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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규정 지음 글담 2018 81

 

 

나 자신을 대하는 위험한 버릇

 

그대가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다른 사람이 그대에 대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고대 로마의 철학자)

 

 한팀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짠돌이다. 어릴 때부터 아껴야 잘 산다.”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말씀하셨던 부모님의 영향도 있었고, 풍족하지 않았던 가정 환경 속에서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근검절약이 몸에 배었다. 직장에 취직한 뒤로도 지금까지 허튼 돈을 써본 기억이 거의 없다. 커피는 일단 사무실에서 타먹는 1회용 커피를 애용한다. 점심은 사내 식당을 이용하거나, 회사 근처 밥값을 할인해 주는 식당에서 해결한다.


 그런데 한팀장이 주변을 돌아보면, 다들 한심하기 그지없다. 커피 맛이 거기서 거기일 텐데, 굳이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사 마시는 직원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튼튼하기만 하면 될 운동화를 구태여 3~4배나 돈을 더 주고 비싼 브랜드 매장에서 사겠다는 아이들이 답답하다. 물론 한팀장도 팀원들과 다 같이 점심을 먹은 후 팀원들에게 커피를 쏘기도 한다. 그러나 팀장님은 뭐 드실래요?”라고 묻는 팀원들에게 난 사무실에서 가서 커피를 먹을래.”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사달라는 브랜드 운동화며 옷들도 별말 없이 사준다. 막는다고 안 살 것도 아니고, 말을 듣지 않을 거란 걸 안다. 하지만 본인을 위해서는 절대 돈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킨다. “당신 옷이 너무 허름한데, 이번에는 당신 옷도 같이 사요.” 온 가족이 쇼핑을 나갈 때면 아내가 항상 한팀장 옷을 사자고 졸랐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한팀장은 한사코 거절해다. “뭐 하려고 돈을 그런 데다 써? 당신이랑 애들 옷이나 사. 난 됐어.” 그런데 참 이상하다. 어느 날부터 아내가 한팀장에게 옷을 사겠냐는 권유를 하지 않는다.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부터 한팀장에게 뭘 마실 거냐는 말도 묻지 않은 채 자기들끼리 주문하고 끝낸다. 뭔가 이상하다. 내가 스스로나 자신에게 돈을 안 쓰는 거야 그렇다 치고, 다른 사람들까지 내게 그러는 건 나를 소중하게 생각지 않는 것 같아서 서운한 마음이 든다.


 “먹을 거 다 먹고 사고 싶은 거 다 사면서 어떻게 돈을 모으냐.”는 부모님의 말씀을 들으며 자라온 세대들은 자기 자신에게 쓰는 돈을 아까워한다. 부하직원들이 점심시간에 밥값만큼 비싼 커피를 한 잔씩 손에 들고 들어오면 꼭 한마디 한다. “회사에도 커피 있는데, 꼭 그 브랜드 커피여야 해? 난 그거 낭비라고 생각해. 믹스커피랑 뭐가 달라!”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면 외식하자는 가족들에게 한마디 한다. “뭐 하러 나가서 고기를 사먹어, 마트에서 사가지고 와서 집에서 구워 먹으면 더 싸게 먹을 수 있는데, 밖에서 먹는 게 맛있다는 건 다 기분 탓이라고!” 그런데 당신도 인정할지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밖에서 먹는 고기가 더 연하고 맛은 있다. 계절이 바뀌었다고 배우자가 옷이라도 하나 사다 주면, 꼭 한 소리 한다. “왜 옷을 백화점에서 사?! 인터넷에서 같은 가격에 몇 벌은 살 수 있겠구먼! 당장 바꿔 와!” 물론 백화점이 인터넷보다 더 비싼 것 맞다. 하지만 어떨 땐 싼 게 비지떡일 수 있다.


 운동화가 낡아서 밑창이 다 해졌어도, 굳이 새 운동화를 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것이다. 돈을 들여서 굳이 내 물건을 사느니, 그냥 있는 대로 입고 먹고 사용한다. 요즘 소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고 소비 트렌드가 변했다고 논쟁을 하기 전에, 이렇게 사는 게 과연 잘 사는 걸까? 물론 당신이 왜 그러는지 그 마음은 너무 잘 안다. 당신이라고 좋은 거 갖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갖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다 사다 보면, 아이 교육비 부모님 용돈, 가족 생활비 등이 걱정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젠 그러지 말자.


 본인에게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스스로에게 투자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알레르기 때문에 개나 고양이를 키우지 못한다. 예쁜 개나 고양이를 보면 탐을 내고 눈독을 들이지만, 내 체질 때문에 키우는 걸 엄두도 못 낸다. 그런데 친척 중에 대를 다섯 마리나 키우는 집이 있다. 주인이 들어가면 다들 꼬리 치고 몰려들어 주인을 반긴다. 그런데 그 친척분에게는 유독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개가 있다. 그래서인지 그 개에게는 다소 퉁명스럽게 대하거나 어떨 때는 발로 슬쩍 밀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하다. 주인이 그러니 나도 친척집에 갈 때마다 그 개를 만만하게 대한다. 다른 개들은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자상하게 대하면서, 유독 그 개에게는 주인이 그랬듯이, 나도 모르게 퉁명스러워진다. 그래서 옛말에 내가 내 집 개를 차며, 지나가던 사람도 찬다.”고 했나 보다.


 이 논리를 그대로 적용해 보면, 당신이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 역시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공식이 성립된다.


 그러니 하루라도 젊을 때, 지갑을 열어 자신을 위해 돈을 쓰자. 오늘은 당신의 남은 인생 중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 당신이 가장 멋지고 빛나는 날이다. 당신의 인생은 아직도 한참이나 남아 있고, 그 남은 기간 동안 자기 스스로를 잘 대접해야 한다. 비싸지 않다면 당신이 몇 달 전부터 눈독 들여온 카메라를 본인에게 사서 안겨 주자. 가정경제를 파탄 낼 만큼 고가가 아니라면, 구매해서 당신 자신을 기쁘게 해주자.


 오늘날 리더, 가장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가족들을 어떻게 하면 잘 먹이고 입힐까,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동기부여 하여 즐겁게 일하도록 할까에 큰 관심을 가진다. 그래야 좋은 리더이고, 좋은 부모라는 소리를 들어 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막상 자기 자신을 기쁘게 만드는 일을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짠돌이처럼 굴며 돈을 쓰지 않는다.


 자신에게 투자하는 습관, 스스로에게도 돈을 쓰는 습관이 배여 있지 않으면, 당신의 이후 삶은 점점 궁상맞고 초라해진다. 당신의 모습을 본 주위 사람들 역시 당신에게는 좋은 옷과 먹거리가 어울리지 않다고 여기게 된다. 당신은 그러기를 바라는가. 타인이 앞장서서 당신은 좋은 옷과 음식이 필요 없지요?” 라고 말한다면 얼마나 황당하고 속이 상할까.


 당신의 감정이 행복하고 기뻐야, 비로소 주면 사람들을 행복하고 기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내 감정은 초라하고 비참한데, 타인의 감정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나를 소중히 여기자. 그럼 남도 나를 소중히 여기고 정성껏 대접한다.

 

저는 보통 실용서 보다는 기본 개념서를 더 선호합니다. 지금 이야기 하는 슬기로운 팀장생활의 기술과 같은 책의 경우, 보통 경영학 내 조직관리 이론서를 읽어보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식입니다. 사실 이런 실용서에 나오는 예시들의 대부분이 읽을 때는 그런 것 같지만, 실상 제 상황과는 상이해 제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경우도 딱히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본 원리에 충실한 책을 꼼꼼히 읽어야 제 상황에 맞추어 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이라고 해서 제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책 내용을 이루는 뼈대만을 살펴보면, 그 내용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이미 어디서 봤었던 것 같은 주제에 개별 사례를 덧붙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방식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 슬기로운 팀장생활의 기술은 제 눈을 사로 잡는데 성공했습니다. 서두에 옮긴 책 내용의 한팀장만큼은 아니라도, 한팀장의 모습은 실생활에서 제가 깊이 고민하던 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남에게는 너그러워도 자신에게는 인색한 것을 내강외유(內剛外柔)라 생각하며 자신에게 혹독하게 냉정하게 대할수록, 더 바르게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 왔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만큼, 만족스럽기 보다는 자신에게 실망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남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평범한 진리조차 깨닫지 못한 저를 일깨워 줍니다.

 

이 책 슬기로운 팀장생활의 기술은 저처럼 일상에서 사람들 대할 때 평범한 진리조차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봄 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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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지음 난다 | 2017 8 7

 

 

 에세이가 읽어 나가기 쉽고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선뜻 손이 가지 않습니다. 시간을 내서 하는 독서라면 항상 쌓여 있는 일거리와 문젯거리를 해치우는데 도움이 될만한 걸 읽어야 한다는 착각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밀려오는 압박을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면, 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이야기는 보통 영화나 소설이 되는데, 가끔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과 같은 에세이가 되기도 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마에 손이 포개어질 때의 촉감은 손바닥보다는 이마에서 더 강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손으로 코를 만질 때와 손으로 어깨를 잡을 때 혹은 손으로 무릎을 긁을 때와는 달리 이마를 덮으며 손은 애써 감각을 양보하는 듯하다. 아마 이것은 오래된 습관이 만들어냈을 터이다. 대부분 우리의 이마를 짚어오는 손은 자신 스스로의 것이 아니라 상대의 다정한 손인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고 거꾸로 자신의 손을 이마에 포갤 때 그 이마는 내 것이 아니라 애정을 갖고 있는 상대의 것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 작은 일과 큰일 중에서 -


대체로 에세이를 읽을 때면 제 감상평이 좋습니다. 자주 선택하지 않는 장르이다 보니, 손 가는대로 읽을 거리를 고르기 보다는 이미 내용이 검증된 작품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감수성 짙은 제목의 이 책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도 검증된 작품으로 보여 읽어 볼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은 일을 너무 많이 한다. 오늘 하루만 해도 두 권의 책에 대한 서평을 썼고 잡지에 실을 인터뷰 글을 썼다. 오후에는 서대문에 있는 출판사에 들러 윤문을 할 원고 꾸러미를 잔뜩 들고 왔다. 주말에는 낡은 차를 몰고 경남에 있는 한 사찰로 취재를 가야 한다. 제법 돈이 되는 일도 있고 돈을 생각했다면 하지 않았을 일도 있다. 나는 왜 거절도 못하고 이렇게 일을 받아 두었을까 고민하다, 그것은 아마 내가 기질적으로 가난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니 한없이 우울해졌다. 가난 자체보다 가난에서 멀어지려는 욕망이 삶을 언제나 낯설게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을까.                      - 일과 가난 중에서


에세이 류의 책은 보통 읽어 나가다 보면 독자의 과거 속 감수성을 건드립니다독자는 책 속 내용이 내 삶의 것과 비슷하면 동질감을

느끼기 마련인데, 작가의 정제된 언어를 통해 느끼게 된 동질감은 내 경험을 더 소중한 것으로 여기게 끔 해줍니다. Yes24에서 살펴 본 이 책의 소개 글이나 서평에서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 나가자 아쉽게도 제게는 이러한 감수성을 크게 불러 일으키지 못했습니다다른 독자들의 호평글을 보면 제 공감의 부족이 책 내용에 기인한 것은 아닌 듯 합니다. 먹고 살기에 바쁜 직장인의 삶 속에서 받는 스레스를 책을 통해 풀려고 했던 것이, 제 의도대로 되지 않으면서 되려 공감을 할만한 책 속 이야기에도 공감을 하지 못한 듯 합니다.

 

책을 읽으며 책 속 이야기에 공감하며 감수성에 젖어 복잡한 머리 속을 잊어버리려 했으나, 실패한 탓에 저는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을 쉽

게 권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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