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1. 익숙함 속에서 낯설음

 TV에서 서울을 여행하는 여행자의 이야기를 다룬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이미 한국의 대중문화가 아시아 전역을 넘어서 전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매체를 통해서 알고 있어서, 서울을 여행지로 선택한 사람이라면 응당 외국 관광객이 바로 본 서울의 이야기가 내용일 것이라고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TV 프로그램 속에 등장한 두 여행자는 한국인입니다. 이들은 서울 토박이에 전세계를 여행하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여행작가입니다. 한국인 전문 여행가의 눈에 비친 서울. 이것이 이 프로그램의 의도였습니다.

 이야기는 인천공항에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여행에는 규칙이 있습니다. 한국여행을 소개한 영문 책자을 바탕으로 하고 3일을 견딜 수 있는 최소 경비만이 주어집니다. 그래서 두 서울 토박이의 여행이지만 이들의 모습은 흡사 유럽으로 배냥 여행으로 떠나는 모습과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프로그램의 재미는 이들의 눈에 비친 서울을 꽤나 낯설다는 것에 있습니다. 서울은 이들이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온 공간이지만, 여행 책자를 통해 본 서울의 모습은 이들에게 익숙한 서울의 모습과는 천양지차입니다. 평소에 접하고 생활했던 것을 접하기 보다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나 관심이 없었던 것들이 더 많이 눈에 보입니다.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장소에 있어도 이방인으로 바라보는 모습과 내부인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이렇게 다릅니다. 그리고 그 다름은 서울에 대한 '무관심'에서 왔고, '왜곡'에서 왔습니다. 익숙함 속에서 발견한 낯설음.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 봤을 때, 다르게 보이는 것이 비단 서울의 모습만은 아닐 겁니다. 비록 잠깐의 TV 시청을 통해 가져본 생각이지만 익숙함 속에서 낯설음을 찾아야 또 하나의 발전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제가 제 스스로에게 하는 말입니다.


2. SJ양

 SJ양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치열하게 고민했던 학부 4학년 여름 방학이 었던 2002년 여름에 알게 된 사람입니다. 행동하지 않고 고민만 한다고 해결책이 나올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일상을 벗어나서 생각해 볼 요량으로 상하이에서 시작해 시안과 충칭 그리고 기억나지 않는 여러 중국 서부 내륙 지역을 거쳐 베이징으로 나오는 여정의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 때 함께 간 많은 친구들이 참 좋은 사람들이었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종종 그들을 봅니다. SJ양도 그 시절 함께 간 친구들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SJ양은 다른 친구들과 달리 족히 3~4년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렇게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는 주말에 잠깐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제 기억 속 SJ양은 지금껏 23살의 어린 여학생이었습니다. 그런 인상이 강했던 건 그 시절 SJ양의 나이가 23살이기도 했지만, 자그마한 체구 덕분에 더 어리게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본 SJ양은 어엿한 4년차 직장인이자 사회인입니다. 그런 면에서 사회적 경험에서 볼 수 있는 스펙트럼이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저보다 더 다양합니다. 거기에 그간 그녀가 겪은 풍파 역시 만만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사실 SJ양을 마냥 어린 친구로 떠올리고 있던 만큼, SJ양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격려를 해 줄 요량으로 봤습니다만, 오히려 그녀의 내공에 보통이면 입도 떼지 않았을 제 이야기를 하고 왔습니다.

 분명 또 다시 한동안 보지 못하다가, 이번처럼 갑작스레 연락이 닿아 볼 것이 확실한 SJ양이지만, 다음에 볼 그녀는 얼마나 더 성장해 있을지 자뭇 기대가 됩니다. 물론 저도 그녀 못지 않게 무럭무럭 자라야겠지요.
반응형

'Dr. Q' 카테고리의 다른 글

Untitle  (0) 2011.04.25
소프트뱅크 손정의 - LIVE 2011, 30년 비전  (2) 2010.07.23
노먼 록웰, Norman Rockwell - 자화상, Triple Self-Portrait  (6) 2010.01.29
소식영허, 消息盈虛  (10) 2010.01.14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들  (2) 2009.11.25
반응형


랜 피셔, Len Fisher 지음 | 박인균 옮김 | 추수밭 | 200910

 


1. 멀게만 보였던 게임이론 (theory of games)


 제가 게임이론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건 군사 전략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을 설명하고 논의하는 보고서를 통해서였습니다. 사실 '군사전략'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매력에 솔깃했고 내심 흥미로웠습니다만, 바로 관심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웬지 ‘게임이론’은 제가 공부하는 과학보다는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어울려 보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당장 전략적 판단이나 이를 바탕으로 한 알고리즘으로써의 게임이론’을 제가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없다는 점 또한 즉각적인 관심을 갖는데 주저함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게임이론은 오랜 시간동안 매력적이긴 하지만 저와는 별반 상관없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이론'에 대한 책인 가위바위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을 생각을 갖게 된 건 순전히, 이 책의 저자 렌 피셔, Len Fisher 때문입니다. 예전에 그가 Physics takes the biscuit라는 제목으로 물리학적으로 어떻게 하면 커피와 비스킷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지에 대해 연구해 최고의 과학 학술지 중 하나인 Nature 출판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이런 독특한 주제를 연구하는 물리학자도 있고 이런 내용이 Nature에 나올 수도 있구나하며 신기해했었는데, 신기한 물리학자라고 생각했던 렌 피셔가 이 책의 저자였고, 물리학자의 눈에 '게임이론'은 어떻게 보였을지 궁금해졌습니다.

 


2. 내시 균형, Nash equilibrium


 '게임이론'을 설명하는데 핵심은 '내시 균형'입니다. 사실 '게임이론'이니 '내시 균형'이니 하니까 처음부터 그 내용이 무척이나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지만 늘 그렇듯 핵심은 간단한 법입니다. 역시 내시의 균형을 설명하는데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내시는 실제 사회적 상황에서 어느 쪽도 손해 보지 않고 빠져 나갈 수 없는 상태를 균형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런 균형상태에서 단독으로 누군가 전략을 바꾸면 전체 상황은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내시가 발견합니다. 그리고 협력적 해결책(협상한 협의안)이 내시 균형을 이루지 못할 경우, 하나 또는 둘 모두 이후 전략을 바꾸어 자신에게 더 유리한 결과를 얻으려 하면서 협력은 깨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3. 게임이론의 장점


 사실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이 윤리나 도덕 같은 내적 규율을 통해 협력을 이루어 나가는 것 만큼 좋은 선택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실생활의 대부의 경우, 윤리와 도덕을 통해 협력을 이끌어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법이 발달하게 되고, 이러한 외부 규율에 통해 사람들을 서로 협력합니다. 하지만, 만사를 법으로 해결하는 것에 또한 모두가 알고 있듯이 능사는 아닙니다. 이러한 점에서 내시 균형에 바탕을 두고 외부 규율 없이 자발적으로 행동하도록 하는 게임이론은 매우 매력적입니다. 또한 알고보면 그 내용 역시 매우 간단하면서도 그 결과는 강력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직접 자신의 생활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책에서는 이야기하는 여러 딜레마를 실험해 보면서 자신이 펼치는 '게임 이론'의 효과를 이야기합니다.

 


4. 아쉬움


 이 책의 장점은 저처럼 게임이론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읽기에도 별 부담이 없는 평이한 설명입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대로, 저자의 실생활을 속에서 스스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이야기의 당위성을 독자에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저는 이 부분이 좀 아쉬웠습니다. 분명 저자가 실생활에서 간단하게 보여 줄 수 있는 예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갈 수 있지만, 저자가 물리학자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물리학자의 입장에서 사회적 현상을 통계적 접근을 통해 이해하고 설명하며, 그 속에서 게임이론과 내시 균형을 적용하며 정당성을 주장했었으면 훨씬 더 책의 내용이 알찼을 것 같습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