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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열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09 3

 

 '담장 속의 과학 : 과학자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의식주는 기대가 무척 큰 책이었다. 먼저 전통가옥의 활짝 열어 놓은 문을 책 표지로 정한 것이 그랬다. 생명과학부 교수인 저자의 눈으로 전통 생활 양식을 과학적 지식을 통해 살펴 봄으로써, 어떤 것들이 현재 우리의 삶에 다시 가져 올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을 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러한 기대를 가지고 이 책 담장 속의 과학을 읽어 나갔다.

 

 책을 읽으면서 먼저 접하게 되는 부분이 프롤로그(Prologue)’이다. 이 책에서는 책머리에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보통 저자가 자신의 책이 어떤 의도로 쓰여 졌는지를 간략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이 책의 책머리에는 무려 10 쪽의 분량을 자랑한다. 책을 출판하기 된 계기와 의도 정도만 간략하게 해서, 10 쪽 중 마지막 2~3 장에 있는 내용만으로도 충분했을 부분을 아쉽게도 장황(張皇)스럽게 늘어 놓았다. 그래서 실제 본문을 읽어가면서 여러 차례 책머리에서자세하게 풀어 놓은 이야기를 또다시 읽을 수 있었다.

 

책의 첫머리부터 아쉬움이 컸었는데, 그 아쉬움은 책을 읽어나가도 계속 되었다. 먼저, ‘~ 것 이다.’는 추측성 표현을 책 전체에서 빈번하게 사용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읽어나가는 동안 자주 저자의 전문성을 본의 아니게 의심하게 되었다. 넓은 의미에서 앞서 언급한 프롤로그 부분의 장황스러운 서술과 같은 이야기인데, 문체가 좀 더 간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이는 책의 내용을 깊이 생각하고 떠올리면서 읽어가도 빠른 속독을 통해 금방 읽어가도 계속해서 아쉬움이 남았는데, 책을 한참 읽고 나자 간결하게 설명했으면 아쉬움이 덜 했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내용은 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사람이 살아가기에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집터, 묘터 같이 터의 범위를 좁혀 가면서 이야기는 고향집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이것은 다시 전통 문화와 전통 생활 양식 이야기로 확장된다. 그래서 의식주(衣食住)의 관점에서 크게 3가지 주제로 내용을 나누어 놓았지만, 내용과 함께 분량까지 가만 한다면 주()에 속하는 전통 가옥에 대한 이야기를 책의 전반부, 장과 김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식()과 빨래와 옷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의()를 책의 후반부 내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앞에서 이 책을 읽어가면서 전통 생활 양식을 과학적 지식을 통해 살펴 봄으로써, 어떤 것들이 현재 우리의 삶에 다시 가져 올 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을 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책은 과학자의 모습보다는 사회학자가 흔히 취하는 담론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그래서 이어령 교수의 흙 속에 저 바람 속에와 같은 책을 읽어가는 느낌에 가까웠다. 하지만, 문체의 유려함이나 전통 문화가 가치를 재조명하는 시각은 이어령 교수의 책만 못했다.

 

 

Commented by 은비뫼 at 2009/04/12 22:49
궁금한 책이었는데 솔직한 서평 잘 읽었습니다. ^^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4/12 22:59
제 생각을 옮긴 것이긴 했지만, 그래도 비난하는 것 같아
포스팅을 하면서 별로 유쾌하지 못했는데, 솔직하게
봐주셔서 한결 마음이 가벼워 졌습니다. ^^
Commented by 가이에다 at 2009/04/17 00:46
고무풍선기린님의 서평으로 책을 또 다시 보게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4/17 00:50
제가 뭔가 역할을 한 것만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그 역할이 바람직한 것이었으면 더 좋겠네요. ^^
Commented by JNine at 2009/04/23 12:32
적어도 몇 백년을 이어 내려온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꼭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굉장히 사소한 행동양식(예를 들면 현관에서 신발은 신발코가 건물 앞쪽을 향하게 벗어놓는다던지)에도 예전 생활양식을 생각해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더군요. 뭐, 과학기술이 발전/발달하며서 꼭 옛것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지긴 했지만, 지금도 적용하면 좋을 선조들의 지혜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댓글보고 와봤는데 서평이 굉장히 많군요. 종종 들르겠습니다. 총총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4/23 15:34
책을 읽으면서 오랜기간에 걸쳐 생긴 생활양식 속에서 합리성을 발견하고,
과학을 통해 합리성의 정당성을 기대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습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뵜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제가 방문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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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三浦 をん 지음 |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7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 2, 風がく吹いている를 볼 생각을 하게 된 건 순전히 실수 때문이었다내 남자私の男’ 를 일전에 읽었는데, ‘ 내 남자는 그 내용과 형식이 정말 독특했고 아울러 비록 번역으로 원문의 맛과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 필력(筆力)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는 책이었다그런데 이 책이 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이었다그리고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예전에 나오키 상을 수상한 소설을 한번 더 본 적이 있었는데그 때도 만족하며 책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랐고이로 인해 ‘135회 나오키 문학상에 빛나는 미우라 시온 최신작이라고 된 소개 글은 내게 135회 나오키 수상작이라고 보였다그리고 이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이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도 뛰어난 작가의 읽을 만한 책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고 말았다.

 

일본 책의 특징은 디테일이다.

 

 Inuit님의 글 줄에 일본 실용서 읽은 후의 아쉬움이라는 포스트가 있다좁은 범위의 이야기를 한 권이나 되는 분량으로 울궈내는 귀재라는 설명과 각론으로써의 가치는 인정하지만 하나의 키 아이디어에 적당히 살을 붙여 만든 책이 많아서 아쉬움이 있다는 내용이다사실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일본 책이기는 하지만 실용서는 아니라서 Inuit님이 말씀하신 카테고리에는 들어가지 않는다그렇지만 이 책도 좁은 의미에서 보면 일본 실용서적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코네 역전경주라는 간토학생육상연맹에서 주최하는 대학생 마라톤 릴레이에 관한 이야기로 2권의 분량을 채워가기 때문이다읽어가면서 역시 일본 책들은 디테일이 강하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할 수 있었다하지만이 책은 하나의 키 이야기에 적당히 살을 붙여서 만든 것 이상의 수준이므로이 점에 관해서는 우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

 

책은 지쿠세이소라고 불리는 작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지쿠세이소가 비록 낡아 스러질 것만 같은 건물이기는 하지만 월세 3만엔에 식사까지 제공되는 요즘 보기 힘든 곳이다그곳에는 4년간 하코네 역전경주에서 달리는 것을 꿈꿔온 기요세 하이지일찌감치 사법고시에 합격한 유키늘 담배를 물고 사는 니코짱쌍둥이 형제 조지 로와 조타 로밥 먹는 것보다 퀴즈 프로를 더 좋아하는 킹이공계 장학생으로 일본에 온 무사늘 만화책에만 빠져 사는 왕자그리고 깊은 산골에 살면서 처음으로 도쿄에 있는 대학에 입학한 덕분에 고향에서 별명이 그대로 이어진 신동까지 9명의 학생이 살고 있다그리고 이들은 모두 지쿠세이소 옆에 있는 간세 대학의 학생들이다그러던 어느 날지쿠세이소의 매니저 격인 기요세가 목욕을 하고 오던 길에 편의점에서 빵을 훔쳐 달아나는 사람을 우연히 보게 된다그런데 그 사람이 달리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그 사람이 바로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가케루다기요세는 가케루를 보자마자 가케루의 달리기에 매료(魅了)되고 마는데이는 가케루의 달리기는 자유롭고 즐거워 보이기 때문이다이렇게 가케루를 만난 기요세는 가케루가 머물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자 바로 지쿠세이소에서 함께 살 것을 제의한다갈 곳 없이 노숙을 할 작정이었던 가케루 역시 기요세의 제의를 받아들여 지쿠세이소에서 들어가는 것을 받아들인다.

 

지쿠세이소 주민 중에 기요세만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쿠세이소는 간세 대학 육상 경기부 단련소다그리고 앞서 언급한 대로 기요세는 4년간 10명이 팀을 이뤄 도쿄에서 하코네산을 교대로 왕복해서 달리는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가하는 것을 꿈꿔왔다그리고 가케루의 지쿠세이소에 끌어들이는 것으로 기요세는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가를 지쿠세이소 주민들에게 선언한다그리고 기요세와 가케루를 제외하고는 육상과는 떨어진 삶을 살아온 지쿠세이소 주민들이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여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하고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에 진출해서 달리는 지쿠세이소 주민들의 이야기다.

 

사실 책은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읽는 재미가 있다하지만그것이 다가 아니다이는 이 책이 청춘소설과 성장소설의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있다오로지 육상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가케루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이 인식하는 것보다 세상은 더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모습이나 달리고 싶어도 달리지 못하는 고통을 아는 기요세의 모습은 시련을 통해 한층 성숙된 인간으로 발전해 가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거기에 그치지 않고 결과가 동반되지 않는 노력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며 세상과 반목하는 가케루나 사카키의 모습을 통해서는 그들의 모자란 부분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한다.

 

기요세는 각자의 성격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지도했다착실하게 그날의 연습량을 

해내는 데 희열을 느끼는 신동에게는 좀더 상세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었고

학구파인 유키에게는 그가 납득할 때까지 트레이닝법에 관한 토론에 응해주었다

조타는 칭찬을 해주면 의욕이 생기는 타입이기에 연습 중에도 자주 칭찬을 해주

었고방치해도 잘 달리는 조지에게는 굳이 달리기에 관한 화제를 꺼내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기요세는 주민들이 마음대로 달리게 했다연습방침을 정성껏 전달하

고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약간의 어드바이스를 할 뿐인데도 주민들의 의욕

을 불러일으켰다가케루는 마법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강요하지도 

않고 벌칙을 정하지도 않았다그저 달리려는 마음이 생길 때까지 집념이 강하다 

싶을 정도로 가만히 기다렸다그런 코치 방식이 있다는 것을 가케루는 처음 알

았다
                                                         P. 176 ~ 177 
중에서

 

또 하나 이 책을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리더십에 관해서다리더십에 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그 중에서도 상황에 맞추어 유연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근래 이야기되고 있는데책에서 나오는 기요세의 모습이 딱 그렇다일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어떻게 하면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늘 고민하며 살아가는데기요세의 모습을 통해 내가 추구해 나아가야 할 모습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또한 뛰어난 리더 못지않게 그런 리더를 잘 따르는 추종자의 모습 또한 지쿠세이소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개인적으로는 읽어가는 재미도 읽어가면서 생각할 꺼리도 많은 책이었기에과감히 읽어 보기를 추천.



 Commented by Playing at 2009/04/18 09:10  

안녕하세요~ 좋은 소개 글 잘 봤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본 책의 줄거리만 봐도 설레이는 건 저 뿐일까요?
일주일의 준비기간을 거쳐서 사흘 밤샘 실험을 하면서도 준비부족과 정성부족으로 막 실패를 알게된 
저(생명공학도)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거 같습니다
학교 도서관에 다행히 대출가능이라고 나오네요 ~ _~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4/18 13:27 
   생명공학을 공부하시는 군요. 이제는 Bio의 시대라고 하던데,
      공부하는 분야를 잘 선택하시고서, 열심히 공부하시는 것 같아서
      부럽습니다. 

      저도 물리학을 공부하고 있는데, 더 열심히 해야 겠어요. ^^
 Commented by 김중태 at 2009/04/19 14:45  
위드블로그 참여에 감사드립니다. '블로그 교과서' 관련하여 서평쓰기 행사가 진행 중입니다. 다음 문서 참조하여 좋은 책 한    권을 더 받아가세요. ^_^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4/19 15:46 
    책을 너무 너무 잘 읽었습니다.
    블로그에 대한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또한 몰랐던 것들을
    많이 알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게다가 직접 이런 좋은 정보까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덧말. 링크 걸어 주신 글에 '블로그 교과서'의 트랙백을 달려고 했봐는데,
    안되네요.
 Commented by Playing at 2009/06/21 09:01  
안녕하세요 ^^ 책을 읽은 지 한 2, 3 주가 되어가는 데
이제야 시간이 나네요(아직 감동은 가시질 않았습니다)

  살아 숨쉬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묘사를 바탕으로 이어가는 스토리에 그만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드랬죠 ~

  원래는 등하교 대중교통(대략 1시간 30분)을 이용하면서 틈틈히 읽었는데
  그만 밤 새고, 오후 미팅이 있어서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하는 도중 잠시 본다는 것이 주위 눈치도 보지 않고 
  읽다가 실험실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이 소설에 대한 관심도 증폭되었고, 그 동안 볼수 없던 서로 돌려가면서 읽고 있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어째든 저에게는
  주위의 어려움과 자신과의 싸움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그들의 경주에 부끄럽고, 희망도 얻었습니다. 
  비록 여건과 마음을 다 잡지 못해 최선을 다하지 못하여 자신을 자책하는 그들에게도요 ^^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카케루와 기요세의 새 역사의 달리기와 새로운 길을 여는 마지막 달리기에선 그만 실험실을 뛰    쳐나와 그늘 진 벤치에서 소리지르며 읽을 정도로 흥분했었습니다
 (미팅 때 무진장 혼도 났었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만은 든든했었습니다)

  P.S 등장인물들의 뒷 이야기에 궁금한 건 저 뿐만이 아니겠지요 ..!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_~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6/21 12:52 
Playing님 너무 반갑습니다.
이제는 안오시나, 늘 궁금해 하고 있었습니다.

많이 바쁘셨군요. ^^

즐겁게 책 읽기를 하신 것 같아서,
저 또한 너무 즐겁습니다.

자주 좀 방문해 주셔서 소식 주세요.

그리고 withthink.textcube.com 으로
오시면 더 제가 더 빨리
오신 거 알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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