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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관람일 : 2010_09_19 ()  18:00

 

최근 유명환 전 장관이 딸의 특채로 낙마(落馬)하면서 큰 사회적 반향(反響)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것이 MB가 천명( )공정한 사회에 대한 화두와 엮여 사회 지도층의 도덕성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膾炙)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제게도 과연 사회 상류층은 정말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따로 살아가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며칠 전 관람했던 연극 베리베리 임포턴트 펄스때문입니다.

 

연극 베리베리 임포턴트 펄슨을 키워드로 찾아보면 공통적으로 검색되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영국 신예 작가 조 펜홀, Joe Penhall 의 블랙 코미디 덤쇼, DUMB SHOW’를 한국 실정에 맞게 번안하여 무대에 올렸다는 사실과 극 속에서 옐로 저널리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먼저 덤쇼라는 유명한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원작자 조 펜홀의 전작을 섭렵한 경험이나 그의 작품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터라, 이 부분은 제게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처음 접해 본 옐로 저널리즘에 대한 궁금증과 현실에 바탕을 둔 비허구적인 인물을 무대화하여 대중들에게 정치, 사회, 문화에 대한 직접적인 문제 제시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는 연출자 박혜선의 이야기에 더 눈이 갑니다. 실제로 연출자는 유명 코미디언 이면의 어두운 삶과 자신의 성공을 위한 기회주의적 사고 방식, 그리고 사생활 보호와 언론의 자유 같은 소재를 가지고 원작자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한국 사회의 현실을 바라보고 비평적인 시선을 통해 극을 풀어나가려고 했다고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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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속 이야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한국 최고의 풍자 코미디언 강한철은 자신의 쇼 를 끝내고 호텔 스위트룸에서 프라이빗 뱅크 직원 민상규와 윤미래를 만난다. 그들은 강한철에게 프라이빗 뱅크의 비밀 사교 모임의 강연을 부탁하고 더불어 은행의 고객이 되어 주기를 제안한다
행사 당일, 강연을 위해 다시 호텔을 찾은 강한철과 윤미래. 강한철은 스위트룸에서 술을 마시고 취중에 미래에게 유명인으로써의 힘든 삶을 드러낸다. 그러던 중 강한철은 엑스터시를 복용하고 그녀에게도 권하자 당황한 미래는 그를 밀쳐낸다. 약속한 강연 시간이 되어 스위트룸을 찾은 민상규는 강한철에게 비디오카메라를 보여주며 자신과 윤미래는 프라이빗 뱅크 직원이 아닌 썬데이 매거진의 이항복과 오나래 기자임을 밝힌다. 그들은 한철에게 자신들의 인터뷰에 응해 줄 것을 제안하고 한철은 그들의 함정취재에 말려들었다는 걸 깨닫고 몹시 분노하는데......Synopsis 중에서

 

극의 초반부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배우들의 빠른 대사 처리였습니다. 배우들은 많은 양의 대사가 관객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발음을 하면서도 빠른 속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빠른 듯한 대사 전달은 오히려 전개의 인위적인 느낌을 주기도 했는데, 연출자가 의도한 것인지 의아했습니다.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개인의 사생활 보호 같은 대립되는 것들에 대한 문제 제기와 더불어 상류층의 이중성과 부도덕함 그리고 황색 언론 기자처럼 신분 상승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통해 최근의 사회상을 반영하려고 애쓴 흔적이 그대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먼저 적절한 유머를 섞어가며 재미있게 극이 전개되지만 종반부에 이르자 조금 지루했던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또한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사회상을 잘 보여주면서 그 속에서 문제 제기를 하지만 문제 제기 이상의 모습은 보여주기 못합니다. 아쉬운 사회상 반영에 그치지 않고, 나아갈 바까지 제시해 줄 수 있으면 더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극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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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다 이라, 石田衣良 지음 |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9



 1. 졸업


취업이라는 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대학 입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난관이다. 아무리 노력하고 완벽히 준비한다 해도 이만하면 충분하다 싶은 선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단순히 학력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능력, 인간미, 그리고 그 외에도 알 수 없는 요소가 무수히 얽혀 있기 때문이다.  – 12 쪽 중에서


 제가 이 책 스무살을 부탹해를 처음 읽은 건 작년 가을 즈음이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쉽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책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볼 적절한 시기를 놓쳐버리고는 잊어 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 거의 일년의 시간이 흐르고 책장을 정리하던 차에 다시 읽어볼 생각을 했습니다. 일년의 시간 동안에 제게는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손 꼽을 수 있는 것이 졸업입니다. 국민학생이 된 이후로 계속해서 학생으로만 살아오다가 얼마 전 학위를 마치면서 공식적으로 학생의 이름을 놓게 되었고, 이력서 작성이나 면접 같은 구직활동을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 보다 10년은 늦은 시점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작년에 이 책을 읽고서 정리를 했다면 분명히 일본과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경제 동조화 현상의 심화로 비록 일본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이지만 우리 사회에도 그 시사점을 주기에 충분하다며 책에 대한 평을 마무리 지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막상 취업이 제게도 당면한 문제가 되고 최근 한 대기업에서 임원, 기술, 그리고 인사 면접을 직접보고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하면서, 책 속 이야기는 더 이상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남의 이야기가 될 수 없었습니다.


무슨 시험이든지 합격한 사람의 몇 배나 되는 불합격자가 있는 법이지. 그러니까 꿈을 이룬 사람은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 몫까지 열심히 일해야만 하는 거야.  – 52



2. 책 속 이야기


30대에 비정규직 사원이나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결혼율은 정규직에 비해 훨씬 뒤진다더라. 결국 말이지, 돈 없으면 결혼도 못하고 아이도 못 낳는 세상이야.  – 59 쪽 중에서


  책은 주인공인 미즈코시 치하루를 포함해 7명인 취업 동아리 구성원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대학교 3학년 학생들로 전원 언론계 진출을 목표로 취업 동아리를 만들고 서로 도와가며 1년의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그리고 작가는 책 속 이야기를 치하루를 중심으로 풀어갑니다. 이들이 취업하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자기 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인턴 과정, 그리고 실제 취업을 위해 도전하기까지 만만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특히 인턴 과정을 통해 치하루로써는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개인 윤리와 직업 윤리가 충돌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까지 보여줍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7명의 동아리 구성원들은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서로서로를 도와가면서 앞으로 조금씩 전진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는 여기서 해피엔드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간과할 수 있는 동아리 내적 문제에도 작가는 치하루를 통해 관심을 보입니다. 모두가 포기하지 않으려 모두가 애쓰지만, 이들 사이에서도 앞서가는 사람과 뒤쳐지는 사람, 심지어 압박감에 포기하는 사람까지 생겨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치하루와 동아리 구성원들은 앞서가는 사람을 시기, 질투하지 않고 뒤쳐지는 사람도 함께 하려는 마음의 실천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줍니다. 그리고 작가는 이런 과정을 통해 동아리 구성원들 모두가 한층 더 성장했음을 보여줍니다.


자기 소개서를 처음 읽는 채용 담당자에게 포커스를 제대로 맞춰야 하는 거야.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지.  – 159 쪽 중에서



3. 감상



 저는 면접이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머리나 지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속을 알 수 없다면 어떻게 앞으로 몇 십 년 동안 같이 일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본다면 입사 지원자도 똑같은 입장에서 회사에 대한 인상을 결정짓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 394 쪽 중에서


 앞서 언급했던 대로, 제 스스로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이 책의 이야기는 제게 절실히 다가왔습니다. 먼저 부끄러웠던 것은 스스로 책 속 주인공들만큼 취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제 경우는 일반적으로 사회에 나서는 사람들에 비해 5 ~ 10년은 늦은 진출인 만큼 더 많은 준비와 연습을 통해 내딛어야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 만큼 자기 소개서나 면접은 저를 처음 보는 채용 담당자에게 포커스를 두어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실제 제 경우와 비교해 보니 아주 가관입니다. 정작 제가 하고 싶은 말만 했을 뿐 저를 평가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은 부끄러울 수준입니다. 게다가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그들에게 끌려 다니느라 입에서 꺼내 보지도 못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책에서 본 치하루의 모습은 제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1년 동안 갈고 닦은 스킬을 통해 자신이 원하던 곳에 거의 다 갔다가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머리 속에서 만들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거부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웃으며 솔직하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단계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는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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