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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msara, 삼사라‘ 라는 단어는 내게 너무 생경스럽다. 굳이 알지 못하는 뜻을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단어의 어감만으로도 충분히 그렇다생경스럽다. 그런 제목의 영화를 본다는 것. 그것은 재수없게도 익숙하지 못한 것을 추구하는 호기심이자 나는 대중스런 남과는 다르다는 자만에 근거한 우월감의 발로다. 그렇다고 이런 재수없음사실 그것만이 내가 이 영화 ‘Samsara'를 보게 한 건 아니다. 극중 페마라는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종려시 Christy Chung 라는 배우 역시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유 역시 재수없는 자만심과 도찐개찐이다. 종려시라는 이름을 자주 들어 보았음에도귀에 익숙한 것 같은 이름이면서도 정작 그녀가 나온 영화는 한 편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과 93년 미스 차이나에 뽑일 만큼 예쁘다는 지극히 수컷다운 생각이 다른 이유였으니까영화 선택에 큰 작용을 했다는 건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영화는 다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라마교에 입문해 수도승으로 성장한 타쉬가 3년 3개월 3주 3일 이라는 긴 수행을 마치는 것에서 시작된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오랜 시간의 고된 수행은 예상치 못하게 전에는 몰랐던 여자가 눈에 들어오는 당황스런 결과를 낳는다. 그러다가 마을에서 만난 아름다운 페마(Christy Chung)에 반하게 되고 탈속하여 그녀와 결혼하고 아들 카르마(Karama)를 낳고 살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사원에서만 살아온 타쉬에게 세상은 그리 녹녹한 것이 아니다. 페마와 결혼 하기로 되어 있었던 사내와는 부딪치기 일 수이고, 저울을 속이는 상인과의 거래를 거부하고 직접 도시로 가서 재배한 작물을 팔지만 많은 사람들은 전통을 거부하는 일이라고 하며 함께하지 않는다. 거기에 누군가 수확해서 팔아야할 농작물에 불을 지르는 일까지 발생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타쉬는 자신의 부인 페마만을 보고 탈속하여 그녀와 결혼했는데 그녀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수확 시기에 일꾼으로 고용하는 타국인 노동자 수자타와 관계를 육체적 관계를 맺는다. 거기에 사원에서 자신의 스승님이 입적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자 타쉬는 종교에 다시 귀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리고 어느 날 밤 부인과 아들 카르마를 남겨 둔 채 길을 떠나지만 사원으로 떠난다.

 여기까지 영화를 보자 나는 우리나라 고전 소설 ‘구운몽’이 떠올랐다. 南柯一夢 남가일몽 이라 했던가? 육관대사의 수제자로 비범한 인물인 성진은 속세에 미련을 두고 속세에 환생하여 팔선녀와 더불어 갖은 영화부귀를 누리지만 그것이 한갓 허망한 꿈임을 깨닫고 불교에 귀의한다는 ‘구운몽’을 뛰어 넘지 못했을 것이지만 영화는 내 기대를 뛰어 넘었다.

 바로 Christy Chung이 연기한 페마다. 야쇼다라가 누군지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지만 싯다르타는 누구나 다 안다. 야쇼다라는 싯다르타의 부인이다. 싯다르타가 타쉬처럼 어느 날 밤 그녀와 자식을 남겨놓은 채 떠난 뒤 남겨진 야쇼다라는 어떠했을지 페마는 타쉬에게 구구절절이 이야기 한다. 페마는 남편을 지극히 사랑하고 믿으며 타고난 현명함으로 항상 놀랄 만큼 바른 판단을 하지만 그녀가 가질 수 밖에 없는 이런 슬픔을 아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전혀 생각지 못한 페마의 장면이 그저 잔잔하게 흘러가다가 춘화를 보여주는 정도의 느낌에 불과했던 영화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이런 뛰어난 장면 덕에 이 영화 ‘Samsara'는 뛰어난 영화가 될 수 있었건 게 아닐까 싶다.



                            &



 그 대 에 게

           - 안 도 현

괴로움으로 하여
그대는 울지 마라
마음이 괴로운 사람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니
아무도 곁에 없는 겨울
홀로 춥다고 떨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는 세상 속으로
언젠가 한번은 가리라 했던
마침내 한번은 가고야 말 길을
우리 같이 가자
모든 첫 만남은
설레임보다 두려움이 커서
그대의 귓불은 빨갛게 달아오르겠지만
떠난 다음에는
뒤를 돌아보지 말 일이다

걸어온 길보다
걸어갈 길이 더 많은 우리가
스스로 등불을 켜 들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있어
이 겨울 한 귀퉁이를
밝히려 하겠는가

가다 보면 어둠도 오고
그대와 나
그 때 쓰러질듯 피곤해지면
우리가

세상 속을 흩날리며
서로서로 어깨 끼고 내려오는
저 수많은 눈발 중의 하나인 것을
생각하자
부끄러운 것은 가려주고
더러운 것은 덮어주며
가장 낮은 곳으로부터
찬란한 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우리

가난하기 때문에
마음이 따뜻한 두 사람이 되자
괴로움으로 하여 울지 않는
사랑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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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와 여타 주변국으로 이루어져있다고 그저 알고 있었을 뿐 인 남미. 사실 생각해 보면 남미는 아프리카만큼이나 우리와는 먼 곳이다. 단순히 수치적 거리뿐만 아니라 정서상으로다 말이다. 그리고 체 게바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기저기서 체 게바라 평전을 자랑스레 들고 다니고 베레모를 쓰고 시거를 문 모습을 그의 모습을 그린 검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

 지금 말하려는 영화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The Motorcycle Diaries’는 결국 남미와 체 게바라에 대한 영화다. 그렇지만 영화는 시작부터 그 둘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다만 남미라고 느껴지는 건 평소 거의 접할 수 없었던 포르투갈어로 생각되는 익숙치 않은 언어와 그저 막연히 생각해 왔던 남미 스타일이 이런 게 아닐까 추측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면들뿐. 게다가 체 게바라라는 이름은 영화가 끝나면서 언급할 뿐이다.

 그럼 글을 시작하면서 꺼냈던 ‘남미’와 ‘체 게바라’를 잊어보자. 그럼 영화는 그냥 road movie일 뿐이다. 푸세와 알베르토라는 두 젊은 청년이 우리로 보면 국토 횡단하는 정도의 의미로 오토바이 한 대에 의지해 남미대륙을 횡단하려한다. 그러면서 아직 알지 못했던 여러 사회상과 남미 고유의 문화 그리고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내적 성장을 한다는 이야기다.

 이번에는 ‘남미’와 ‘체 게바라’를 떠올려보자.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해 보면 1952년 두 명의 아르헨티나 열혈 청년 어네스토 게바라와 알베르토 그라나다는 여러 모로 팍팍한 상황에 처해 있는 라틴 아메리카 대륙을 달랑 오토바이 한 대로 횡단하는 대장정의 길에 나선다. 8개월 동안 대륙 전역을 돌아다니며 펼치는 내밀한 여정을 통해 그들은, 낙후한 정치 사회적 문제로 신음하는 민중과 곳곳의 피폐함을 직접 목도하며 그 뜨거운 무엇을 서서히 느낀다. 그리고 급기야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되돌아보며 난마처럼 얽힌 나와 사회의 관계에 시선을 던지며 진지하게 성찰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이러한 성찰은 푸세를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젊은이들이 혁명적 아이콘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체 게바라’로 이끈다.

 그러나 내게 이 영화 ‘The Motorcycle Diaries’는 개인적 관심이 ‘체 게바라’에 미친 적이 없어서인지 ‘남미’와 ‘체 게바라’라는 두 단어를 잊고 본 두 젊은 청년의 정신적 성장을 보여주는 road movie 였을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아쉽게도 갖지 못했다.




                          &



          편        

                                - 황 동 규


내 그대를 사랑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 일것이다
언젠가 그대가 한없는 괴로움속을
헤메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그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할 것 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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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북 안의 담겨 있는 진실한 사랑 이야기를 찬찬히 영상으로 성공적으로 옮긴 영화. 영화 ‘노트북, The Notebook'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면 이 정도가 될까?

 사실 영화 ‘노트북’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그 제목을 보고는 도대체 노트북이라는 게 정말 노트를 이야기 한다는 느낌이 오지 않았다. 컴퓨터 노트북을 떠올렸다는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득했다는 건 그저 하는 소리가 아니다.

Notebook이라 하면 Laptop을 지칭하는 Notebook 컴퓨터를 떠올리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지만 원래 Notebook은 컴퓨터와는 별로 상관없다. 하지만 영화에서 노트북은 학생 시절 늘 우리와 함께 했던 공책, 바로 그것이 Notebook이다. 사실 영화 ‘Notebook, 노트북’의 제목을 맨 처음 보았을 때 나는 노트북 컴퓨터를 떠올렸다. 그리곤 그래서 컴퓨터 범죄 같은 걸 다루는 영화려니 선입견은 그야 말로 잘못된 생각이었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접한 영화 포스터만 봐도는 대했던 컴퓨터 대신 빗속에서 키스하는 두 선남선녀의 모습.가 나와 있는 걸로서 내 상상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요즘 시대에 손으로 적어서 기록하는 공책을 제목으로 정했다니.

 나이가 많은 한 남자가 마찬가지로 나이가 많은 한 여자에게 병원에서 책을 읽어 주는 걸로 영화는 시작한다. 책 내용은 이렇다.

17살이 되어 처음 만남 노아와 알리. 서로 신분차이가 확연히 보일만큼 다른 삶을 살아온 그들이지만, 그 둘은 이내 사랑에 빠지고 만다. 계속 될 것만 같던 노아와 알리 그 둘의 사랑은 노아를 자신들과는 달리 그저 그런 미래를 가진 별 볼일 없는 청년으로 생각하는 알리의 부모님 반대로 중단되고 만다. 그렇지만 그 둘은 7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 자신의 생활에 익숙해지긴 하지만 그래도 서로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은 잊지 못한다. 그러다가 알리는 부모님이 원하던 전도유망한 한 청년과 결혼 약속을 하지만 7년 전 자신에게 함께 살자고 했던 집 앞에 서있는 노아가 나온 신문을 우연히 보면서 잊고 지냈던 노아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둘의 반대하는 알리의 엄마와 알리의 약혼자 속에서 알리는 고민을 한다.

아쉽게도 남자가 여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노아와 알리가 과연 이루어졌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관객은 이내 그 이야기 속의 노아와 알리가 그 남자와 여자란 걸 이내 알 수 있다. 비록 알리의 고민 속에서 영화 속 이야기는 끝나지만 알리가 결국 누구를 선택하고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를 관객들은 영화가 아무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음에도 알 수 있다. 이것이 이 영화가 가지는 최고의 미덕이다.

어린 시절 사랑을 그대로 이어가 평생 그 사랑을 지키고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영화 ‘Notebook, 노트북’은 그걸 너무나 잘 보여 주고 있다.

그래서 영화 ‘Notebook, 노트북’은 진정한 사랑이야기다.




                   &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 호 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랑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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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싼 조조표로 볼 수 있는 영화를 고르다 아무 내용도 모른 채 어디선가 들어 본 제목인 듯싶어 별 생각 없이 선택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사실 동막골이 어떤 특별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동막골이 마치 집장촌으로 유명한 용주골 같은 어감으로 느껴져서 한국전쟁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도 영화를 보기 전까지 몰랐다. 간단하게 이야기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여자(강혜정)다. 시작하자마자 여자가 나왔는데 좌측 귀밑거리에 꽃을 꽃았다. 어린 시절 만화책에서 보던 광년이 같은 이미지다 싶었는데, 계속 보고 있노라니 강혜정의 여일 역은 정말 광년이였다. --;

 서양인 비행기 조종사. 그러나 나비를 보고는 어쩌고 저쩌고 하는 사이에 비행기는 추락해 버리고 말고 후에 스미스가 자신의 이름임을 어린 동구에게 힘들게 알려줬다가 수미수라고 사람들에게 불리며 마치 스미골 놀림 받는 듯한 기분이었는지 영 찝찝한 표정이었던 연합군 스미스.

 왜 그런 이미지를 갖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어린 시절부터 북한 공산당이라면 응당 들고 있어야할 물건이었던 둥근 원형 탄약창(정확히 맞는지는 모른다)이 달린 따발총을 들고 있는 인민군. 그들은 쫓기고 있었고 결국은 셋만 남는다. 강한 인상의 인민군 장교 정재영과 왜 저 사람이 여기 있나 싶어서 놀라고 나중에는 예상보다 훨씬 맡은 역에 충실해서 놀랐던 임하룡, 광년이를 좋아하게 되버린 인민군 소년 병사 류덕환.

 국군. 처음에는 몰랐는데 극이 좀 진행되자 저 청년 잘 생겼네 싶은 생각이 들게 했던 신하균과 그 시절 좀 놀았다는 걸 보여주려고 애쓰는 서재경.

 이들이 어쩌다가 너무 외딴 산골인 탓에 전쟁은 커녕 총조차 본 적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막골에 모인다. 그리고 반목하는 그들. 하지만 나는 CG야 하고 외치며 사람에게 달려드는 큰 멧돼지를 함께 잡으면서 조금씩 친해지더니 스미스의 비행기가 실종된 지역에 공산군의 대공시설이 있을지도 모르니 민간인이야 어찌되던 말던 간에 그 지역을 다 폭격해 쓸어버리자는 양키 고유의 논리를 보여주는 연합군 사령부의 작전을 알고서는 그들은 순진무구한 동막골 사람들을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다며 동막골과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폭격을 유도할 심산으로 엄한 곳을 대공진지처럼 꾸민다. 하지만 눈치 없는 양키들은 이를 못보고 지나가고 동막골은 폭격에 위험에 처한다.폭탄을 퍼 부울 것 같자 그러자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동막골을 지키는 것이 된다. 이념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고 그저 멍청한 양키들의 이목을 끌려고 죽기를 작정하고 발악하더니 결국은 성공해 폭탄을 가짜 진지로 유도하는데는 성공하지만 이들도 결국은 죽고 만다.

 그럼 이제는 느낀 점.

 우선 시대가 많이 변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월드컵 세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한국전쟁에 관한 영화를 손꼽으라면 그 우선 순위에 있는 영화가 바로 ‘태극기 휘날리며’일 터이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태극기~’에서와 '웰컴 투 동막골‘의 공산군은 너무도 다르다. ’태극기~‘ 까지만 해도 분명이 주적이었던 북한군은 더 이상 적으로만 볼 수 없는 존재다. 아마도 사상이니 체제니 하는 것들이 더 이상 영화의 주관객층을 이루는 월드컵세대에게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반증일까. 

 사실 전쟁의 경험을 가진 세대나 간접 경험을 가진 세대에게 미국은 어찌되었건 한국전쟁 때 우리를 도와준 고마운 나라였다. 그래서 여러 시대에 걸처 아무리 반미를 외쳐도 한국전쟁 세대에게는 헛된 메아리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월드컵 세대는 다르다. 전쟁세대들이 가진 미국에 대한 고마움은 그저 고리타분한 이야기 정도로 들은 것이 고작이며 전쟁의 간접 경험 조차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세대다. 그들에게 미국은 우리보다 분명 앞선 선진국이긴 하지만 우리를 도와준 고마운 나라였기 때문에 외면했던 미국의 치부를 전쟁세대처럼 그러려니 하고 넘기지 못한다. 오히려 그들에게 북한은 우리 민족이고 미국보다도 더 친근한 존재다.


 하지만 이들에게 아쉬운 점은 있다.이 없는 건 아니다. 북한은 우리가 도와줘야할 국가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 근거는 막연한 동포애 말고는 특별한 것이 없다. 공산당이 과연 무엇인지 사회주의는 무엇이며 북한사회는 과연 어떠한 사회였는가 하는 것 같은 물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다. 진지한 고민 끝에 출발한 나온 한민족으로써 보이는 친근함 보다는 그냥 막연한 친근함이다. 이러한 변화는 영화에서도 그대로 보여진다. 처음에는 남북한 군으로 대립하지만 결국에는 사상이니 체제니 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국군의 적은 북한군이고 북한군의 적은 남한군이었던 기존의 영화와는 달리 되려 적은 동막골을 폭격하려는 연합군처럼 보인다.

 이러한 변화를 시대의 흐름이라 칭하고 그러한 흐름에 이 영화도 맞추어져 있다고 한다면 그저 한 개인의 의견일 따름일까. 영화야 그저 재미있게 보면 되는 것이지만 시대의 흐름은 영화의 재미 정도에서 멈추지 말고 사려 깊은 고민이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이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보면서 가졌다.



                                     &



깊게 잠들었었나 보다

                             - 온 형 근

시계의 알람이 울린다.
쉽지 않았지만 깊게 잠들고 싶었고
그렇게 잠을 청했다.
이불 속에서는 늘 그러하였듯이
많은 그리움들이 함께 살고 있다.
그 속에서 펄럭이며
먼지와 함께 그리움들은 늘 조금씩 썩어가고 있다.
균사덩어리로 뭉쳐있기도 하다.
기침을 할 때 마다 조금씩 떨리며 몸을 덜어내기도 한다.
그러한 것들 모두가 나를 깊게 잠들게 한다.
기적처럼 꿈을 꾸지 못한다.
뒤척이기 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나를 일어나게 하는 건
그리움에 매몰되지 않으려 하는 의식일 것이다.
어머님은 김치를 담그려
아침부터 마늘을 절구에 넣고 찧고 계신다.
쿵쿵 거리는 소리가 여태 내 안의 울림인 줄 알았다.
처음에 느렸다
조금씩 찢어지면 빨라지는 속도감을 느꼈을 때
내 안에서도 리듬이 일어나고 있었다.
온 몸이 젖었다.
깊게 잠들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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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짐 캐리, 또 짐 캐리, 또 또 짐 캐리!'라는 말을 영화 예고편에서 계속 되뇌어 보여주던 영화 'Lemony Snicket’s A Series Of Unfortunate Events,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을 봤다. 난데 없이 고아가 된 삼남내의 유산을 은근슬쩍 하려는 Jim Carrey 짐 캐리와 삼남매의 소란스런 대결이라고 영화 상영 전에 수많은 광고 공세를 퍼부었지만 사실 영화를 보자 그건 과장이었다. 제작사인 드림윅스 특유의 장난스런 도입부와 절벽 한 쪽에 세우진 위태스런 목재 건물 그리고 거머리 떼 같은 몇 가지를 제외하면 사전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

 영화는 필요한 무엇이든 발명해 내는 첫째 바이올렛, 책을 한 번 읽으면 그대로 기억하는 둘째 클라우스 그리고 입으로 물어버린 건 여간해서는 놓지 않는 귀여운 막내 써니와 영화에서 계속 고군 분투하는 울라프 백작의 Jim Carrey의 대결이다. 대결이라고는 했지만 울라프 백작의 음모를 세 남매가 현명하게 잘 풀어가는 식이라는 표현이 더 적당하지 않을까? 아무튼 그들이 서로 대립하는 걸 풀어가는 식이다. 물론 결과는 서로 협력하는 세 남매가 이긴다.

 Jim Carrey의 고군분투 정도 말고는 별로 영화를 보고나서 떠오르는게 없는 걸 보면 Jim Carrey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가 되버린 것 같다.



                         &



   나 그 대 에 게
                       - 김 미 선

나 그대에게 한 점 바람이고 싶습니다.
그대마음 분노의 화산 훨훨 타오를 때
차갑게 식혀줄 수 있는 평안의 바람으로
나 그대에게 한 점 바람이고 싶습니다.
그대마음 감정의 밤바다 거세게 불어칠 때
잔잔히 잠재울 수 있는 온유의 바람으로
나 그대에게 한 점 바람이고 싶습니다.
그대마음 수은주 차갑게 흘러 내릴 때
따뜻이 덥혀줄 수 있는 사랑의 바람으로
내 평생 그대 살아가는 삶의 어귀에서
그대마음 자락에 말없이 드리운 그림자로
늘 기도로 스치는 고운 바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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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Friday Night Lights'는 스포츠 영화다.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미식축구 얘기다. 'Cool Runnings, 쿨 러닝' 같은 느낌의 영화라면 틀린 말 일까? 'Cool Runnings'에서도 그랬던 것 같은데, 이 영화 'Friday Night Lights' 역시 내가 알고 있는 스타 연기자는 나오지 않는다. 스포츠의 감동을 그대로 전해 주는데는 인기스타보다는 대상이 되는 스포츠를 잘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 영화는 같은 텍사스주 고등학교 미식축구 대회에 결승에 오르는 과정과 결승전에 대한 이야기인데 사실 주대회라는 게 우리나라 경우에서 보면 도대회 정도고 그걸 전국대회 정도로 생각한다고 해도 영화에서 보여주는 열정적인 모습을 가뜩이나 수많은 프로 스포츠가 범람하는 미국에서 기대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지역 사람들의 그런 응원을 정말 받을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미식축구의 룰이라도 알고 영화를 봤더라면 더 재미있을 것 같지만, 비록 룰을 모르고서 영화를 본다고 해서 영화 속의 학생들이 펼치는 미식축구에 대한 열정과 패기를 잘 살려낸 것 같다.




                                         &




          나       비
                                     - 류 시 화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지구에 달맞이꽃이 피었기 때문이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이제 막 동그라미를 그려낸
어린 해바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세상은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내가 삶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그리움 때문
지구가 나비 한 마리를 감추고 있듯이
세상이 내게서
너를 감추고 있기 때문

파도가 바다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그 속에서 장난치는 어린 물고기 때문이다
바다가 육지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모래에 고개를 묻고 한 치 앞의 생을 꿈꾸는
늙은 해오라기 때문이다

아침에 너는 나비 한 마리로
내게 날아온다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나비의 그 날개짓 때문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는 것은
너에 대한 내 그리움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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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The Piano, 피아노'는 몇 가지 즐거움을 주는 영화다. 즐거움을 가지기에 충분한 탄탄한 스토리에 아다 맥그래스를 연기한 Holly Hunter 홀리 헌터와 조지 베인즈를 연기한 Harvey Keitel 하비 케이틀의 뛰어난 연기, 그리고 'The Piano' 라는 제목이 암시해주는 영화 속 피아노 음악 소리가 바로 그것이다.

 역시 깐느와 아카데미에서 선택하기에 모자람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말을 하지 못하는 대신 자신의 심정을 피아노 선율로 들어내는 아다, 예쁜 아내를 사랑하지만 진정으로 이해하지는 못하는 남편 스튜어트 그리고 그저 단순한 원주민인 줄만 알았다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배인즈 간의 슬프고도 예쁜 그리고 잔인한 사랑이야기가 바로 이 영화 'The Piano'이다.

 의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변화는 아다의 심정과 그녀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해 주는 그녀의 의상도 살펴 볼 꺼리가 될 것 같다.




                                     &


        겨울 강가에서

                                 - 안 도 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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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Everyone Says I Love You'는 1996년에 개봉한 거의 10년이 지난 영화다. 10년이면 짧은 시간이 아니고 지금의 정서와 많이 다른 정서로 영화가 만들어졌을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으면서도 별 고민 없이 영화 'Everyone Says I Love You'를 봤다. 그건 아마 Woody Allen, 우디 알렌이 감독을 맡았고, 그의 영화하면 기억의 저편에서 내게 떠오르는 'SmallTime Crooks, 스몰 타임 크룩스'가 나쁜 느낌이 아니어서 보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뮤지컬 영화라는 설명도 선택의 한 이유가 되었고.

 그럼 보고 나서는? 아쉽게도 내 스타일과는 별로 맞지 않는 영화다. 그럼 내 스타일이 뭐냐는 정말 어려운 질문이 응당 나올텐데, 내 스타일이 뭔지는 아직까지 확언할 수 없어도, 시나리오가 비교적 현실에 기반한 것 같지 않고 내게 보이는 논리적 전개가 잘 짜여있지 않아 보이는 영화는 분명 내 스타일의 영화는 아니다. 그리고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다가 왔다.

 왁자지껄 늘 시끄러운 가족이야기와 내 상식 밖의 에피소드 같은 것들이 내게는 그저 그렇게 보였지만 같이 본 동생에게는 재미있게 보였다니 이건 순전히 개인차 일 수도 있겠다.

 눈에 띄는 출연진만 해도 Woody Allen에 Drew Barrymore 드류 배리모어, Edward Norton 에드워드 노튼, Natalie Portman 나탈리 포트만, Tim Roth 팀 로스 그리고 Julia Roberts 줄리아 로버츠 까지 쟁쟁한데 Woody Allen을 제외하고는 영화를 보는 중에 누가 누군지 구분하는 것조차 힘들었다는 걸 보면 흥행 여부와는 상관없이 썩 잘 만든 영화는 아니지 않나 싶다.




                             &



그대가 없으면 나도 없습니다

                              - 김 현 태

왜 그대인지
왜 그대여야만 하는지
이 세상 사람들이
허락하지 않는다 해도
그대여야만 하는 이유가 내겐 있습니다
한 순간, 한 호흡 사이에도,
언제나 그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허공의 옆구리에 걸린
잎사귀 하나가
수 백번 몸 뒤척이는 그 순간에도,
아침햇살의 이른 방문에
부산을 떨며 떠나는 하루살이의 뒷모습에도,
저미는 내 가슴을 뚫고 자라나는
선인장의 가시 끝자락에도
그대가 오도카니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운명 같은 그대여
죽어서도, 다시 살아도 지울 수
없는 사람아
그대가 없으면 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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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fore Sunrise'가 개봉한 것이 1995년, 그리고 9년의 세월이 흐른 2004년 속편 'Before Sunset'이 개봉한다. 그리고 한 해가 더 지난 2005년 나는 그 두 편의 영화를 봤다.

 'Before Sunrise'가 사랑에 대한 젊은이들의 감성을 잘 표현하고 있는 영화였다면 'Before Sunset'은 더 이상 10년 전 그 젊은 감성이 아닌 되려 그 감성과는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으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영화가 되었지 않나 싶었다.

 10년이 지난 후, 물론 영화 속에서는 9년의 시간이 흐른 후이다, 달라진 건 그들의 감성만이 아니다. 그냥 스크린 속의 배우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10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알 수 있다. 주름진 얼굴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삶으로 인한 중압감. 이런 것들이 영화 속 시간의 흐름과 실제 시간의 흐름이 일치함으로써 영화 속 이야기인지 실제 이야기인지 구분 짓기 어렵게 한다.

 자신의 삶을 그럴 듯하게 꾸며 이야기하면서도 결국은 과연 9년 전 다시 만나는 약속을 지켰더라면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을까를 생각하는 제시와 셀린느.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과거를 떠올리면 살아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의 범인(凡人)의 모습을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결국은 나도 그런 범인(凡人)의 모습처럼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



12월의 단상

                   - 구 경 애

저기 벌거벗은 가지 끝에
삶에 지쳐
넋 나간 한 사람
걸려 있고
숭숭 털 빠진
까치가 걸터앉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참새는 조잘거리고
지나던 바람은
쯧쯧,
혀차며 흘겨보는데
추위에 떨던 고양이 한 마리
낡은 발톱으로 기지개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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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fore Sunset'을 보려다가 왠지 영화 'Before Sunrise'를 보기 전에 보면 안될
것만 같아서, 'Before Sunrise'를 보게 되었다. 영화 'Before Sunrise'는 1995년도에 만들어진 지금으로써는 10년이 지난 영화다. 6개월만 지나도 세상이 워낙에 빨리 바뀌는 지금 10년의 세월이 흐른 영화를 보다니. 그런 생각이 사실 내심 들었지만, 역시 좋은 영화는 시간의 흐름에 둔감하다는 걸 이 영화 'Before Sunrise'는 그대로 보여 주었다.

 영화는 제시 역을 맡은 에단 호크 Ethan Hawke와 셀린 역을 맡은 Julie Delpy가 우연히 기차에서 만나면서 시작된다. 선남선녀(善男善女)가 만난 만큼 그 둘은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고 결국은 즉흥적인 결정으로 비엔나에서 같이 내리고 하루 종일 비엔나 거리를 같이 돌아다닌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영화는 롱테이크 화면을 통해 찬찬히 따라 나간다.

 보통 롱테이크가 길어지면 지루하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제시와 셀린의 서로에게 느끼는 매력과 그 둘을 연기한 Ethan Hawke와 Julie Delpy의 자연스러움은 롱테 크가 주는 지루함을 잊게해준다. 게다가 그런 겉으로 보이는 것 말고도 다른 사람을좋아한다는 감정을 비교적 솔직히 표현하고 그리고 즉흥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대담하고 당당한 행동은 젊은 사람들의 사랑에 대한 마음과 자세를 너무 잘 표현하고있지 않나 싶다. 그러면서도 이별의 아픔을 두려워하고 아쉬워하는 모습까지 잘 보여주는 것까지.

 누구나 젊은 시간 우연히 만날 것만 같은 운명 같은 사랑 이야기에 나와는 10년의 시간적 단적이 있으면서도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낸 것이 아닐까 싶다.



                 &





겨 울 장 미

- 목 필 균

누가 저 지독한 바람기를 막을까
한여름이 지난 지 얼마인데
가을 서늘함도 힘겨웠을 텐데
아니 엊그제 시린 눈발은
또 어떻게 견디었고
초겨울 햇살 따라
양지쪽으로 고개 내민 장미는
서리맞은 가시 세워둔 채
꼭 다문 붉은 입술로
절절한 그리움에 말 줄임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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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가다 뭔가 잘 만든 좋은 영화 같은데 정확히 뭐가 좋은 건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 영화를 볼 때가 있다. 이런 느낌이 희망과 절망, 행복과 죽음 그리고 진실된 사랑의 감정이 가득한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보면서 그대로 들었다.

 사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는 사실 별로 영화 제목 같은 않다. 그냥 명사 나열의 느낌 정도. 그렇지만 이 제목에는 프랑소와즈 사강의 소설에 나온 여주인공의 이름인 조제로 불리고 싶어하는 쿠미코(Ikewaki Chizuru)와 조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보고 싶어하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동물 호랑이 그리고 조제의 환상 속에서 자기자신을 투영해낸 존재인 물고기가 다 들어있다. 그러면서 조제에게 다가올 사랑과 결국은 조제가 처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알려준다.

  영화는 러브 스토리다. 그렇지만 그 속은 매우 독특하다. 그냥 또래의 여자를 좋아하고 섹스도 적절히 즐길 줄 아는 평범한 대학생인 츠네오(Tsumabuki Satoshi)와 불편한 다리 때문에 할머니가 끌어주는 유모차를 통해서만 겨우 세상을 볼 수 있고 버려진 책을 주어 읽는 것이 삶의 큰 즐거움인 조제. 평범하지 않은 그 둘의 귀엽고도 애달픈 사랑 이야기다.
보통 커플 같았으면 남녀가 만나 사랑하게 되고 시간이 흘러선 헤어지는 진부한 이야기가 되기 십상이었겠지만 그런 진부함을 뛰어넘어 사랑을 둘러싼 잔잔한 일상을 잘 보여주고 있고 그런 일상에 섬세한 감정의 변화 또한 잘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걸 알면서도 너무나도 일상스러운 조제와 츠네오의 이별은 너무 담담하고 간결해 보는 이로 하여금 되려 당혹스럽게 한다.

 전체적으로 잘 만든 영화.



                                     &


석양(夕陽) - 대부도에서
                      - 김 영 환
그대에게 가는 길을 나는 아직 잘 모른다

왜 그대가 하필이면
우리 앞에 길을 열고
제 몸을 태우는지

바다 위에 그림자처럼
제 몸을 누이고
다가설 수 없는 길을 열어
지친 영혼을 유혹하고 있는지

나 또한 그대처럼 몸을 사르고
푸른 바다 위에
바람을 타고
生을 훌쩍 넘어서야 다가설 수 있을까

그대는 우리가 건널 수 없는


다만 오늘
바다로 난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을 뿐

하염없이
갈대 한 잎 제 몸을 흔들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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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모로우라는 단어를 접한 건 작년이 처음이다. 작년에 개봉한 영화 ‘The day
after Tomorrow’의 한글 제목을 투모로우로 해서 해 놓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 때만 해도 새로움보다는 부자연스러움 내지 어색함이 가득한 단어였는데, 근래
SK텔레콤에서 선전하는 투모로우 팩토리라는 말이나 영화 월드 오브 투모로우, Sky Captain and the World of Tomorrow’에 이르면서 어느새 익숙한 단어가 되
어 버렸다. 그럼 영화 월드 오브 투모로우? 아쉽게도 투모로우라는 익숙해진 단어만큼이나 관객에게 익숙해질 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어딘가 어두운 화면의 시작과 아쉽게도 전무한 사전 지식으로 힌덴부르크호가 뭔지
도 모른 채 다만 1930년대가 배경이란 것만 겨우 알고 영화는 진행되었다. 거기에 납치당하는 박사들과 뜸굼없이 등장하는 거대 로봇에 그 로봇과 사라진 박사들의
행방을 밝혀 내려는 Gwyneth Paltrow 가 맡은 신문기자 폴리와 경찰이 막지 못한 거대로봇을 막으려 달려드는 Sky Captain, Jude Law 가 결국은 한 팀이 되어 갑자기 등장한 로봇과 사라진 박사들을 찾아 나선다. 그것도 뜬굼없는 로봇만큼이나 뜸꿈없이 네팔로.

 그리고는 영국함공함대장 프란체시스카가 등장해 위기에 빠진 스카이 캡틴과 폴리를 도와주는데, 애꾸눈을 하고 나타난 프란체시스카는 Angelina Jolie. 자신의 매력을 과감히 버리고 이상한 애꾸눈을 하고 나타난 Angelina Jolie 가 사라지고 나면 신노아의 방주를 원하는 악당 토튼코프의 무리와 스카이 갭틴과 폴리는 맞선다. 결국 스카이 캡틴과 폴리는 악당 토튼코프가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계획을 분쇄시키고는 그들도 사랑에 빠진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드는 생각은 어설픈 시나리오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독일 병정 마냥 그저 줄지어가는 거대로봇과 그 로봇과 별로 연관 없이 등장하는 전혀 다른 로봇들. 그러면서도 세계는 구한다는 어설픈 영웅. 그런 것이 합쳐지면서 헐리웃에서도 그냥 그저 그런 영화가 하나 생겼구나 싶었다.



                                    &



가슴이 따뜻해서 아름다운 사람에게
                                   - 김 진 학
꽃이 피어나던 어느 날
기차여행을 처음하는 사람처럼이나
설레임으로 그대 앞에 다가가던 날
숱한 고뇌에서 피어난 눈위의 동백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곁에 오셨습니다
마주한 찻잔에
안개로 오르는 커피 내음처럼이나
향기롭게 준비된 내 사람이었습니다
아파 온 날들만큼 그대 사랑하리라
아파 온 날들 만큼 따뜻하리라
밤마다 부르는 장미의 노래로
서로의 가슴에 기대어 살아 갈 날들이
아름다울 것입니다
아무리 험한 세상이 우리들 곁에 온다 해도
머물어 쉬지 않는 사랑의 눈빛이
서로의 가슴에 머물어 있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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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권 같은 영화로 매년 명절이면 TV를 통해서 볼 수 얼굴 Jackie Chan(성룡). 그러다가 헐리웃으로 가서 러시아워 시리즈나 상하이 눈 같은 어디선가 2% 모자란듯한 것 같은 모습을 보여 주더니, Jackie Chan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그리웠는지 홍콩 시절의 그의 모습을 보여주는 뉴 폴리스 스토리, New Police Story, 新警察故事 로 예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 왔다.

 이 영화 뉴 폴리스 스토리를 통해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다고는 하지만 홍콩 시절의 그 모습으로 똑같이 돌아온 건 아니다. Jackie Chan 하면 떠오르는 코믹 쿵후의 모습이 자취를 감췄고, 50이 넘은 나이(1954년 생) 또한 달라진 모습이다. 하지만 아쉬워할 것 만은 없다. 코믹한 요소 대신 익스트림 OPS를 떠올리게 할 만큼의 익스트림 스포츠의 장면과 아직도 여전한 Jackie Chan의 액션이 전무해진 코믹 요소를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는다. 거기에 홍콩 시절에 보여줬던 이해하기 쉬운 평이한 내용이면서도 뚜렷한 선과 악의 대립구조 그리고 가족의 화목과 끈끈한 동료애는 깊이가 더해졌다.

 아마도 끝없는 코믹한 스턴트만을 원하는 헐리웃에서의 경험이 예전의 모습을 견지하면서도 한층 더 성숙된 모습을 나타나게끔 하지 않았나 싶다.

 영화는 5인조 은행강도 소탕작전에 나섰다가 되려 놈들의 술수에 빼져 팀원모두 잃어비린 진국영(Jackie Chan)이 깊은 시름과 절망에 빠져 술로 시간을 보내다가 새내기 형사인 정소봉(사정봉)의 계속된 도움으로 자신을 그렇게 만든 그들을 잡으로 나서는 이야기다.



                                       &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안 도 현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 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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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주홍글씨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은 의아함이다. 보통 기대치 이상의 잘 짜여진 이야기 구조와 그 이야기를 충분히 잘 표현한 배우들의 연기와 그 배우가 한석규, 이은주, 성현아 그리고 엄지원 이라는 연기와 흥행 두 면 모두에서 비교적 좋은 평을 받고 있는 연기자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 영화 주홍글씨의 관객평가가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점이 그렇다.

 내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영화 내용을 크게 보면 어느 누가 보기에도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결국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스스로의 욕망으로 인해, 어긋난 사람이 결국은 치명적인 독처럼 퍼져 파멸하고 만다. 영화 속에서 내게 떠오르는 장면은 말도 안되는 코미디 같은 가희(이은주)와 기훈(한석규)의 트렁크 씬과 가희와 수현(엄지원)이 동성애자였음을 고백하는 두 장면이다. 트렁크 속에 갇혀 두려움에 걸규하는 기훈과 가희 그리고 욕망이 이끄는 대로 서로 나체를 탐닉하는 그들도 결국은 물리적인 더위에 이기지 못한 무능력한 육체를 가졌을 뿐이라는 걸 잘 보여주는 트렁크 씬과 가희와 수현 모두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던 기훈 생각이 결국 자신을 사랑한 건 애인이었던 가희이고 수현은 가희를 자신
에게서 떠나 보내지 않으려고 기훈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가희와 수현의 동성애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거기에 남편 아닌 다른 남자와 사랑을 꿈꾸는 사진관 여주인 경희(성현아)의 욕먕 또한
영화가 보여주는 또 다른 볼거리다.



                                &


     벙어리 장갑
                  - 오 탁 번

여름내 어깨순 집어준 목화에서
마디마디 목화꽃이 피어나면
달콤한 목화다래 몰래 따서 먹다가
어머니한테 나는 늘 혼났다
그럴 때면 누나가 눈을 흘겼다
-
겨울에 손 꽁꽁 얼어도 좋으니?
서리 내리는 가을이 성큼 오면
다래가 터지며 목화송이가 열리고
목화송이 따다가 씨아에 넣어 앗으면
하얀 목화솜이 소복소복 쌓인다
솜 활끈 튕기면 피어나는 솜으로
고치를 빚어 물레로 실을 잣는다
뱅그르르 도는 물렛살을 만지려다가
어머니한테 나는 늘 혼났다
그럴 때면 누나가 눈을 흘겼다
-
손 다쳐서 아야 해도 좋으니?
까치설날 아침에 잣눈이 내리면
우스꽝스런 눈사람 만들어 세우고
까치설빔 다 적시며 눈싸움한다
동무들은 시린 손을 호호 불지만
내 손은 눈곱만큼도 안 시리다
누나가 뜨개질한 벙어리장갑에서
어머니의 꾸중과 누나의 눈흘김이
하얀 목화송이로 여태 피어나고
실 잣는 물레도 이냥 돌아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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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떠올리면 워킹 타이틀사나 Huge Grant 정도가 먼저 떠오르기 십상인데 그런 류의 영화가 어느새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만들어 지고 있다. 물론 지금 이야기하려는 내 남자의 로맨스 역시 마찬가지다.

 7년 동안 연인 사이를 유지해오는 두 사람. 남자는 건방증이 심해 여자친구를 밖에 세워둔 채 잊어버리고 집에 가버리고, 여자는 그런 남자친구이지만 언제나 프로포즈를 해 올까 늘 기다린다. 어쩌면 사랑의 두근거림은 보다는 7년의 시간이 그러려니 하는 이해를 통해 연인 사이를 유지할 수 있게끔 해준게 아닐까 싶은 커플이다.

 그런 연인 사이에 우연히 잘 나가는 이쁜 여배우가 끼어든다. 물론 남자는 심한 건망증 만큼이나 둔한 센스로 자신과는 별로 상관 없는 일이라 치부하지만, 여자는 그렇지 않다. 잘나가고 이쁜 자신이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상대다. 그렇지만 남자와 여자는 결국 이 기회를 통해 서로의 소중함을 더 깨닫고 이루어진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영화 내용이다.

 보기에는 무난하지만 신나는 상상력이나 새로운 시각은 갖지 못한 채 결국 킬링 타임 정도의 의미에만족을 두는 영화인 듯 하다. 식상하지만 안전한 상업적 틀 안에 잘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편하게 그리고 즐겁게 보기에는 충분.



                                 &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 정 하
창가사이로 촉촉한 얼굴을 내비치는 햇살같이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올려주며 이마에 입맞춤하는
이른 아침같은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드러운 모카 향기 가득한 커피 잔에
살포시 녹아가는 설탕같이 부드러운 미소로 하루시작을
풍요롭게 해주는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분분히 흩어지는 벗꽃들 사이로
내 귓가를 간지럽히며 스쳐가는 봄바람같이
마음 가득 설레이는 자취로 나를 안아주는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메마른 포도밭에 떨어지는 봄비 같은 간절함으로
내 기도 속에 떨구어지는 눈물 속에 숨겨진 사랑이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 삶 속에서 영원히 사랑으로 남을..
어제와 오늘.. 아니 내가 알 수 없는 내일까지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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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이유 중 하나는 에니메이션이 실사 영화보다 상상력을 펼치는데 있어서 훨씬 자유롭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유로운 상상력 탓에 인기 스타가 등장하는 영화 못지 않은 인기가 애니메이션에도 있지 않나 싶다.

 그런데 영화 Shark Tale은 바다 속 물고기 사회가 마치 사람들의 사회와 비슷하다는 상상력의 자유로움 말고도 실제 인기 스타의 특징을 잘 살린 캐릭터에 그 사람의 목소리까지 더하는 업그레이드를 거쳤다. 그런 탓에 사람의 관심을 더 끄는 것일까?

 영화 내용은 물고기 세차장 직원이지만 그저 말 많은 떠버리에 보잘 것 없는 물고기인 오스카가 생각지도 못하게 바다 속 마피아 상어 보스인 돈 리노의 첫 째아들의 죽음에 엮이게 되는데 무심고 자기가 그 상어를 죽였다고 떠벌리게 되면서 바다 속 마을의 영웅이 되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영화 Shark Tale 이 자랑하는 초호화 목소리 출연진을 살펴보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오스카 역을 맡은 Will Smith. 마피아를 떠올리면 연상되는 Robert De Niro가 영화 속 상어 마피아 돈 리노를 맡았고, 재빠른 기회주의자 북어로 등장하는 사이크스는 Martin Scorse가 맡았다. 영화 속 오스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열대어 엔지는 Renee Zellweger가 맡았고 물고기 마을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오스카를 유혹하는 팜므파탈 물고기 로라  Angelina Jolie 가 맡았다. 그리고 오스카와 짝짝꿍이 되어 버린 채식주의자 상어는 Jack Black 이 맡았다.



                                         &



아름다운 동행을 위하여
                                  - 송 해 월

천천히 가자 
굳이 세상과 발맞춰 갈 필요 있나
 
제 보폭대로 제 호흡대로 가자
 
늦다고 재촉할 이, 저 자신 말고 누가 있었던가
 

눈치보지 말고 욕심부리지 말고 천천히 가자
 
사는 일이 욕심부린다고 뜻대로 살아지나
 

다양한 삶이 저대로 공존하며 다양성이 존중될 때만이
 
아름다운 균형을 이루고 이 땅 위에서 너와 내가
 
아름다운 동행인으로 함께 갈 수 있지 않겠는가
 

그 쪽에 네가 있으므로 이 쪽에 내 선 자리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것처럼 그래서 서로 귀한 사람
 
너는 너대로 가고, 나는 나대로 가자
 

네가 놓치고 간 것들
 
뒤에서 거두고 추슬러 주며 가는 일도 그리 나쁘지는 않으리
 
가끔은 쪼그리고 앉아 애기 똥풀이나 코딱지 나물이나
 
나싱개 꽃을 들여다 보는 사소한 기쁨도
 
특혜를 누리는 사람처럼 감사하며 천천히 가자
 

굳이 세상과 발맞추고 너를 따라 보폭을 빠르게 할 필요는 없다
 
불안해 하지 말고 웃자라는 욕심을 타이르면서 타이르면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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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yond Silence'는 차분한 영화다. 그러면서도 영화가 보여 줄 수 있는 감동도 함께 가지고 있는 미덕을 가졌다. 그래서 좋은 영화라고 하면 고등학교 시절 말하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일까?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말을 할 수도 알아듣지도 못하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 라라. 그렇지만 라라는 부모님이 가지고 있는 장애를 가지고 않은 덕에 부모님과 세상 사람들을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해야만하다. 심지어 수업시간에 은행에 가서 대출 협상도 하고 학교 선생님이 부모님께 전하라는 말까지 수화를 통해 라라가 부모님께 전달한다.

 그렇게 부모님과 세상을 연결해 주는 통로가 되어주던 라라가 라라의 고모 클라리사를 통해 음악. 특히 클라니넷을 알게 된다. 하지만 라라의 아빠, 마틴과 고모 클라리사는 별로 사이가 좋지 않다. 어린시절 장애를 가진 자신에게 와야할 부모님의 관심조차 클라리사가 독점했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클라리사에 마냥 좋은 라라. 그리고 라라는 클라니넷을 통해 그저 부모님과 세상을 연결해주던 통로의 역할에서 벗어나 세상과 연결된다. 그렇지만 아빠 마틴은 라라가 클라니넷에 심취하고 클라리사와 친해질수록 외로움을 느낀다. 그런 아빠 마틴의 심정을 아는 라라는 가족과 음악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결국은 음악을 택해 베를린으로 떠나고 아빠 마틴과의 사이는 더 멀어진다.

 하지만 결국 듣지 못하면서도 딸의 음악을 이해하려는 마틴과 클라리사는 결국은 서로를 이해한다.

 사실 영화 내용을 쭉 이야기하는 스타일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데 요즘 끌쩍거린 것들 모두가 그렇지만, 이 영화 'Beyond Silence'도 본지 보름은 족히 넘어 영화를 볼 때 가졌던 감정을 대부분을 잊어버려서 어쩔 수 없이 내용 소개에 그치고 말았다.



                                  &



남으로 창을 내겠소

          - 김 상 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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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별로 임권택 감독의 영화를 선호해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서편제 말고는 큰 감흥을 가지고 본 영화에 없음에도 그의 영화는 영화를 보기도 전부터 거장이 어쩌고 하는 찬사에서 시작해서 나도 그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 편에 서서 같이 찬사를 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그의 영화에서는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 느낌이 기존의 그의 영화에서 강했다면 이번 영화 하류인생은 개인적으로 그런 느낌을 강도가 많이 약해진 것 같다. 어딘가 약간 조금 불편한 것만 같았었는데 보통 시류의 영화에서 예전만큼 벗어나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이 영화 하류인생을 두고, 50년 말에서 70년대까지 깡패에서 시작해 유착 군건
설업자까지 변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 격동의 시대가 가진 사건들과 잘
엮었다고 말하지만 결국은 그 격동의 사건들 사이에서 직접 참여하지 않고 바라
만 보는 것으로서 단순한 배경에 그쳐버리고 만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아마도 그
시절에 잘 편승했기에 지금의 위치에까지 왔을 감독 내지 제작자의 한계가 아닐
까 싶기도 하다.

 ‘후아유 클래식에서 강함 보다는 부드러움의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 조승우의
거친 모습을 보는 것과 신세대적 느낌이 강했던 김민선의 지고지순한 이미지로의
변신을 영화는 보는 동안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시대가 60, 70년 대가 주가 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시대의 배우들에게서나 볼 수 있던 말투를 깡패가 굳이 할 필요가 있었을까?




                                   &



    가을에 1

                   - 기 형 도

잎 진 빈 가지에
이제는 무엇이 매달려 있나.
밤이면 幽靈(유령)처럼
벌레 소리여.
네가 내 슬픔을 대신 울어줄까.
내 音聲(음성)을 만들어줄까.
잠들지 못해 여윈 이 가슴엔
밤새 네 울음 소리에 할퀴운 자국.
홀로 된 아픔을 아는가.
우수수 떨어지는 노을에도 소스라쳐
멍든 가슴에서 주르르르
네 소리.
잎 진 빈 가지에
내가 매달려 울어볼까.
찬바람에 떨어지고
땅에 부딪혀 부서질지라도
내가 죽으면
내 이름을 위하여 빈 가지가 흔들리면
네 울음에 섞이어 긴 밤을 잠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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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Circle of friends, 단짝 친구들 는 참 담담하고 차분한 영화였다. 지나친 치장과 과장이 판을 치는 요즘 담담하고 차분하다는 말이 자칫 우회한 비난으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나, 이건 비난이 아니다. 겉으로 보이는 영화의 이미지에나 충실하고 실속은 없는 그런 영화가 아니라 이야기에 충실하다는 의미의 칭찬. 하지만 약간은 요란하고 정신 없는 장면의 연속인 요즘 영화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차분함과 담담함은 지루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영화는 50년대의 아일랜드가 배경이다. 어려서부터 단짝 친구들로 지내던 베니,
이브 그리고 낸이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그리고 잘 생긴데다가 럭비까지 잘
하는 잭을 만나게 되는데 결국 잭은 베니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 이르게 된다. 그런 와중에 베니의 아버지가 죽고 잠시 베니가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는데 그 때 귀족과 사랑에 실패하고 나서 잭을 탐내는 낸에게 잭을 잠시 빼앗기게 되지만 결국은 베니와 잭이 다시 이어진다는 내용이다.

 충분히 예상 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연기에 충실한 배우와 사랑과 가족, 그리고 친구 사이에서 번민하는 젊은 청춘의 이야기를 잘 표현하고 있기에 담담함과 차분함이 단순한 지루함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 같다.




                                            &
   


                 편 지
                              - 윤 동 주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 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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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미 슈퍼스타즈, 보통 내 나이 또래에서도 어린시절 야구를 좋아했다 손쳐도 익숙치 않은 이름이다. 지금은 삼미 슈퍼스타즈처럼 존재하지 않지만 그나마 익숙한 이름이라면 MBC 청룡정도. 어린 시절 주 관심사가 프로 야구였던 나도 삼미 슈퍼스타즈는 중학생 정도 되서 책을 보고 알았으니까.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태평양 돌핀스 그리고 지금은 현대 유니콘스로 바뀌어 버린 팀. 그 속에서도 한 번도 들어보지도 못한 그저그런 야구 선수 이야기가 이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의 이야기다.

 사실 이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은 내심 기대를 많이 했던 영화다. 아직 최고의 반열에 오르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기는 하지만 여러 영화에서 주연으로 그리고 조연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여준 이범수에, 꼴찌 팀에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실제 야구 선수이야기라니, 관심이 가지 않겠는가?

 거기에 이 영화의 물량 공세로 이어진 광고도 한 몫했고. 그런 기대감 속에서 영화를 봐서 그런지 영화가 충족함보다는 미흡함으로 내게는 느껴 졌다.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질 만큼 다양성이 중시된다는 점에서는 한국영화가 바람직해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전문 선수만큼은 아니더라도 정말 야구 시합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은 가질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우리 배우 층이 헐리웃만큼 되지 못한 탓인지 야구를 하는 장면에서부터 더 개션 해야 할 여지가 많았다.

 거기에 의도 했을지라도 세련됨 보다는 촌스러움이 너무 강한 화면의 모습도, 시작되는 것 같더니 그냥 흐지부지 되어버린 사랑이야기도 개봉 전 광고에서 선전하는 모습과는 차이가 제법 컸다.

 하지만 재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결국은 져버리고 말지만 후회없는 경기를 한 감사용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이야기들이 관객의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 낸다. 

 다만 더 큰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는 말이다.




                            &



숨어있는 그리움 하나

                    - 황 용 미

모두가 떠나고 없는 바닷가 한 쪽
눈앞에 펼쳐진 가을산은
운무가 덮어 버렸고
파도 소리는 가을 소리를 내며
외로움을 주네
방파제 위
밤이면 밤마다 제 할일 다해야 되는
하얀 등대 하나 외롭게
바다를 보고 있다.

물 위에 떠오르는 얼굴하나
살며시 마음을 자극해도
지난날 추억이니
쓴웃음으로 대신해 본다.

가고 없는 것들의 아쉬움 일지라도
현실은 냉정하다

냉정해야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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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 가장 인기가 좋은 배우들 축에 당당히 끼는 권상우와 하지원, 이 둘을 놓고 신부수업이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요즘 잘 나가고 있는 선남선녀 배우들인 만큼 신부수업이라는 의미가 이 둘이 결혼을 준비하는 의미의 신부수업으로 비치기 쉬우나 실은 성당에서 신부가 되려는 권상우의 신부수업을 말한다. 

 그렇지만 전자처럼 생각해도 상관없다. 왜냐면 영화의 결말은 정확히 신부서품을 받기 위한 수업에서 이라는 영화 처음에서부터 하는 이야기를 완전히 뒤집어 둘이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했음을 보여주니까.

 이 영화 신부수업은 아쉬움이 너무나 큰 영화다. 우선 인기있는 청춘스타를 끌어 들였음에도 별로 재미가 없다. 권상우나 하지원을 보려고 영화를 보지 않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큰 매력을 느끼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그나마 다행인건 그 속에서 감초 역할을 충실히 잘 해주고 있는 김인권 정도.

 개인적으로 하지원이 출연한 영화를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색즉시공 정도 말고는 영화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 것 같다. 영화 선택에 더 신중을 기하면 좋을 텐데

 아무튼 영화에 나오는 대사로 인사말.
데오 그라시아스



                                    &




가을 편지

                - 조 현 자

맑디맑은 가을 하늘에
떨리는 가슴으로
그대 이름을 적습니다

한참동안
한 마디도 쓰지 못 하고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다가

끝끝내
아무 말도 쓰지 못 하고
나직이 그대 이름만 부르다가

사랑한다는 말 대신에
빛깔 고운 단풍잎 하나
그대에게 보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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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이란 단어를 접하노라면 먼저 편안함부터 다가 오는 것이 보통 일테다. 행여나 내가 실수를 하더라도 크게 나무라지 않고 묵묵히 실수를 해아려주는 너그러움이 있는 것 같은 것 말이다.

 이런 가족이란 단어가 주는 어감에 비하면 영화 가족에서 나오는 가족은 외면적으로 그런 너그러움은 처음부터 보이지 않는다. 되려 3년 만에 출소한 전과 4범의 딸과 전직 경찰이었지만 눈을 다친 후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아버지는 서로를 이해하려 들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에서만 판단하려든다.

 거기에 서로 엇나가기만 하는 아버지와 딸, 연이어 등장하는 깡패. 그리고 아버지의 불치병. 영화는 그런 내용이다.

 그래서 냉철한 사람의 눈에는 그냥 그저 그런 통속적인 이야기일 뿐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가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너그러움을 결국에는 보여 주려 애쓴다. 어린 시절 딸의 실수로 인해 눈을 다치고 실직하고 그래서 자포자기하는 삶을 살았던 아버지일 망정 행여나 딸이 그
사실을 알고 상심 할까봐 그런 말을 꺼내지도 않고, 그 사실을 알 게 된 딸은 아버지와 어린 동생에게 자신과 연루된 깡패로 인한 폐가 가지 않게 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 본적이 별로 없는 우리네 아버지 세대를 너무나 잘 그렸다고 할까? 그런 모습이 영화 곳곳에서 보인다. 그래서 흥행에도 성공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아버지를 연기한 주현의 절제된 연기에 새삼 놀랬다. TV에서건 전작 고독이 몸부림 칠 때에서 배중달의 모습에서건 시끄럽고 뭔가 시시껄렁한 것 같은 모습은 오간데 없다. 이런 철저한 이미지 변신이 수많은 연기 경험에서 오는 게 아닐까 싶었다.



                          &


나의 하늘

                  - 이 해 인

그 푸른빛이 너무 좋아
창가에서 올려다본
나의 하늘은
어제는 바다가 되고
오늘은 숲이 되고
내일은 또 무엇이 될까
나는 날마다
희망을 긷고 싶어
땅에서 긴 두레박을
하늘까지 낸다

내가 물을 많이 퍼가도
늘 말이 없는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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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ed by 뮤링 at 2005/01/19 21:23  
보고 싶긴한데.. 이런 멜로물만 보면 왜이리 눈물이 나는지...ㅜ.ㅜ
나중에 혼자 봐야겠어요...ㅋ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5/01/20 12:26  
뮤링님은 감수성이 풍부하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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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The Bridget Jones : Edge of Reason, 브리짓 존스의 일기 : 열정과 애정은 순전히 전작 때문에 봤다. 잘 아는 선배가 영화에서 보여주는 브리짓의 싱글 모습과 그 행동 양식에서 너무 공감을 했다는 말에 1편을 봤는데, 사실 완전히 공감하지는 못했었지만 그래도 즐겁게 영화를 보기에 충분한 영화였기에 후편으로 나온 The Bridget Jones : Edge of Reason, 브리짓 존스의 일기 : 열정과 애정보지 않았나 싶다.

 배역은 1편에서 보여 줬던 Renee Zellweger, Colin Firth 그리고 Huge Grant 그대로다. 대신 전작과 달라진 점이라면 전작이 솔로로써의 모습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 영화는 남자친구가 생기고 나서 티격태격 싸우는 것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는 정도. 그러면서도 젊은 연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지 않나 싶다.

 영화를 보면서 눈에 띄는 건 브리짓을 연기한 Renee Zellweger의 영국 액센트 강한 대사다. Renee Zellweger가 나온 Cold mountain이나 Down with Love에서 보면 약간 코맹맹이 소리 느낌의 어조가 특이했는데 그것에 대비되 되려 철저한 영국 액센트가 눈에 띈다.

그리고 전편에 이어 20대 후반의 젊은 여성에게 특히 정서적 공감을 많이 얻고 있지 않나 싶다.



                                         &


  7월령 - 장마
                      - 유 안 진

칠칠한 머리채 풀어
목을 놓아 울고 싶구나
뼈가 녹고 살이 흐물도록
이승 너머 저승까지

모질게 매듭진 인연
그만 녹여 풀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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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Polar Express, 폴라 익스프레스는 동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동화 같은 영화다. 성탄절의 산타는 원래 없는 존재이고 다만 부모님이라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을 영화는 과감히 아니라고 말한다.

 동화 같은 영화이란 사실로 인해 어린이의 눈을 가지고 있지 못한 나는 보통 어린이가 영화를 보고 나서 즐겼을 만큼의 즐거움은 얻지 못했다. 그렇지만 살펴 볼꺼리가 없는 건 아니다. 퍼포먼스 캡쳐라는 말을 사용했지만 결국은 사람 몸에 센서를 붙여 놓고 하는 모션 캡쳐를 의미하는 것 같은데, 그 퍼포먼스 캡처를 통해 도저히 컴류터 그래픽으로만은 볼 수 없는 이미지를 너무 잘 만들어 냈다. 컴퓨터 그래픽이라기 보다는 그냥 실사 영화를 보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특히 기차에 타고 있는 흑인 소녀는 그런 느낌이 더 강했다. 그리고 북극까지 기차를 타고 가는 과정과 북극에서의 모습 또한 많은 상상력이 동원되었음이 여실히 보인다.

 이런 점이 이 영화의 장점이긴 하지만 그래도 결국은 성인이 보기에는 조금은 미흡한 점이 없지 않다. 그래서 꿈과 희망이 가득한 어린이가 보기에 더 적합하다는 생각.

 영화를 보다 보면 기차가 어디를 가느냐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중요한 건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그 기차에 올라 탈 것인가라고 말한다.

 정말 기차가 어디를 가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꺄? 아직은 내가 그 진정한 의미를
알기에는 역부족인 듯 싶다.



                                               &



사랑은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 용 혜 원

우리들이 사랑하며 지낸 날들은 추억 속에서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모든 순간들은 참으로 소중한 시간들이다.
그 소중한 순간들은
사랑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물감이 색칠해놓은 풍경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던 모든 시간과 공간은
사랑의 자취와 흔적이 남아 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면 오늘 이 순간들이
어느 날 문득 생각해보아도 좋을 그날로
어느 날 문득 기억해보아도 좋을 그날로
늘 그리워지는 좋은 날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늘 만나던 장소
우리가 함께 거닐던 길
우리가 함께 있던 모든 곳들이
눈을 감고 생각해보면
눈앞에 그대로
아름답게 펼쳐지는 풍경이 되어야 한다.

우리들이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는 날들을
감동 속에서
아름다운 풍경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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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예모 Yimou Zhang 감독에 금성무 Takeshi Kaneshiro, 유덕화 Andy Lau 그리고 장쯔이 Zhang Ziyi 주연의 영화 戀人, 연인. 감독과 주연 배우의 면면을 살펴보면 중국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 아닐까? 게다가 크게 흥행한 전작 영웅 이은 또 하나의 사극이었으니 사람들의 관심을 살 만하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작품이라 하기에는 이야기가 부족하지 않는가?

 대충의 내용은 이렇다. 부패한 당나라 정부에 반란을 일으키는 비도문과 그 비도문의 세력을 일망타진하려는 진(금성무)와 리우(유덕화). 그 중 진이 비도문 문주의 딸이라고 생각한 메이(장쯔이)에게 접근하는데 처음에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접근이었지만 여러 번의 위기를 넘기면서 진짜 사랑으로 변하고 만다. 하지만 비도문의 숨은 스파이였던 리우는 3년 동안 메이를 사랑하며 기다려왔다. 그렇지만 메이는 단지 3일 밖에 함꼐 있지 않았던 진에게 마음이 기우는데 그로 인해 리우는 질투심에 불타고 결국은 리우가 던진 칼에 메이가 맞고 만다는 이야기다.

 그냥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 같은 것이 아닌 그저 사랑을 위해 모든 걸 버리는 보통의 통속적인 이야기다. 더 좋은 내용과 훌륭한 장면이 더 나올 수도 있을 것인데 그렇지 못해서 아쉬었을까?

 그렇지만 메이가 춤 추는 장면과 대나무 밭에서의 전투 장면은 훌륭하다.



                                            &


물 위를 걸으며

                           - 정 호 승

물 속에 빠져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물 위를 걸으면
물 속에 발이 빠지지 않는다

물 속에 빠져
한마리 물고기의 시체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물 위를 걸으면
물 속에 무릎이 빠지지 않는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주어진
물 위를 걸어가는
이 짧은 시간 동안

물 속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지 말고
출렁출렁 부지런히 물 위를 걸어가라
눈을 항상 먼 수평선에 두고
두려워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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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자키 하야오.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보면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의 신작 ハウルの動く城, 하울의 움직이는 성, Howls Moving Castle.
 사실 이 영화는 만나는 과정이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같이 보기로 한 사람들이 약속 시간에 늦은 탓에 기분이 유쾌하지 않게 영화를 봤고, 앞 부분 10분은 아예 보지도 못했다. 이런 이유로 내용이 완벽하게 이어지지 못해서였을까? 영화를 다보고 난 뒤 재미남이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인크레더블을 보고 난 뒤에 본 것이라 비교해 보면 훨씬 재미 없더라는 느낌도 들 정도.

 18살 소피가 황무지 마녀에게 건 주문 때문에 늙은 할머니로 변해 버리고 그로 인해 집을 떠나는 소피는 무대가리 허수아비의 안내로 움직이는 하울의 성에 도착해 가정부 노릇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벌어지는 일이 이 영화의 내용이다.

 앞에도 잠깐 언급했듯 영화가 주는 재미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그리인해 OST조차 귀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 보면 히사이시 조가 만든 OST가 대체로 수준급이라는 평. 그래서 짬이 되면 다시 한 번 들어볼 생각이다.



                                     &


한번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 김 재 진

한번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그때 그 용서할 수 없던 일들
용서할 수 있으리
자존심만 내세우다 돌아서고 말던
미숙한 첫사랑도 이해할 수 있으리
모란이 지고 나면 장미가 피듯
삶에는 저마다 제철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찬물처럼 들이키리
한번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나로인해 상처받은 누군가를 향해
미안하단 말 한마디
건넬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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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The Incredibles Incredibles라는 제목이 뜻하는 그대로 놀랍게 재미난 영화였다. 그냥 이 근래 본 가장 재미난 영화였다라는 말이 더 적합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주인공들의 모습은 기존의 잘 만들어진 예쁜 모습이 아니다. 그냥 주인공만을 살펴보자면 전작 니모를 찾아서를 만든 팀이 제작한 팀이 정말 맞을까 싶을 만큼 예쁘게 그려진 캐릭터가 아니다. 하지만 탄탄한 이야기에 감칠맛 나는 에피소드들이 별로 세련되지 못한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을 금세 잊게 해줬다.

 이 영화 The Incredibles은 영웅으로 살아가던 인크레더블이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야만 하게 되다가 다시 영웅으로 돌아가면서 생기는 일에 대한 이야기다.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 인크레더블, 온 몸이 자유자재로 늘어 나는 그의 아내 엘라스틴걸, 투명인간이 되고 방어막을 칠 수 있는 딸 바이올렛, 엄청나게 빠르게 달려서 심지어 물 위까지 달리는 대시 그리고 인크레더블의 친구 프로즌이 악당 신드롬에 맞서서 결국은 이긴다는 내용이다.

 거기에 중간에 나오는 디자이너 E와 인크레더블의 막내 잭잭이 보여주는 에피소드 역시 이 영화가 주는 큰 즐거움이다.

 

                                   &


산에 꽃이 피는 것은

                         - 남 윤 희

산에 꽃이 피는것은
산짐승의 천진스런 마음이
산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들에 꽃이 피는것은
들빛에 물든 세월의 인내가
땅속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에 꽃이 피는 것은
잠시 삶에 지친 고단한 오후 햇살에
살짝 옷을 벗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내마음속에 꽃이 피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미소를 머금고
삶의 궤적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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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와 앨리스, 花とアリス, Hana & Alice는 이와이 슈운지 (岩井 俊二)의
가장 최근작이다. 사실 90년 대 말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영화 동호회에
이와이 슈운지의 열풍이 불었었다. 그 당시 그의 영화를 보면서 많은 공감을 했었는데, 아쉽게도 전작 ‘릴리 슈슈의 모든 것, リリィュシュのすべて, All About Lily Chou-Chou’에서도 이 영화 하나와 앨리스도 아쉽게도 제작자와의 공감대가 별로 형성되지 않았다.

하나와 앨리스는 어릴 적부터 단짝 친구이다. 그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는데 하나는 미야모토라는 선배를 좋아하게 된다. 그러면서 머리를 다친 미야모토에게 당신은 머리를 다쳐 기억상실증에 걸렸으며 내게 사랑고백 한 걸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고 미야모토와 앨리스가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일이 복잡해 진다.

이런 이야기의 영화인데 영화의 많은 부분을 핸드핼드로 촬영해 영화는 흔들리는 화면을 자주 보여준다. 그러면서 영화 속 화면의 흔들림 만큼이나 일본 10대 여고생의 감성을 잘 표현해 준다. 이런 점이 이와이 슈운지가 가지는 장점이 아닐까? 

그렇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이성으로는 이해할 것 같지만 감성적으로는 이와이 슈운지의 스타일이 나와 별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것의 방증일까?



                                &

살구꽃 피는 강마을 풍경

                                      - 정 민 호

하늘이 강가에 내려와 구름처럼 살구꽃이 인다.
군데군데 자즈러지게 모여 피는 꽃들이
물 위에 떠서 하늘에 닿는다.
하늘에 닿으면 별이 된다
수많은 별들이 흩어진 강가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꽃비 소식을 들으면서
모두들 별이 되어 산다.
초가집들이 스레트집으로
골목길이 조금 넓어는 졌지만
이 마을에서는 그 때 그 사람들이 산다.
살구꽃 피는 이맘때쯤이면
삼월 삼짇날 진달래도 핀다.
진달래 피는 강가에 서면
이 마을 사람들이
모두 거꾸로 강을 건너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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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가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영화를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의 하나가 바로 'Matrix, 매트릭스' 다.

 보통 잘 만들어진 영화라면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본다고 해도 그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기 마련일 텐데, 'Matrix'의 경우는 좀 달랐다. 아마도 2편과 3편을
상영관에서 본 영향이 있을 것인데, 처음 개봉하고 보고 받았을 느낌 보다 지금
받는 느낌이 더 강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물론 1999년에도 Web을 포함한 NET이 우리 생활 깊숙히 스며들어 있었지만
5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지금만큼은 아니다. 그리고 어쩌면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가상현실의 실현 가능성의 싹이 그 때 보다 더 생겨나서 더 강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앞으로의 세계는 Net을 통한 가상현실의 세계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영화 같았다. 그렇지만 Web에서 느낄 수 있는 가상 현실이 모든 실제 현실을 대체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잊지는 말자.

 그렇다고 Net의 위력을 간과하지도 말고.....



                  &

     대 둔 산

                            - 박 해 옥

사는 일이 굳은 떡 먹은 듯 목이 메이거든
일합에 승부 낼 듯 휘두르던 것들을 내려놓고
잠시 속세마을을 떠나 그 산을 오르면
굉굉한 폭음처럼 치솟는 푸름이
다발 돈을 풀어도 살 수 없는
생생한 산기를 공으로 얻을게요

엔터키 한번 잘못 친 죄로
쓸만한 텍스트는 다 날려보내고
방향탐지기가 어질병 걸려 골이 빠개지겠다 싶을 때
엽기뉴스도 안 들리고 연락폰도 함구하는
하늘 가까운 그 산을 오르면
피톤치트를 물고 휘달리는 녹풍이 사관을 틔우고
마음을 끄집어내
옥빛 계류에 설설 흔들어 빨아 입으면
반신불수 영혼이 원기를 찾을게요

거기 천년을 말뚝 박아 사는 절 뜰을 지나
동양화처럼 앉아 있는 산길을 들면
발장단 빠른 악대들의 돌돌 꼬로록돌 자연음악
산 아이들 뱃종 배뱃종 동시 낭송 듣기 좋아

등이 가뜬 하리다
올 여름 내내
땀등거리 입고 원두막 앉아
풍뢰 맞는 기분으로 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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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인 느낌?
그랬다.
방 안의 사물들이 날아다니고 그리고 몽환적인 상태가 깨지고
이내 괴로움에 빠지고 이내 우울함에 빠져 버리는 느낌을 주는
초반 장면들로 영화 ‘얼굴없는 미녀’는 내게 왔다.

사실 ‘얼굴없는 미녀’라는 제목은 마치 귀신이 난무하는 호러물이
아닐까 싶은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은
무서운 호러물 보다는 한 사람의 슬픈 내면을 천천히 읽어나가는
기분 정도였다.

자신의 환자를 사랑하게 되버린 남자 석원. 그리고 경계선 신경증이라는
정신 질환으로 인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버림 받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여자 지수.
결국은 최면 상태에서 환자와 의사간의 넘어서는 안되는 선까지 넘어선
그들. 그리고 서로를 통해 보는 서로의 의식 상태.
거짓말 놀이.

일견 논리적인 듯하면서도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것 같은 영화였다.

언론에서 이 영화를 이야기 하면서 빼놓지 않는 것이 지수(김혜수)의 노출
장면인데, 노출 장면 보다는 극중 지수가 보여주는 스타일을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


     물고기에게 배운다
                                        - 맹 문 재

개울가에서 아픈 몸 데리고 있다가
무심히 보는 물 속
살아온 울타리에 익숙한지
물고기들은 돌덩이에 부딪히는 불상사 한번 없이
제 길을 간다
멈춰 서서 구경도 하고
눈치 보지 않고 입 벌려 배를 채우기도 하고
유유히 간다
길은 어디에도 없는데
쉬지 않고 길을 내고
낸 길은 또 미련을 두지 않고 지운다
즐기면서 길을 내고 낸 길을 버리는 물고기들에게
나는 배운다
약한 자의 발자국을 믿는다면서
슬픈 그림자를 자꾸 눕히지 않는가
물고기들이 무수히 지나갔지만
발자국 하나 남지 않은 저 무한한 광장에
나는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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