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http://withthink.textcube.com2009-08-16T18:15:520.31010

노나카 이쿠지로 戸部 良一 , 스기노오 요시오 寺本 義也, 데라모토 요시야 寺本 義也, 가카타 신이치 杉之尾 孝生, 도베 료이치 村井 友秀, 무라이 도모히데 野中 郁次지음 | 이승빈 감수, 박철현 옮김 | 주영사 | 2009 6 

 

 

카네기 인생과 직업처럼 성공에 대한 논의를 하는 책은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성공학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는 독자들의 성에 차지 않았는지, ‘실패를 다룬 실패학에 대한 책도 근래들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제가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왜 일본 제국은 실패햐였는가? : 태평양 전쟁에서 배우는 조직경영을 읽을 생각을 했던 것도 이러한 실패학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책은1939년 일본과 소련 간에 일어난 노몬한 사건을 비롯해 제2차 세계대전 중 미드웨이, 과달카나, 임팔, 레이터, 오키나와 전투에 관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모두가 일본군이 진 전투라는데 공통점이 있습니다. 책의 저자들은 이러한 전투를 통해 일본군이 질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을 조직론의 입장에서 전략과 조직에서 찾습니다.


사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었지만,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일제강점기의 슬픈 와 그들이 대동아 공영권을 주장하며 행사했던 영향력을 알고 있어서, 그 시절 그들의 역량은 대단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일본군이 사병과 부사관들은 용맹함을 넘어 악질적이었으나 정작 그들을 지휘한 장교는 허술한 작전과 유연하지 못한 조직 체계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게다가 정보, 첩보, 수색과 같은 정보전과 보급, 병참 등을 정신력 강조를 통해 극복하려 했다는 사실은 실망이었습니다. 겨우 이러한 조직 체계로 대동아 공영권을 이루려 했고 그 시절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을 보면, 그 시절 우리나라를 포함해 여타 아시아 국가의 역량이 정말 형편없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반복하는 감이 없진 않지만 저는 이 책을 비교적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실제 작전 일지를 통해 전투를 이야기하는 책을 이전에는 읽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나치게 졌다는 사실에 관심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통에, 일본군이 가졌던 장점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또한 구체적인 실례를 통해 조직론 차원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지만, 그 인식의 폭과 논리적 이야기 전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스탠퍼드 교수 제프리 페퍼의 책에 관심을 갖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http://withthink.textcube.com2009-08-09T14:12:000.31010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Carlos Ruiz Zafón 지음 |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9 7


 

최근 스페인 소설 둥근 돌의 도시 : 생각이 금지된 구역, La piedra redonda’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스페인 소설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읽어나갔지만 2008년도 베스트셀러라는 찬사가 무안할 정도로 책을 읽어나가는 재미가 없었다는게 그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미스매치는 우리와 스페인의 문화적 코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 같다는 말로 이야기를 마쳤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스페인 소설에 도전했습니다. 이번에는 제목이천사의 게임 1 & 2,  El Juego Del Ángel / The Angel's Game이라는 책으로 미래 세계를 이야기한 둥근 돌의 도시와는 다르게 1917년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이 책은 밑줄 긋는 여자 : 떠남과 돌아옴, 출장길에서 마주친 책이야기와 ‘노란 불빛의 서점 :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The Yellow-Lighted Bookshop: A Memoir, a Memoir, a History그리고 죽도록 책만 읽는과 같은 책을 소재로 한 내용의 책입니다. 그렇다고 책의 형식까지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책이 독서를 소재로한 개인 에세이나 독서 노트의 형식으로 책 이야기를 펼처나가는 반면에 이 책 천사의 게임은 책과 작가를 둘러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소설입니다.

 

책을 읽어 가면서 초반에 눈에 띈 구절이 하나 있습니다. 작가는 이 내용을 이야기 전개를 위해 놓은 것으로 보였지만, 최근 주위에서 몇 차례 이런 사람들을 접해야 했던 경험이 이 구절을 더 유심히 볼 수 있게끔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질투와 시기는 평범한 이류 인간들의 종교라네. 질투는 그들에게 기운을 주고, 그들을 마음속으로 갉아먹는 불안감에 화답하며, 무엇보다도 그들의 영혼을 썩게 하여 천한 행위와 탐욕을 합리화하게 해 주지. 그래서 심지어 그들은 탐욕과 천한 행위가 미덕이며, 천국의 문이 그들처럼 불행한 사람들에게만 열릴 거라고 믿지. 그들은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며 따돌리고 파괴하려는 추잡한 시도 이외에는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평생을 보내는 사람들이네. 그들은 자기보다 나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그들이 실제로 자기보다 낫다는 이유만으로 질투와 시기를 일삼으면서, 자신들의 영혼과 마음과 기운이 천박하기 그지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람들이야. 그 멍청한 작자들이 짖어 대는 사람들에게 축복을 내리소서. 그의 영혼은 절대로 그 바보들과 같지 않사옵니다.                                                                                         30

 


책에 내용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책과 작가를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초반 부에는 어린 시절 고난의 고난을 이겨내고, 작가로 성장하는 주인공 다비드 마르틴의 성장 소설로 보였습니다.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지긴 했겠지만, 그래도 1920년을 전후로 한 스페인의 상황을 현실주의적인 시각을 통해서 잘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실주의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이야기는 어느 순간에 갑자기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모습을 바꾸어버립니다. 그리고는 그 둘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주인공 다비드 마르틴의 성장소설의 모습을 비롯해 그와 크리스트나 사니에르 그리고 이사벨라 히스페르트의 사랑을 둘러싼 로맨스 소설, 또한 다비드 마르틴과 그의 편집인이자 후견인인 안드레아이스 코렐리와 마르틴의 집의 전 주인 디에고 마를라스카 폰힐루피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환타지 소설 그리고 마르틴과 형사 빅토르 그란데스을 포함한 사람들과 벌이는 서스펜스 추리 소설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이야기는 펼쳐집니다.

 

이 책 천사의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읽어나가는 재미입니다. 다양한 스타일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풀어나가는데다가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이 종종 등장하기 때문에, 책의 분량이800여 쪽에 달하지만 독자들이 책에 대한 흥미를 읽지 않도록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가 읽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한 내용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이야기의 짜임새가 보여주는 얼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짜임새의 구조가 허술 한 것 같으면서도 큰 틀에서는 그 구조가 얼추 잘 맞아 들어갑니다. 또한 짜임새가 허술하면 줄거리가 쉽게 보이기 마련인데,  이 책은 독특하게도 짜임새가 허술해 보이면서도 예측과는 다른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책 천사의 게임800여 쪽의 달하는 분량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나가기에는 아쉬움이 없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http://withthink.textcube.com2009-08-05T15:01:420.31010

성수선 지음 | 웅진윙스 | 2009 7

 


1.     책에 대한 책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밑줄 긋는 여자를 읽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ego2sm님 덕분입니다. ego2sm 님의 포스트를 보지 못했다면, 내 어설픈 기억으로 인해 책 읽어주는 여자, La Lectrice’와 혼동하고선 전에 읽었다고 생각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책 읽어주는 여자밑줄 긋는 여자이 둘은 모두 책에 대한 책이지만, 전혀 다릅니다. 전자가 책 읽어주는 행위를 매개로 청자의 욕망을 실현해 주는 여자에 대한 소설인 반면, 후자는 책 이야기라고 하고 있지만 결국은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 놓은 에세이입니다.


떠남과 돌아옴, 출장길에서 마주친 책이야기.

 

이 책의 부제입니다. 책의 부제는 마치 '죽도록 책만 읽는'을 떠올리게 합니다. 물론 다른 점도 있습니다. ‘죽도록 책만 읽는의 저자 이권우가 책과 독서를 직업으로 하는 전문가라면, 이 책 밑줄 긋는 여자는 자신의 일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회사원으로 독자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책 밑줄 긋는 여자는 독자의 입장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는 점에서 노란 불빛의 서점 :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The Yellow-Lighted Bookshop: A Memoir, a History’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솔직함  

 

 앞서 이 책은 독자의 입장에서 풀어 놓은 책 이야기라고 했습니다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책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저자인 성수선은 28편의 에세이를 통해 자신이 읽었던 책 이야기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책 속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것도 아주 솔직하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솔직하다는 점입니다. 저자 성수선은 자신의 독서 노트를 풀어 놓는다며 평론가를 흉내를 내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의 일상을 솔직하게 풀어 놓습니다. 그리고 이 솔직함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합리와 논리를 동원해 책의 내용이 옳고 그름을 따지고, 좋고 나쁨에 대한 불만을 미연에 방지합니다. 대신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함께 공감합니다.


 

3.     내 삶을 되돌아 보기


 책을 읽어가면서 저자의 솔직함은 저로 하여금 스스로를 되돌아 보게 만들었습니다


- 나는 과연 맛있는 걸 먹으면 떠오른 사람이 있었던 적이 언제였나?

- 무조건적인 지지와 격려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내게는 왜 없을까?

- 내 일을 불평하기 전에 왜 내게 부족한 것이 훈련이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이런 질문만이 아닙니다.


- 내 욕망을 채우기 위해 상대의 진심을 이용해 놓고도 상대의 진심을 요구한 적 없다며 스스로를 떳떳하게 여겼던 나.

- 혼자서는 가치관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고 하면서도 실은 일상의 무심함 뒤에 숨어 있는 나.    


 이렇게 부끄러워 외면하고 있던 자화상까지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4.     아쉬움


 그렇다고 해서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 그 문체가 얼마나 간결한지부터 살펴 봅니다. 물론 저자 성수선의 문체가 늘어지는 만연체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좀 더 짧고 간결한 표현을 선호하는 제게는 더 간결한 문제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저자의 온라인 서재도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http://withthink.textcube.com2009-08-02T14:08:250.3410

닉 혼비 Nick Hornby, 닐 게이먼 Neil Gainman, 조너선 사프란 포어 Jonathan Safran Foer 외 지음 | 이현수 옮김 | media2.0+ | 2009 7

 

 

1. 더운 여름에는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고 싶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계속 소설에 눈이 갑니다. 처음에는 우리 사회의 병폐를 이야기하는 도가니같은 책에 관심이 갔습니다. 하지만 팍팍한 현실을 버겁게 살아가간다는 핑계로  책 속 이야기가 가지는 당위성(當爲性)은 인정하면서도 진실로 추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 간격에서 오는 우울함 때문에 유쾌하고 발랄한 이야기의 소설이 읽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매력적인 제목을 가진 둥근 돌의 도시 : 생각이 금지된 구역, La piedra redonda’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기대했던 유쾌하고 발랄한 이야기 대신 따라 가기 힘든 이야기 전개와 논리로 실망만 잔뜩 얻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선택한 책이 바로  픽션 ; 작은 나라와 겁나 소심한 아버지와 한심한 도적과 자식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엄마와 아이를 두고 페루로 가 버린 부모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새와 위험하지 않은 대결과 이상한 휴대전화와 당신이 모르는 뉴욕의 비밀, Noisy Outlaws, Unfriendly Blobs and Some Other Things That Aren't As Scary, Maybe, Depending On How You Feel About Lost Lands, Stray Cellphones, Creatures From the Sky, Parents Who Disappear in Peru, A Man Names Lars Farf, And One Other Story’입니다.  처음에는 무슨 이런 제목이 있나 싶었지만, 금세 사회적 평폐나 따라가기 힘든 남의 나라 이야기와는 거리가 먼 단편 소설의 모음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이 책이야말로 유쾌하고 발랄한 이야기를 기대하기에 적합한 책이라는 기대치를 가지고 읽어 나갔습니다.


 2. 픽션

 이 책 픽션 ; 작은 나라와 겁나 소심한 아버지와 한심한 도적과 자식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엄마와 아이를 두고 페루로 가 버린 부모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새와 위험하지 않은 대결과 이상한 휴대전화와 당신이 모르는 뉴욕의 비밀, Noisy Outlaws, Unfriendly Blobs and Some Other Things That Aren't As Scary, Maybe, Depending On How You Feel About Lost Lands, Stray Cellphones, Creatures From the Sky, Parents Who Disappear in Peru, A Man Names Lars Farf, And One Other Story’은 제목의 첫 단어 그대로 픽션입니다. , 사실이 아닌 상상에 의하여 쓰여진 이야기입니다. 물론 소설이야 전부 픽션입니다만, 많은 경우 이야기의 뿌리는 작가의 경험에 바탕을 두기 마련이고, 많은 경우 그렇게 경험한 사실을 바탕에 두고 거기에 상상에 의한 이야기를 덧붙이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봤을 때 이 책은 철저하게 픽션입니다. 실제로 이 책을 보면서 어린 시절에 읽었던 로알드 달, Roald Dahl찰리와 초코릿 공장, Chariel and the Chocolate Factory’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여러 명의 작가의 단편 모음집입니다.



3. 잠자리에서 읽기에 적당해 보이는 10편의 단편소설

 이 책은 열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소설은 찰리와 초코릿 공장을 읽을 때 만큼, 현실 세계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보다는 동화라고 부르는 편이 더 좋아 보입니다. 제게 동화라고 이 책의 이야기를 지칭했다고 해서, 이 이야기들을 폄하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도 이미 존재하고 있거니와 이 책에서도 작가들의 재치와 위트가 돋보이는 여러 편의 이야기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10편의 이야기 분량이 250 쪽도 되지 않아 한 편 한 편 읽어 나가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짧은 단편 소설을 한 편씩 읽고서 잠자리에 든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는데, 적당한 분량과 쉽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로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잠깐씩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아쉬움

 앞서 짧은 분량과 쉽고도 재미있는 이야기로 구성된 것이 이 책의 장점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은 이 책의 단점이기도 합니다. 분명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는 독자에게는 즐겁고 재미있는 책이지만 깊이 있는 독서를 하기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진지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선호하는 분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http://withthink.textcube.com2009-07-26T17:12:230.3610

마누엘 F. 라모스, Manuel F. Ramos 지음 | 변선희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둥근 돌의 도시을 보면서 눈에 들어온 것은 제목보다도 생각이 금지된 구역이라는 부제였다. 과연 생각이 금지된 구역은 어떤 곳일지에 너무 궁금했고, 2008년 스페인 베스트셀러라는 선전문구가 책에 대한 기대치를 더하게 했다. 거기에 예전에 버스탈취사건을 읽었을 떄 작가의 머리 속에서 놀고 온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 책 둥근 돌의 도시역시 읽으면 그 때와 비슷한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책의 내용은 생각이 금지된 구역이라는 부제에 어울릴 만큼 어이가 없다.  49세기를 배경으로 내리막을 달리기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공무원인 카르멜로가 우연한 기회에 대통령의 핸드백을 훔쳐 달아나는 도둑을 잡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기까지는 그러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도둑을 잡으면서 카르멜로는음으로써 스타가 되고, 미인인 대통령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다가 권력을 두고 벌이는 암투에 빠지들게 된다. 책은 한 순간에 평번한 사람이 영웅이 되고, 권력 투쟁의 희생양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황당하고 어이없게 풀어나간다. 그 속에 온갖 권모술수와 부정부패, 권력투쟁, 비양심의 행동이 난무하고 역시 얼토당토 않은 전개를 바탕으로 권력의 암투에서 주인공 카르멜로도 벗어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얼토당토 않은 내용에 비해 책의 선전문구는 화려하다. 일상적인 것을 벗어나면서도 평범한 진리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책 소개에서 시작해 방향감각을 잃은 우리시대를 비꼬고 있는 책인데닥, 앞서 언급한 대로 2008년 스페인 베스트셀러까지 어느하나 관심을 끌지 않는 것이 없다. 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스페인에서의 이야기다. 잘짜인 시나리오르 바탕으로 속에서 작가의 머리속에서 즐겁게 놀다가 오기를 놀음에 놀아나는 즐거움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얼토당토 없는 내용이 연결되지 않은 토막으로 잔뜩 늘어 놓은 글에 불과했다.있을 뿐이다. 그래서 재미있고 즐겁자고 본 책 봤는데, 마지막 장을 읽어야 겠다는 의무감으로 겨우 덮을 수 있는 책이었다. 마쳐야만 했다. 

반응형
반응형

http://withthink.textcube.com2009-07-19T04:43:010.3810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6

 

 작가 공지영은 유명합니다. 그녀의 작품을 직접 읽어 본 적이 없는 제게도 작가로써 그녀의 이름은 익숙합니다. 게다가 각종 연론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었던 그녀의 책에 대한 보도와 책에서의 담론이 시대에 미치는 영향도 몇 차례 지켜 보았습니다. 그런 그녀의 영향력이 그래서 지금 이야기 하려는 그녀의 소설 도가니는 직접 읽어 보고 싶게했습니다.

 

유명 작가의 소설인 만큼 작가그녀의 전작들과 비교해가며 읽으면 좋겠지만, 앞서 고백한 대로 저는 작가 공지영그녀의 책을 본 적이 없습니다. 대신 영화화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스크린에서 본 적이 있이 있는데, 습니다. 각기 서로 다른 개인의 내면에 집중하고 그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어서, 그래서 소설 ‘도가니’도 에서 역시 개인의 내면에 집중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책의 첫장을 펼쳤습니다.

 

책은 작가 김승옥의 무진기행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합니다. 무진기행 속 무진은 탈일상의 공간입니다. 이고 또한 무진기행에서의 깊은 안개는 허무를 나타냅니다. 처음에 저는 이 책 도가니’도 무진기행에서의 무진과 그 안개의 의미를 개승하줄 알았습니다.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가부장적 사회에서 억압받는 여성의 삶을 조명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녀가 이제는 60년대 문학의 향수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낌새가이내 뭔가 이상합니다. ‘메시지시스템같은 단어의 을 굳이 으로 적어 놓아서 바꾸어 읽어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끕니다.에게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들게 만듭니다. 그리고는 금세 이야기를 장애를 가진 어린 학생의 성폭행을 포함한 장애인 인권보호로 전환해바꾸어 버립니다. 솔직이 말하면 이 때 저는 좀 아쉬웠습니다. 작가는 아직도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문제의식에서 끈을 놓지 못한 386세대의 작가가 가지는 한계를 본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에 실망했습니다. 물론 MB로 인해 이 시대도 인권와 복지에 대한 담론에서 자유롭지는 못합니다만, 그래도 저는 한 시대를 풍미한 작가로써의 역량이라면 희망을 갖지 못하고 번민하는 이 시대의 젊은 영혼들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를 기대했기 했습니다.때문입니다.

 

하지만 작가는가 꾿꾿이 무진으로 축소된 우리 사회에서 진실이 안개 속에서 어떻게 외면 당하는지애 대한 이야기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진지하게진실을 외면하는지를 계속해서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저는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진실을 알면서도 안개를 탓하며 외면하는 무진 사람이 되기가 싫으면서도 지금 당면한 문제를 따라가는데도 벅찬 현실 속에서 진실에 맞서기 위해 제 일을 손에서 놓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 진실에 당당히 맞서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책 속 주인공인 강인호도 이런 고민을 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하고 그는 역시 결국 무진시를 떠나버리립니다.지만, 그런 그를 두고 작가는 굳이 그의 대한 판단 하지 않습니다. 독자의 가슴을 그렇게 들쑤시고는 그가 떠나는야기만 담담히 전해 줍니다. 작가는 문제 제기로 만족한 것일까요? 솔직히 말해 어쩌자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이 책 '도가니'에 대한 어떻게 이야기는 이렇게 끝을 맺는 것 말고는 별 도리가 없습니다. 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http://withthink.textcube.com2009-07-13T03:54:350.3810

루이스 버즈비, Lewis Buzbee 지음 |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096

 

책은 왜 읽을까요? 이 간단한 물음에는 책의 종류에 따라, 책을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대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 물음에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노란 불빛의 서점의 저자 루이스 버즈비는 그냥 좋아서라고 말합니다. 그는 평생을 책을 매개로 살아 왔습니다. 그래서 그는 직업마저도 서점과 출판사에서 일하며 책과의 인연을 이어온 사람입니다. 이 책 노란 불빛의 서점은 이렇게 탐서가로 살아온 저자가 자신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펼쳐 놓는 책입니다.

 

저는 책을 선택할 때 신중을 기하는 편입니다. 바쁜 일상은 현대를 살아가는 구성원이라면 피해 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의 추천이나 문학상 수상작, 누구나 인정하는 고전, 혹은 스스로 검증을 마친 작가의 책을 선택하는 편입니다. 이러한 선택 기준을 놓고서 이 책 루이스 버즈비의 노란 불빛의 서점을 보면, 이 책은 제가 딱 피해가야 할 기준에 들어갑니다. 인상적인 전작은 고사하고 이름조차 생소한 작가의 책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제 선택 기준과는 상이한데도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서점이라는 키워드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제가 우려했던 사항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전문 작가가 아닌 저자인 탓에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데 있어서 일관성과 깊이가 부족합니다. 저자의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책과 서점에 관한 자신의 이야기로 넘어가고, 또 저자의 어린 시절로, 출판업자의 이야기로 넘나듭니다. 거기에 객관적 입장에서 깊이 있는 서술을 지향하기 보다는 한 독서가의 입장에서 개인적 느낌을 적어가는 터라 내용이 전문적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이 책 노란 불빛의 서점을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책과 평생을 함께 해 온 한 탐독가에 대한 흥미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책을 좋아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에 대한 흥미로움은 이 책 노란 불빛의 서점을 편하게 읽어 나갈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이 책 노란 불빛의 서점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편한 마음을 가지고 재미있게 읽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심신이 지쳐있을 때나, 어려운 책을 읽은 후에 보면 더 좋을 것 같았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타일러 콜만, Tyler Colman 지음 | 김종돈 옮김 | 책으로 보는 세상 | 2009 4

 

 와인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을 통해서 였습니다. 비록 전편을 다 보지는 못했지만, 전문 내용과 더불어 만화가 주는 재미까지 여러 사람들의 호평이 무색하지 않은 만화였습니다. 그리고 최근 가끔이나마 술자리에서 와인을 접하게 되면서, 저도 와인에 대해 조금씩 흥미를 갖게 되었고, 그 연장선 상에서 그러한 일환으로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와인 정치학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볼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을 요량으로 들고 다니면서 자주 들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책이 와인에 대한 내용인지 정치학에 대한 내용인지에 대한 물음이 바로 그것입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에는 오늘 어떤 와인을 마시면 좋을지에 대한 대답 같은 것은 없습니다. 즉, 고로 와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은 아닙니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해서 정치학 책이라고 말하기에도 깔끔하지 떨어지지 않습니다. 정치가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하고는 있지만, 는 정치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와인을 둘러싼 특수 상황에 국한된 이야기이도 하거니와, 그들이 파벌을 이루어 싸우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기 때문입니다.되어 있어서, 정치학의 범주에 포함시키기도 어렵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책 와인 정치학은 와인을 매개체로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와인 제조업자를 비롯해 유통업자, 법을 제정하는 정치집단, 환경론자 그리고 와인 평론가에 이르는 와인과 관련된 다양한 군상의 모습을 포함하고 있습니다.이야기입니다. 게다가 그 무대 또한 미국과 프랑스에 주축으로 오스트레일리아와 아르헨티나까지 포함합니다.하고 있습니다. 즉, 와인을 둘러싼 이야기를 폭 넓게 포함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펼치면서도 내용의 깊이는 허술하지 않습니다. 이는 책 내용이 저자의 박사 학위 논문을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에 다루느 이야기의 깊이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이 책과 비슷한 종류의 책을 보고 있노라면 흥미진진한 시사 타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 들곤들게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의 경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와인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깊이있게 전개해 나가는 통에 이야기가 딱딱합니다.갑니다. 그래서 정확한 사실을 기반으로 한 내용을 선호하는 독자라면 몰라도 일반 독자에게는 자칫 지루하게 보일 여지가 큽니다. 사건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지만, 그 이야기는 독자에게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와인을 둘러싼 다양한 군상의 이야기가 보여 줄 라면 흥미진진한 내용을 기대하는  저와 같은 독자에게는 라면 지루함은 더 합니다.


 


반응형
반응형

 

 지난 5월 말에 '권력의 법칙 : 사람을 움직이고 조직을 지배하는 48가지 통찰, The 48 laws of power'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7월 중순을 접어드는 지금 책을 다시 갈무리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느낌이 첫 포스팅 때와는 사뭇 달라서 그 느낌을 몇 자 적어보려 합니다.

 

이 책에 대한 제 첫 인상은 너무 좋았습니다. 권력의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정도였으니까요. 물론 지금도 큰 틀에서 이러한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전에는 보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습니다. 바로 철저하게 역사 속 사례를 통해 권력을 이해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역사는 미래를 보는 창임에 틀림없습니다만, 그것은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연후에 가능합니다. 먼저 이러한 점에서 아쉬움을 갖게 합니다. 또한, 권력의 핵심적 속성을 사례를 통해 강화해 가지 않고, 결과에 따라 이야기를 풀어감으로써 비슷한 상황에서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는 여러 차례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사례 중심의 전개가 갖는 장점도 있습니다. 철저하게 사례 중심으로 670여 쪽에 달하는 분량을 채움으로써 권력 다툼에 대해서라면 어지간한 상황은 다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내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권력 다툼의 이면에 숨어 있는 목적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점을 상기해보면, 상대의 행동을 통해 목적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이 책이 갖는 가치는 정말 매우 큽니다. 하지만, 권력 다툼을 할 때 무엇이 중요하고 왜 해야 하는 철학적 물음에 대해서는 이 책이 특별한 해답을 제시해 주지 못합니다. 칼을 가지고 음식을 하는데 사용할 수 도 있고, 상해를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칼을 사용해야 하는가 보다는 음식을 하는데 있어서 칼의 다양한 사용법이나 어떻게 하면 더 큰 상해를 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 더 집중합니다.

 

이 책 '권력의 법칙 : 사람을 움직이고 조직을 지배하는 48가지 통찰, The 48 laws of power'은 분명히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과 단점이 뚜렷합니다. 아울러 단점도 있지만, 짧은 독서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이긴 하지만 이 책에서 보여 주는 장점 이상을 보여주는 책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만으로도 읽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덧붙임. Buckshot님의 로버트 그린과 마키아벨리 

         Inuit님의 권력의 법칙 : 권력 경영기술 48 


반응형
반응형


미리암 토우스, Miriam Toews 지음 | 황소연 옮김 | 눈과마음 | 20097


야릇한 친절, A complicated kindness’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이 책이 캐나다 총독 문학상과 의회 예술상 수상작이라는 점이 컸습니다. 세계문학상 수상작 내 심장을 쏴라를 비롯해, 나오키상 수상작인 채굴장으로, 切羽내 남자, 읽으면서 문학상 수상작은 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록 처음 들어보는 상이기는 했지만 캐나다 총독 문학상과 의회 예술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은 제게 이 책 야릇한 친절의 기대치를 높여 주었습니다.

 

이 책은 16살의 소녀인 노미 니켈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어 갈수록 노미의 이야기는 곧 작가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특히, 철저하게 어린 소녀의 시선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을 통해, 작가의 어린 시절이 많은 부분 이야기 속에 투영되어 있다는 사실을 짐작 할 수 있습니다. 노미의 가족은 아빠 레이 니켈, 엄마 트루디 니켈, 언니 태쉬 니켈, 그리고 노미 니켈 이렇게 4명입니다. 그 속에서 노미는 가족을 비롯해, 학교, 남자친구 같은 자신의 일상을 노미의 시각에서 독자에게 알려줍니다. 노미의 이야기 중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의 가족 이야기입니다. 노미 가족은 외적으로는 은둔을, 내적으로는 엄격한 집단 규율을 통해 강한 문화적 연대감하는 메노파 마을에 사는 메노파 교인이기 때문입니다. 메노파교는 삶보다는 죽음을, 축제보다는 고행을 가치 있게 보는 교파로 교회를 통해 엄격한 규율 속에 살아가기를 종용 받습니다.

 


하지만 프로테스탄트 근본주의자들의 절대적인 종교적 믿음과 그 이면에 숨겨진 위선과 속물성은 노미의 가족 구성원과 맞지 않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메노파 마을에서 마찰을 일으키게 됩니다. 앞서 이야기한 이면에 숨겨진 위선과 속물성은 여기서 빛을 발합니다. 교회는 절대적인 종교적 믿음으로 힘들어하는 노미의 가족을 더 잘 돌봐 주어야 할 것 같지만, 자신을 위해 교회는 노미의 가족 구성원을 하나씩 파문시켜 가족을 해체시켜 놓습니다. 그리면서도 한 편으로는 노미의 가족을 걱정하고 아울러 욕하기도 합니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노미의 가족을 통해 보여지는 절대적인 종교적 믿음에 숨겨진 위선과 속물성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을 잘 표현해서 두 차례의 문학상을 수상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있습니다. 캐나다 메노파와 우리의 현실, 특히 제 현실은 너무나 동떨어져있다는 점입니다. 그들의 눈에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통해 개선하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일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적어도 제게는) 소설 속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머리 속에서는 문제를 인식하고 노미를 쫓아가지만, 마음에서는 그런가 보다하는 수준을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16살 소녀의 시선을 통한 전개 방식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저자가 의도적으로 했는지는 모르지만, 종종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툭툭 끊기고는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곤 하는 것에서는 문학상에 걸맞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또한 가끔 제가 번역을 어땠을까 싶은 구절이 눈에 띈 것 또한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http://withthink.textcube.com2009-07-07T05:41:010.3810
반응형
반응형

미우라 시온, 三浦 をん 지음 |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7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 2, 風がく吹いている를 볼 생각을 하게 된 건 순전히 실수 때문이었다. 내 남자, 私の男’ 를 일전에 읽었는데, ‘ 내 남자는 그 내용과 형식이 정말 독특했고 아울러 비록 번역으로 원문의 맛과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 필력(筆力)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는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이 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예전에 나오키 상을 수상한 소설을 한번 더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만족하며 책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랐고, 이로 인해 ‘135회 나오키 문학상에 빛나는 미우라 시온 최신작이라고 된 소개 글은 내게 135회 나오키 수상작이라고 보였다. 그리고 이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이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도 뛰어난 작가의 읽을 만한 책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고 말았다.

 

일본 책의 특징은 디테일이다.

 

 Inuit님의 글 중일본 실용서 읽은 후의 아쉬움이라는 포스트가 있다. 좁은 범위의 이야기를 한 권이나 되는 분량으로 울궈내는 귀재라는 설명과 각론으로써의 가치는 인정하지만 하나의 키 아이디어에 적당히 살을 붙여 만든 책이 많아서 아쉬움이 있다는 내용이다. 사실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일본 책이기는 하지만 실용서는 아니라서 Inuit님이 말씀하신 카테고리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책도 좁은 의미에서 보면 일본 실용서적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코네 역전경주라는 간토학생육상연맹에서 주최하는 대학생 마라톤 릴레이에 관한 이야기로 2권의 분량을 채워가기 때문이다. 읽어가면서 역시 일본 책들은 디테일이 강하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하나의 키 이야기에 적당히 살을 붙여서 만든 것 이상의 수준이므로, 이 점에 관해서는 우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

 

책은 지쿠세이소라고 불리는 작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지쿠세이소가 비록 낡아 쓰러질 것만 같은 건물이기는 하지만 월세 3만엔에 식사까지 제공되는 요즘 보기 힘든 곳이다. 그곳에는 4년간 하코네 역전경주에서 달리는 것을 꿈꿔온 기요세 하이지, 일찌감치 사법고시에 합격한 유키, 늘 담배를 물고 사는 니코짱, 쌍둥이 형제 조지 로와 조타 로, 밥 먹는 것보다 퀴즈 프로를 더 좋아하는 킹, 이공계 장학생으로 일본에 온 무사, 늘 만화책에만 빠져 사는 왕자, 그리고 깊은 산골에 살면서 처음으로 도쿄에 있는 대학에 입학한 덕분에 고향에서 별명이 그대로 이어진 신동까지 9명의 학생이 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지쿠세이소 옆에 있는 간세 대학의 학생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지쿠세이소의 매니저 격인 기요세가 목욕을 하고 오던 길에 편의점에서 빵을 훔쳐 달아나는 사람을 우연히 보게 된다. 그런데 그 사람이 달리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그 사람이 바로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가케루다. 기요세는 가케루를 보자마자 가케루의 달리기에 매료(魅了)되고 마는데, 이는 가케루의 달리기는 자유롭고 즐거워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케루를 만난 기요세는 가케루가 머물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자 바로 지쿠세이소에서 함께 살 것을 제의한다. 갈 곳 없이 노숙을 할 작정이었던 가케루 역시 기요세의 제의를 받아들여 지쿠세이소에서 들어가는 것을 받아들인다.

 

지쿠세이소 주민 중에 기요세만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쿠세이소는 간세 대학 육상 경기부 단련소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대로 기요세는 4년간 10명이 팀을 이뤄 도쿄에서 하코네산을 교대로 왕복해서 달리는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가하는 것을 꿈꿔왔다. 그리고 가케루의 지쿠세이소에 끌어들이는 것으로 기요세는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가를 지쿠세이소 주민들에게 선언한다. 그리고 기요세와 가케루를 제외하고는 육상과는 떨어진 삶을 살아온 지쿠세이소 주민들이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여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하고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에 진출해서 달리는 지쿠세이소 주민들의 이야기다.

 

사실 책은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읽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이는 이 책이 청춘소설과 성장소설의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있다. 오로지 육상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가케루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이 인식하는 것보다 세상은 더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모습이나 달리고 싶어도 달리지 못하는 고통을 아는 기요세의 모습은 시련을 통해 한층 성숙된 인간으로 발전해 가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결과가 동반되지 않는 노력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며 세상과 반목하는 가케루나 사카키의 모습을 통해서는 그들의 모자란 부분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한다.

 

기요세는 각자의 성격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지도했다. 착실하게 그날의 연습량을 해내는 데 희열을 느끼는 신동에게는 좀더 상세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었고, 학구파인 유키에게는 그가 납득할 때까지 트레이닝법에 관한 토론에 응해주었다. 조타는 칭찬을 해주면 의욕이 생기는 타입이기에 연습 중에도 자주 칭찬을 해주었고, 방치해도 잘 달리는 조지에게는 굳이 달리기에 관한 화제를 꺼내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기요세는 주민들이 마음대로 달리게 했다. 연습방침을 정성껏 전달하고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약간의 어드바이스를 할 뿐인데도 주민들의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가케루는 마법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강요하지도 않고 벌칙을 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달리려는 마음이 생길 때까지 집념이 강하다 싶을 정도로 가만히 기다렸다. 그런 코치 방식이 있다는 것을 가케루는 처음 알았다.
                                                         P. 176 ~ 177
중에서

 

또 하나 이 책을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리더십에 관해서다. 리더십에 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상황에 맞추어 유연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근래 이야기되고 있는데, 책에서 나오는 기요세의 모습이 딱 그렇다. 일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어떻게 하면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늘 고민하며 살아가는데, 기요세의 모습을 통해 내가 추구해 나아가야 할 모습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또한 뛰어난 리더 못지않게 그런 리더를 잘 따르는 추종자의 모습 또한 지쿠세이소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개인적으로는 읽어가는 재미도 읽어가면서 생각할 꺼리도 많은 책이었기에, 과감히 읽어 보기를 추천.

반응형

'Books > Novel & A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가니  (8) 2009.07.19
야릇한 친절, A complicated kindness  (6) 2009.07.07
죽도록 책만 읽는  (16) 2009.06.22
스케치 쉽게 하기 : 캐릭터와 카툰 Character & Cartoon  (10) 2009.06.13
내 심장을 쏴라  (0) 2009.06.02
반응형

쑨자오룬, 孫肇倫 엮음 | 심지언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6


세상에는 정말 많은 책이 있고, 내용을 담고 있는 언어도 다양합니다. 그 수많은 책을 읽으려면, 직접 해당 언어를 배우고 읽어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현실 여건 상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고, 대신 해당 언어의 전문가가 우리말로 번역한 책을 통해 우리 말로도 세계 각국에서 출판된 책을 읽을 수가 있습니다.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를 꺼낸 건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지도로 보는 세계 과학사역시 번역된 서적이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굳이 특이한 점을 꼽으라면 보통 우리 출판계에서 번역 서적은 영어나 일어를 옮긴 것이 대부분인데, 이 책은 중국어를 우리 말로 옮긴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입니다. 중국 고전을 제외하고 중국 서적을 접할 기회가 사실 별로 없었는데, 최근에 읽은 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다 지나간다에 이어 또 다시 중국 서적을 읽을 기회가 생긴 것을 보면, 중국의 개방화로 이후 경제적 요소 뿐만 아니라 문화적 요소에서도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책 지도로 보는 세계 과학사의 제목을 봤을 때, 저는 '커넥션 : 생각의 연결이 혁신을 만든다, CONNECTIONS’ 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커넥션의 내용이 유사 이래 과학 발전에 대한 내용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서양 중심의 사고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내심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 책 지도로 보는 세계 과학사는 동양인 저자가 엮은 책인 만큼 서양 중심적 사고에서 한결 자유로운 서술을 기대케 했습니다.

 

책의 내용은 크게 중세 시대 이전과 이후로 구분 할 수 있습니다. 중세 시대 이전은 과학사라고 하기보다는 세계사를 서술하는데 과학에 대한 관심을 더 기울인 정도입니다. 그에 반해 중세 이후 근대 과학에 대한 이야기로 전환되면서 책의 내용은 한결 과학사 같은 느낌입니다. 거기에 저자가 중국인답게 중국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 하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입니다. 그렇지만 조금은 중화주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 같은 아쉬움도 있습니다.

 

저는 책을 보면서 계속해서 교과서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세계사와 과학의 전반적인 내용을 개괄하는 관점에서는 분명히 이 책의 장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교과서 같은 서술이 주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저자가 방대한 내용을 다루어서 그런지, 이야기의 깊이가 아쉽습니다. 저자 스스로가 명쾌한 이해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못하면, 독자 역시 이해를 하기 힘든 법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너무나 방대한 분량을 다루고 있어서인지 저자가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이 책을 보면서 여러 번 들었습니다.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교과서로서의 목적이라면 더 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 보다 더 깊은 이해를 기대한다면 이 책을 바탕으로 관련 분야를 더 공부하는데 기초 자료로 사용하면 될 듯합니다. 한 가지 더, 분명히 문헌자료 조사를 통해 저자는 내용을 서술해 갔을 텐데, 참고자료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고, 삽입되어 있는 삽화에 대한 출처 역시 따로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 점은 책을 보는 내내 아쉬웠습니다.



http://withthink.textcube.com2009-06-28T14:27:190.3810
반응형
반응형

이권우 지음 | 연암서가 | 2009 5


 최근 유명한 블로그 Inuit blogged 에서 나의 독서론 주제로 릴레이 포스팅을 했습니다. 자신에게 ‘독서은 [   ]이다’ 라는 문장에 빈 칸을 채워 넣고서 받은 릴레이를 다른 두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최근 정리하는 포스트를 봤는데, 책좋사 분들의 이름도 자주 눈에 띄어 반가웠습니다. 저도 릴레이에 참여했는데, 저는 ‘독서는[소통(疏通)]이다’라는 포스트로 릴레이를 넘겼습니다. 뜬금없이 독서론을 끄집어 내는 건,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이 책에 대한 이야기인 ‘죽도록 책만 읽는’ 때문입니다.

 

 사실, 이 책 죽도록 책만 읽는는 정말 고민되는 책이었습니다. 저는 기()를 쓰며 책을 가까이 하려고 발버둥치며 살아갑니다.놓고 살려고 발버둥칩니다. 그런데도그러지만 저자가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100편이 넘는 책 중에서 제가 본 책은 한 권도 없었다는 사실은것은이 큰 고민이었습니다.의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뛰어난 독서가인 저자가 선택한 100여 권의 책과 한 권도 겹치지 못하는않는 제 얄팍한 독서량을 떠올려 보면, ‘독서는 [소통]이다라는 제 자신의 말이 도무지 당위성(當爲性)을 가질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없었습니다. 게다가 독서는 제게 유희(遊戱)로써 큰 의미를 갖는데, 제가 즐거움을 얻기 위해 하는 독서가 과연 다른 사람과 같을 필요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두 번째 이유였습니다. 이러한 맥락(脈絡)에서 이 책을 읽고 저자가 추천하는 책을 따라가는 읽어 나가는 것이 진정한 독서인가 하는 물음은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 있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고민을 가지고서 이 책 죽도록 책만 읽는을 읽어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제가 가졌던 가장 큰 즐거움은 제가 모르는 좋은 책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사실 이것은 제가 지금까지 뛰어난 책을 선정하지 못했다는 말이라, 스스로에게 아픈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책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는 지금 보다는 더 낳아지리라는 희망이 긍정을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읽고서 비록 제가 뛰어난 독서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스스로의 시각을 가지고 나만의 독서를 해왔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은 두 번째 수확이었습니다.

 

 이 책은 제가 다른 사람에게 선뜻 추천하기에도 추천하지 않기에도 어려운 책입니다. 자신의 독서론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책에서 말하는 좋은 책을 따라 읽음으로 좋은 책을 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지만, 그것은 자신만의 독서론을 펼치기에는 비슷한 아류(亞流)가 많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뚜렷한 독서론을 가지고 자신의 판단에만 의존하여 책을 선택한다면, 좋은 책을 찾기 위해 너무 멀리 돌아가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을 떨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책이 그렇지 않겠습니까만, 이 책은 유달리 더 독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추어 취사선택(取捨選擇)하며 읽어나가야 할 책으로 제게는 보였습니다.


http://withthink.textcube.com2009-06-22T13:42:080.3810
반응형
반응형
김원장 기자의 도시락 경제학김원장 기자의 도시락 경제학 - 10점
김원장 지음, 최성민 그림/해냄


김원장 지음 | 최성민 그림 | 해냄출판사 | 2009 4

 

제가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도시락 경제학의 저자 김원장을 알게 된 건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서 였습니다. 아침 시간에 종종 들었던 한 라디오 프르그램에서 개그맨 안상태와 함꼐 나와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이야기 하던 그는 경제부 기자였습니다. 그리고 두 서너달이 지나 그의 이름을 이 책 도시락 경제학을 통해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책 도시락 경제학의 가장 큰 특징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네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얼마 전까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일을 바탕으로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경제적 원리를 보기 드물게 평이하고 명쾌하게 풀어나갑니다. 특히, 보완재와 대체제 그리고 가격 탄력성을 인기 개그맨 유재석과 박명수를 실례로 들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저자의 설명 방식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탁월한 설명을 바탕으로 경제학을 형성하는 기본 원리에서 시작해 금리, 시대에 따른 경제학의 변화, 증시, 외환, 그리고 부동산에 대해 현실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잡아 이야기를 펼쳐 나갑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에필로그를 통해 저자는 맨큐의 경제학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를 통해 경제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맨큐의 경제학’ 의 속 이야기의 한국판 실례와 그에 대한 저자의 보충 설명 이상을 보여 주지 가지지는 못합니다. 특히, 근래 경제 현상을 이야기 할 때 맨큐의 경제학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을 종종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러한 한계는 아쉬움이 더 합니다.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는 제가 읽어보지 못해서 아쉼게도 비교해 볼 수가 없었습니다.

 

  맨큐의 경제학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해서, 이 책이 가지는 가치가 없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맨큐의 경제학이 좋은 책임은 분명하지만, 저는 남의 이야기를 통해 배우기 보다는 우리 이야기를 통해 배우고 익히기를 더 좋아합니다. 게다가, 모든 사람이 경제학 원론을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충실히 이해하고 체화하는 것으로도 정신없는 경제 문제를 대처하는데 충분한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습니다. 오히려 한국적 상황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도움을 받는데는 이 책이 더 적합합니다.좋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원론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가진 딱딱함을 떠올린다면 쉽고 재미있게 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 책이 갖는 가치는 더 높아집니다.

 

 생산자 잉여를 설명할 때, 본문에서는 정확한 설명을 하고도 식에서 잘못 표기한 점이나 BNP파리바은행을 BMP파리바로 지속적으로 잘못 표기한 점 같은 것은 일반 대중을 위한 책이라는 점을 가만하면 더 아쉬웠습니다.

 


덧붙임.  외환 부분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이야기 하고 있는 책 : '달러 the DOLLAR : 사악한 화폐의 탄생과 금융 몰락의 진실, The Web of Debt' http://withthink.egloos.com/4882840 



http://withthink.textcube.com2009-06-21T03:31:120.31010
반응형
반응형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09 5

 

 저는 미술과는 아주 거리가 멉니다. 그림은 고사하고 미술 시간에 만들기를 하면서도 별로 잘했던 적이 없습니다. 이건 자라고 나서고 달라지지 않아서, 지금도 그림을 볼 줄 모르는 까막눈입니다. 자격지심(自激之心)이라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림을 포함한 미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저는 움추려듭니다. 그래서 관련된 책이라도 보면 좀 낳아질까 싶어, ‘베르메르의 모자 : 베르메르의 그림을 통해 본 17세기 동서문명교류사’, ‘미술관에 간 경제학자그리고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화같은 책을 읽어 봤습니다. 그리고 피카소전을 비롯해 몇몇 유명한 전시회도 쫓아 다녀봤습니다. 하지만 미술 작품과 제 사이에 벌어진 간격은 그래도 입니다. 그러던 차에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스케치 쉽게 하기 캐릭터와 카툰 Caracter & Cartoon’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술과 제 사이에 놓인 간격을 쉽게 줄일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책을 보려고 한건 지붕에 올라간 닭을 쳐다 보는 개가 닭을 잊지 못하는 심정 같은 건 아니었습니다. 김충원이라고 적힌 저자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제게 김충원이는 이름은 김충원의 미술교실을 연상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금방 TV 속에서 어린이를 상대로 쉽게 그림을 그리고 공작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던 아저씨가 생각났습니다. 초등학생보다 더 어린 아이들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게 있겠냐는 반발심이 다시금 책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게다가 캐릭터와 카툰이라는 부제는 너무나도 유명한 snowcat blog 나 최근 알게 된  Sugarcube Boat 같은 곳을 보면서 부러워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해 주었습니다.

   

  책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책에서 저자는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은 재능과는 상관없이 누구나 누릴 수 행복이라고 말하고 있기 떄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점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책의 내용을 정말 쉽게 풀어 나갑니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저 같은 그림치도 당장 연필을 잡고 그리고 싶은 마음을 들게 만듭니다. 또한 직접 스케치를 해볼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들어 놓았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입니다.

 

 저자는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캐릭터와 카툰을 잘 그리는데 능사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단순하게 그리면서도 오랜 상념 속에 유머를 곁들여 낼 수 있는 내공이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공은 꾸준히 직접 그리는 과정을 통해 얻을수 있습니다.

 

 이 책이 제게도 계기가 되어서 제 블로그에 단편적인 일상이나마 간단하게 그림으로 표현해 포스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데일 카네기, Dale Carnegie 지음 | 최염순 옮김 | 씨앗을 뿌리는 사람 | 2009 5

 

 유명한 IT 칼럼니스트이신 류한석님의 Peopleware 에서  처세(處世) 대한 서적 3권을 천합니다라는 포스트를 일전에 봤습니다. Peopleware를 보면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방법을 많이 배워온 터라, 포스트에서 소개된 카네기 처세술 (데일 카네기 저)’, 불가능은 없다 (로버트 H. 슐러 저)’ 그리고 ‘THE GO-GETTER (피터 B. 카인 저)’을 읽어야 할 책 목록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데일 카네기의 인관관계론행복론의 핵심을 모아 놓았다고 선전하는 책 카네기 인생과 직업을 보고는, 제가 읽어야 할 책 목록에 넣어둔 카네기 처세술이 떠올랐고, 이것이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카네기 인생과 직업을 읽어 보게 만들었습니다.


이 책의 요점은 스스로를 존중하며 자기자신이 되어라 타인에 대해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라이 두 구절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카네기는 이 두 구절을 핵심으로 아래와 같은 18가지 메시지로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 남을 흉내내지 마라.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자기 자신이 되어라. Let’s not imitate others. Let’s find ourselves and be ourselves.
  • 고민하지 말고 축복받은 것을 헤아려라! Count your blessings – not your troubles!
  • 부당한 비난은 거의가 위장된 찬사라는 사실을 간파하라. 누구도 죽은 개를 걷어차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Remember that unjust criticism is often a disguised compliment. Remember that no one ever kicks a dead dog.
  • 최선을 다하라. 그리고는 그대의 낡은 우산으로 비평이라는 이름의 비가 목덜미로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라. Do the best you can; and then put up your old umbrella and keep the rain of criticism from running down the back of your neck.
  • 비난이나 비평, 불평을 하지 마라. Don’t criticize, condemn or complain.
  • 솔직하고 진지하게 칭찬하라. Give honest, sincere appreciation.
  • 다른 사람들의 열렬한 욕구를 불러 일으켜라. Arouse in the other person an eager want..
  • 다른 사람들에게 순수한 관심을 기울여라. Become genuinely interested in other people.
  • 상대방으로 하여금 중요하다는 느낌이 들게 하라. , 성실한 태도로 해야 한다. Make the other person feel important and do it sincerely.
  • 상대방의 견해를 존중하라. 결코 당신이 틀렸다고 말하지 마라. Show respect for the other person’s opinions. Never say, “You’re wrong”.
  • 우호적인 태도로 말을 시작하라. Begin in a friendly way.
  • 상대방이 당신의 말에 즉각 , 라고 대답하게 하라. Give the other person saying “Yes, yes” immediately.
  •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아이디어가 바로 자신의 것이라고 느끼게 하라. Let the other person feel that the idea is his or hers.
  • 보다 고매한 동기에 호소하라. Appeal to the nobler motives.
  • 잘못을 간접적으로 알게 하라. Call attention to people? mistakes indirectly.
  • 상대방을 비평하기 전에 자신의 잘못을 먼저 인정하라. Talk about your own mistakes before criticizing the other person.
  • 직접적으로 명령하지 말고 요청하라. Ask questions instead of giving direct orders.
  •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주어라. Let the other person save face.

 

 

책의 내용은 기본에 아주 충실합니다. 그래서인지 관심을 사로잡을 만한 새로운 내용은 없었습니다. 제가 하루를 시작하면서 한 구절을 세 번씩 반복해서 쓰는 명심보감의 깊이를 뛰어넘는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책의 내용이 형편없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동양 고전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훨씬 쉽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가 자주 방문하는 Inuit님과 buckshot님의 blog에서 카네기 책을 찾아봤습니다. 역시나 Inuit님께서는 카네기 인간관계론’, buckshot님께서는 Ego vs Ego → We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다시 읽으며)으로 남기신 포스팅을 볼 수 있었습니다. 두 분의 글을 통해 저는 책을 읽으면서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카네기 관계론은 대중을 이끄는 소수 즉 20%의 리더를 위한 지침입니다. 나머지 80%에 대해 효과가 가장 잘 나올것입니다. 하지만 같은 20% 리더끼리 만나면 애매해지게 됩니다. 서로 경청하려만 하고 상대의 관심사에 촛점을 맞추는 힘겨루기가 지속된다면 어떤 이야기가 이뤄질까요.

 

덧말. '신념의 마력, The Magic Believing’ 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5

 

 내게 이 책 내 심장을 쏴라를 읽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한 것은 순전히 이 책이 2009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간 동인문학상 이나 이상문학상 같은 한국 문학상 수상작은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일본 니오카상 수상작에는 관심을 두는 제 작태에 대한 반동이 그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과연 2009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이 책 내 심장을 쏴라채굴장으로, 切羽내 남자, 같은 니오카상 수상작 만큼 잘 쓰여진 소설일지에 대한 확인은 가지지 못한 채로, 책을 읽어 나갔습니다.

 

 이 책 내 심장을 쏴라를 읽어가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문체가 간결하다는 점입니다.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특별히 눈에 띄는 문체가 아니지만 저자는 분명 매우 간결하게 서술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리고 디테일 또한 이 책이 가진 특징입니다. 비록 얼마되지 않은 경험을 바탕으로 두고 있습니다만, 보통 한국 소설은 특별한 배경 속에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는 일도 많고 탈도 많은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러한 한국 소설의 일반적인 유형을 거부합니다. 보통의 사람들로써는 알 수 없는 정신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이야기를 저자는 풀어 갑니다. 시대적 배경이야 별 특별한 점이 없지만, 전혀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책의 내용은 한날 한시에 수리 희망병원이라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이수명과 류승민의 이야기 입니다. 정신병원이라면 세상과 격리되어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인 것 같지만, 그 속에도 사회는 존재합니다. 물론,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삶이 침전되어가는 사회입니다.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는 그 곳에서 탈출을 꿈꾸는 그들의 모습은 무모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각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 속 내용은 매우 재미있습니다. 책을 읽어나가면 금세 대충의 줄거리를 짐작할 수 있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 디테일은 예상되는 이야기도 재미있게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건강보험 심사원으로 그리고 취재를 위한 폐쇄 병동에서 생활은 정신병원의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 넣습니다만, 이야기 속 중요 인물인 승민의 이야기는 정신병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 비하면 그 얼개의 치밀함이 떨어집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궁금했던게 있습니다. 소설을 픽션, fiction 이라고 합니다만, 그래도 픽션 속 뼈대는 작가가 살아온 삶에 기반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과연 이 책의 작가 정유정은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 그리고 그녀가 독자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지는 책을 읽는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물음이었습니다.

 

 비록 이 책 내 심장을 쏴라는 일본 나오키상 수상작에 갖는 관심에 대한 반동으로 선택한 책이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읽어 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나오키상 수상작에 비해서도 그 깊이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일독을 추.. 합니다.

   

반응형
반응형


로버트 그린, Robert Greene 지음 | 안진환,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 3

 

저는 자주 뛰어난 블로거이신 buckshot님의 Read & Lead 를 찾아 갑니다. 그곳에서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보고 배우고 또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작년 12월에 포스팅 하신 전쟁, 알고리즘을 읽었습니다. ‘전쟁, 알고리즘에서 buckshot님은 유명한 로버트 그린전쟁의 기술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때마침, ‘전쟁의 기술을 한번 읽어 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관심을 가지고 포스팅을 읽어 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전쟁의 기술보다 전작인 권력의 법칙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지금 이야기 하려는 책 권력의 법칙을 차분히 읽어 나갔습니다.

 

사실 이 책 권력의 법칙은 예전에 제가 극찬하며 포스팅한 바 있는 스탠포드의 제프리 페퍼 교수의 권력의 경영과 많이 유사합니다. 두 책이 모두 올바른 권력의 이해를 바탕으로 권력이 발생하는 원천이 무엇인지권력 행사에 필요한 전략과 전술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역학 관계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펼쳐 나가기 때문입니다. 물론 차이점은 있습니다. 제프리 페퍼는 권력의 경영에서 GM, 포드, PG&E, 미 정부뉴욕시리먼브러더스 같은 다양한 기업과 기관에서 실제로 일어난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래서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마치 조직관리 분야에 있어서 세계적 석학의 뛰어난 MBA수업을 제대로 받은 기분이 듭니다. 이에 반해, 이 책 권력의 법칙은 대부분이 과거의 사실을 기초로 합니다. 동서양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물론 이야기는 마키아밸리즘의 입장을 견지합니다.


 

책의 분량은 만만치 않습니다. 분량이 670여 쪽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게 막대한 분량이 크게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서 명확히 인식하고 있고, 적절한 이야기를 통해 재미있게 풀어나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사실, 무조건 정직하게 살아가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저 역시 수도 없이 경험한 걸 떠올리면 책의 내용은 백 번 옳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 권력층이 국민을 상대로 기만적 행위를 벌이는 이면을 책을 통해 거듭 인식하면서 책의 내용을 인정은 하되 탐탁지는 않았습니다. 책 이야기에서는 좀 멀어집니다만, 책을 읽을수록 노무현 대통령이 정말 탈권위주의적인 분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저는 베일 뒤에서 벌어지는 지저분한 권력 다툼 속에 뛰어 들어 승리를 쟁취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제게 베일 뒤에 숨어서 권력을 다투고자 하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이상 이 책은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대비책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굳이 권력 다툼에 너무 초점을 맞추지 않더라도 인간 본성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해 볼 수 있는 계기는 충분히 마련해 줄 수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독해 보시기를 과감히 추..



반응형
반응형

이시형 지음 | 중앙북스 | 20095

 

 공부(工夫)를 직업으로 삼은 탓에 공부나 공부법에 대한 책이 나오면 어쩔 수 없이 관심이 가기 마련입니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역시 이러한 맥락(脈絡)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창조만이 살길이다. 창조 없이는 개인의 건강이나 성공이 없고, 국제 경쟁력도 없다. 이제는 창조가 생활인 창조적 삶을 살 때다. 공부의 가장 절박한 목적은 바로 이것이다. 창조를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공부도 창조적으로 해야 한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양의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압축 공부법이 필수다. 이것이 이 책의 목표다.                                                      - 28  중에서

 

 책을 직접 읽어 보기 전까지는, 저는 유명한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저자의 공부법에 대한 에세이(essay) 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책의 프롤로그(prologue)를 읽어 나가자마자, 제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예상했던 몰입 Think hard! : 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 과 같은 내용의 에세이와는 사뭇 거리가 있었습니다. 오히려 공부를 통한 창조적인 활동만이 살아가는 진정한 원동력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이야기를 기초적인 뇌과학을 통해 풀어 갑니다. 또한 뇌과학적 특성을 고려해,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예시도 함께 보여 줍니다.

   

공부라는 지적 자극은 우리 뇌를 활성화시켜 몸과 마음을 젊게 유지해 줍니다. 최소한 젊음은 보장받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에서 저자는 어떻게 해야 창재(創材, 창의적 인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역설(力說)하고 있지만, 정작 제 눈에 먼저 들어 온 것은 프롤로그 내용 중 일부였습니다. 저는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늘 제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서른이 넘어서면서부터는 오히려 나이보다 어리게 보셔서 왜 그럴까 내심 궁금했습니다. 물론 전적으로 공부가 몸과 마음을 젊게 해준다고는 생각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 경우에는 최소한의 젊음에는 도움이 크게 준 듯 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저자는 호르몬 작용의 이해를 통해 압축 공부법을  활용 할 것을 주문합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드레날린 : 심장 기능을 강화해 혈압을 오르게 하고, 기관지 확장과 지혈 작용을 통해 위기 상황에 효과적 대처 할 수 있게 함. 적정한 긴장의 호르몬 이지만, 지나치면 흥분 상태로 만듦

- 노르아드레날린 : 아드레날린과 비슷하지만, 극도로 화가 날 때나 높은 긴장 상태에서 활발하게 분비됨. 참을성 없어지고, 하기 싫은 일은 더욱 하기 싫어짐

- 도파민 : 집중력을 높여주고 탐구력과 창조성을 발휘하게 함. 자극이 익숙해지면 기분이 나빠지고 공허해짐

- 세로토닌 : 생기와 활력을 줌. 온화한 행복을 느끼도록 유도하는데 공격적인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 중독성의 엔도르핀과 도파민 같은 호르몬의 과잉분비를 조절해 차분하게 해줌 

  

 그 외에도 저자는 공부는 어른이 되어서 더 잘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어른이 결정성과 통괄성 지능이 더 발달되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또한 공부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부한 지식을 활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어갑니다.


 이것 말고도, 개인적으로 메모해 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깊은 호흡을 동반한 짧은 명상의 후 공부나 일점 집중력을 활용해 공부하는 방법, 그리고 짧은 낮잠을 통해 집중력을 유지하는 대신 수면 시간은 6시간 이하로 줄이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 그것 입니다. 몰랐던 바는 아니지만, 별다른 의미를 두고 있지 않았거나 잊어버리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 의미를 환기(喚起)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인만큼, 더 깊이 있는 논의를 기대했었습니다. 하지만 기대 했던 것만큼 심도(深到)있는 논의까지는 이르지 못한 게 아닌가 싶어 내심 아쉬웠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잭 린치, Jack Lynch 지음 | 송정은 옮김 | 추수밭 | 2009 4

 

 


u91806_8.jpg

이미지출처 : www.londonmet.ac.uk


 셰익스피어하면 토마스 칼라일이 영웅숭배론 에서 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말이 먼저 생각난다. 셰익스피어가 영국에 있어 중요한 인물이라는 점은 잘 알겠지만, 그래도 인더스 문명의 기원이자 영국의 10배가 넘는 영토에 인구를 가진 인도와도 바꾸지 않다는 말에 실소(失笑) 금치 못했다. 하지만, 인도의 문화나 역사는 제쳐 두고서라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조차도 차분히 읽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토마스 칼라일의 말을 쉽게 부정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 책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가 아니다 : 문화영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Becoming Shakespeare: The Unlikely Afterlife That Turned a Provincial Playwright into the Bard 를 읽어 가면서, 토마스 칼라일은 과연 셰익스피어의 원작들을 제대로 읽어 봤을까 하는 의구심(疑懼心)이 들었다.

 

 이 책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가 아니다는 직접적인 셰익스피어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사후(死後)에 작품을 둘러 벌어진 이야기를 현대의 관점을 통해서 보고 이해한다. 이 첫 번째 작업은 권리청원을 비롯한 잉글랜그 내전을 둘러싼 영국의 정치 현황에 대해 이야기다. 연극을 죄악의 근원으로 여기고 도외시(度外視)한 청교도(淸敎徒)가 혁명을 통해 권력을 잡고, 연극을 탄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연극도 청교도가 정권을 잡은 동안은 다른 연극들과 마찬가지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던 것이, 찰스 2세가 왕정복고로 즉위하고 나서야 영국에서 연극은 다시 상연될 수 있었다. 이 때도 만약 당장 무대에 올릴 수 있는 당시 감각에 맞는 대본이 있었다면, 셰익스피어는 잊혀지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연극이 금지되었던 탓에 연기를 할 배우만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상연할 수 있는 대본도 부족했고, 그 덕분에 잊혀졌던 셰익스피어의 작품도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책의 서두(書頭)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배경에 대한 이야기는 17세기 후반의 공연장 모습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연극에 대한 청교도들의 시선은 사실 여전히 싸늘한 상태였다. 토머스 배터턴 Tomas Betterton을 비롯해 콜리 시버 Colley Cibber, 제임스 퀸 James Quin, 데이비를 캐릭 David Carrick, 사라 시든스 Sarah Siddons, 존 필립 켐블 John Philp Kemble, 메리 로빈슨 Mary Robinson, 도로시 조던 Dorothy Jordan, 그리고 에드먼드 킨 Edmund Kean 같은 배우가 시대에 따라 등장했고, 셰익스피어 연극과 함께 세상에 스타로 등장한다. 그러면서 연극은 청교도들의 멸시(蔑視)에서 벗어나 사교의 장으로써 역할을 하게 된다. 사실 청교도 혁명 이후 펼쳐진 새로운 영국의 연극사는 보통 사람들의 관심을 갖는 대상은 아니다. 그래서 특별히 영국 연극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부분은 Pass~!

 

 

 셰익스피어는 벌써 오래 전부터 영국이 낳은 세계적 극작가로 칭송(稱頌) 받고 있다. 덕분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읽어야 할 고전의 반열(班列)에 올라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셰익스피어는 결코 자신의 대본을 읽을 거리로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온전한 상태의 인쇄물은 커녕 친필 원고조차 없다. 그리고 전해지는 초기 대본 또한 천재적 극작가의 작품으로 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러한 아쉬움은 수많은 극작가, 배우, 비평가, 그리고 학자들에 의해서 보충되고 개작(改作)되었고, 그러한 변형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의 모습으로 공연되고 출판되었다. 그러면서 셰익스피어가 갖는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극작가의 지위는 오히려 강화된다.

 

 글의 서두에서 토마스 칼라일은 과연 셰익스피어의 원작들을 제대로 읽어 봤을까 의구심을 가졌다. 사실 토마스 칼라일 역시 셰익스피어에게서 보이는 아쉬운 점을 보충해 준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책의 저자인 잭 린치가 말처럼, 셰익스피어의 성취를 얕보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조력자도, 바탕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장점은 부각시키고, 아쉬움은 축소하고 보충하는 역사의 힘을 간과(看過)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이 책의 포인트다.

 

반응형
반응형


 이종필 지음 | 글항아리 | 2009 4

 

 블로그에 글을 조금씩 적어 나가고, 뛰어난 글을 블로그를 통해 읽으면서 나도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블로그에 올리는 글을 떠올려 보면 책 이야기와 영화 그리고 연극을 벗어 나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 분야는 내가 아니라도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넘치고 넘친다. 특별한 재능이라곤 없는 내가 수준급의 글을 쓴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막연하게나마 공부하고 있는 과학을 바탕으로 인문학적 가치를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르는 가치를 창출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특별한 아이디어가 없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을 접할 수 있었다.

 

 사실 이 책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의 머리말을 읽어 나가면서, 나는 완전히

 흥분했었다. 학부 시절 내내 열심히 문제를 풀고 물리에 몰두했던 친구들은 물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에 종사하고 있고, 4년간 거리를 누볐던 저자가 오히려 물리학자의 길을 가고 있다고 이야기에서 내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학을 문명의 이기나 막대한 돈벌이를 가능케 해주는 도깨비 방망이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싶어 하는 저자의 모습이 막연히 내가 기대했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자는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서의 방법론을 통해 문제에 접근하는 과학적 사고를 통해 정치, 문화, 사회, 그리고 인간을 바라 본다. 그리고 이러한 과학적 접근의 확산을 통해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합리적으로 풀어간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책 속에서 종종 저자의 전공인 입자 물리를 포함한 물리학 이야기가 나온다. 머리말을 읽었을 때는 이렇게 물리학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을 잘 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기대와는 달리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이는 저자가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있는 가교의 역할을 담당하고 싶다고 했지만, 아직 그 가교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 대통령을 위한 과학 에세이는 내가 막연히 하고 싶어하던 것이 무엇인지 구체화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된 책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과학과 인문학을 함께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부족함이 무엇인지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반응형
반응형
 'Life Decoded : My Genome My Life' 에서 책 이야기를 이미 이야기한 바 있다. 하지만 포스팅을 급하게 하다가, 지금 읽어 봐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좀 더 정리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같은 포스팅을 다시 한다.

 

전 포스팅에서 보통 물리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생물학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Biophyics 는 물리학에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분야다. 그래서 Carbon Nanotube (CNT) 연구를 하면서도 Hongjie Dai 같은 우수한 연구자는 영역을 성공적으로 biophysics 로 넓히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보편적인 물리학 전공자들에게 biophysics 는 요원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올해 초 내게도 연구 영역을 bio 분야까지 넓힐 기회가 왔다. 솔직히 말해, 아직 bio 분야에 CNT를 확장하는데 필요한 시료를 만드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래도 IT NT 기술 가미해 보는데 이어서, BT NT 기술의 적용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덤벼들었다. 역시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법이라는 말이 딱 들어 맞았다. 당장 익숙하지 않은 BT의 용어부터 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NT BT의 중간 단계에서 헤매고 있는 상태에서, 이 책 ‘게놈의 기적을 읽게 되었다.

 

앞선 포스팅에서 이야기한 대로, 이 책은 읽어 나가기도 전에 생소한 생물학 용어가 얼마나 많이 나올지 같은 두려움이 먼저 생겼다. 별로 대단치 않은 생물체 실험이나 기초적인 세포 실험을 하면서 한참이나 헤맨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미리 가졌던 두려움에 비하면 읽어 나가기가 수월했다. 먼저, 다른 과학 번역서에 비해 전문적인 용어를 비롯해 번역이 정말 깔끔했다. 또한 저자 또한 스스로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내용을 풀어나가는 덕분에 책 속에 간간히 들어있는생물학 이야기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이 책이 인간 유전자 복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크레이그 벤터라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자서전이라는 점도 비교적 책을쉽사리 읽어 나갈 수 있게 했다.

 

책의 순서는 자서전답게 공작과 수영에 빠진 어린 시절 벤터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린 시절 벤터의 모습은 지금의 성공적인 연구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공부와는 완전히 담을 쌓은 데다가, 놀랍게도 베트남전까지 참전을 했다. 의무병으로 참전한 베트남전에서 진료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의학 공부를 할 결심을 하고 부단한 노력을 통해 의대에 진학하는 모습은 시작부터 내게 많은 것들을 시사해 주었다. 특히 학부 시절에 벌써 수용체 연구를 시작하고, PNAS(Proceedings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논문을 개제했다는 사실은 나를 경악하게 했다.

이렇게 벤터는 켈리포니아 주립대 샌디에고 캠퍼스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UCSD)에서 시작한 연구를 버팔로 뉴욕 주립대 (State Univ. of New York atBuffalo)와 로스웰 파크 암 연구소 (Roswell Park Cancer Institute),국립 보건원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TIGR (The Institutefor Genomic Research), 셀레라 지노믹스 (Celera Genomics), 그리고 크레이그 벤처 과학재단(The J. Craig Venter Science Foundation, JCVSF) 에 이르는 다양한 단체에서 수용체 연구를 비롯해 단일 클론 항체 연구, DNA 분석, 인간 게놈 지도를 포함한 수많은 결과물을 도출했다.


 이 책의 가장 성과는 탁월한 벤터의 성과물에 대한 이야기에만 있지 않다. 적과 동지가 하루 아침에 변하는 모습을 비롯해 과학계 만연해 있는 연구비를 둘러싼 정치까지, 흔히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비교적 솔직히 풀어 놓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펼쳐진 인간 유전자에 둘러싼 특허 전쟁과 그로 인해 공공의 적으로 각인된 벤터의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과학계에서 펼쳐지는 정치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면서도 비교적 공정한 입장에서 자신을 변호하려고 애쓰지만, 결국은 벤터는 그 속 중심 인물로 자신이 비난하는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에서는 웃음짓지 않을 수 없었다.

 크레이그 벤터는 뛰어난 업적만큼이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람이다. 그 덕분에 이 책 게놈의 기적이 더 재미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 못지 않게 연구자로써 치열하게 살아온 그의 삶을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을 줄 알아야겠다.

반응형
반응형

 

크레이크 벤터, J. Craig Venter 지음 | 노승용 옮김 | 추수밭 | 20094

 

 적어도 물리학(物理學)을 학부 전공으로 수준 이상에서 공부한 사람들을 보면, 보통 생물학(生物學)을 싫어한다. 그냥 싫다는 것도 아니고, 독설을 내뿜듯  . 거기에다가 생물처럼 무작정 외워야 하는 과목은 싫다고 말한다.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곤 하기 때문이다. 이건 내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사실 물리학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것도 아니면서, 나 역시 무작정 생물을 싫어했다. 거기에 학부 시절에는 화학(化學)도 싫어하는 학문이었다. 그러던 것이 석사 시절과 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이 되었다. 그나마 생물은 덜 했지만 화학은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주위 상황이 바뀌어 변해서 생물학도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응당 알아야 무관하게 발을 담궈야만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크레이크 벤터 게놈의 기적, A Life Decoded : My Genome – My Life’는 이런 시기에 접하게 되었다.

 

 솔직하게 말해 과학을 10년 넘게 공부해 하고 오고 있지만, 생물학에 대해서는 과학동아 같은 잡지를 꾸준히 읽어온 고등학생만 보다 못하다. 스스로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바람에, 그래서 이 책은 사실 내게 무척 부담이었다. 게놈(genome)이라면 유전자 이야기인데, 과연 내가 그 쪽 이야기를 제대로 알아 들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게다가 크레이그 벤터라면 인간 유전자를 특허로 등록하는데 앞장 섰던 서서 돈에 눈이 먼 불한당(不汗黨)같은 인물이 아니던가. 그래서 그런데 그의 이야기라니, 이 책은에는 벤터가 자신을 옹호하기 위한 말이 가득할 것 같았다. 이 분명했다.

 

 그런데 의외(意外). 책을 읽어가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 속 벤터는 내가 생각했던 불한당 같은 인물도 아니었다. 물론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바를 기억하기 떠올리기 마련이고, 자서전은 그런 기억의 모음집이라는 점은을 저자인 벤터도 알고 있고 나도 알고 있다.

 

  

 먼저 가장 놀랐던 점은 그가 모범적인 학창 시절을 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었다. 개구쟁이에 말썽쟁이에 불과한 어린 시절 벤터의 모습은 눈을 씻고 볼래야 에서는 과학자의 모습을 찾을 전혀 볼 수가 없다. 하지만 베트남전 참전을 통해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하고 실제로 그것들을 행하는 모습에서 나는 감명 받았다. 또한 그의 대학원생 시절과 교수로써 또한 연구자로써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정말 지금의 기초과학 분야에서 공부하는 대학원생들에게도 귀감이 될 만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솔직하게 과학 분야에서 펼쳐지고 있는 정치에 대해서도 비록 자신이 희생자라는 뉘앙스가 풍기기는 하지만, 비교적 그래도 솔직히 잘 보여주었다. 게다가 기존에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민간분야에서의 결과물을 놓고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잘 이야기해 주었다.

 

 이 책은 벤터라는 인물에 대해 그리고 인간 유전자를 포함한 유전자를 둘러싸고 지금 과학계, 특히 Biotechnology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폭 넓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덧말. 크레이크 벤터와 게놈 프로젝트 그리고 biotechnology 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한번 더 생각을 정리해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다시 작성한 포스팅

 

 

Commented by 718n42 at 2009/05/09 01:08
가든에 또 한 분이 들어오셨네요. 덕분에 재밌게 읽었습니다.

물리학과 생물학이라, 전 대학에서 배운 가장 재밌는 수업이 일반물리 였는데 그래서 그나마(^^;) 생물학에 가까운 의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걸까요?(니가 공부를 게을리 한거 잖아!^^;)

한문을 같이 쓰는 걸 보니 서강대 출신 형이 해준 예기가 생각나네요. 서강대에서는 1학년 때 독후감을 써야 하는데 70%는 꼭 한문을 같이 써줘야 한다던데 그렇게 1년을 보내니 한문 하나 만큼은 자신있다고 하더군요. 호오, 의외가 그런 뜻이였군요.^^;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5/09 01:33
두서 없이 적어 놓은 글이라 부끄럽습니다.
지워버릴까도 생각했었는데, 반면교사로 삼아야 겠다는 생각에
지우지는 못했습니다.

부끄러운 글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
반응형
반응형
 
강상중 지음 |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 3

 

 고민군

 이것은 7년 전부터 친구들 중 몇몇이 부르는 별명이다. 생각하면서 살아가자고 해왔던 것이 친구들 눈에는 고민을 달고 사는 사람으로 보였나 보다. 냉소적인 느낌이 살짝 들기는 해도, ‘불평분자보다는 고민군이 낫겠다 싶어 별 말 하지 않았더니, 지금도 나는 가끔 고민군으로 불린다.

 

 얼마 전 우연히 지금 말하려는 책 고민하는 힘, 惱む力의 광고를 봤다.

 

재일 한국인 최초 도쿄대 교수 강상중이 쓴 삶의 방법론. 고민 끝에 얻는 힘이 강하다.

 

이 문구는 과연 재일교포로써 살아온 저자에게 고민은 어떤 것이었을까? 내가 지레짐작하는 그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하는 물음으로 이어졌고, 이렇게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었다.

  

저자는 세계화와 자유화로 인해 촉진된 빠른 변화가 인간의 삶도 빠른 변화를 야기시키면서 부작용을 낳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변화가 메이지(明治) 유신 이후 근대화로 인해 급변하던 일본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점을 들며, 이를 동시대를 살았던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의 인용을 통해 사회를 해석하고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로 논의를 확장시킨다.  

 

이 책에서는 일본의 대문호인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와 독일의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를 실마리로 삼아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는, ‘고민하는 힘속에 담겨 있는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 16

우리에게 큰 중압감을 주는 것 가운데 하나로 변화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1950년대 이후만을 놓고 볼 때, 경제의 개념과 사상, 테크놀로지 등은 유행이 바뀌는 것처럼 눈부시게 변해 왔습니다. ‘변하지 않는 가치와 같은 것은 거의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 맞춰 인간 또한 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생각에 빠져 있으면 뒤처지고 맙니다. 지금의 상황을 다른 말로 하면 죽느냐 사느냐가 아니라 죽느냐 변할 것이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간은 변하지 않는 가치를 찾으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사랑이나 종교 등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 또한 변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변화를 추구하면서 변화하지 않는 것을 찾습니다. 이렇듯 현대인은 상반된 욕구에 정신이 조각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 18 ~ 19

 


 나쓰메 소세키는 문명이라는 것이 세상에서 말하는 것처럼 멋진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그는 문명이 발전 할수록 인간의 고독은 깊어지고 구원 받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치관을 문학을 통해 보여준다. 막스 베버는 서양 근대 문명의 근본 원리를 합리화로 본다. 이것을 통해 인간 사회가 해체되고 개인이 등장해 가치관과 지식의 모습이 분화해 간다고 주장한다. 베버는 이것을 사회학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이 책의 목적은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의 추구라고 언급했다. 저자는 이것을 구체적인 9개의 명제로 풀어서 이야기한다.
  
 

- 나는 누구인가?
-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
청춘은 아름다운가?
-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
왜 죽어서는 안 되는 것일까?
-
늙어서 최강이 되라

 

9가지 명제는 보는 바와 같이 누구나 살아가면서 가졌을 법한 것들을 구체적 기술한다.

 

그 중에서 늙어서 최강이 되라, 청춘은 아름다운가?,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가 특히 내 관심을 끌었다. 먼저 늙어서 최강이 되라는 말은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에 도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저자의 경험을 통해 이야기해 준다. 청춘은 아름다운가? 하는 질문 역시 관심이 컸다. 나는 청춘이라고 부를만한 20대 초반 학부시절을 온통 우울함으로 보내서, 다른 사람의 청춘을 늘 부러워했기 때문이다. 사실 저자는 청춘은 나이가 아니라는 이상의 결론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래도 책에서 표층적인 원숙함 대신 청춘적으로 원숙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은 내게 충분히 힘이 되어 주었다. 아울러, 자아라는 것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성립하기 때문에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만 가 존재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나는 누구인가? 하는 물음에도 눈이 갔다.

 

보통 내게 철학서는 읽어도 이해하기 힘들어서, 나와는 거리가 먼 형이상학적 놀음일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의 경우는 그러한 두려움을 버리고 현실적 문제를 편안하게 기술해 간다. 그리고 책에서 계속 등장하는 나쓰메 소세키의 책을 접하고서, 이 책을 보면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을 더 생생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Tracked from Read & Lead at 2009/04/29 06:19 x

제목 : 대소, 알고리즘
부제: 난 주몽,무휼보다 대소가 더 좋다. ^^2006년, 드라마 '주몽'을 보면서 주몽의 활약상에 깊은 인상을 받는 동시에 주몽의 평생 라이벌로써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운 대소에게 왠지 모를 연민을 느끼곤 했다. 2008년, 드라마 '바람의 나라'를 보면서 무휼의 전쟁 신공에 주목하는 동시에 유리왕(주몽의 아들), 무휼(주몽의 손자)을 차례로 상대해 내는 대소의 기나 긴 활동기간에 적잖이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금와왕의 맏아들로 태어나 주몽에 ......more


Commented by Read&Lead at 2009/04/29 06:25
귀한 책 소개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 자체가 삶의 의미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고민'은 삶의 필수 자양분이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고민'이란 단어를 이제 제 마음 속에 확실히 영입할 생각입니다. ^^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4/29 10:06
깊은 논의를 펼치는 책이 아니라, buckshot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먼저 생깁니다.

그래도 조만간, '고민, 알고리즘'의 글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도 함께 됩니다.

덧말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레이먼 at 2009/04/30 08:45
위의 글을 읽지는 않았지만, 책을 많이 읽으시는 분이군요.
저는 독서의 힘을 알고있는지라, 책을 읽는 분들의 내공을 믿습니다.
요즘 제가 책 읽는 것을 다소 멀리하였는데 님의 블로그를 통해 자극을 받고 갑니다. 오늘 하루 잘 보내세요/.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4/30 08:53
'레이먼'님의 블로그는 자주 방문하여 좋을 글을 많이 읽고 가곤 합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레이먼'님 같이 뛰어난 블로거의 한 마디는
저를 춤추게 합니다.

덩실덩실~
춤추며 업무 준비를 시작하게 되어서
너무 즐겁습니다. ^^
Commented by Playing at 2009/05/05 09:42
안녕하세요~ 좋은 글 잘 봣습니다

워낙 상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철학 교양과목을 매학기 수강하였었는데
학교 선배이시고, 힘들게 생활을 하시던 젊디 젊은 교수님의 말씀이 떠오르네요

"지금 너희들이 대학 4년동안 배워야 할 것은 단순한 학점이나 토익점수가 아니다
그런 건 앞으로 5년 길게 10년이 지나면 뼈저린 후회로 돌아오고,
더 늦게 찾아오는 후회는 이미 되돌아갈 수 없는 처지에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도 없게 된다"

"지금은 너희가 가장 아름답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무엇이 너희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누구와 함께 있을 때 마음이 따뜻해지는 지 찾아가야 한다"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쉽게 자신을 포기하며 주위의 선택들로 쫓아가지 말아라
그건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운명이며 숙명이다.. 지금 고민과 번뇌에서 벗어나기 위해 쉬운 선택을 해도
똑같은 상황이 매번 돌아오게 된다. 그 때 또 쉽게 선택하고.. 상황이 바뀌지 않고 다가오고.. 절대 피할 수 없다
니가 스스로 깊이 잇는 고민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제시할 때까지 그 똑같이 시간과 장소만 바뀌어서 반복된다"

결국, 하시고자 했던 말씀은
지금의 우리가 겪는 선택의 기로는 .. 깊이 있는 고민이 없으면 극복할 수 없는 걸 말씀하시고 싶었던 거 같습니다
인생에서 한 두 번 요행으로 넘겨도 위기의 순간은 언제나 찾아오게 되고,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최선임을 알려드릴려고 매우 열정적으로 노력하셨던 젊디 젊은 교수님의 모습이 아직 생생하네요
(국내 철학교수님들의 처지는.. 어떨지 모르지만 저희학교처럼 공대위주의 대학에서는 찬밥도 안되는 거 같네요)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5/05 17:14
장문의 덧말 감사합니다.

공대생이신가봅니다. 보통 이공계 학생들에게 철학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되곤 하는데, 멀리 볼 줄 아는 혜안을 가지고 계시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인문학을 통한 스스로의 성찰이야말로, 먼 훗날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지 않도록해 주는 좋은 방향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마음 잃어버리지 마시고, 인문학과 하시는 공부 모두에서
뛰어난 성과 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
반응형
반응형

이노우에 에레노, 井上 荒野 지음 | 권남희 옮김 | 시공사 | 20093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채굴장으로, 切羽へ 2008년도 일본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나오키 수상작을 처음 읽은 건 사쿠라바 가즈키의 ‘내 남자, 私の男’를 통해서다. 독특한 형식에 독특한 내용으로 책을 읽은 후 소설을 참 잘 썼다는 생각을 한동안 가졌다. 또 다른 나오키상 수상자인 미우라 시온의‘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 2, 風がく吹いている’를 읽으면서도 참 책을 잘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채굴장으로, 切羽へ 2008년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광고문구만으로도 읽어 보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다. 

  

 책 속 이야기는 남쪽 섬에 사는 사람들의 잔잔한 일상 이야기다. 그 속에서 작중 화자 아소 세이가 이야기를 편안하게 풀어 간다. 세이는 섬에서 태어나고 자란 섬 사람이다. 잠깐 도쿄에서 생활하기도 했지만 화가인 남편 아소 요스케와 행복하게 섬에서 살아간다. 지금은 섬에 하나 밖에 없는 초등학교에서 양호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다. 게다가 그녀는 독거 노인인 시즈카 씨에게 케이크나 전갱이 같은 음식을 나누어 주며 돌보는 착한 마음씨를 가졌다. 그런 섬 사람에게 어느 날 갑자기 이사와 사토시라는 의뭉스러운 음악 선생님이 등장한다. 비밀이란 없는 섬에서 이사와는 독특한 존재다. 그의 행동은 섬사람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세이는 그렇게 이사와와 시즈카 씨, 세이의 학교 동료 교사 스키에, 그리고 스키에의 애인 본토씨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차분히 풀어 놓는다.

 

이 책의 매력은 앞서 이야기한 차분함이다. 어떤 소설이던지 이야기의 절정에 이르면 작가는 이야기를 몰아치곤 하는데, 이 책 채굴장으로에서는 그런 모습을 전혀 볼 수 없다. 도대체 남편을 사랑하는데 그에게 끌린다는 선전 문구가 과연 맞는가 싶다 하지만 잔잔한 호수에 던진 돌멩이가 물결을 일으키는 듯한 느낌을 화자 세이를 통해 살며시 보여주는 걸 보면, 그 말이 틀린 것도 아닌 듯싶다.  

 

 

 작가는 1년간의 시간의 흐름을 월별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을 생각하게 하기 보다는 편안한 일상의 모습을 잔잔하게 보여주는 느낌이다. 이는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간결한 문장 때문이다. 그래서 읽어 가기도 쉽고, 이런 문장이 잘 쓴 글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해 준다. 이것은 원작자와 번역자의 탁월한 능력 때문이 확실하다.

 

책을 읽으면서 크게 두 가지가 궁금했다. 그 두 가지는 책에 등장하는 사투리와 제목의 의미다. 과연 사투리 사용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역자는 왜 그 사투리를 굳이 경상도 사투리로 번역 했을까? 하는 것들이 궁금했다. 또한 과연 채굴장으로라는 제목에서 저자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하는 점도 책을 읽고 난 뒤, 한참 동안 내 머리 속을 떠돌았다.

 

잔잔하고 차분하지만 맛이 일품인 채굴장으로읽어 보기를 과감하게 추..

 

 덧말. 동인문학상을 받은 소설은 읽지 않으면서 나오키상을 수상한 소설은 찾아 읽는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고민이다. 내 문제인지, 저자의 문제인지 아니면 홍보를 제대로 못한 출판사의 문제인지 한참을 생각해봤다. 정말 좋은 작품이라면 동인문학상의 작품을 먼저 찾아 읽을 텐데, 왜 그럴 기회는 없었을지, 진짜 내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Commented by 파라다이스 at 2009/04/28 01:38

저도 채굴장으로를 흥미롭게 읽었는데요. 사투리 번역은 필수적이었던 것 같아요. 세이가 음악 선생한테
말을 할 때는 표준어를 쓰고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사투리를 쓰는걸로 나오니까요. 전체를 표준어로
옮겼더라면 그런 구분을 느낄 수 없었을 것 같더군요. 전체적인 독후감이 저와 비슷해서 관심있게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4/28 02:32
작가는 세이가 쓰는 사투리를 통해 비밀이 없는 섬사람들과 아닌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구분하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제 추측이 맞는가 하는 점과 번역자는 다양한 사투리 중에서 왜 경상도 사투리를 골랐고, 거기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저자처럼 간결한 문투로 포스트를 작성해보려고 했는데, 맞지 않은 옷마냥 오히려 어색해져버린 것만 같아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귀한 덧말 감사합니다. ^^

 

 

반응형
반응형

 

제임스 버크, James Burke 지음 | 구자현 옮김 | 살림출판사 | 20092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커넥션 : 생각의 연결이 혁신을 만든다, CONNECTIONS’은 내게 제목이 무척 멋지게 보였다. 생각의 연결이 현신을 바꾸는 커넥션이라는 단어는 내게 Link를 떠올리게 했고, 요즘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웹 2.0 시대의 블로그를 떠올리게 해 주었다. (링크의 경제학 : 2.0 시대의 새로운 영향세력들, 그들은 어떻게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가, The New Inflencecers, 블로그 교과서 : 세상과 소통하는 지름길 ) 지레짐작은 역시 틀리기가 십상이라는 사실은 책의 첫 표지를 넘기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첫 출판 연도가 1978년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난 해에 출판된 책을 웹 2.0 어쩌고 하면서 생각을 했으니, 헛다리도 완전 헛다리를 집은 셈이다. 하지만 출판되고서 3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 번역되었다는 의미는 분명 이 책이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가치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는 큰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책 속에 포함된 방대한 양의 삽화(揷畵, illustration). 또한 과학기술과 인문사회적 시각을 함께 가지고서 저자의 독특한 인과과정을 풀이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 역시 이 책이 갖는 장점이다. 이러한 특징은 저자가 책 내용을 통해서도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알려준다.

 

 영웅적 서술 방식에서 역사의 변화는 편리하게 발명가라고 명명된 천재 개인에 의해 유발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한 취급에서 에디슨은 전구를, 벨은 전화기를, 구텐베르크는 인쇄기를 발명했다. 그러나 어떤 개인도 발명품을 무로부터 만들어낸 원인일 수 없다. 단일한 발명가를 유일한 창조자의 위치로 높이는 것은 좋게 보면 사건에 대한 그의 영향력을 과장하는 것이고 나쁘게 보면 사회의 평범한 구성원들의 노력 없이는 그의 일이 불가능했으리라는 점을 부인하는 것이다.                                   
                                                    
   - 426   중에서

 

이러한 특징을 따라서 운송, 통신, 항해, 증기, 복지, 야금술과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 시작하지만, 각 이야기의 끝은 단순히 처음 시작했을 때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러한 주제의 이야기에서 어떻게 컴퓨터의 기초가 나오고, 제트 엔진이나 금속활자, 통신기술, 냉각 시스템, 비료 같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폭넓은 시각을 통해 사람들의 생활의 변화상까지 논의를 확장시킨다.

 

하지만 이 책이 이러한 장점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삽화를 사용하는 것은 책의 내용을 독자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는데, 방해한 삽화의 사용에도 불구하고 독자로써 그 내용을 따라가고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또한 저자의 잘못인지 역자의 잘못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서술자가 설명하려는 대상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종종 들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개인적으로 독자가 차분히 책을 읽으면서도 이해하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저자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술적인 내용을 설명할 경우 더 그러한데, 독자는 기술적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자신의 지식 부족을 탓할 필요가 전혀 없다. 특히,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설명은 더욱 그렇다. 내 경우는 물리학을 10년 넘게 공부해오고, 조만간 학위를 받을 생각을 하고 있는데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저자의 독특한 인과과정을 풀이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 또한 강점과 단점을 함께 보여 주었다. 13세기 초 소빙하기의 도래로 굴뚝이 등장이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굴뚝의 사용으로 1년 내내 행정이 지속되고 지적 활동이 증가된다. 이로 인해 경제적 복지가 증대되고, 이는 가옥의 건설 증가로 나타난다. 그래서 목재가 부족하게 되고 대체 에너지로써 석탄이 사용되며, 석탄의 사용은 주철의 대량생산과 증기 기관에서 사용하는 실린더 주조를 할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이 증기 기관의 사용을 통해 산업 혁명을 일으키고 현대의 내연기관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또한 이는 연료로 석유를 사용하게 만들고 또한 내연기관은 비행기를 가능하게 만든다.

 

이러한 서술은 큰 틀에서 보면 분명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옳다고 하기도 모자람이 있다. 거기에 이야기의 관점이 영국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점과 더불어, 1970년대 나온 책인 만큼, 전자 공학의 급격한 발달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 혁명이 만들어낸 사회에 대한 조망 없다. 게다가 그 이후 우리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친 internet 같은 ITBT, NT에 대한 이야기가 빠진 점도 아쉬움이 크다.

 

책에서 저자가 보여준 과학기술과 역사를 포함한 사회과학을 넘나드는 인과관계 인식을 통한 풀이는 분명히 앞으로 지향해야 할 점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것에서는 아직 부족함이 분명하다. 이런 이유로 이 책 커넥션은 새로운 시각을 통해 기술의 역사를 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다지 읽어 보기를 추천하고 싶지 않다.

반응형
반응형

중태 지음 | 멘토르 | 2009 3

 

 내 블로그의 첫 시작은 지금은 사라져 버린 엠파스 블로그를 통해서였다. 엠파스 블로그에서 첫 글이 2004 5 25이었으니, 블로그를 시작한지가 거의 5년에 가까워간다. 하지만 그간 블로그는 내게 읽은 책이나 관람한 영화나 공연에 대한 정보나 개인적인 평가를 기록해 놓는 기록장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링크의 경제학 : 2.0 시대의 새로운 영향세력들, 그들은 어떻게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가, The New Inflencecers 를 읽게 되면서, 2.0시대에 블로그가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되면서 블로그에 대한 내 인식이 바뀌었다. 그 이후로 블로그스피어스, Blogosphere 이 어떤 것이고, 그 속에서 서로 소통하는 도구로써 블로그 가진 매력에 큰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이렇게 블로그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지금 이야기 하려는 책 블로그 교과서 : 세상과 소통하는 지름길을 접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사실 블로그 교과서라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는 좀 의아했다. 과연 교과서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정할 만큼 전문가인지 혹은 단순히 출판사의 마케팅을 위한 제목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하자 금세 내가 가졌던 의문은 기우(杞憂)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비록, 반쪽자리 블로거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5년에 걸쳐 블로그를 다룬 경험에 최근 Top bloger 들의 블로그를 찾아 다니면서 한껏 높아진 눈으로 봐도 저자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은 5 부분으로 나누어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Part 1 2에서는 주로 블로그의 정의와 역사나 블로깅하는 방법 같은 기본적인 내용을 다룬다. 기본적인 내용을 모른다손 쳐도 블로그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을 게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현재 주로 사용하는 블로그는 어떤 것이고, 각 블로그 제공 업체별 장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와 같은 기술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또한 블로깅을 하면서 예절과 어떻게 하면 방문자를 늘릴 수 있는지 그리고 요즘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광고를 어떻게 광고를 블로그에 개재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차분히 설명해 준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직접 설치하는 설치형 블로그에 대한 부분과 방문자를 늘리는 방법을 관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Part 3은 기업 블로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특히 바이럴 마케팅, viral marketing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블로그가 마케팅 도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그리고 블로그는 기업이 감성과 신뢰 획득을 포함한 다양한 이점을 가져다 주는 도구라고 설명하면서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큰 틀에서 보면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Part 3에 내용이 작위적인 해석이라는 느낌이었다. 블로그가 효율적인 도구라는 점은 틀림없지만 블로그 역시 뛰어난 마케팅 혹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한 가지 수단일 뿐이다. 블로그를 통해 마케팅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마케팅 혹은 커뮤니케이션 툴로 블로그를 인식하고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책에서는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는데 너무 초점을 맞추고 있다.

 

 Part 4, 5는 미디어로써의 블로그와 블로그 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블로그야 말로 진정한 1인 미디어 시대를 열었고, 그로 인해 오마이뉴스 같은 시민 저널리즘을 뒷받침한다고 말한다. 또한 블로그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CCL, Creative Commons License과 같은 블로그 저작권에 대한 이야기도 설명한다. 평소에 web에서의 저작권에 대한 개념과 이를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관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또한 블북, blog + book의 합성어 에 대한 내용 역시 관심이 크게 갔다. 요즘 들어 자주 블로그 속 내용을 가지고 책으로 출판하는 경우를 접할 수 있었는데, 나 역시도 생각만 하고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나노 그리고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블로깅하고 기회가 된다면 블북의 형태로까지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아울러, 블로그에 대한 관심이 크다면 이 책과 더불어 한국 블로그 산업 협회에서 만든 블로그 가이드 북 2nd edition 과 블고그얌에서 발행한 2008년 대한민국 블로그 백서를 함께 살펴 보면 좋겠다. (블로그 가이드 북과 블로그 백서는 유명한 블로거 중의 한 분이신 쥬니캡님의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되었음)

 

 

Tracked from 용돌이 이야기 at 2009/04/20 10:30 x

제목 : [블로그 교과서] 세상과 소통하는 지름길, 블로그
[블로그 교과서] 세상과 소통하는 지름길, 블로그 세상과 소통하는 지름길, 블로그 교과서 - 김중태 지음/멘토르 블로그를 만들어서 육아일기 등을 기록해 온지 벌써 9개월이 되었는데, 블로깅을 하면서 항상 느꼈었던 점이 블로그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차에 위드블로그에서 진행한 블로그 교과서라는 책의 캠페인이 있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이 책은 블로그를 처음 접하시는 분이나 블로......more

Tracked from 레이의 행복공작소 at 2009/04/20 13:51 x

제목 : 블로그 교과서 - 세상과 소통하는 지름길, 김중태
들어가면서..... [인터넷 쇼핑몰 웹2.0의 날개를 달다]에 이은 김중태님이 지은 책들 중 두 번째로 읽은 책이다. 위드블로그의 서평단 모집 이벤트에 참가를 통해 얻은 책이다. 책을 처음 접한 후 나는 무의식적으로 목차를 쭉 훌터 읽으면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페이지로 넘어갔다. 차례보기 차례 축사| 독자들을 위한 파워 블로거들의 한마디 머리말| 세상의 모든 예비 블로거를 위해 책을 읽기 전에 PART1 도대체 블로그가 뭐야? 제1장 블로그란......more

Commented by 레이먼 at 2009/04/20 13:51
블로그 교과서에 대한 장별 정리를 아주 잘 해 주셨네요. 저도 리뷰를 올렸는데, 객관적인 부분이 미흡하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시네요.ㅋㅋㅋ일단 트랙백을 걸고 나갑니다. 봄비가 내리는 분위기 좋은 날씨입니다.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4/20 15:36
업무에 쫓기느라 봄 비가 내리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반가운 봄 비 마냥, 레이먼님의
덧말도 반갑습니다.

트랙백 타고 가서 글을 봤는데, 폭 넓은 독서로
제가 보지 못한 것들을 여러가지 글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
반응형
반응형

이재열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09 3

 

 '담장 속의 과학 : 과학자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의식주는 기대가 무척 큰 책이었다. 먼저 전통가옥의 활짝 열어 놓은 문을 책 표지로 정한 것이 그랬다. 생명과학부 교수인 저자의 눈으로 전통 생활 양식을 과학적 지식을 통해 살펴 봄으로써, 어떤 것들이 현재 우리의 삶에 다시 가져 올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을 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러한 기대를 가지고 이 책 담장 속의 과학을 읽어 나갔다.

 

 책을 읽으면서 먼저 접하게 되는 부분이 프롤로그(Prologue)’이다. 이 책에서는 책머리에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보통 저자가 자신의 책이 어떤 의도로 쓰여 졌는지를 간략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이 책의 책머리에는 무려 10 쪽의 분량을 자랑한다. 책을 출판하기 된 계기와 의도 정도만 간략하게 해서, 10 쪽 중 마지막 2~3 장에 있는 내용만으로도 충분했을 부분을 아쉽게도 장황(張皇)스럽게 늘어 놓았다. 그래서 실제 본문을 읽어가면서 여러 차례 책머리에서자세하게 풀어 놓은 이야기를 또다시 읽을 수 있었다.

 

책의 첫머리부터 아쉬움이 컸었는데, 그 아쉬움은 책을 읽어나가도 계속 되었다. 먼저, ‘~ 것 이다.’는 추측성 표현을 책 전체에서 빈번하게 사용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읽어나가는 동안 자주 저자의 전문성을 본의 아니게 의심하게 되었다. 넓은 의미에서 앞서 언급한 프롤로그 부분의 장황스러운 서술과 같은 이야기인데, 문체가 좀 더 간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이는 책의 내용을 깊이 생각하고 떠올리면서 읽어가도 빠른 속독을 통해 금방 읽어가도 계속해서 아쉬움이 남았는데, 책을 한참 읽고 나자 간결하게 설명했으면 아쉬움이 덜 했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은 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사람이 살아가기에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집터, 묘터 같이 터의 범위를 좁혀 가면서 이야기는 고향집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이것은 다시 전통 문화와 전통 생활 양식 이야기로 확장된다. 그래서 의식주(衣食住)의 관점에서 크게 3가지 주제로 내용을 나누어 놓았지만, 내용과 함께 분량까지 가만 한다면 주()에 속하는 전통 가옥에 대한 이야기를 책의 전반부, 장과 김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식()과 빨래와 옷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의()를 책의 후반부 내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앞에서 이 책을 읽어가면서 전통 생활 양식을 과학적 지식을 통해 살펴 봄으로써, 어떤 것들이 현재 우리의 삶에 다시 가져 올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을 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책은 과학자의 모습보다는 사회학자가 흔히 취하는 담론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그래서 이어령 교수의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와 같은 책을 읽어가는 느낌에 가까웠다. 하지만, 문체의 유려함이나 전통 문화가 가치를 재조명하는 시각은 이어령 교수의 책만 못했다.

 

 

Commented by 은비뫼 at 2009/04/12 22:49
궁금한 책이었는데 솔직한 서평 잘 읽었습니다. ^^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4/12 22:59
제 생각을 옮긴 것이긴 했지만, 그래도 비난하는 것 같아
포스팅을 하면서 별로 유쾌하지 못했는데, 솔직하게
봐주셔서 한결 마음이 가벼워 졌습니다. ^^
Commented by 가이에다 at 2009/04/17 00:46
고무풍선기린님의 서평으로 책을 또 다시 보게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4/17 00:50
제가 뭔가 역할을 한 것만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그 역할이 바람직한 것이었으면 더 좋겠네요. ^^
Commented by JNine at 2009/04/23 12:32
적어도 몇 백년을 이어 내려온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꼭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굉장히 사소한 행동양식(예를 들면 현관에서 신발은 신발코가 건물 앞쪽을 향하게 벗어놓는다던지)에도 예전 생활양식을 생각해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더군요. 뭐, 과학기술이 발전/발달하며서 꼭 옛것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지긴 했지만, 지금도 적용하면 좋을 선조들의 지혜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댓글보고 와봤는데 서평이 굉장히 많군요. 종종 들르겠습니다. 총총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4/23 15:34
책을 읽으면서 오랜기간에 걸쳐 생긴 생활양식 속에서 합리성을 발견하고,
과학을 통해 합리성의 정당성을 기대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습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뵜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제가 방문해서요. ^^;
반응형
반응형

미우라 시온三浦 をん 지음 |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7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 2, 風がく吹いている를 볼 생각을 하게 된 건 순전히 실수 때문이었다내 남자私の男’ 를 일전에 읽었는데, ‘ 내 남자는 그 내용과 형식이 정말 독특했고 아울러 비록 번역으로 원문의 맛과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 필력(筆力)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는 책이었다그런데 이 책이 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이었다그리고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예전에 나오키 상을 수상한 소설을 한번 더 본 적이 있었는데그 때도 만족하며 책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랐고이로 인해 ‘135회 나오키 문학상에 빛나는 미우라 시온 최신작이라고 된 소개 글은 내게 135회 나오키 수상작이라고 보였다그리고 이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이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도 뛰어난 작가의 읽을 만한 책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고 말았다.

 

일본 책의 특징은 디테일이다.

 

 Inuit님의 글 줄에 일본 실용서 읽은 후의 아쉬움이라는 포스트가 있다좁은 범위의 이야기를 한 권이나 되는 분량으로 울궈내는 귀재라는 설명과 각론으로써의 가치는 인정하지만 하나의 키 아이디어에 적당히 살을 붙여 만든 책이 많아서 아쉬움이 있다는 내용이다사실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일본 책이기는 하지만 실용서는 아니라서 Inuit님이 말씀하신 카테고리에는 들어가지 않는다그렇지만 이 책도 좁은 의미에서 보면 일본 실용서적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코네 역전경주라는 간토학생육상연맹에서 주최하는 대학생 마라톤 릴레이에 관한 이야기로 2권의 분량을 채워가기 때문이다읽어가면서 역시 일본 책들은 디테일이 강하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할 수 있었다하지만이 책은 하나의 키 이야기에 적당히 살을 붙여서 만든 것 이상의 수준이므로이 점에 관해서는 우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

 

책은 지쿠세이소라고 불리는 작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지쿠세이소가 비록 낡아 스러질 것만 같은 건물이기는 하지만 월세 3만엔에 식사까지 제공되는 요즘 보기 힘든 곳이다그곳에는 4년간 하코네 역전경주에서 달리는 것을 꿈꿔온 기요세 하이지일찌감치 사법고시에 합격한 유키늘 담배를 물고 사는 니코짱쌍둥이 형제 조지 로와 조타 로밥 먹는 것보다 퀴즈 프로를 더 좋아하는 킹이공계 장학생으로 일본에 온 무사늘 만화책에만 빠져 사는 왕자그리고 깊은 산골에 살면서 처음으로 도쿄에 있는 대학에 입학한 덕분에 고향에서 별명이 그대로 이어진 신동까지 9명의 학생이 살고 있다그리고 이들은 모두 지쿠세이소 옆에 있는 간세 대학의 학생들이다그러던 어느 날지쿠세이소의 매니저 격인 기요세가 목욕을 하고 오던 길에 편의점에서 빵을 훔쳐 달아나는 사람을 우연히 보게 된다그런데 그 사람이 달리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그 사람이 바로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가케루다기요세는 가케루를 보자마자 가케루의 달리기에 매료(魅了)되고 마는데이는 가케루의 달리기는 자유롭고 즐거워 보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가케루를 만난 기요세는 가케루가 머물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자 바로 지쿠세이소에서 함께 살 것을 제의한다갈 곳 없이 노숙을 할 작정이었던 가케루 역시 기요세의 제의를 받아들여 지쿠세이소에서 들어가는 것을 받아들인다.

 

지쿠세이소 주민 중에 기요세만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쿠세이소는 간세 대학 육상 경기부 단련소다그리고 앞서 언급한 대로 기요세는 4년간 10명이 팀을 이뤄 도쿄에서 하코네산을 교대로 왕복해서 달리는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가하는 것을 꿈꿔왔다그리고 가케루의 지쿠세이소에 끌어들이는 것으로 기요세는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가를 지쿠세이소 주민들에게 선언한다그리고 기요세와 가케루를 제외하고는 육상과는 떨어진 삶을 살아온 지쿠세이소 주민들이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여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하고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에 진출해서 달리는 지쿠세이소 주민들의 이야기다.

 

사실 책은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읽는 재미가 있다하지만그것이 다가 아니다이는 이 책이 청춘소설과 성장소설의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있다오로지 육상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가케루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이 인식하는 것보다 세상은 더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모습이나 달리고 싶어도 달리지 못하는 고통을 아는 기요세의 모습은 시련을 통해 한층 성숙된 인간으로 발전해 가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거기에 그치지 않고 결과가 동반되지 않는 노력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며 세상과 반목하는 가케루나 사카키의 모습을 통해서는 그들의 모자란 부분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한다.

 

기요세는 각자의 성격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지도했다착실하게 그날의 연습량을 

해내는 데 희열을 느끼는 신동에게는 좀더 상세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었고

학구파인 유키에게는 그가 납득할 때까지 트레이닝법에 관한 토론에 응해주었다

조타는 칭찬을 해주면 의욕이 생기는 타입이기에 연습 중에도 자주 칭찬을 해주

었고방치해도 잘 달리는 조지에게는 굳이 달리기에 관한 화제를 꺼내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기요세는 주민들이 마음대로 달리게 했다연습방침을 정성껏 전달하

고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약간의 어드바이스를 할 뿐인데도 주민들의 의욕

을 불러일으켰다가케루는 마법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강요하지도 

않고 벌칙을 정하지도 않았다그저 달리려는 마음이 생길 때까지 집념이 강하다 

싶을 정도로 가만히 기다렸다그런 코치 방식이 있다는 것을 가케루는 처음 알

았다
                                                         P. 176 ~ 177 
중에서

 

또 하나 이 책을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리더십에 관해서다리더십에 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그 중에서도 상황에 맞추어 유연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근래 이야기되고 있는데책에서 나오는 기요세의 모습이 딱 그렇다일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어떻게 하면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늘 고민하며 살아가는데기요세의 모습을 통해 내가 추구해 나아가야 할 모습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또한 뛰어난 리더 못지않게 그런 리더를 잘 따르는 추종자의 모습 또한 지쿠세이소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개인적으로는 읽어가는 재미도 읽어가면서 생각할 꺼리도 많은 책이었기에과감히 읽어 보기를 추천.



 Commented by Playing at 2009/04/18 09:10  

안녕하세요~ 좋은 소개 글 잘 봤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본 책의 줄거리만 봐도 설레이는 건 저 뿐일까요?
일주일의 준비기간을 거쳐서 사흘 밤샘 실험을 하면서도 준비부족과 정성부족으로 막 실패를 알게된 
저(생명공학도)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거 같습니다
학교 도서관에 다행히 대출가능이라고 나오네요 ~ _~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4/18 13:27 
   생명공학을 공부하시는 군요. 이제는 Bio의 시대라고 하던데,
      공부하는 분야를 잘 선택하시고서, 열심히 공부하시는 것 같아서
      부럽습니다. 

      저도 물리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더 열심히 해야 겠어요. ^^
 Commented by 김중태 at 2009/04/19 14:45  
위드블로그 참여에 감사드립니다. '블로그 교과서' 관련하여 서평쓰기 행사가 진행 중입니다. 다음 문서 참조하여 좋은 책 한    권을 더 받아가세요. ^_^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4/19 15:46 
    책을 너무 너무 잘 읽었습니다.
    블로그에 대한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또한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게다가 직접 이런 좋은 정보까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덧말. 링크 걸어 주신 글에 '블로그 교과서'의 트랙백을 달려고 했봐는데,
    안되네요.
 Commented by Playing at 2009/06/21 09:01  
안녕하세요 ^^ 책을 읽은 지 한 2, 3 주가 되어가는 데
이제야 시간이 나네요(아직 감동은 가시질 않았습니다)

  살아 숨쉬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묘사를 바탕으로 이어가는 스토리에 그만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드랬죠 ~

  원래는 등하교 대중교통(대략 1시간 30분)을 이용하면서 틈틈히 읽었는데
  그만 밤 새고, 오후 미팅이 있어서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하는 도중 잠시 본다는 것이 주위 눈치도 보지 않고 
  읽다가 실험실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이 소설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었고, 그 동안 볼수 없던 서로 돌려가면서 읽고 있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어째든 저에게는
  주위의 어려움과 자신과의 싸움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그들의 경주에 부끄럽고, 희망도 얻었습니다. 
  비록 여건과 마음을 다 잡지 못해 최선을 다하지 못하여 자신을 자책하는 그들에게도요 ^^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카케루와 기요세의 새 역사의 달리기와 새로운 길을 여는 마지막 달리기에선 그만 실험실을 뛰    쳐나와 그늘 진 벤치에서 소리지르며 읽을 정도로 흥분했었습니다
 (미팅 때 무진장 혼도 났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만은 든든했었습니다)

  P.S 등장인물들의 뒷 이야기에 궁금한 건 저 뿐만이 아니겠지요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_~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6/21 12:52 
Playing님 너무 반갑습니다.
이제는 안오시나, 늘 궁금해 하고 있었습니다.

많이 바쁘셨군요. ^^

즐겁게 책 읽기를 하신 것 같아서,
저 또한 너무 즐겁습니다.

자주 좀 방문해 주셔서 소식 주세요.

그리고 withthink.textcube.com 으로
오시면 더 제가 더 빨리
오신 거 알 수 있습니다. ^^;;

반응형
반응형

유정식 지음 | 지형 | 2009년 1

 

 일전에 자주 가는 Inuit님의 블로그에서 시나리오 플래닝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다그리고 늘 Inuit Blogged 속 글들을 너무 잘 보고 있던 터라과감히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시나리오 플래닝 : 불확실한 미래의 생존전략도 읽어 볼 생각을 하게 되었다거기에 Inuit Blogged 에서 덧말로 자주 뵈었던 유정식님 이 책의 저자라는 사실도 아무 근거 없이 책을 더 읽어 보고 싶게 만들었다.

 

 책의 내용은 불확실한 미래의 생존전략이라는 부제에서 그대로다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인데그 핵심은 미래를 예측하려고 들지 말고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그리고 그 대안으로써 저자는 시나리오 플래닝이라는 방법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저자는 시나리오 플래닝를 간단하게 먼저 조망한다그리고 앞서 언급한 시나리오 플래닝 7단계를 각 단계별로 상세히 설명하고거기에 시나리오의 리스크와 문화를 독자에게 더 알려준다.

 

현실 세계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것은 사람을 포함해 현실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것들 사이의 질적 그리고 양적 상호 작용의 크기가 증가했기 때문이다실세계를 구성하는 구성원의 수와 그들의 지식의 깊이와 커뮤니케이션 정도가 향상되면 그 속의 상호 작용은 증가하게 되는데이 모든 것들이 과거에 비해 지금 그리고 미래에는 더 향상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더 큰 불확실성과 맞닥뜨릴 수 밖에 없다이러한 상태를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식과 경험의 한계를 뛰어 넘고 아울러 폭 넓고 깊은 사고를 통해서 불확실성을 일으키는 변화 동인에 집중해서 시나리오 플래닝 7단계를 통해 성공적인 시나리오 플래닝을 성취하고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준다특히이 책의 장점은 시나리오 플래닝 7단계를 설명하는데 있다저자가 시나리오 플래닝 컨설턴트로 실무 수행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례를 들어가면서 자세히 설명해 주는 덕분에 이해의 폭이 여타 다른 책에 비해 깊고실제로 적용하는데 있어서도 큰 도움을 준다또한 실무에서 실패한 경험도 함께 전해 주는 덕분에 실제로 적용 시 주의해야 할 사항도 놓치지 않게 해 준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눈에 띄었다국내 저자도 이렇게 수준 높은 경영서를 쓸 수 있는 단계에 이른 점은 분명히 환영할 만하지만최고 수준의 책과 비교하면 서술하는데 있어서 (특히, part 1 부분간결함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었다시나리오 플래닝 7단계를 세부적으로 설명하는데 있어서일부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집중력이 저하되었던 점 역시 아쉬웠다또한 책에서는 SWOT 분석을 과거와 현재에 초점을 맞추고 환경 변화 흐름을 현재 기준으로 보는 횡단면적이고 정적인 분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그리고 이 같이 핵심적인 변수를 기반으로 작성한 예측을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잘못 이해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이야기하는데아직 시나리오 플래닝이 익숙지 못해서인지 SWOT에 미래지향적인 요소를 더 가미해 개선한다면 그것이 결국은 시나리오 플래닝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의 틀은 아직 깨지 못했다는 점은 책을 읽으면서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시나리오 플래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2009_04_04 에 내용을 덧붙임
 

얼마 전에 읽은 지식의 단련법 다치바나 식 지적 생산의 기술이 떠올랐다. ‘지식의 단련법에서 저자 다치바나는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깊은 숙고를 거친 후 그 내용을 직접 차트로 작성하면서 수면 아래 숨어 있는 연관관계를 파악하고서 자신의 저작물을 만들어간다고 했다이는 시나리오 라이팅 부분에서 이야기하는 통합된 인과 고리 그리기와 매우 유사하다둘 다 결국은 뛰어난 글쓰기 작업을 목표로 하고서 차트나 인과 고리를 그리고 있는데다가차트나 인과 고리라는 다른 용어를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 하고자 하는 바는 대동소이하다.

 

그리고 ‘5가지만 알면 나도 스토리텔링 전문가’ 나  ‘스토리텔링의 비밀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  같은 스토리텔링에 관한 책도 함께 생각할 수 있었다스토리텔링은 이야기를 속에 자신이 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 전달하는 것이 오래 기억되고 강한 인상을 남긴다는 것인데결국 시나리오 플래닝의 의도도 시나리오로 표현되는 이야기를 통해 구성원들이 미래를 잘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고 하겠다게다가 스토리텔링이 근래 PR(Public Relations)을 포함한 다양한 비즈니스 분야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이러한 관심이 사람들이 시나리오 플래닝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하는데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할 수 있었다.


 

 Tracked from Inuit Blogged at 2009/03/31 23:10 x

 제목 : [책 소개] 시나리오 플래닝

드러커 선생은 말했습니다. 미래는 예측하는게 아니라 창조하는거라고.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점증하는 시대는 더욱 그렇습니

다. 이러한 불확실성 상황에서 유용한 경영 툴이 있다면 단연 시나리오 플래닝입니다. 같은 이유로, 시나리오 플래닝에 관한 

공부도 좀 했었지요. 미래를 읽는 기술 이미 시작된 20년 후 시나리오 플래닝: 대비할 수 없는 미래는 없다 이 중 시나리오 기

법의 거성, 피터 슈워츠의 원전이 '미래를 읽는 기술'입니다. 반면, 다소 빈약한 ......more

 Tracked from 새우깡소년, Day o.. at 2009/04/01 18:00 x

제목 : 시나리오 플래닝 - Phase 7을 이해하는 자만이..

우선 결론부터 논하고 시작하고자 합니다. `시나리오 플래닝 - 불활식할 미래의 생존전략'으로 풀이되는 이번 서평 리뷰 도서는 그야말로 큰 틀을 바라보는 시각을 입증시켜주는 한권의 대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Part 1-2-3 에서 볼 수 있는 논리적 전개가 작가의 경험적 이슈 및 실제 일어날 수 있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서술해줌으로써 지식사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생존을 위한 경험치"를 잘 구현해주었다라고 설명하고 싶습니다. 역시나......more

 Commented by Inuit at 2009/03/31 23:16  

만족스럽게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

좀 다른 이야기지만, 고무풍선기린님 블로그에 오면 서향이 가득합니다.
책들이 빼곡한 서재에서 차한잔 얻어 마시는 느낌이랄까요. ^^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4/01 10:21 
    Inuit Blogged 는 정말이지 늘 애독하고 있습니다. ^^

    Inuit 님을 포함한 수 많은 뛰어난 블로거 분들 글에 늘 감탄하고 있는데
    이렇게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Inuit님 글, 애독하도록 하겠습니다.

    덧말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새우깡소년 at 2009/04/01 15:26  

안녕하세요. 위드블로그 도서 캠페인 담당자 새우깡소년 입니다.
평소에 꾸준한 도서 리뷰로 즐겨보는 블로거이신 고무풍선기린님의 이번 리뷰에 저는 베스트라는 한마디로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
위드블로그에서 두번째로 방대한 책으로 꼽히는 <시나리오 플래닝> 베스트 리뷰어로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그동안의 리뷰글들로 묻어나는 함축적인 메세지가 잘 녹아있는 리뷰였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한 리뷰와 도서 캠페인 참여 부탁드리며, 위드블로그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항상 고맙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4/01 15:55 

우와~ 제게 이런 영광이... ^^

좋은 책을 잘 읽은 것만으로도 즐거운데, 베스트 리뷰어까지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앞으로도 즐거운 책 읽기 그리고 책 이야기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