간에도 마찬가지다. 그런 그들인 만큼 좋은 옷을 입고 남학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그들의 관심사다. 하물며 세상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이면 되지 않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C를 맞은 성적도 독신인 담당교사에게 배필을 만들어 줘서 올리고 자신의 눈에 촌스럽게 보이는 전학생도 세련된 모습과 행동을 하도록 만들어 버린다.

 정말 원하면 다 이루어진다.

 이렇지만 이 영화는 10대 소녀들의 성장 영화다. 그래서 세상은 무작정 그들이 원하는 걸 다 들어주지 않는다는 걸 알려주려고 한다. 당장 자신이 원하는 데로 만들어진 친구가 의도대로 되지 않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세상에는 모든 것이 자신의 의도대로만 될 수 없다는 걸 영화는 말해 준다.

 하나의 성장통을 앓는다는 결국은 극복해 낸다는 것이 영화의 이야기다.



                                                &



세상에서 단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한다면

                                                       - 서 주 홍

세상에 태어나
단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한다면
그것은 배신이다

사랑이 순수하여
거짓이 아니고 비밀이 아닌 담에야
마를 줄 모르고 샘물처럼 솟아나는
이 자유를 어찌하란 말인가

세상에 태어나
단 한 사람밖에 사랑할 수 없다면
그것은 죄악이다

비밀이 순수가 아니고
사랑의 보람이 아닌 담에야
저 마음 한 구석 응어리처럼 박혀 있는
그 구속은 어찌하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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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흑인들이 보여 주는 White Chicks의 이야기가 영화의 이야기다.

 Black is beautiful 이라고 하면서도 흑인들이 가지고 있는 Black complex
영화는 보여 준다. 글의 시작부를 보면 마치 영화 White Chicks, 화이트 칙스가 무거운 사회적 주제를 심각하게 보여주는 영화인냥 보이지만 실은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다. 그것도 건장한 FBI 흑인 청년 둘이 늘씬한 금발 미녀 둘로 변장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그냥 재미있게만 보고 있노라면 어쩌면 감독이 의도했으리라 생각하는
인종적 그리고 계급적 차이에서 보이는 백인 상류 사회의 쇼핑이나 좋아하고
수다나 떨 줄 아는 허영 내지 속물의식을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가 버릴 지도
모른다.

 그저 웃고 즐기기에 적당한 것 같이 보이지만 그 이면도 한 변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 White Chicks

 덧말. 솔직히 아무리 변장을 잘 했다해도 변장한 티는 났다. ^^;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 박 영 우

안치환을 만나기 위해
대학로에 나갔다.
그는 지금 콘서트 중이다.
크고 화려한 공연장도 많은데
그는 하필
지하 소극장에서
그것도 한 달 동안이나
장기 공연을 강행중이다.
하기야 지금은 사정이 좋아졌다.
언제나 그를 만난 곳은
화염병이 폭죽처럼 터지고
최루탄이 드라이아이스처럼 깔리는 곳이었다.
어둠이 깔린 노천 극장에서, 우리는
화려한 조명 대신
일회용 라이타불을 끝도 없이
켰다 껐다하면서
그의 노래를 가슴으로
껴안곤 하였다.
그 때 그 사람들이 지금,
중년이 되어
학전 소극장에서
다시 그의 노래를 듣고 있다.
노래를 마친 그가
쉰 목소리로 조용히 말한다.
노래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는
누군가가 나의 노래를 애절하게 불러 줄 때라고
잔뜩 술에 취해
고래고래 내 노래를 부르며 사라져가던
젊은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노래를 불러야할 이유를 깨달았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 너머로
마지막 노래가 시작되고 있었다.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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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독특한 느낌의 영화였다. 여기서 독특하다는 말은 스타일 같은 외면적 요소가 아니다.
뭔가 부도덕한 것만 같으면서도 어쩌면 그런 게 아닐 수도 있다는 그야 말로 뭔가 이상한
느낌의 영화였다.

 한 남자와 세 자매가 서로간에 얽혀서는 결국 세 자매 모두가 한 남자를 좋아한다. 그래서 유교적 사고 습관이 남아 있는 사람들을에게는 매우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이 영화다.의 줄거리다.
이 말은 아마도 내가 영화를 보면서 불편해 했다는 말이다.겠지.

 그렇지만 특이하게도 영화의 종반부에 이르면 어쩌면 사람들은에게는 누구나 비밀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고, 그 비밀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도 있다는 한 남자의
말은 현실과는 다른 공허한 괴변으로 다가오기 보다는 어쩌면 현실 세계와 더 어울릴 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준다.문득 든다.

 감독이 의도한 설득에 영화를 보면서 그대로 넘어가 버려서 독특하다는 느낌이
든 껄까.

 극중 최수현(이병헌)의 행동이 현실 세계의 사람의 것과 같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뭔가 배워야만 할 것 같은 느낌. 왜냐면 어찌되었건 세 재매 모두가 행복해지니까.

 그리고 추상미, 최지우, 김효진 이 세 여배우를 보는 것도 이 영화를 보면서
가질 수 있는 즐거움 중의 하나다.



                                          &


바람 부는 날의 풀

            - 류 시 화

바람 부는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억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을 보아라.

풀들이 바람 속에서
넘어지지 않는 것은
서로가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아주기 때문이다.

쓰러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넘어질 만하면
곁의 풀이 또 곁의 풀을
잡아 주고 일으켜 주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이보다 아름다운 모습이
어디 있으랴.

이것이다.
우리가 사는 것도
우리가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것도
바람 부는 날 들에 나가 보아라.
풀들이 왜 넘어지지 않고 사는가를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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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다가 보면 특정 시기에 특정 장르의 영화가 인기를 얻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이런 예 중의 하나가 영국 로맨틱 코미디다. 지금 시대에 현재를 살아가는 사는 영국 노총각인 주인공이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겪으며 결국에는 여주인공과 결혼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 영국 로맨틱 코미디의 패턴인데 그 중심에는 Hugh Grant가 있음을 몇 편의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Notting Hill, Bridget Jone's Diary, Love Actually, 시대적 배경이 중세 시대로 바뀐 Sense and Sensibility 그리고 앞의 영화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결국은 유산으로 잘 먹고 사는 백수 노총각으로 나오는 About a Boy 등 대다수의 영화에 Huge Grant가 있고 여자 주인공들만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영국식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효시 정도의 의미를 갖는 영화가 지금 이야기 하려는 영화 'Four wedding and a Funeral,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
다. 사실 영국식 코맨틱 코미디의 영화의 효시라 불리기에 적당하리만큼 이야기는 예상 할 수 있는 패턴을 그대로 따른다.

 남의 결혼식 들러리나 서던 주인공 찰스가 두 번의 남의 결혼식과 캐리의 결혼식, 찰스의 결혼식 그리고 한 번의 장례식에서 만나며 결국에는 그 둘이 이어진다는 진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영화의 이야기가 주는 즐거움은 그리 크지 않은 영화였다.

 그렇지만 아주 오랜만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여유 있게 봐서 그런지 감독이 의도 하려 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몇 가지를 영화를 통해 읽어 낼 수 있었고 그런 면에서 재미를 느꼈다.

 우선 예전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눈치 챘을 것이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영화에 나오기 시작한 이전 시점의 영화를 보면 영화의 남자 주인공이 금발인
경우가 거의 없다. 물론 여자 주인공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팜므파탈의 느낌을 가
진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금발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발의 늘씬한
미남이나 미녀의 경우 머리가 나쁘다는 서양 사람들의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편견이 대략 디카프리오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는 시기와 대략 비슷하게 영화에서
사라지기 시작하는데 이 영화 'Four Wedding and a Funeral'의 경우는 주연 남녀
배우 모두가 금발이 아닌 것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하나 더, 우리에게 미스터 빈으로 친숙한 Rowan Atkinson이 주례를 하는 신
부로 나오는데 미스터 빈에서 못지 않은 표정 연기로 웃음을 준다.



                                                 &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일
                         - 이 해 인

하늘에서 별똥별 한 개 떨어지듯
나뭇잎에 바람 한번 스치듯
빨리왔던 시간들은 빨리도 지나가지요?

나이들수록 시간들은 더 빨리간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어서 잊을 건 잊고
용서할 건 용서하며
그리운 이들을 만나야겠어요

목숨까지 떨어지기 전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일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눈길은 고요하게
마음은 따뜻하게
아름다운 삶을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충실히 살다보면
첫 새벽의 기쁨이 새해에도
우리 길을 밝혀 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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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은행을 턴다고?

 이 영화 Catch That Kid는 은행을 털 공모를 아이들의 이야기다.
물론 아버지가 급작스레 병원에 입원하고 25만 달러라는 많은 돈이 있어야
수술 할 수 있다는 당위성이야 가지고 있지만, 25만 달러를 만들기 위해
아이들이 은행을 턴다니.

 사실 말도 되지 않는 스토리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건 영화다. 아무리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일지언정 현실 세계가 아닌 영화란 걸 잊지 말고 즐기기 위해서만 보자.

 스토리는 앞에서 말한 것이 전부다. 그렇지만 암벽등반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와 아무도 접근 할 없도록 고층에 만들어 놓은 금고에 암벽 등반하는 것처럼 올라 가는 장면이나 미니카를 등장시켜 나름의 스피디한 화면 전개를 한는 것 외에도 볼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영화의 기본 줄거리가 어린아이들이 은행을 털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건 변하지 않는다. 나이가 조금은 들었다는 이야기인가?
그냥 보통의 영화 정도의 느낌 정도.



                                    &


      편 지
                    - 오 세 영

나무가
꽃을 틔운다는 것은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찬란한 봄날 그 뒤안길에서
홀로 서 있던 수국
그러나 시방 수국은 시나브로
지고 있다.

찢어진 편지지처럼
바람에 날리는 꽃잎,
꽃이 진다는 것은
기다림에 지친 나무가 마지막
연서를 띄운다는 것이다.

이 꽃잎, 우표 대신 봉투에 부쳐 보내면
배달될 수 있을까.
그리운 이여,
봄이 저무는 꽃 그늘 아래서
오늘은 이제 나도 너에게
마지막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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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처음 시실리라는 단어를 들었을 떄 어감은 시칠리아 같은 이탈리아 어디엔가 있을 것만 같은 지명의 어감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 시실리 2Km에서는 그런 어감과 전혀 상관없다. 時失理. 말 그대로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이란 의미다. 

 시간을 잃어버리지 않았더라면 없었을 죽은 자와 산 자가 함께 있고 그래서 죽은 자를 쫓기 위해 불경을 틀어 놓는 일이 발생하고 그 속의 탐욕이 겉으로 보이는 순박함을 깨고 나오는 영화의 큰 틀을 살포시 알려주는 말이다. 

 그럼 2Km? 아쉽게 2Km는 영화를 보고 난 지금도 잘 모르겠다. --;

 아무튼 이 영화 시실리 2Km는 잘 독특한 영화다. 사실 별로 뛰어나지 못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기발한 방법으로 보여주고 있지도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을 머금게 된다. 감독이 의도했을 웃어야 밖에 할 수 없는 이야기를 가진 극중 상황에 따른 웃음이었으면 최고였겠지만 사실 그런 면에서는 별로다. 극중 상황에 따른 웃음이면 상황이 어이가 없어서나오는 웃음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지만 그걸 대신해서 배우들의 순간순간의 기지로 인한 웃음이 그 즐거움을 대신한다. 임창정이 보여주는 수많은 장면에서도 그렇고 사실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조연인 땡중과 58년생 동생도 맡은 역할을 과장하지 않으면서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 짓도록 한다. 그래서 극중 상황에 따른 웃음도 있었더라면 더 좋은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임창정과 땡중 그리고 58년 동생이 뛰어난 연기로 기억에 남는다면 또 다른 축인 권오중과 임은경은 아쉬움이 크다. 우선 권오중은 살펴보면 TV에서 보면 더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전작 튜브에서도 양아치 깡패로 나와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 같더니 영화 초반부의 몇몇 컷을 제외하고는 머리에 박혀 돌아다니는 것 외에는 별로 기억 남는 장면이 없다. 임은경 역시 아직 배우로 불리기에는 부족한 점이 여전히 많다.



                                              &




        아카시아 꽃 필 때

                                            - 오 광 수

이제는 다시 못 올 꿈같은 기억의 낯익은 향기에
가슴 두근거리며 고개를 드니
아카시아 꽃이 가까이 피었습니다
하얀 꽃 엮어서 머리에도 쓰고 향기가 몸에 베일만큼
눈 지그시 감고 냄새를 맡던 얼굴 하얗던 사람
봄 햇볕이 따스한데도 그대를 생각하면
왜 눈물부터 날까요
호호 입으로 불고 옷에다 닦아서 당신을 가득 묻혀 내게 준 만년필은
몇 번 이사하면서 잃어버리고 아픈 가슴만 망울졌습니다
이젠 당신의 얼굴을 그리려해도 짓궂은 세월이
기억하는 얼굴을 흩으면서 아내와 비슷한 얼굴로 만듭니다
올해도 아카시아 꽃이 피었습니다
당신에게서 풍기던 향기가 올해도 나를 꿈의 기억으로 보냅니다
혼자서 하얀 꽃을 보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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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예옛날에 최영희 라는 분이 계셨어...최영희....
전세계를 돌면 맞짱을 뜨셨던 분이셨지..
그분이 황소뿔 여러개 작살내셨어..황소뿔..
그 분 스타일이 그래...
딱 소앞에 서..
너 소냐..황소.....최영희야...
하고 소뿔 딱 잡아...
그리고 좃나게 가라데로 좃나게 내려 치는 거야 좃나게..
황소뿔 뽀개 질때까지...
코쟁이랑 맞짱 뜰때도 마찬가지야..
존슨이면...
너 존슨? 로버트 존슨?.....하고 뚜벅뚜벅 걸어가..
그럼 코쟁이는..
갑자기 걸어 오니깐....뭐 뭐뭐야..씨발....하고 뒤로 물러서게 되있어...
그러다 팍~~~(이때 손을 올린다)
이 봐봐봐봐...
사람이 당황하면 손이 올라오게 되있어..
이때 팔을 딱 잡고.....아이 씨발....이이건...니 팔아냐
하고 또 좃나게 내리 치는 거야..좃나게..손 빠게 질때까지..
무대뽀...무대뽀 정신..

이게 필요하다......


 영화 넘버 3(NO.3)에서 송강호의 대사다. 사실 넘버 3(NO.3)를 볼 때만 해도 최영의라는 이름을 흘려 들었다. 그냥 송강호의 말투가 재미있어 기억하고 있을 따름이었는데 황소뿔 뽀개 질 떄까지 내려치던 사람이 바로 이 영화 바람의 파이터의 주인공인 최배달이다.

 사실 영화 스토리는 기대에 못 미쳤다. 일본 무도계를 맨주먹으로 정복한 그의 바란만장했을 일대기에 비해 영화는 그의 일생에 비추어보면 초반부에서 끝을 맺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 부족함 덕분에 정태우가 오버하면서 외치는 빠찡꼬로꼬로. 같은 대사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정통 무협 액션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던 터라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그나마 약간 어눌한 것 같으면서도 자신만의 굳은 의지를 가지고 있는 배우 양동근을 연기가 그런 아쉬움을 달래 주었고 아울러 무술감독으로만 알고 있었던 정두홍과 기대치 않게 본 가토 마사야의 연기와 그의 느낌은 영화가 주는 새로운 선물이었다. 물론 히라마야 아야도 그 범주에 속한다.

 그렇지만 더 스토리에 신경을 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

             맨 발
                                             - 문 태 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 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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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견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편견을 가지고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아쉽게도 지금 말하는 영화 ‘늑대의 유혹’이 내게는 그랬다.

 사실 편견의 이유는 간단하다. 영화의 원작인 인터넷 소설 ‘늑대의 유혹’이
귀여니가 섰기 라는 사실 때문이다. 많은 중고생에게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분명 그들의 트렌드를 잘 알고 있다는 말이겠지만 그래도 중고등학교 시절에 섭렵한 일본
하이틴 만화를 배경지식 삼아 외계어라 불리는 인터넷 언어를 구사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비난이 내게는 더 가까이 다가왔다.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 ‘늑대의 유혹’은 영화를 보기 전부터 좋지 않을 것 같다는 편견을 가지고
봤었다.

 사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처음에 가졌던 편견이 많이 틀리지 않았다. 현실세계에
어울않는 리지 않게만 보이는 고교생들의 행동과 반해원(조한선), 정태성(강동원) 그리고 정한경(이청하)의 모습을 보면 도무지 그들의 행동거지가 반해원과 정태성이 정한경 보다 한 살 어리다는 배경이 맞지 않는다. 게다가 정한경의 어리숙한 모습에 또래 집단에서 최고의 인기를 가진 두 명의 남학생이 따라다닌다는 건 여고생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생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일본 만화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그 수준을 훨씬 뛰어 넘어 영화적 완성을 보여준
‘올드보이’를 생각해 본다면 이런 비판이 무리만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 영화 ‘늑대의 유혹’이 영상적인 측면에서는 자주 뮤직 비디오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줄 만큼 깔끔하다는 점이다. 김태균 감독의 전작이 화려한 영상미를 보여줬던 ‘화산고’였음을 떠올린다면 이런 깔끔한 영상은 쉽게 이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강동원, 조한선 그리고 이청하의 연기와 감동을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스토리는 영화가 깔끔한 영상만을 추구하는 매체가 아님을
가만하면 너무나 아쉬웠다.
 


                                            &


         담 쟁 이
                                  - 도 종 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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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ght Club’, 영화 제목으로는 아주 시시껄렁하게 느낌이었다. 미국 사람들이 만든 거로 봐서 미국 마피아들의 이야기 정도려니 하며 치부하고 말았다.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게 된 건 오로지 Edward Norton 때문이었다. 비록 ‘The Italian Job’ ‘Frida’ 에서야 그의 존재를 인식했고 의식하지도 못했지만 ‘American History X’ '25th Hour’에서 그의 진면목을 알았지만, 모습은 영화 속 그의 모습은 너무나 인상적이서었던 터라 정말 시시껄렁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 ‘Fight Club’을 본 건 오로지 Edward Norton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Fight Club’은 보고 난 지금은 보기 전과 제법 다르다. 그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Edward Norton의 인상적인 연기는 두 말할 나위도 없고,여지까지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Brad Pitt와 아쉽게도 별로 재미있게 보지 못했던 ‘Se7en’의 감독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David Fincher에 대한 이미지를 일거에 바꾸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면서 즐기는 즐거움도 근래 봐왔던 어떤 영화보다 컸다. 심지어는 영화 초반부에 Norton이 연기한 잭이 자신의 집의 IKEA 가구를 소개하면서 나왔던 자막을 처리했던 부분이나 Pitt가 연기한 더든이 영화 필름을 영화관에서 상영하면서 1컷씩 삽입하는 필름을 직접 영화 속에도 집어 넣는 표현 방식까지 내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거기에 영화가 가지고 있는 치밀한 Plot까지 그야말로 근래에 본 영화 중 최고의 작품이었다는 말이 아깝지 않다.


 1999년 작임을 가만하면 내가 너무 늦게 안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마디 덧붙이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한 건데, 내가 집착하는 영화를 보면 대체적으로 기억에 관한 거나 분열된 자아에 관한 내용인 것 같다.


이 영화 ‘Fight Club’ 물론 그런 범주에 포함된다.




                                  &

 



고독이 사랑에 닿을 때


                               - 김 영 수


가난하지만 쓸쓸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는 이미 풍요로움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독하지만 전혀 서글퍼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는 이미 행복한 사람으로 드높아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말이 없지만 전혀 답답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는 이미 평화의 사람으로 투명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름을 알아주는 이가 없으나 결코 낮아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는 인간적으로 이미 순수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만히 앉아 있지만 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는 이미 신비한 사람으로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함이 있지만 그것이 결함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는 이미 세속의 틀 따위를 뛰어넘은 사람으로
우뚝 서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가 많지만 늙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는 정녕 싱싱하고 젊은 영혼의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어디쯤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만 있는가.
나는 관찰자 아닌 주인공이 될 수는 없는가.




 Linked at 고무풍선기린의 Contrapo.. at 2009/03/12 01:24 x

... 영화 ‘일루셔니스트, The Illusionist’는 내가 좋아할 만한 영화다. 환상적인 마술이 영화의 소재가 된다는 점과 더불어 영화 ‘파이트 클럽, Fight Club’ 에서 시작해 ‘아메리칸 히스토리 X, American History X’, ‘25시, 25th hour’, ‘프리다, Frida’, 그리고 ‘이탈리안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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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을러터진 고양이, 가필드. 

 게을러터졌다는 말을 그대로 증명이라도 해주듯 고양이가 배가 나왔다. 그것도 축 늘어져서 보기에 민망할 정도다. 물론 날렵해야 하는 고양이면서 그런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파에 앉아 TV만 보고 먹을꺼 라면 자신의 끼니 말고 다른 동물의 끼니도 계속해서 탐내야만 한다.

 물론 가필드는 잔머리 10단의 그런 고양이다.

 그런데 가필드에게 갑자기 경쟁자가 생겼다. 자신의 주인인 존이 좋아하는 리즈가 맡긴 애완견 오디. 가필드의 잔머리 10단으로 존의 관심은 늘 가필드를 떠나지 않았는데 존이 좋아하는 리즈가 존에게 부탁한 애완견이기에 존의 관심을 단박에 사로잡는다. 게다가 작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생긴데다가 성격도 가필드와는 달리 온순하다.

 그런 오디가 너무 얄미운 가필드는 자신을 도와준 오디가 집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잠궈 버리고 결국 그로 인해 오디는 길을 잃고 만다. 속이 시원할 것만 같던 가필드, 생각처럼 속이 시원하지 않다. 그래서 결국 그 마음에 들지 않았던 오디를 찾아 가필드는 안락한 자신의 소파를 떠나 오디를 찾아나서는 이야기다.

우선 이 영화 Garfield: The Movie는 그냥 편안히 보기에 적당한 영화다. 어려운 내용도 없고 아이들과 보기에 민망한 장면도 전혀 없다. 그래서 기대를 특별한 기대를 가지고 본다면 쉽게 실망 할 수도 그렇지만 실사와 잘 결합되어 몇 장면을 제외하고는 매우 자연스러운 가필드의 모습은 볼 만하다.

 가외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미국인들에게 애완동물의 존재는 우리와는 역시 사뭇 다르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동물에 대한 사랑도 좋긴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적인 면이 너무 크지 않나 싶은 느낌이 강했다.



                                                       &


푸른 색 자전거에 그대를 태우고

                                                  - 채 상 근

아침 바다로 가는 길
초곡항 지나 장호항으로 가는
구부러진 길가에서부터 그리움은 시작된다
햇살 충분한 눈부신 아침 바다에서
푸른 그대를 만나고 싶다
돌아서 돌아서 장호항으로 가는 구부러진 길
그 구부러진 길 돌아설 때마다 그리움은 쌓이고
햇살에 눈부신 그대 그리움들이 내 눈 속으로
가득히 밀려든다
떠날 때마다 사람들은 등을 돌리지만
장호항에 쌓인 그리움들 앞에서는 등 돌리지 마라
사람들아, 그리움이 배우려면 장호항으로 오라
장호에서 잠시 머물다 가라
그리움들이 그대들을 새롭게 경건케 하리라

그대를 만나는 아침 바다
밤새 쌓인 그리움들을 바다에 내려놓고
난 멀리서 푸른 바다를 편하게 바라본다
푸른 그대가 가득하다
푸른색 자전거에 그대를 태우고
햇살 충분한 눈부신 아침 바다
장호항 방파제 끝까지 갈 수 있다면
내 그리움들은 이제 지독하게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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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lianne Moore를 처음으로 눈 여겨 본 건 The Hours의 로라 브라운으로 나왔을
부터 였다.  차분하고 지성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미지가 무척이나 강한 중년 배우로 깊은 인상이 남았었다. 

 그래서 영화 Laws of Attraction, 사랑에 빠지는 아주 특별한 법칙에서는 그 때의 이미지를 활활 털어버린 것이 내게는 너무 어색해 보였다. 바짝 붙여 빗은 머리에 늘 정장을 하고서 논리 정연하게 말하지만 뭔가 들떠 있는 것만 같은 이혼 전문 변호사. 그녀에 대해 내가 가진 이미지대로였다면 환경문제나 인권문제에 전력을 다하는 변호사였을 것인데. 

그리고 또 다른 배우 Pierce Brosnan도 전작들에서 보이는 이미지와는 많이 틀리다. 깔끔한 이미지가 강한 정장은 던져 버리고 청바지에 자켓 혹은 거기에 느슨하게 메여진 넥타이가 그의 이미지다. 물론 그 역시 이혼 전문 변호사. 그렇지만 Julianne Moore와는 또 다르다. 그녀가 논리 정연하려고 하는 변호사라면 그는 풀어질 대로 풀어진 즉흥적인 변호사다. 이다지도 다른 두 사람이지만 그래도 재판에서 패배를 모르는 일류 이혼 전문변호사다. 그런 그들이 티격태격하면서 결국은 진정으로 사랑하고 결혼에까지 이른다는 것이 영화 내용의 그냥 무난한 그냥 무난한 스크루불 코미디이다.

그렇지만 Julianne MoorePierce Brosnan 두 배우를 가지고 그냥 무난한 스크루불 코미디로 끝내는 건 좀 아쉽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두 배우의 실제 나이도 그리고 영화 상에서 나이도 적지 않은 나이인데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셨다손 쳐도 술김에 결혼이라니 그리고 다음날 그것도 또렷이 기억하지도 못한다니 도무지 우리 정서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이라고 그런 일이 가능한 걸까? 내 생각에서는 그냥 이런 스크루불 코미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그냥 편안히 즐기기에 그냥 무난한 영화 정도.


                                      &

어느 봄날의 꿈
                   - 김 승 동

라일락 향이
창을 기웃거리는 날이면
한 통의 편지를 받고 싶다
낯선 이름을 달아도 좋다
아니 이름이 없어도 좋다
열어보면 그저 뜨거운 눈물이 솟는
속절없는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낮에 보아도 달빛이 서리고
밤에 읽어도 어둠이 빛나는
고적한 상상이 겨울 해 보다 긴
촉촉한 그리움 묻어 있었으면 좋겠다

유리창 가득
빗물 같은 기다림이 잠긴 커피숍에서
하루종일
누군가를 바라 볼 수 있는 지독한 희망이
희망이 아닌
또박또박 작은 글씨로 쓰여진
분홍색 얇은 편지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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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영화 올드보이 같은 느낌이었다. 올드보이 에서 유지태가 연기한 우진처럼 뒤에서 누군가를 지켜보는 것만 같더니 어느새 기억을 더듬어 전개해 나가는 것이Christopher Nolan 의 Memeto, 메멘토의 느낌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올드보이 ,Memento, 메멘토 도 아닌 거미숲 이다.

 사실 일상에서 가족을 비행기 사고로 잃는다는 것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교통사고가 나서 뇌수술을 받는 것도 그리고 기억 상실증에 걸리는 것도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런 일상에서 볼 수 없는 것을 영화에서는 자주 접하게 되는데 이 영화 거미숲 은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감우성이 연기한 강민은 기억을 왜곡하기까지 한다. 이런 혼란 속을 하나씩 헤쳐나가는 것이 영화 거미숲의 내용이다.

 앞으로의 작품이 더 기대되는 송일곤 감독과 감우성이 보여 준 뛰어난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 거미를 였을까?



                                       &


       멀리 가는 물
                                     - 도 종 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렵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길을 가지 않는가.
때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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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개인적 성향은 중국 영화, 특히 중국 고전에 기반을 둔 홍콩 액션 영화를 별로 선호
하지 않는다. 보통 홍콩 영화가 Plot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액션에 더 큰 비중을 두고
눈요기꺼리에 비중을 둔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그런 이유로 이 영화 新龍
門客棧도 썩 내키는 영화는 아니었다. 마치 시대에 뒤떨어진 영화를 본다는 느낌,
게다가 Brigtte Lin 임청하, Tony Leung Ka Fai 양가휘, Maggie Cheung 장만옥,
Donnie Yen 견자단 이라니 그 시절에도 관심 없었던 잊혀진 홍콩 액션 스타를 굳이
지금 볼 필요가 있나 싶었다. 그렇지만 영화는 마지막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나서야
이야기 해야 하는 법. 이 영화 新龍門客棧는 역시 편견은 대략 좋지 못하다는 걸
고스란히 깨닫게 해 주었다.

 사실 줄거리라 해야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환관이
득세해서 나라가 어렵고 그 환관은 충신들을 모조리 죽이고 그 충신의 무리가 결국은
환관을 없앤다는 지극히 간단한 내용에다가 과장하는 정도가 심한 중국인들이 표현한
영화 속의 액션 장면은 내 편견 속의 바로 그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뻔히 보이는 Plot
속에서 비록 세련되지는 못했지만 여자들간의 갈등 구조도 있고 와이어를 써서 폼 잡는
것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날라다니며 싸우는 모습에 놀랍게 내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굴을 적당히 돌리고 눈동자의 방향도 편향되어 편한 느낌만은 아닌 홍콩 액션
영화 특유의 클로즈업도 은근히 사람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그러고 보니까 임청하의 이미지가 이영애가 좀 더 살찐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 것
같다. 단순하기 그지 없는 Plot 에도 불구하고 홍콩 액션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던 건 이
런 배우들의 매력과 단순한 Plot이 되려 복잡한 현실 생활과 대비되어 편하게 볼 수 있는
꺼리를 선호해서가 아니었을까?

   그건 그렇고 영문 제목이 용문이라 곳에 있는 여관 정도라는 의미를 전달해야 하겠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그렇지 Dragon Inn 은 쫌 그렇지 않나? 그리고 마지막 장면 역시
  만주족 청년이 칼을 휘둘러 뼈만 남긴다는 것도 Plot에 강했다면 이런 식으로 결말 짓지는
  않았을 텐데 싶다.



                                  &


       복 숭 아 꽃
                                  - 오 광 수

도화(桃花). 그 고운 자태의 유혹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혼(魂)이 나가는데
발그스레함으로 꽃구름되고 한들거림이 춤이 되어
사뿐히 한발을 드니 가녀린 고운 손은 하늘을 난다

두 눈엔 지나온 세월이 비치고 풍기는 향내는 은은한데
수줍어 고개 숙인 맵시에서 여민 앞가슴이 살짝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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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말하자면 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볼 작정이었다. 지금 이야기 하려는 영화 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은 영화관에서 2년 전에 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 어리숙함이 어김없이 발휘되어 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인 줄 알고 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을 다시 보는 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종종 그러니 그리 세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정신 차리라구, Kyu.

 사실은 나는 한 권의 Harry Potter 시리즈도 책으로 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해리포터1편도 보지 않은 채 2년 전에 2편을 봤고 지난 여름에 3편인 Harry Potter and the Prisoner of Azkaban,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봤는데 내용의 시작인 1편을 보지 않고 2, 3편을 본 격이라 해리포터 시리즈가 내게는 특별히 재미있었다는 느낌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그렇지만 2, 3편을 보고 난 후 다시 2편인 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 를 보니 그 때는 느낄 수 없는 재미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게다가 올빽으로 머리를 넘겨 올린 말포이의 싸가지 없음도 여전하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보면 아이가 주인공인 환타지 동화가 원작인 이유가 강하겠지만 대체로 어른들은 아이들에 비해 어리석고 무능하기 일수다. 설령 호그와트의 교수진일지라도 해리나 헤르미온느 보다 일어나는 일을 더 잘 풀어나가지 못한다. 동화에 나오는 어른들의 전형이 해리포터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영화를 보면서 들었다.

 그리고 헤르미온느 역을 맡은 Emma Watson이 또 엄청 귀여웠다.
진짜 로리타 콤플렉스라도 생긴 건지 요즘 왜 이러지.



                                       &



                     부른다는 말속엔
                                                                - 이 진 수

오랜만에 만났다 우여곡절 끝에 아들을 얻은 친구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또 보자 악수하면서 아이 돌 때 잊지 말고 연락해 그래야지 그럼
당연히 불러야지 하던 그때 아. 내 속 어딘가에 갑자기 화악 불 들어왔다
불러야지 하는 말이 이상하게도 불넣어야지 하는 말로 둘렸던 것이다
와서 술도 마시고 노래도좀 불러라 했을 때 그 불러라 하는 말도 꼭이나
불 넣어라 하는 말로 둘렸다 불러라 노래 불러라 하는 동요가 생각나고
불넣어 주면 금방 타오를 듯한 응원가를 아이 앞길에 훅훅 불어주고 싶었다
부른다는 말이 이렇게나
뜨겁다는 걸 알게 해준 친구야
사람 사이만한 아랫목이 어디 있겠니
불 지피지 않으면
냉골이 되는 거기까지
가마, 꼭 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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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족, 우리와는 별 상관없는 그래서 가끔 TV에서 뉴질랜드를 소개할 때나 그들을 볼 수 있고, 관광상품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는 그들의 전통이 설령 소개 되더라도 금세 채널을 돌려버릴 만큼 관심이 없는 그들이 이야기가 영화 Whale Rider의 이야기다. 순전히 영화를 통해서 안 사실이지만 그들은 부르는 고래를 타고 온 그 땅에 정착한 정착민의 후손이며 고래를 타고 온 선조의 이름이 파이키아라 믿는다. 그리고 그 파이키아는 그들의 지도자로서 세습되어 왔다.

그런데 사내아이가 태어나서 그들의 지도자가 되어야하는데, 그런 곳에서 그만 파이로 불리는 파이키아 아피라나, 소녀가 태어났다. 그렇지만 파이는 보통 또래 친구들 중에서도 영특하며 마우이족 전통에도 관심도 많다. 그렇지만 할어버지는 파이가 남자아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파이의 재능을 무시해 버린다. 그렇지만 그런 상황을 이겨내고 결국은 그들의 지도자로서 인정받는다는 이야기다.

영화는 뉴질랜드의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운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역경을 헤쳐내는 파이의 모습에서 시선을 잃지 않는다. 차분히, 조용히 보기에 적합한 영화다.

그건 그렇고 영화를 보면서 왜이리 파이를 역을 연기했던 Keisha Castle- Hughes 가 너무나 예뻐보였다. 나이가 조금씩 들어간다는 반증인지 아니
그간 없었던 로리타 콤플렉스라도 생긴건지, 귀여운 Keisha Castle-Hughesfmf 보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 중의 한 가지.

 

                                    &



우리나라 꽃들엔

            - 김 명 수

우리나라 꽃들에겐
설운 이름 너무 많다
이를 테면 코딱지꽃 앉은뱅이 좁쌀밥꽃
건드리면 끊어질 듯
바람불면 쓰러질 듯
아, 그러나 그것들 일제히 피어나면
우리는 그날을
새봄이라 믿는다
우리나라 나무들엔
아픈 이름 너무 많다
이를 테면 쥐똥나무 똘배나무 지렁쿠나무
모진 산비탈
바위틈에 뿌리 내려
아, 그러나 그것들 새싹 돋아 잎 피우면
얼어붙은 강물 풀려
서러운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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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서야 공각기동대 TV 시리즈를 봤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이 조금 바뀌기는 했지만 그래도 알게
모르게 만화는 어린이 내지 청소년 문화의 일부분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공각기동대의 경우는 시리즈가 계속 될수록 그런 생각이
잘못 되었음을 일깨워주는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리고 공각기동대
속편 Innocence를 전편에서 생긴 기대의 연장선상에서 봤다.
우선 3차원적인 느낌을 주는 화면은 화면의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내용의 빈약함에서 큰 아쉬움을 남겼던 김문생 감독의 ‘원더풀 데이즈,
Wonderful Days’에 못지 않았다. 색상의 화려함은 되려 ‘원더풀 데이즈’
보다 더 뛰어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Innocence’의 그래픽은 수작이었다.

그렇지만 내용에 있어 표현 방법을 조금 달리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내용에 있어 많은 부분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데
그 질문을 풀어나가는데 있어 좀 더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방법을
취했더라면 관객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있어 지금 만큼의 어려움은 겪지
않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밀턴의 실락원에서 데카르트, 장자 그리고 공자의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영화에서 쏟아져 나오고 하는데서는 영화가 오락으로서가 아니라
부담으로서 다가왔다.

공각기동대를 이야기할 때 그 애니메이션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봐야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번 ‘Innocence’의 경우에 있어도
그래야만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부담감이 영화의 끝 무렵에 들었다.

                                &



    괘종시계

                       - 권영하

스스로 가슴을 쳐서
소리 내는 몸을 가졌던가
아픔을 숫자로
말하는 버릇을 가졌던가
세상 인심보다
더 가파른 수직 벽에
목을 걸고
무슨 설운 사연 있기에
전신이 멍들도록
소리나는 상처로 우는가
시간을 끌어 모우기 위해
심벌을 흔들며
잊고자 그리움으로
우는 괘종시계여
태엽에 감긴 추억이 무어길래
맨 가슴에 굵은 말뚝을 박아
둥근 세상, 팔로 허우적거리며
온종일 우는가



 Linked at 고무풍선기린의 Contrapo.. at 2009/06/03 02:49 x

... 이노센스, Ghost in the Shell 2 : Innocence / イノセンス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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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roy는 우리에게 흔히 Troy 목마 이야기로 알고 있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인데, 사실 이 일리아스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이 영화 Troy 말고도 Helen of Troy라는 이름의 1965년 작
영화와 같은 이름으로 2003년 미국에서 방영했던 TV 시리즈 물이 있다.
65년 영화와 일리아스는 직접보지 못했지만 TV 시리즈물을 편집해 놓은
Helen of Troy는 직접 봤다.

 이 영화 Troy Helen of Troy와 가장 눈에 띄게 다른 점은 Troy 전쟁을
일어나는데 표면적인 이유가 되었던 헬레나에 Helen of Troy가 많은 비중을
둔데 반해 Troy는 헬레나 보다 Brad Pitt 가 연기한 아킬레스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잘 생긴 아킬레스를 따라 영화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또한 Helen of Troy
원작 일리아스의 내용을 비교적 충실히 따르는 반면 Troy는 원작 일리아스와는
다른 내용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그 시대에 맞게 신성정치를 하는 모습도 전자의
경우 충실히 보여주지만 후자의 경우는 그런 모습이 매우 많이 희석되어 있다.

 사실 Helen of Troy를 보면서는 중요한 결정 사항일수록 신의 이름을 빌려 말하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딸 조차 신의 제물로 바치는 모습에서 지금과는
매우 다른 그 때의 모습을 봤는데, Troy에서는 마치 중국 검술을 보여주듯 칼을
휘두르는 Brad Pitt의 모습과 그의 사랑에 더 중점을 두는 것 같이 현대적 시각을
영화가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영화를 보면서 전쟁이란 이기기 위한 것인데 헥터와 싸우기 위해 온 아킬레스를
궁수를 통해 죽일 수 있었을 텐데, 명분을 위해 그런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그 당시에는 무시했는지가 궁금했고, 4만명의 병사가 비록 적은 수는
아닐지라도 전 해안을 가득 덮을 정도의 배와 화면 가득 보이는 만큼의 많은 수는
아닌데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지나치게 과장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다.


                                       &

    분 꽃

                - 권 대 웅

꽃 속에 房을 들이고
살았으면
지붕이랑 창문에는 꽃등을 걸어놓고
멀리서도 환했으면
꽃이 피면
스무 살 적 엄마랑 아버지랑 사는
저 환한 달 속을 다 보았으면
그 속에서 놀았으면
밤새 놀다가
그만 깜박 졸다 깨어나면
그렇게 까만 눈동자
아이 하나 생겼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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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 The Girl Next Door를 보는 순간 제목부터 뭔가 이상한 것 같았다. 아무리 봐도 옆집 소녀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영화 제목이 어쩌다가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로 바뀌었을까.

영화 초반 부에는 미국판 엽기적인 그녀를 보는 느낌이었다. 조지타운에 입학 허가를 받아 놓았지만 실은 너무나 삶이 지루한 모범생 매튜 앞에 갑자기 나타난 미모의 여인 다니엘. 그리고 다니엘의 손에 놀아 나면서도 다니엘이 싫지 않은 매튜.

그러더니 갑자기 예쁘고 아름답던 다니엘이 포르노 배우란다. 그러면서 매튜와 다니엘 사이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이 영화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 The Girl Next Door의 이야기다.

처음 글을 시작하면서 뭔가 이상한 것 같다는 말을 했는데 뭔가 이상한 건 제목뿐 만이 아니다.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하는 학생 앞에 나타난 포르노 배우 이야기라니, 게다가 졸업파티에서 다른 포르노 배우를 불러 나중에는 성교육 비디오라고 나오긴 했지만 성인물을 찍는 다는 발상도 사실 내게는 너무 낯설다.

이런 걸 기발하다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낯설어 하는 걸 보면 나도 벌써 구태의연해진 껄까..?

영화에서 나오는 살인 보다도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졸업파티에서 찍는 영상물이 더 내게 문화적 충격을 줄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준 영화였다.

그건 그렇고 과연 내게 혹 설령 포르노 배우일지라도 다니엘 같은 미모의 여인이 나타나면 나는 어떻게 할까? 그것도 되게 궁금하네


                                                &



  꽃피는 공중전화
                   - 김경주(대한매일 신춘문예 2003)
퇴근한 여공들 다닥다닥 세워 둔
차디찬 자전거 열쇠 풀고 있다
창 밖으로 흰쌀 같은 함박눈이 내리면
야근 중인 가발 공장 여공들은
틈만 나면 담을 뛰어넘어 공중전화로 달려간다
수첩 속 눈송이 하나씩 꾹꾹 누른다
치열齒列이 고르지 못한 이빨일수록 환하게 출렁이고
조립식 벽 틈으로 스며 들어온 바람
흐린 백열등 속에도 눈은 수북이 쌓인다
오래 된 번호의 순들을 툭툭 털어
수화기에 언 귀를 바짝 갖다 대면
손톱처럼 앗! 하고 잘려 나갔던 첫사랑이며
서랍 속 손수건에 싸둔 어머니의 보청기까지
수화기를 타고 전해 오는 또박또박한 신호음
가슴에 고스란히 박혀 들어온다
작업반장 장씨가 챙챙 골목마다 체인 소리를
피워 놓고 사라지면 여공들은 흰 면 장갑 벗는다
시린 손끝에 보푸라기 일어나 있다
상처가 지나간 자리마다 뿌리내린 실밥들 삐뚤삐뚤하다
졸린 눈빛이 심다만 수북한 머리칼 위로 뿌옇다
밤새도록 미싱 아래서 가위, 바위, 보
순서를 정한 통화 한 송이씩 피었다 진다
라디오의 잡음이 싱싱하다


 Commented by 뮤링 at 2004/11/11 00:33  
전 이 영화 재밌게 봤는데.. 꽤나 황당한 영화져..우리네 한국 남성들이라면.. 다니엘 같은 여자 쉽게 받아들이기 쫌 힘들겠져???? 아닌가??? 쩝..ㅡㅡa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4/11/11 08:36  
헤헤... 쉽게는 정말 힘들것 같아요. 그렇지만 정말 좋아한다면이야 결국은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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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트 에코, 세계적인 기호학자이자 문화평론가로 알려져 있으나 아직 그의 어떤 책도
접해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 영화 'Der Name der Rose, 장미의 이름'이 그의 책을 그대로
영화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영화를 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익숙한 것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가 기독교인이었다거나
움베르트 에코의 책을 먼저 보고 영화를 봤다면 더 유심히 봤을지도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딴 짓을 했다.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중세 기독교 수도원의 모습과 종교를 둘러
싸고 벌이는 일들이 나와는 너무 먼 세상의 이야기 같아서라고 말하면 적당히 둘러대는
변명이 되려나....

영화는 기독교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다룬 만큼 색깔이 어둡다. 그러면서도
살인 사건과 종교, 그리고 각기 다른 입장의 주인공들 또한 생각하면서 영화를 본다면
충분히 생각할꺼리를 만들어 준다.

사실 이 영화와 책을 두고 벌어지는 철학적 혹은 신학적 논쟁이라던지 결국은 같은 말의
반복이지만 데카르트의 중세 철학을 둘러싼 이야기들 같이 관심을 가져 볼만 한 다양한
꺼리가 있는 것 같지만 개인적 관심사가 아니었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딴 짓을 하지
않았나 싶다.


                                          &


그대에게 나 깨어날 때

                                   - 채 혜 주

1
그대에게 나 깨어날 때
나의 끝말도 처음말도 오로지 하나였다
눈뜨임도 깊었다.
밤도 깊었다
비, 안개속을 걸어
이마 짚고 가는 生의 빈 공간
긴긴 삶과
희망도 그리움도
돌아서 바라보면 한 장의 편지 같은 것
편지의 마침 같은 것
그리고 말을 하지
서 있는 사람들의 잃어버린 말
쓰러지는 그대만이 일어설 수 있다고
눈물 흘린 그대만이 울지 않으리라고.
2
꽃이 피는 사막은 어디인가
푯말 없는 곳인가, 싸늘한 들판인가
어디 하루쯤 닿을 수 있는
그런 곳은 아닌가
모래 하얗게 마르는 나의 손 안에
밤, 밤마다
그대가 날리는 엽서 한 장
이 세상 한 뼘의 거리에서
그대를 본다
그대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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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뼈 속까지 사무라이였다.
그런 그의 이야기가 바로 영화 ‘바람의 검: 신선조, When the Last Sword is Drawn'이다. 

영화의 포인트는 Nakai, Kiichi가 연기한 요시무라 칸이치로를 보는 것이다.사무라이 정신 보다는 고향의 모습을 그리워하고 고향의 가족을 위해 오로지 돈만을 추구하는 비굴한 모습과 그와의 반대의 뼈 속까지 사무라이인 진짜 그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쉬울 것이 없는 영화다.

다만 아쉬운 것이 중반 이후까지 영화가 잘 전개되다가 후반부에가서 칸이치로의 독백 부분에 너무 중점을 두는 바람에 영화가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아울러 이 영화 ‘바람의 검: 신선조, When the Last Sword is Drawn'을 보려면
메이지 유신 때의 일본 상황을 조금이라도 사전에 알아보는 편이 좋다.그래야 영화를 보는데 있어 전체적인 이해가 쉬우리라 생각한다.


                                      &


   
     혜화동 우체국 아가씨
                                
                                   - 조 병 화


혜화동 우체국 아가씨들은 젊다
예쁘다, 명랑하다
여학생들 같다, 유니폼이 산뜻하다

농담으로 애인이 있습니까, 말을 걸면
결혼을 했습니다, 웃으며
아이도 있다고 수줍어 한다

웃는 얼굴이 유리창 햇살에 비쳐
혜화동이 환해진다

나의 우편물들은
어린 이 엄마 손에 가려져서
국내로, 일본으로, 중국으로, 미국으로 유럽으로,
온 세계로 가고,
온 세계에서 온다

우편물에 묻어, 오고, 가는
따뜻한 손의 향기,

오늘도 가고
오늘도 온다

부지런히, 정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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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th Hour’는 미국 사회의 슬픈 현실을 잘 보여주는 영화다.
성공하고 잘 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 한 구석에서 마약에나
손 대고 그러면서도 그러면서도 일류 갱처럼 폼 나게도 못사는 그런
그저 그런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영화 속 주인공이 당장 내일이면 달라질 자신의 미래에 대해 두려움과
막연한 분노로 독설을 내뱉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렇게 그저 그런 인간의 그리 눈여겨 볼만할 것 없는 삶에 대한 이야기에
대한 영화인데도 영화 ‘25th Hour'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에 집중하게 된다.
그건 아마도 Edward Norton 이라는 배우의 힘이 아니었을까?

영화 ‘American History X'에서도 세상에 부적응자에서 적응자로 바뀌어
가는 모습을 너무 잘 연기에 기억에 남았는데 이 영화 ‘25th Hour'에서도
그저그런 삶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삶이기에 포기할 수 없어하는 모습을 너무
잘 보여 준다.

Edward Norton 의 그저그런 모습의 연기에 추천.



                                       &


친구에게 띄우는 엽서

                                        - 최 봉 희

목구멍에 밥알이 넘어가고 있어
창마다 열어 제치고
무심한 하늘도 보고 땅도 보고
견인차에 목덜미를 잡혀 끌려가는 까만 자동차를 보면 웃는다
바보처럼 바보처럼!
아무 일도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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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영화, 흑인 음악 그리고 수많은 오토바이들.
이 세 가지가 영화 ‘Biker Boyz'를 이루는 전부다.

그래서 그런 흑인 문화를 좋아하고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 보인다.

다만 내 경우는 힙합 음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정통 미국식의 흑인 힙합은
아니고 영화를 좋아하지만 흑인 영화만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제일 이 영화에서
중시하고 있는 오토바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서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바이크 매니아라면 강추.


                                 &


  윤 2월의 유희
                        - 이 준 철

양지바른 정오 둔덕
가지끝 노오란
꽃방울들
이리 저리
쨍그랑
쨍그랑
빨리 일어나라
그만자고 일어나라
바람따라
쨍그랑
쨍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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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쫓겨나다시피 기거하게 된 백담사. 그래서 어린 시절 내가
그런 사찰이 있다는 걸 알 정도로 유명해진 백담사, 그 백담사에서 약 10㎞ 정도
떨어진 곳에 백담사 부속 암자가 있다. 신라 선덕여왕 시절 자장(慈藏:590~658)
스님이 선실(禪室)을 지은 뒤, 관세음보살이 언제나 함께 있는 도량이라는 뜻으로
관음암(觀音庵)이라고 하였다. 1445년(조선 세조 1) 생육신의 한 사람인 김시습(金時習)이
이 곳에서 출가하였고, 1548년(명종 3) 보우(普雨)가 이 곳에서 기도하다가 문정왕후에
의해 선종판사로 발탁되었다. 1643년(인조 21) 설정(雪淨)이 중건하고 오세암으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이름을 바꾼 데 따른 전설이 전하고 있다.

설정이 고아가 된 형님의 아들을 이 암자에서 키웠는데, 어느 날 월동 준비를 하기
위해 혼자 양양까지 다녀와야 했다. 그 동안 혼자 있을 4세된 어린 조카를 위하여
며칠 동안 먹을 밥을 지어놓고, 조카에게 밥을 먹고 난 뒤 법당에 있는 관세음보살상에게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이라고 부르면 잘 보살펴줄 거라고 일러주고 암자를 떠났다.
그러나 설정은 밤새 내린 폭설로 이듬해 눈이 녹을 때까지 암자로 갈 수 없게 되었다.
눈이 녹자마자 암자로 달려간 설정은 법당에서 목탁을 치면서 관세음보살을 부르고
있는 조카를 보게 되었다. 어찌된 연유인지 까닭을 물으니 조카는 관세음보살이
때마다 찾아와 밥도 주고 재워 주고 같이 놀아 주었다고 하였다. 그때 흰 옷을 입은
젊은 여인이 관음봉에서 내려와 조카의 머리를 만지며 성불(成佛)의 기별을 주고는
새로 변하여 날아갔다. 이에 감동한 설정은 어린 동자가 관세음보살의 신력으로
살아난 것을 후세에 전하기 위하여 암자를 중건하고 오세암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내가 좋아하는 동화 작가 정채봉에 의해 오세암이란 동화로 세상에 다시 나왔다. 그리고 그 동화가 결국 영화 ‘오세암’으로 까지 나오게 했다.

사실 오세암의 첫 인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근래 보통 접하게 되는 애니메이션의
경우 실사 인지 애니메이션인지 구분이 쉽지 않을 만큼이 보통인데 평면적인 느낌의
림에다가 등장인물이고 등장하는 것들도 특별히 그림으로 잘 표현한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서 재미없는 애니메이션 또 하나 만들었구나 싶었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보는 도중에 생각이 바뀌었다. 비록 주인공 길손의 애니메이션에서
행동이나 그 목소리, 모두에서 과장됨이 보이긴 했어도 이야기가 너무나 진솔한 탓이었다.
좋은 영화도 애니메이션도 결국은 그 이야기에 달려있다는 걸 다시금 보여 주었다.

그러나 좋은 이야기에 재치있고 뛰어난 그림이면 금상첨화(錦上添花).
적어도 헐리웃 애니메이션의 준하는 정도의 그림이 되었다면 더 설득력이 있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관세음보살을 외며 성불한 5살의 길손이가 마음을 다해 엄마를 찾아 부르는
애니메이션 ‘오세암’


                                        &



  봄비 내리는 길목에서
                                   - 김 윤 진

와이퍼 도리질하며 달리는 차들은
숨을 쉬지 않는다
지나는 풍경들이 가버린 계절만큼
귓가에서 웅웅거리며 멀어져 가고
수면 위로 흔들리는 불빛은
기습적일 만큼 현란하다
매혹적인 봄의 거리에서
깊은 심호흡을 하면
나는 맨발처럼 가벼워진다
봄이 오는 길목에는
풀잎 기지개 켜고
바동대는 물줄기는
우르르 대지 위로 안겨든다
선명하게 두드러지는 봄의 행진
어둠과 대립되는 흰빛이
물비린내 나는 빗 사이를 이탈하여
서서히 땅거미 지는
가슴 속 나지막이 속삭이는 꿈이 된다
그것은 비로소 환해지는
절절한 나의 바람 같은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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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가이즈’라니 무슨 ‘투캅스’ 대용이라도 되는 거야?
한국 영화의 질을 떨어뜨리 영화 또 나왔구만,
박중훈에 차태현이라는 좋은 배우가 아깝겠구만....

영화 초반부 10분 동안 보면서의 느낌이었다.

악덕 채무자와 악덕 채권자에 다가 반도체 기술을 빼내려는 산업 스파이의 이야기를
서로 섞어 놓은 것으로 그저 그런 이야기에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가 다가 아닐까
싶은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이 영화 ‘투 가이즈’는 코미디 영화라는 사실을 잊어버려서는 안된다.
코미디 영화라함은 웃음과 재미가 제일의 덕목이란 점을 상기해 본다면
무턱대고 이 영화는 별로야 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만 아쉬움이 그래도 남는 것은 박중훈과 차태현 정도의 연기력과 흥행성에
이점이 많은 배우들을 가지고 그 두 가지다 잡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과
배우들의 능력을 다 끌어내지 못한게 아닌가 싶어서다.

개인적으로 손현주가 영화에 나오는 걸 가끔씩 볼 수 있는데 그 때 마다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지 못하고 그저 과장된 연기만 보여줘서 아쉬움이
남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좀 더 시간이 흐르면 멋진
연기력으로 다가오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애호랑나비의 꿈

                                - 백 창 일

제 삶을 사랑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냐
사랑하는 마음 없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비참한 일이냐.
열 개의 알을 남기기 위해 스무 날을 살다 간
애호랑나비를 보라
열 개의 알을 남기고 달빛으로 쓰러져 간
한 마리 애호랑나비를 보라
스무 날의 삶도 감사하다 하여
마지막 가는 길에는 물까마귀의 밥이 되는
애호랑나비를 보라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애호랑나비의
애벌레 시절을 동지섣달 내 거두어 준
족두리풀을 또 보라
애호랑나비의 삶은 그렇다.
새봄을 꿈꾸며 일 년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새봄을 꿈꾸며 열 개의 알을 남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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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설정 자체가 내게는 좀 얼토당토 않는 설정으로 보였다.
유전자 변이로 인해 다양한 초능력이 생긴다니. 헐리웃다운 상상력이야...

그렇다고해서 영화 ‘X-Men 2'가 지루하다거나 하는 말은 아니다.
초능력을 통해 순간이동을 하고 기후를 조절하고 눈에서 레이저도 나가는 등
도무지 유전자 변이만으로는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다양한 초능력을 사용해
뛰어난 액션 장면을 보여준다.

친숙하지 않고 설득력 있지 않은 과학적 근거를 가진 SF 크게 관심이 없는
지극히 개인성향으로 영화에 몰입해 집중 할 만큼은 되지 못했다.

하지만 만화적 상상력으로만 그치 수 있는 장면들을 영상을 통해 잘 표현했고,
영화에서 보여주는 액션씬의 수준도 상당히 수준급이다.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 현 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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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호하는 영화는 이야기에 충실한 영화다. 그런 이유로 보통 헐리웃의
블록버스터가 아주 재미있게 느껴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렇지만 영화
'아이, 로봇'의 경우는 좀 달랐다. 로봇의 제 3법칙에 대한 서술로부터 영화는
시작되는데 벌써 그 로봇의 제 3법칙과 그에 관한 몇 가지를 알고 있어서
보통의 경우보다 좀 더 익숙해서가 아니었을까?

로봇이 가지는 3가지 법칙과 그 법칙에서 로봇 스스로 혼돈을 일으켜 인간을
되려 제한하려든다는 내용은 정확한 제목이 생각나지는 않지만 미국의 유명한
SF 작가이자 과학자인 Isaac Asimov의 단편 소설에서 나온 내용이다.

그 단편 소설을 모티브로 해서 영화 '아이, 로봇'을 만들지 않았을까 영화는
보는 내내 생각했는데 그런 조금의 익숙함이 보통 선호하지 않는 장르인
블록버스터 SF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상영시간 내내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로봇들의 행동과 헐리웃 영화다운 액션 장면들로
재미있게 본 영화 '아이, 로봇'이었다.


                                &


         마 음
                       - 곽 재 구

아침 저녁
방을 닦습니다
강바람이 쌓인 구석구석이며
흙냄새가 솔솔 풍기는 벽도 닦습니다
그러나 매일 가장 열심히 닦는 곳은
꼭 한 군데 입니다
작은 창틈 사이로 아침 햇살이 떨어지는 그곳
그곳에서 나는 움켜쥔 걸레 위에
내 가장 순수한 언어의 숨결들을 쏟아붓습니다
언젠가 당신이 찾아와 앉을 그 자리
언제나 비어 있지만
언제나 꽉 차 있는 빛나는 자리입니다



 Commented by  at 2004/11/08 17:49  
아이작 아시모프는 미국사람이 아니라옹. 뭐...명망했나?ㅡㅡㅋ 하이간 러시아사람.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4/11/08 18:46  
아시모프 책 서문들에 보면 미국사람이라고 잘 나와있다옹... ^^
러시아에서 망명한 미국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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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한국에도 성인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이 있었으니 이름하야 누들누드.

그리고 1년 후 2000년에는 그 2편이 나왔다.
 
성인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주는 기대감에 부푼 상태로
'누들누드 2'를 봤다. 그렇지만 역시 소문난 잔치는 먹을 게 없더라.

성인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은 커녕 그냥 여러 편의 단편 형식의 에피소드를
묶어 놓은 형태이다.


성인물을 표방은 하고 있지만 요즘 인터넷 상에 돌아다니는 음란물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고 모두가 다 성인물을 표방하고 있지도 않다.

게다가 본 지 하루가 지나 제목은 잊어버렸지만 마지막에 나온 단편은
'마리 이야기'를 통해 2002년 안시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성강 감독의
작품도 나오는데 그 느낌이 '마리 이야기'나 다른 것과 유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을 다 보고 난 느낌은 성인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성인/비성인 가릴 것 없이 잘 만들어진 단편 애니메이션의 묶음으로 나왔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는 생각이 들었다.
 
 
                                       &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 정 채 봉

모래알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풀잎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너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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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Passion of the Christ'는 예수가 못에 박히기까지 12시간을 영상화한
영화다. 그런 만큼 성경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더 깊은 이해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영화의 처음 시작은 너무나 지루했다. 미국인들이 왜 이렇게 지루한 영화에 열광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정도의 지루함이었는데 아마도 그 지루함 속에는 내가 특별한 종교활동을 하고 있지 않고 그런 만큼 기독교에 대한 별다른 관심이나 애정이 없음도 크게 작용했으리라.

영화를 보면서 여실하게 느낀 건 군중 심리에 쉽싸인 사람이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는지
이다. 그리고 그런 군중 속에서 예수에게 가해지는 잔인함을 여실히 영상을 통해 잘 묘사한다.

처음 시작이 너무 지루해서 어떻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는지 궁금하다고 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느낌은 그 잔인함과 그 잔인함에 맞서는 예수의 모습이
관객의 눈을 끄는데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
이런 류의 영화는 미국에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 같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편견을 깨게 해준 영화이기도 하다.


                                 &

    목련이 필 때
                               - 강 선 영

햇살 고르게 바른 봄언덕
나른한 바람이 누운 자리마다
낯익은 풍경이 침묵 속에서 일어난다
새로운 세상이다
오래도록 고개 숙였던 나무들 고개를 든다
목련 나무엔 하얀 얼굴들이
일제히 하늘을 향하고
내 심장은 비로소 뛰기 시작한다
순결한 기도문이 하얀 꽃송이마다 맺힐 때
더욱 날아오르는 봄.
메마른 살갗을 뚫고
침묵을 깨는 소리들이
목련 가지마다 지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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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TV CF 스타로 혜성처럼 나타날 때까지만 해도 그저 한 이쁘장한
그렇지만 별로 관심 가지 않던 배우였다. 그러다가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나도 그녀의 매력에 빠졌다.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전지현을 위한 영화다. 물론 나 또한
전지현이 출현하지 않았으면 굳이 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점을 제작진도
잘 았았는지 철저하게 배우 위주의 영화로 만들어 놓았다. 감독도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 그대로이고 제멋대로 행동하지만 생기발랄하고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모습 또한 ’엽기적인 그녀‘의 모습 그대로다.

얼마 전 다음 뉴스에서 희망이 절실했던 IMF시절에야 영웅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희망조차 없는 시절이라 ‘장길산’이 아닌 ‘오 필승 봉순영‘이나
’파리의 연인‘ 같은 만화책에나 나올 이야기가 더 인기가 있는 것 같다는
기사를 봤다. 그런 이유일까?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또한 그다지
현실성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이건 나도 희망조차 없는 상태란
말인가?

기대는 잔뜩했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에서 크게 틀리지 않았지만
여전히 전지현의 매력은 전편과 같아서 약간 식상한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위력을 보인 영화였다.


                                         &


              
             삶
                                   - 고 은

비록 우리가 가진 것이 없더라도
바람 한 점 없이
지는 나무 잎새를 바라볼 일이다.
또한 바람이 일어나서
흐득흐득 지는 잎새를 바라볼 일이다.
우리가 아는 것이 없더라도
물이 왔다가 가는
저 오랜 썰물 때에 남아 있을 일이다.
젊은 아내여
여기서 사는 동안
우리가 무엇을 가지며 무엇을 안다고 하겠는가
다만 잎새가 지고 물이 왔다가 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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