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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야기하려는 연극은 갈머리. 사실 연극 갈머리는 내심 기대가 가는 극이었다. 훌륭한 연출가라는 이야기를 수 차례 들은 바 있는 오태석이 연출을 담당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대형 스케일의 국립극단 극을 연출하는 것은 작은 소극장 연출 정도의 수준으로는 절대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소극장 연극에 익숙한 나로써는 큰 스케일 연극 연출에 탁월한 오태석 연출의 극은 기대가 클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실제 관람 후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우선 극은 농촌에 관한 이야기이다. 산업화가 시작되면서부터 생겼던 농촌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그 중에서도 농가 부채문제 이야기다. ‘은행빚 지지말고 자가발전하자 라는 모토아래 농촌 노인들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 한다. 그런데 그 새로운 일이라는 것이 상식을 뛰어 넘는다. 눈을 보지 못하는 장애인을 위한 맹도견 역할을 하자는 것인데, 사람이 맹도견의 역할을 한들 시각 장애인은 진짜 맹도견인지 사람인지 모르니 일을 할 수 있을 거란다. 모두지 상식 선에서 이해 할 수가 없다. 거기에 또 다른 이야기의 축은 50년 전 자신이 타살한 사람의 유골을 찾기 위해 교도소에서 출감 후 갈머리를 찾는다.사람의 이야기다. 그렇지만 이 또한 상식 선에서 이해하기 힘든 사건의 연속이다.

지금 농촌 노인들의 처지가 맹도견 보다도 못하다는 말일까도무지 연출자의 의도를 알 수가 없다이야기가 압축되어 전달되기 보다는 산만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많은 배우들의 노력이 돋보였으나, 정작 관객과의 소통에는 문제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의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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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예술 작품은 현실사회를 반영하기 마련이라고 한다. 어떤 예술 작품이던 결국 사회의 한 구성원인 작가에 의해 창조되는 되는 것을 감안 하면 일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크게 틀린 말이다. 그런데 현실사회의 반영을 주제로 삼아 현실 반영에 극을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를 반영을 작품의 주제로 삼아 그 정도가 일반의 경우 보다 큰 경우도 있다.  지금 이야기하는 연극 아이를 가지다가 바로 그렇다.런 경우다.

이 연극 아이를 가지다 는 저 출산이라는 사회 사회현상에 주목한다. 저 출산의 문제가 비단 발달한 의료 체계나 개선된 환경 같은 사회의 고도화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극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일반 시민이 가지는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출산이 줄어든다는 것을 한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극은 앞서 언급한 대로 결혼 3년째의 부부의 이야기다. 유제품 공장에서 배달을 하는 남편과 같은 공장 판매 부서에서 부부는 일한다. 그들의 일상은 여느 보통 부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회사 상사가 부하 직원을 어떻게 희롱했는지 험담하고 TV를 함께 보며 결혼 기념일도 챙겨 축하하는 식이다. 물론 그 둘만이 가지는 사랑의 행위도 빠질 수 없다. 그러다가 아내는 임신을 한다. 비록 태동도 느껴지지 않지만 엄마가 될 꿈에 잔뜩 부풀어 있다. 그러나 남편은 다르다. 그들의 수입으로는 결코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거기에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가 정지되어 그나마 수입이 좋았던 배달 일마저 그만 둘 수 밖에 없게 된다.그러던 차, 그들과 비슷한 부부의 살인 사건이 담긴 신문 기사를 보고 그들은 고민한다.

사실 극을 보면서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저 출산 현상이 나타나도록 만든 사회의 문제점에 동의를 했다. 정말 발달된 자본주의 사회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살게끔 해주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끔 만들었다저 출산을 사회적 이슈로 만들 만큼 아이를 낳아 키우기 어려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 엄마와 아빠가 그러한 어려움을 인지하고도 받아 들이며 얼마나 어럽게 키워나가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저 사회 문제를 관객에게 고발하는데 그치고만 이 극이 가지는 힘이 조금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던지 문제점을 고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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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인상적인 공연을 가끔 만나게 되기는 하지만 연극 그 놈은 없고 그녀는 갔다는 제목이 주는 인상이 더욱 강한 극이었다. 거기에 지미, 총알, 덧니 그리고 구찌란 이름의 4명의 등장 인물의 이름만도 무엇인가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그런 이야기가 되겠구나 하는 예상을 하게 만들었다.

 늘 그렇듯 극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관람한 탓에 연출자가 극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쉽게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저 내가 살아가는 치열한 현실과는 괴리된 채 살아가는 연인들의 무의미한 일상의 연속과 그 안의 퇴폐 말고는 보이는 게 없었다. 키스, 싸움, 섹스, 춤과 노래 그리고 마약까지. 어떠한 사회적 구속도 거부한 채 그들만의 자유분방함 같은 것들은 있었지만 거기에 현실에 대한 허황됨도 함께 가지고 있는 탓에 짐 모리슨을 동경하는 모습까지도 어딘가 자연스럽지 않았다거기에 처음으로 연극을 통해 눈앞에서 본 동성애 코드와 마약의 환각 상태에서 극중 인물들이 나누던 대화까지 극을 통해 내가 느낀 부자연스러움은 결국 불편함까지 가고 말았다.

 시나리오를 쓴답시고 선배의 작업실을 빌려 음악과 술에 젖어 사는 지미, 지미와 다투고는 BMW를 가진 돈 많은 옛 연인에게 전화하는 덧니, 유흥업소에서 일해보려 하지만 금새 나온 구찌 그리고 유흥업소에 일하게 된 구찌를 떠받들며 차로 데려다 주는 총알. 거기에 술, 담배, 섹스, 마약… 우울하고 철없는 한심한 인생들의 모습이라는 말 말고는 할 수가 없다. 비록 그들 사이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입시켜 보려 하긴 하지만 그런다고 그들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희망이라고는 눈곱만치도 보이지 않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려 한 것은 이 시대가 가져온 청년 실업이라는 내 또래에게는 꽤나 심각한 문제였을까? 실은 잘 모르겠다.

 연출자가 극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기보다는 극 중 내용이 가져다준 불편함과 알 듯 말듯한 내용이 가져다 준 충격이 훨씬 인상적인강렬했던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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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5월 20일부터 9월 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위대한 세기_피카소라는 이름으로 피카소전이 열렸다. 많은 시간이 흘러 사실 그 때의 전시회에서 받은 생생한 느낌이 퇴색되어 버렸지만, 아직까지 그 때 느낌을 기록해 놓지 못한 탓에 지금 그 때의 느낌을 떠올려 본다.


 나는 사실 미술에 대해 무지한(無知漢)이다. 미술 작품을 통해 심미적 감상을 통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커녕 낫 놓고 ㄱ 도 모른다는 속담이 가리키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미술에 대한 관심을 놓지 못하는 것은 미술 작품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을 통해 작가의 상상력과 열정을 엿볼 수 있게 되고, 그러한 상상력과 열정이 내게도 전해져 내가 하는 일에도 도움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채, 행사 마지막 날이었던 9월 30일 토요일에 위대한 세기_피카소전을 관람했다. 그런데 이런 아뿔싸... 같이 관람하기로 한 친구가 약속시간을 조금 넘겨서 도착해 버렸다. 거기에 관람 마지막 날에 몰린 인파까지 미술품 전시회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관람이 버거운 나에게 약속 시간을 엄수하지 못한 친구에 대한 짜증과 정상적인 관람을 전혀 할 수 없게 만든 인파로 인한 불쾌함만이 가득했다


 
사실 나는 큰 기대를 가지고 전시회에 갔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대표적 입체파 추상화가라고 하는 피블로 피카소라는 명성에 걸맞게 무엇이라고 정확히 꼬집어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분명히 그의 독특한 시각과 열정을 그의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작가의 시각과 상상력은 고사하고 스스로 느끼는 감흥조차도 느끼지 못한 채 관람객 인파 속에 파묻혀 전시회장을 나와야만 했다.

 전시회를 통해 보았던 것은 매스티지, massitge 라 일컬을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관람객들의 모습이었다. 누구라도 알고 있을 만큼 유명한 20세기의 작가 피카소전을 관람했다는 관람객 스스로의 뿌듯한 자부심이라고 할까그의 작품 감상을 통해 얻는 즐거움 보다는 그저 전시회 관람에 참여를 즐기는 것 같다고 해야 하는 편이 더 정확한 표현을 테다.

 거기에 아직도 까막눈을 벗어나지 못한 내 미술품을 보는 시각까지. 내게는 즐거움과 행복함 보다는 아쉬움이 가득한 그런 전시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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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공연을 볼 때 들려오는 입소문이나 검색창에서 몇 자 두드려 보면 금세 알 수 있을 일절의 사전 정보 없이 관람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런 경우는 별다른 기대치 없이 공연을 관람한 덕분에 미리 알았더라면 상대적으로 반감되었을 즐거움이 극대화되기도 하고 가끔은 미리 알았더라면 아마도 관람하지 않았을 공연을 관람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지금 이야기 하려는 ‘뮤지컬 터널’도 어떤 사전 정보나 입소문을 듣지 못한 채 공연장으로 향한 공연이었다. 미리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별로 크지 않았던 기대치마저 채우지 못한 공연이었다.

 극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밝은 미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고등학생의 이야기다.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어머니와의 이야기, 그의 집에 세들 어온 여자를 좋아 하면서의 이야기, 고등학생과 그의 친구들 이야기 그리고 극 중 제일 관객의 호응이 컸던 어머니와 선생님의 이야기로 극의 에피소드는 구성되어 있다. 사실 공연을 보고 난 후 인상적이었던 건, 앞서 언급한 어머니와 선생님의 에피소드와 비록 몇 편 보지 못했지만 국내 창작 뮤지컬 중 처음으로 힙합을 극에 삽입했다는 정도 말고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거기에 하나 덧붙이면 극을 다 관람하고 나오면서 입구에서 관객의 반응을 살피는 연출자 서승만을 볼 수 있었는데,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연출가 서승만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느낌이었다.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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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당일 날 제법 아팠다. 근래 내 주위 상황이 여의치 않아 버거움을 느끼면서도 지속적으로 무리를 한다 싶더니, 역시나 아프고 말았다. 게다가 불행하게도 정신적으로도 다른 사물에 대한 관심이나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여유조차 갖지 못한 채 살았다. 그래서인지 정작 ‘윤효간 피아노콘서트 <피아노와 이빨>’의 공연 당일이 되자, 집에서 나가기조차 싫었다. 마냥 이불 속에서 자고 싶었지만 같이 가자고 미리 잡아둔 선약이 주는 의무감 탓에 결국은 집을 나섰다. 공연장을 향해 가는 동안 생각해 보니까 피아노 콘서트는 처음이다. 하지만 피아노 소품을 연이어 연주하는 것에 약간의 이야기가 곁들여진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피아노와 이빨’이라는 제목을 통해 떠올렸다. 그리곤 공연장으로 입장.

 실은 윤효간이라는 연주자를 잘 알지 못한 채 공연을 보러 아니 들으러 갔다. 피아노 콘서트라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드라마 보듯 보시면 된다는 그의 말이 위안이 되기는 했지만 이내 자신이 유명한 편곡가라는 소개에서 익숙하지 못한 분야라는 데서 오는 당혹스러움이 엄습했다. 컨디션도 좋지 않은데 잘못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찰나 여러분이 아는 음악은 남의 노래이고 모르는 곡은 자신의 곡이라는 말로 시작해 이어지는 그의 연주는 내 긴장감을 풀어 주었다. 거기에 이어지는 과장이나 허풍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이야기는 그가 지금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게끔 했다. 마치 자랑마저도 익숙한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 느낌이랄까...

 콘서트인 만큼 음악을 빼놓을 수가 없다. Hey Jude, Stairway To Heaven, We are the champion 같은 팝송과 풍금이 흐르는 교실, 눈물 같은 자작곡 그리고 엄마야 누나야나 오빠생각 같은 동요 외에도 마법의 성처럼 귀에 익숙한 가요까지 잔잔함과 열정을 오가며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물론 원곡의 느낌보다는 공연의 서두에서 밝힌 유명한 편곡가라는 말 마냥, 편곡으로 익숙하지만 색다른 느낌의 음악이 그의 음악이었다. 음악가 윤효간의 음악과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너무나 편안했다. 비록 공연의 한 부분이라는 미술의 부분이 사정상 빠지기는 했지만, 보통 성공적인 공연을 위해 정확하게 짜여진 레퍼토리를 바탕으로 하는 일반의 공연과는 너무 달리, 여유를 가지고 진행을 해 가지만 자신의 의도하는 바를 정확히 인식하고 가지는 여유와 자유로움은 그 속에 정확하게 짜여진 레퍼토리 이상의 감동이 있었다.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2시간의 공연 시간은 피아노 콘서트라고 칭하기 보다는 꿈, 희망, 열정을 가지고 그리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음악인 윤효간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시간이었다. 거기에 그의 연주와 노래를 들을 때면 지그시 눈을 감고 편안히 감상한 덕분인지 엉망이었던 컨디션까지 공연 후 회복된 건내게 공연 관람 후의 나만의 팁이었다. ‘식상(食傷)함’과 ‘익숙함’ 이라는 두 단어가 공연 내내 내 머리 속을 맴돌았는데, 공연자가 의도한 바인지 혹은 내가 처한 상황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내가 그간 내 일 있어서 익숙함 보다는 식상함에 빠져 부정적으로 살아온 건 아닐까 하는 자성의 여유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덕에 개인적으로는 매우 뜻.깊.은. 공연이었다.

 강.력.추.천.

 Commented by 모모 at 2006/11/28 22:38  
글을 읽어보니까 한번 꼭 가보고싶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6/11/29 00:09 
한번 가보시기를 추천합니다. ^^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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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백하자면 ‘청(靑)’ 이라는 제목을 처음 보고서 나는 이 공연이 심청전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챌 수 없었다. 그저 현대적 느낌으로 만든 창작 창극 정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청(靑)’이 판소리 심청뎐을 바탕으로 한 심청전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내심 상당히 놀랐다. 포스터만 봐도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판소리 심청뎐의 느낌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이 공연 ‘청(靑)’은 국가브랜드 공연이라는 달고 있다. 우리 고유의 음악이라 할 수 있는 창을 기본으로 해 서양의 뮤지컬 같은 형식으로 꾸몄기 때문일 것이라 짐작한다. 그런데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국가브랜드라는 이름이 정말 적절한지 판단할 수 없었다. 안숙선 명창에게 도창 역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국가브랜드 공연이라는 단어가 전혀 어색함이 없지만, 이것은 판소리 심청뎐이 아닌 국가브랜드 공연이라는 이름을 단 창극 ‘청(靑)’이다. 판소리 심청뎐이 주는 느낌과는 뭔가 더 차별화 되어야 하고 국가브랜드라는 이름을 달만큼이 되려면, 국민 누구라도 흥겨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이어서 한국을 찾은 외국인조차 그 흥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진정한 국가브랜드 공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안숙선 명창이 하는 도창을 쉽게 바꿀 수 있는 연출가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그 덕에 마치 1부는 판소리 심청뎐이 주된 내용이었던 것 같은 인상이 짙다. 게다가 판소리에서 사용되었던 한자어를 바꿈 없이 그대로 사용하여 정확한 뜻을 제대로 이해한 관객, 특히 젊은 관객이 얼마나 될까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뜻풀이가 버거워 계속 자막을 봐야만 했고, 많은 경우 영어 자막을 통해 한자어의 뜻을 유추했다. 같이 간 일행도 공연 후 비슷한 느낌이었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별 문제 없이 졸업하고 정상적으로 대학 교육 정도를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많은 관객으로부터 호응을 얻지 않을까 싶었다. 게다가 영어 자막 역시 뜻 전달에 너무 치중한 것은 아닌지 싶은 아쉬움 또한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창극 ‘청(靑)’의 원작은 판소리 심청뎐인 만큼 줄거리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줄거리를 통해 감동을 얻기에는 적당한 공연이 아닌 듯싶지만 대신 어린 시절부터 매우 익숙한 이야기가 어떻게 각색되어 무대에 올라왔는지, 보통 작은 극단에서는 보기 힘든 큰 규모의 무대와 눈을 즐겁게 해주는 의상과 배우들의 빼어난 창과 연기가 이 공연 ‘청(靑)’이 주는 즐거움인 듯 하다.

 공연은 크게 2부로 이루어져 있다. 공연에서 인상적이었던 인물을 통해 이야기하자면 뺑덕이네의 등장 전후라 할 수 있는데, 1부는 창의 기본을 충실히 무대 위에서 보여 주며, 인당수에 빠지는 심청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에 반해 2부는 뺑덕이네가 등장하며 부분부분 마당극 같다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관객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뺑덕이네 등장이 공연에 활기를 불어 넣어 준 것 같다.

 우리 것은 정말 소중하다. 한 번 잊어버리면 쉽게 되살리기도 힘들뿐더러 대중화 타협해 그 본질을 흐리는 것이 분명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공연이라는 것은 그런 대전제에 앞서 사람들이 함께 흥겹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믿고 있는 통에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그대로 보이는 공연에 따따부따 말이 많았다. 개인적인 성향 탓에 아쉬움이 더 큰 글이 되어 버렸지만, 공연의 스케일이나 배우 그리고 연주자들까지 전부 수준급이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

 기회가 된다면 관람해 보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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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들어 부쩍 창작 뮤지컬이 많이 생겼다. 특히 작은 소극장용 창작 뮤지컬이 새로 제작된 뮤지컬의 주류를 이루는 것 같은데, 뮤지컬 ‘희망세일’ 역시 이런 부류에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점에 유의해서 우선은 이야기 외적인 부분에 더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 가보고자 한다.

 사실 내가 접해 본 창작 뮤지컬들은 보통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몇몇의 경우를 제외하곤 보통 TV 같은 방송매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을 극 중 등장시키거나 그런 사람이 연출을 맡아서 홍보를 통해 은근슬쩍 강조를 하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 덕분에 뮤지컬에 등장하는 배우라면 응당 지녀야 할 기본적인 노래 실력도 갖추지 못한 인물이 등장한 경우를 왕왕 볼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뮤지컬 ‘희망세일’은 적어도 눈에 띌 만큼 노래를 못하는 배우는 내 눈에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교적 만족. 그렇지만 음향에는 지금보다 더 관심을 쏟아야 할 듯. 간간히 배우들이 노래하면서 자세와 응시하는 곳을 바꾸어 머리를 돌릴 때 노래 소리가 마이크에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 좋은 공연은 세세한 것들이 만족된 상태에서 비로소 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신경을 반드시 써야할 부분이다.

 극에 쓰인 곡에 대한 느낌을 한 가지 더 덧붙이면, 뮤지컬 ‘희망세일’을 처음 봤음에도 불구하고 부분부분 사용된 곡의 리듬이 내 귀에는 매우 친숙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살펴봤더니 작곡가 송시헌의 참여했다. 그의 작품 중 ‘터널’과 ‘청년 장준하’를 관람했는데, 특히 세종문화회관에서 봤던 ‘청년 장준하’ 때의 음악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경찰서 유치장 장면에서 곡은 ‘청년 장준하’ 때 들었던 음악임을 내게 일깨워 주었다. 또한 ‘터널’에서 처음 랩이었는지 힙합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뮤지컬에서는 생경한 음악을 처음 사용했었는데, 이번 ‘희망세일’ 역시 한 곡의 랩이 들어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시끌벅적한 부분에서는 좀 더 랩의 비중을 높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또한 트로트 역시 약간 맛뵈기로 보여주나 적절한 장면에서는 그 비중 또한 높여갔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재래시장의 재개발을 둘러싸고 펼치는 청년 사업가와 상인들의 대립이 ‘희망세일’의 주된 이야기였는데, 우리 현실과는 전혀 생뚱 맡은 소재가 아닌 실제 우리 현실 속의 이야기를 가지고 극화 시켰다는 점에서 좋았으나 아직은 뭔가 조금 아쉬움이 남는 느낌이었다. 관객의 호응을 더 이끌어 낼 수 있게끔 하면 더 낳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남대문 4인방 중 극중 이름이 생각나지 않지만 여성분과 손을 다치셨던 형님, 두 분은 앞으로 더 큰 무대를 통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 문뜩 들었다는 사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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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극장 하늘극장. 하늘이 뻥 뚫린 야외극장이다. 사실 야외극장이라는 사실 때문에 하늘극장에서 하는 공연을 몇 차례 외면하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과감히 야외극장 임에도 불구하고 관람을 도전.

 그.런.데. 역시 우려하던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공연 날을 전후하여 비가 왔다는 사실. 그래서 야외 극장에서 공연은 취소 될 줄만 알았다.  그.러.나. 공연 강행. 실제 국립극장에 도착해서 기다리는 동안 잠시 또 비가 왔지만 정말 연주회는 열렸다.

 애시드레인의 '포커스 & 와이드', Acid Rain 'Focus & Wide'. 사실 산성비라는 이름의 애시드레인은 처음 들어보는 그룹이다. 게다가 그들이 추구하는 재즈는 아쉽게도 내게는 익숙한 장르가 아니다. 힙합이나 좋아할 줄 아는 내가 재즈라니. 하지만 새로운 문화 경험도 나쁘지 않을 터라는 생각에 직접 경험해 보기로 작정.

 재즈라고 해서 애시드레인의 음악은 흑인의 굵은 목소리에서 나오는 선율의 음악은 아니었다. 영화 OST로 쓰면 딱 좋겠다는 느낌이 들만큼 잔잔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특히 국악을 가미한 연주곡 중에서 아쟁이 함께 한 연주는 내게 꽤 인상적이었다. 예전 학부시절 해금을 가미한 락 밴드의 음악을 들으면서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그 때와는 새삼 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렇지만 무작정 연주회가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다. 비가 오는데도 강행하려는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연주자를 위한 공간 위에 마련해 놓은 천막은 마치 농성장의 그것 같았다. 첫 모습에서 서글프고 처량한 인상을 먹고 들어간다고나 할까. 기획자의 임기응변이 더 필요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마지막으로 하늘극장에 대한 느낌. 사실 야외공연장이라서 내리는 비가 공연의 격을 속절없이 떨어뜨린 건 사실이지만, 서울 시내에서 정면에서 약간 위로 올려다 본 시선을 통해 맑고 푸른 하늘을 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것이 하늘극장에서는 가능했다. 그리고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는 사실. 생각해 보니까 그 정도 시선에서 빌딩이나 아파트가 아닌 하늘을 본 건 참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비가 오지 않고 원래 계획대로 연주회가 진행되었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더 강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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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Metaphor, 隱喩 : 다른 2가지 대상을 비유적인 표현을 써서 비교하는 방법.
 
 관람하면서 이러한 ‘Metaphor’라는 단어가 확실히 떠오른 공연이 연극 ‘아담과 이브, 나의 범죄학’ 이었다.

 서양 문화는 그 대상을 그리스 로마 문화나 성경에 바탕을 두고 경우가 매우 많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 서양 문화에도 그대로 나타나는데, 그리스 로마 문화 혹은 성경이 오랜 시절 서양 문화의 기저가 되어온 만큼 다양한 은유의 모습을 통해 각기 다른 형태로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이 연극 특징은 제목에서부터 ‘아담’과 ‘이브’ 그리고 극 중에서 ‘사과’와 ‘에덴’ 같은 단어를 사용해서 이야기의 소재를 성경에서 취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작가는 일본인이라는 점이다. 서양 문화를 기반에 하고 있으면서도 동양의 작가의 관점에서 서술하는 이야기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그렇지만 한국어로 번역되어 관객에 눈앞에 선보이는 것에서는 단점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싶다.

 ‘아담과 이브, 나의 범죄학’ 같이 관념적인 공연을 하는 데는 보통의 것보다 작가가 원하는 바를 연출이 명확히 인지하고 아울러 배우 역시 연출 못지않은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연기를 해야 관객이 작가의 의도를 겨우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렇게 관념적인 공연을 관객이 접하면 작가가 의도한 바를 정확히 인식했다는 말 보다는 보통 어렵고 재미없다는 평이 나오기 마련이다. 아쉽게도 이 연극 ‘아담과 이브, 나의 범죄학’ 역시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다.

 사실 ‘아담과 이브, 나의 범죄학’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아담’과 '이브‘의 사랑을 둘러싼 코믹 범죄물 정도를 표방한 연극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지만 웬걸, 실제 공연장에 들어서서 채 5분이 지나기 전에 내 예상은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에덴동산에서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 이야기를 선악을 이야기며 욕망의 노예가 되어버렸고, 그런 욕망을 벗어버림으로써 참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막연히 알고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공연은 시작된다. 사과를 맛있게 먹는 다는 느낌 보다는 사과에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어머니를 통해 인간의 욕망이 사람을 어떻게 욕망의 노예가 되는지를 보여 준다는 느낌이었다.

 보통 이런 공연을 보고 나면, 교양으로 너무 빈약한 내 서양 문화에 대한 지식으로 공연에 대한 느낌보다는 내 부족한 교양으로 공연에서 말하는 것을 알아 챌 수 없었다는 사실을 탓하는 내 모습을 보곤 한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는 법. 모르는 게 약은 아닌지만 교양으로 서양 문화를 잘 모른다고 스스로를 탓 할 필요는 없다는 걸 새삼 떠올리게 해 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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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해지자.

 내가 연극 ‘예스터데이’를 보고자 한 건 순전히 함소원 때문이었다. --; 이런 속물 같은 인간이라고? 어쩔 수 없다. 속물이라도 솔직해지는 편이 훨씬 언행이나 사고에서 자유로우니까.

 공연장에 들어가자 기타를 연주하는 한 사람이 극이 시작될 때까지 차분히 기타 연주를 한다. 물론 그의 기타 연주에는 비틀즈의 ‘Yesterday'도 포함되어있다. 종종 공연을 관람하러 다니지만 이런 시작 전 기타 연주는 처음이라 무척 새롭다. 거기에 차분한 연주자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잔잔한 기타 멜로디의 분위기를 돋아주었다.

 프로그램을 구입했음에도 극이 시작되기 전에 살펴보지 않았다. 그런 연유로 공연이 시작되자 내가 기대했던 함소원이 극 중 앨범을 보는 여자인 줄 알았다. 웬걸, TV나 영화를 통해서 본 것과 왜 이렇게 틀린 거야? 특히 여자 연예인들에게 성형은 필수라고 하더니 성형을 해서 내가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연극을 한다고 하더니 역시 미스 코리아라는 타이틀을 이용해 출연작에 연극 한 편을 더 적어 놓으려는 심산과 연극 마케터의 손아귀에 내가 놀아났구나 싶었다. 그렇지만 극이 조금 진행 되자 그런 생각은 이내 사라졌다. 극 중 이야기는 매우 간단명료하다. 떠올리면 아련한, 이루지 못한 첫사랑이 시간을 훌쩍 넘겨 다시 이루어진다는 게 이야기의 큰 골격이다.

그런데 이 연극 ‘예스터데이’의 재미는 이야기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 보다는 연출의 힘이 느껴지는 탄탄한 극의 구성과 배우들의 열연 특히, 중년 배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열연이 이 공연의 매력이다. 작은 소극장 무대를 잘 활용해야만 한다는 건 연극이 가진 제약이야 숙명일터인데, 그런 제약과 숙명을 탄탄한 연출을 기반으로 멋지게 보여주었다.

 또한 약간 느끼하고 조금은 과장된 연기가 섞여있긴 했지만 그것마저도 의도한 연기라고 보이는 두 중년배우 서민경과 박태경의 연기는 많은 시간을 무대 위에서 보낸 중년 배우의 포스를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물론 단순한 포스뿐만이 아니라 관객이 흠뻑 웃을 수 있게 해준다. 물론 배우 송갑석과 박지희가 보여주는 연기 역시 어설픔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내심 연극배우로써 함소원을 보고 싶은 마음에 관람한 공연이었지만 연극의 즐거움을 한껏 느낀 덕에 관람 후 아쉬움보다는 즐거움이 가득한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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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하와이에 있는 엄마를 찾아가더라도
그 섬엔 자기 키만한 당근을 든 안내원이 나타나
이 당근을 다 먹지 못하면 엄마를 만나지 못하고
나쁜 곳으로 보내버린다고 한다
어른이 되어.. 자기 키만한 당근을 다 먹을 수 있게 되면..
그러면... 엄마를 만날 수 있다...
다행이다..
내가 지금 엄마를 볼 수 없는 것은
아직 내 키만한 당근을 먹지 못하기 때문이지.
그래서... 괜찮다.
난 아직 어리니까..
커다란 당근을 먹을 수 있을만큼 자라지 못했으니까
엄마를 ‘아직..’ 볼 수 없을 뿐이지
내가 자라고.. 당근을 다 먹을 수 있게 되면
그러면 엄마를 만날 수 있을테니...

누구에게나 미래는 불안하다.
그럼에도 그 불안을 향해가는 오늘의 하루하루를 살 수 있는 것은
누구에게나 ‘꽃섬’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언젠가는 어른이 될 것이고..
그러면 당근을 다 먹을 수 있게 될테니까..

특히나 그 미래가 전적인 나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극중 인물들처럼 도망간 전 주인이 돌아와 떼인 돈을 갚아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면 지금 꽃섬으로 향하고 있기에
지친 오늘을 살 수 있다.

싸우고, 미워하고, 술마시고 괴로워하는 하루하루 속에서도
슈퍼집 아저씨랑 치킨집 아가씨는 정분을 나누며
노출증 환자 아들을 다독이고
아기를 잃고 반쯤 미쳐 자해를 일삼는 여인의 아픔을 나누고 보듬는다

극이 끝날 때 쯤엔 역시나..
도망간 집주인과 연락이 되고 떼인 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서로 얼싸안고 기뻐하는 주인공들.
그들은 지금껏 꽃섬으로 향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었지만
빼먹지 말아햐 할 중요한 한 가지 더!
물어뜯고 부대껴 싸우는 중에서도
마음이 있고 가슴이 있는 서로서로가 있었기에
그렇게 ‘얼싸안고’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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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연극 ‘다시라기’를 이야기하려면 또 다른 두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다시라기’의 극단인 ‘민예’의 작년 작 ‘고추말리기’와 ‘다시라기’와 비슷한 소재의 연극 ‘염쟁이 유씨’가 바로 그것이다. 사실 작년에 ‘고추말리기’를 보면서 남아선호 사상이라는 사회 문제를 극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만족스러웠지만 현재 연극의 가장 큰 소비 집단이라 할 수 있는 20대 여성의 눈높이와는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연출과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소품에 대한 실망이 컸다. 대신 최신 트렌드에 맞춘 극이기 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더 초점을 맞춘 듯한 느낌과 특히 홍장군 역을 연기했던 배우 승의열의 열연이 인상적이었다. 같은 극단에서 하는 공연인 탓인지 ‘다시라기’ 역시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를 쫓기 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더 치중하는 공연이었고, ‘고추말리기’에서 인상적이었던 배우 승의열이 연기한 가짜 상주와 ‘고추말리기’에서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으나 ‘다시라기’에서는 넙죽네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 배우 이혜연이 배우 승의열과 함께 연기에 있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 장례식이라는 같은 소재를 가지고 같은 장소인 마로니에 극장에서 공연 했던 ‘염쟁이 유씨’ 또한 ‘다시라기’를 보면서 생각이 났다. 이 둘은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극을 만들었음에도 극의 형태는 매우 다르다. '염쟁이 유씨‘의 경우는 1인극 형태의 모노드라마인데 ’다시라기‘는 10명이 넘는 배우가 등장한다. 또 전자는 장례를 통해 관객이 지난 삶의 모습을 찬찬히 반추하게 해볼 수 있게 하는 정적인 형태인데 반해, 후자는 같은 장례의 모습을 극에 담았지만 가짜 상주나 저승사자 거기에 곡해주는 사람까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무섭고 엄숙하기 보다는 떠들썩한 놀이판 같은 느낌이다.

 거기에 지금부터 이야기가 시작임을 알려주는 일련의 공연과는 달리 놀이판이 되어 버린 장례식에 같이 참여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끔 하는 점과 극이 꽹과리와 징 그리고 소리가 함께 어우러져 공연의 재미를 더 해주는 점은 이 연극 ‘다시라기’만의 장점이었다. 진짜 연극이 무엇인지 잘 모르면서도, 관람하고 나면 이런 게 진짜 연극인데 하는 느낌을 주는 극이라고 할까.

 세련미 가득한 감각이 미(美)가 되는 시대에 20년도 더 전에 만들었을 듯한 포스터에 20대 여성의 눈길을 한 번에 사로잡을 젊고 멋진 외모의 배우가 없는 요즘 볼 수 있는 일련의 연극과는 많이 다르지만 극의 이야기를 통해 얻는 즐거움과 열정적인 배우의 연기를 통해 얻는 즐거움 그리고 익숙지 못했던 전통적 요소를 통해 얻는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지금은 막을 내리긴 했어도, 분명 다시 상연할 때를 위해서도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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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ic drama 라는 소개의 '현정아 사랑해‘라는 제목과 가수 임현정의 노래가 나온다는 소개 문구를 보고서 나는 꽤 오래전 TV CF의 배경음악으로 나와 대중의 인기를 얻었던 그녀의 노래 ’첫사랑‘이 생각났다.

햇살처럼 눈부시게 다가와 나를 깨우던
그대는 봄비처럼 내게 스쳐지나가 나의 첫사랑~!

이라는 구절로 시작했던 그 노래를 불렀던 그 가수가 나는 ‘현정아 사랑해’에 등장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아마도 공연의 내용 역시 가수 임현정이 중심이 되어 새로운 콘서트 혹은 뮤지컬의 형태가 되어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역시나 내 지레짐작은 이번에도 틀렸다. 이 공연은 외계인 황희와 방콕녀 현정의 솔직, 당당, 사랑이야기다. 청각장애를 가진 외계인 황희와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방콕녀 현정. 우연한 그들의 만남에서 사랑과 그 속의 우여곡절이 기타 반주의 노래와 함께 펼쳐진다.

 그저 무심히 지나쳤던 신체가 불편한 이웃들의 시선과 그들의 고민을 ‘현정아 사람해’는 듣기에 너무나 좋은 노래에 실어서 그리고 황희와 현정의 바램을 통해 보여준다.

 종종 공연의 규모가 크다고 해서 내용까지 알찬건 아니라고 말하곤 하는데, 단지 황희와 현정 그리고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세 사람만으로도 겉치레 사랑이 아닌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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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흐르면 그만큼 기억은 흐릿해지기 마련이다. 특별히 인상 깊었던 것이라면 시간의 흐름과 흐릿해지는 기억 속에서 좀 더 자유롭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연극 ‘사랑을 주세요’를 관람한지가 족히 한 달이 넘었다. 무엇이던 세심하게 기록해 두는 법이 없는 내 습관 탓에 연극 ‘사랑을 주세요’도 극을 관람할 당시 내가 가졌던 세세한 느낌과 아쉬움은 흐릿해진 기억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비록 영단어 'Detail‘이 가진 세심함은 사라졌지만 대신 다른 영단어 ’Impressive'가 가진 선 굵은 느낌의 인상적인 특징만 살아남았다고 할까.

 연극 ‘사랑을 주세요’를 집약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말은 ‘Yonkers 가족 이야기’ 정도면 충분하다. Yonkers가는 병으로 죽은 엄마의 병원비를 갚기 위해 할머니에게 맡기고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아버지 에디와 그의 두 아이 제이와 아리, 페병의 후유증으로 관객까지 깜작 놀라게 목소리를 가진 거트 고모와 건들건들 건달의 이미지가 제대로인 삼촌 루이, 정신적으로 미성숙 특징적인 막내 고모 벨라와 할머니까지 7명이다. 이들 7명 사이의 가족 이야기가 바로 연극 ‘사랑을 주세요’의 줄거리다.

 이런 가족이 소재인 공연에서 관객의 흥미를 끌 수 있는 것은 뚜렷하게 나타나는 각각의 개성과 그것과 어울러져 나타나는 그들 간의 갈등이다. 이러한 흥미 요소는 이 ‘사랑을 주세요’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그 중에서도 내가 흥미로운 건 벨라와 할머니였다.

 과장된 행동과 말투와 이와 함께 표현하는 기쁨과 슬픔의 감정이 벨라의 겉모습이었다면 자신을 안아주는 사랑을 그리워하는 여자로써의 모습은 극의 후반에서야 알 수 있는 벨라의 속모습이었다. 쉽지 않은 배역을 표현하기 위한 배우의 노력이 그대로 관객에게도 전해져 많은 사람의 호평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그 뿐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미성숙함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고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려는 극 중 모습 또한 관객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배우 노현희에 대해서는 언젠가 토크쇼에서 봤던 ‘십오야’의 인상이 강했는데, 이번에 ‘십오야’의 이미지를 보다 진짜 연기자에 한 발 더 다가간 느낌이어서 기분 좋았다.

 할머니의 경우는 벨라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벨라의 경우는 감정을 표출하는데 치중해야하는 역할이라면 할머니는 강철 같이 강하면서 자신의 행동이 절대 잘못되었을 리 없다는 굳은 신념을 보여줘야 하는 역할이었다. 험난한 시련을 이겨내고 그 속에서 자신의 가족을 보살피기 위한 어머니로써만이 아니라 험난한 세상에 맞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자녀를 키워야 한다는 신념 역시 강한 사람이었다. 다만 모든 것이 과유불급인지라 따뜻한 사랑과 강인함을 적절히 더 조절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거기에 강인함보다는 나약함이 더 어울릴 것 같지만 자신의 두 아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아버지 에디와 건들건들 건달이지만 어머니의 속마음까지 이해하는 루이 삼촌 역시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2시간 반이라는 긴 공연 시간 탓에 부분부분 지루함과 열연하는 배우와는 상관없이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약간 지칠 수 있는 공연이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다는 미명하에 소위 인기 트렌드에만 집착하는 일련의 공연들을 따라가기 보다는 극의 재미와 배우의 열정적이고 뛰어난 연기력을 추구하는 공연이라는 느낌이 강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

 같은 장소 같은 극단의 ‘삼류배우’를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데, 다시 한 번 더 같은 장소 같은 극단의 또 다른 극을 기대하게끔 만드는 공연이었다. 얼마 전 종영했음에도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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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apella Musical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의 이야기를 들은 건 올 봄이었다. 친구들이 무리를 지어 함께 관람하고 와서는 늘어놓은 칭찬 때문에 내게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는 무척이나 궁금한 공연이었다. 하지만 무반주 합창 정도의 의미인 ‘a capella'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탓에 개그 프로그램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형식을 차용한 ’뚜비두밥~‘ 식의 아카펠라 공연이 아닐까 지레 짐작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이번 기회에 관람하게 되었다. 앞서 잠시 언급 했듯이, ‘뚜비두밥~’ 정도의 반복이 아닐까 생각하며 봤는데, 공연은 완전 예상 밖이었다. 내가 가진 아카펠라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었다고 할까...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에서 아카펠라는 단순한 무반주 합장이 아니었다. 아카펠라와 순간순간 변하는 무대가 혼연일체가 되는 배경음악이 되기도 하고 간간히 대사가 되기도 했다. 커다란 아름드리나무 한 그루만이 덩그러니 있는 무대도 매우 특징적이다. 하지만 공연 시간 내내 순간순간 상황에 맞추어 배우들이 연기해 내는 배경과 배경을 돋보이게 해주는 배경음악과 음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음악 못지않게 돋보이는 효과음까지 모두가 내 빈약한 상상력과 연출자의 고민으로 나왔을 풍부한 상상력을 대비시켜 주었다.

 풍부한 상상력을 통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무대와는 달리 공연 시간 내내 나무, 숲 거기에 호수까지 수많은 무대 배경과 각종 악기의 소리와 여러 배경에 적합한 효과음까지 내는 배우들은 보면 요즘 관객들은 날로 먹는 개그맨들 싫어한다는 한 개그맨의 말 맞다나 그들의 노력을 볼 수 있었다. 그 노력들이 관객에게 전해지고 그것이 호평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헛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공연의 이야기는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의 속편 같은 느낌이었다. 평강 공주의 시녀 연이가 평강 공주를 부러워하며 자신도 평강 공주처럼 살고 싶은 마음에 공주가 아끼는 거울을 비롯한 몇몇 가지 물건을 숲 속에 숨겨 놓고는 숲속에서 우연히 만난 야생 소년을 온달이라 부르며 평강 공주와 온달 장군 흉내를 내다가 평강 공주가 아닌 진짜 연이로써 살아갈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 공연의 매력은 뛰어난 공연이 가진 이야기에 있는 건 아니다. 평강 공주와 온달 장군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펼쳐지는 새로운 이야기가 신선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감동이나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아름드리나무 한 그루 밖에 없어서도 배우들이 그들의 몸을 통해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보여주는 무대와 순전히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무대와 어우러져 무대를 더 돋보이게 하는 배우들의 힘이 이 공연의 매력이다.

 '예뻐요~*' 와 ‘와~*, 가~*, 아니~*, 평강~*, 온달~*’. 공연장을 나와서도 공연의 즐거움과 함께 머릿속을 맴도는 단어 역시 이 공연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를 통해 얻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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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방 부르스’. 심상치 않은 느낌의 단어다. 사실 ‘부르스’가 뭘 뜻하는지는 정확히 몰라도 인생 한방 식의 한탕주의의 어감을 가진 단어임에 틀림없다. 이 범상치 않은 느낌의 단어 ‘한방 부르스’가 ‘앙큼 코미디 스탠딩가이스’의 큰 줄기를 알려주는 말이다.

 이 연극은 자칭 주부 문화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만수와 병태 그리고 그들에게 음식 배달을 왔다가 같이 합세한 중국집 배달원까지 세 명의 남자의 이야기다. 주부 문화 사업이라는 알듯말듯한 직업은 실은 성인 무도회장 제비를 그들끼리 지칭하는 말이다. 두 명의 제비에 그들의 아지트에 배달 왔다가 제비들의 감언이설(甘言利說)을 현실로 받아들인 한 명의 중국집 배달원이 꿈꾸는 안생역전. 물론 그 방법은 주부 문화 사업을 통해서다. 그리고 때 마침 미모의 젊은 여자 집주인의 등장으로 그들의 꿈을 현실로 이루어지는 듯싶다.

 연출자가 개그맨인 탓인지 전체적인 이야기는 별로 복잡하지도 어렵지도 않는 줄거리다. 그 덕분에 이야기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 연극보다는 마치 개그콘서트 마냥 순간순간 벌어지는 상황으로 웃음을 자아내는데 더 탁월한 연극이었다. 거기에 비록 귀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극 중 재미를 증가시키는데도 일조하는 욕설의 난무는 이야기를 통한 즐거움이 더 중시되었다면 굳이 지금 만큼 중요성이 크지 않지 않을까 싶었다. 또한 상황상황에 맞추어 적절히 구사하기는 했지만 과하다는 느낌 역시 지울 수 없었던 애드리브 역시 이야기의 전개로 즐거움을 줬다면 그 사용빈도를 줄이고서도 지금 못지않게 좋은 연극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남자 세 명이 극에서 주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아트’와 유사한 면이 있는 듯 싶기도 하지만, ‘아트’의 주인공 세 명이 보여주는 그들만의 특색이 ‘스탠딩가이스’에서는 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아트’와의 비교는 좀 무리가 있다는 건 지나치지 않다.

 난무하는 욕설에 극의 전개에 따른 재미의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그래도 쌓여가는 스트레스를 잠시 잊고 즐겁게 웃을 수 있기에는 더 없이 좋은 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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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연극을 보면서 눈에 뛴 연출자가 한 명 있었으니, 그 이름이 바로 위성신이다. 올해 벌써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와 ‘닭집에 갔었다’ 이 두 작품을 무대 위에서 봤는데, 올해에만 그의 세 번째 연출작인 ‘THE BENCH'을 놀랍게도 보게 되었다.

위성신의 세 번째 작품 연극 ‘THE BENCH'는 벤치 위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리얼리티를 춤과 이미지를 통한 환상으로 표현한 극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전작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와 비슷하게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된 극이고, 또 다른 전작 ’닭집에 갔었다‘ 만큼은 못하지만 내용을 통해 리얼리티 잘 살리고 있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굳이 올해의 전작들과의 차이를 꼽으라면 ’THE BENCH'는 전작들과는 달리 안무가 첨가되었다는 것 정도가 외형상의 업그레이드다.

이야기의 내용은 큰 맥락에서 ‘Best & New -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와 약간 유사한 느낌이었다. ‘Best & Nes -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를 관람하고 나서 적어 놓은 글을 아래에 잠시 옮기면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데 없네
야은 길재의 시구 중의 한 구절입니다.
이 구절이 연극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를 보고서 떠올랐습니다.

물론 직접적인 연관이야 없지만, 왠지 연극의 공간인 여관방은 의구(依舊) 한데 그 안의 사람들만 바뀌고 그 사람들의 사연만 바뀌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일 것입니다.

 ‘THE BENCH' 역시 큰 맥락에서 살펴보면 의구(依舊)한 벤치와 그 위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 극 ‘THE BENCH'의 외형적인 변화로 안무의 첨가를 뽑았는데, 일반적인 연극의 모습에 만족하지 않고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표현의 방법을 넓혀가는 의도는 매우 만족스럽지만 아직 연극에서 보는 안무가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뜻하는 바를 알기는 내게 매우 어려웠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소주를 테이크 아웃 커피 통에 담아 마시던 여자가 제일 기억에 남았지만, 다른 에피소드들 역시 상황을 통한 극적 재미를 잘 보여준다.

 굳이 내게 아쉬움으로 남았던 점을 뽑으라면 다양한 에피소드가 연계성을 가지고 이어지는 이야기였으면 더 집중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하는 아쉬움과 극에서 보는 안무가 친숙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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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는 연극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잘 만들어진 연극을 보는 재미 또한 그에 못지않다. 지금 이야기 하려는 연극 ‘유리가면 Episode 5 - 또 하나의 영혼’은 잘 만들어진 연극이 주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사실 ‘유리가면 Episode 5 - 또 하나의 영혼’에 대한 첫 느낌은 별로였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팜플렛의 설명을 봤는데 그 때부터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일본 만화라곤 중고등학교 시절 봤던 ‘슬램덩크’나 ‘드래곤볼’ 그리고 ‘닥터 슬럼브’ 정도가 고작일 만큼 일본 만화에 대한 친밀감이 떨어지는 데가 연작으로 Episode 5까지 나온 이야기를 1편부터 4편까지에 대한 이야기를 아무것도 모른 채 5편을 본다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다. 거기에 만화에서 가져온 스토리가 얼마나 대단하겠냐는 편견까지 그냥 그저그런 공연이 아닐까 하는 선입견이 공연을 보기 전부터 내게는 가득했다. 그렇게 별로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진 채 공연장인 애플씨어터 전용관으로 된 인켈아트홀 2관으로 들어섰다.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를 인켈 아트홀 2관에서 예전에 봤었고 그 때 무대 위의 설치된 방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유리가면 Episode 5 - 또 하나의 영혼’의 무대 또한 흰 색으로 가득한 상자 속을 보는 느낌의 독특한 무대였다.

 그리고 관람한 극.

 극은 여자 주인공 송연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간 주인공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되었고, 어떻게 송연화라는 인물이 연극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극 속의 극인 홍천녀가 탄생하게 된 이야기와 그 속에서 피어난 연출가 이안과 송연화를 사랑 그리고 송연화를 연모하는 민하일로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극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을 표현하자면 사랑과 흠모 그리고 시작된 성공과 또 하나의 외사랑과 그로 인한 증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한 그저그런 극일 것이라는 선입견은 탄탄한 스토리와 그에 못지않은 배우의 뛰어난 연기로 인해 어설픈 창작극 보다 탁월한 극이었다는 느낌으로 바뀌었다. 추천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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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코미디 아트’ 그냥 보통 ‘아트’ 란 제목으로 기억하고 있는 이 공연은 작년 권해효가 배우로 나섰을 때부터 내 관심을 끌었다. 게다가 여기저기서 들은 호평이 몇 차례 거듭되면서 기회가 되면 꼭 관람하고 싶은 공연이 되었던 차 이제야 직접 관람하게 되었다.

귀여운 수컷들의 우정 파헤치기

 매력적인 소개 문구다. 그렇지만 실제 공연은 기대가 컸던 탓인지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만족스러운 극은 아니었다.

 이야기는 흰 색 바탕의 캔버스 위에 흰색 선이 그려진 그림을 두고 세 명의 친구가 벌이는 이야기다. 정말인지는 모르나 극에서 유명 화가라는 앙트로와의 그림을 피부과 의사 수현이 1억 8천만원을 들여 구입하고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듯이 보이나 빛의 강약과 이동으로 인한 보는 각도의 따라 다양한 변화를 보여 준다는 수현의 말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전문대 교수인 친구 규태와 자신의 의견은 있는듯 없는 듯 대립하는 수현과 규태 사이에서 둘을 중재하려는 문구도매상 CEO 덕수 간의 이야기다. 사회적 지위니, 남자다움이니 혹은 친구간의 끈끈한 우정 같은 걸 겉으로는 내세우면서도 결국은 소심하고 실은 인간다움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쪼잔함을 극을 통해 보여준다.

 아마도 내가 극에 대해 아쉬움을 갖는 건, 이 연극 ‘유쾌한 코미디 아트’가 사람의 호평을 받았던 건 뛰어난 3명의 배우로 인해 극의 이야기를 통한 즐거움 외에 배우 각각의 기존의 이미지와 극에서 보여주는 이미지가 아울어져 더 큰 즐거움을 주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배우가 관객의 구미에 딱 맞으면 문제가 없겠지만, 내 경우처럼 뭔가 핀트가 맞지 않는 듯이 느껴지면 되려 기대치로 인한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3명의 배역 중 규태의 모습이 그래도 나와 제일 비슷한 것 같았는데, 이렇게 극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새삼 볼 수 있는 건 이 연극이 가진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좀 더 시간이 흐른 후에 이번에 본 이정용, 이혜성 그리고 박수영 팀 말고 다른 팀으로 다시 한번 더 관람해서 지금의 느낌과 비교해보고 싶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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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Communication IN Daehakro, 2006 커뮤니케이션 인 대학로
‘커뮤니케이션 인 대학로‘는
관객이나 공연자 어느 한 방면을 향한 소통이 아닌 양방향 소통을 추구한다.
또한 관객, 공연, 미술, 전시 그리고 공연장을 위한 소통이다.
그래서 관객들은 지켜보는 자세가 아닌 참여하는,
다시 말해 페스티벌 매개자 역할을 할 것이다.
관객들은 매개자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공연과 파티 등에서
신선하고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소통 그리고 신선하고 충격적인 경험, 이것이 공연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위에 옮겨 적어 놓은 공연 판플렛은 내게 말하고 있었다.

 스크린을 통해 접하는 영화가 우리 삶 깊숙이 들어오면서 연극을 위시한 공연이 스크린을 무대로 한 영화와 차별될 수 있는 건 양방향 의사소통이다. 극 내용에 충실하고 관객이 적든 많든 혹은 반응이 좋던 좋지 않던 열심히 공연을 진행하는 것이 최고의 선이 아니라 공연을 이끌어 나가는 배우에 눈 앞에서 그의 연기에 반응하고 그로인한 신바람이 더 좋은 공연을 이끌어내는 것이 최고선에 더 가깝지 않을까. 극에 대해 무지한인 내가 이런 생각을 했을진데, 극에 빠져 사는 진짜 프로들이 이런 생각을 못했을 리가 없다. 아마 이런 생각과 고민을 통해 나온게 아닌가 싶은 ‘2006 Communication IN Daehakro, 2006 커뮤니케이션 인 대학로’.

 내가 ‘2006 Communication IN Daehakro, 2006 커뮤니케이션 인 대학로’에서 관람한 건 ‘그림자로부터’, ‘기저귀Man’ 두 작품이다. 우선 ‘그림자로부터’에서는 근래 공연을 통해서 느끼지 못한 신선하고 충격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기저귀Man'을 통해서는 관객의 매개자 역할을 통해 극을 진행하면서도 관객의 관심을 잃지 않는 소통을 하면서도 흥미있는 공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면에서 ‘2006 Communication IN Daehakro, 2006 커뮤니케이션 인 대학로’ - ‘그림자로부터’, ‘기저귀Man’ 은 놓치기 아까운 공연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그림자로부터’에서 큰 흥미를 느꼈는데, 손전등을 통해 비춰지는 빛이 만드는 그림자가 각도에 따라서 그렇게 사람에게 주는 느낌이 틀려질 수 있다는데서 놀랐고, 그런 놀라움을 공연의 영역까지 끌어온 배우와 극단에 찬사를 금할 수가 없었다. 익숙지 않은 새로움으로 인한 즐거움을 너무나 만끽할 수 있었던 흥미진진한 시간이었으므로 비록 ‘2006 Communication IN Daehakro, 2006 커뮤니케이션 인 대학로’ 는 이미 막을 내렸지만 강력추천하고 싶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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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을 보기 전에 먼저 본 ‘씨저스 패밀리, Scissors Family'의 포스터 2장. 음침한 표정으로 가위를 든 사내와 짙은 자두빛 배경에 온통 검은 옷을 입고 있는 배우들. 나는 이 두 장의 포스터를 보고는 이건 분명히 코믹 호러극일 것이라며 지레 짐작했다. 마치 김지운 감독의 첫 영화 ’조용한 가족‘ 같은 느낌이 포스터에서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극은 코믹 호러와는 완전 무관했다. 뮤지컬 ‘씨저스 패밀리, Scissors Family'의 가위는 흉기가 아닌 생계 수단이었으니까.

 뮤지컬 ‘씨저스 패밀리, Scissors Family’는 로또로 인한 오해와 갈등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이야기의 배경은 가리봉동에 있는 동네 주민들의 쉼터 같은 미용실이다. 그 미용실의 주인인 원장과 그의 남편 박치기, 종업원인 미얀마 유학파 출신 찰스와 새로 들어온 샤론리, 술집 마담과 철가방 그리고 스님과 동네 주민들이 나오는데 원장과 그의 남편 박치기의 갈등, 찰스와 마담과의 사랑 그리고 샤론리가 미용실에 적응하는 것들이 이 극의 보여주는 소재들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극의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생략.

 국내 창작 뮤지컬이 기존에 없었던 건 아니지만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소극장을 기반으로 해온 것이 대부분이었던 것이 사실인데, 제외한 몇몇의 뮤지컬에 하나가 더 해 질수 있는 극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뮤지컬이라면 노래에 대한 기대를 응당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음향시설의 미비인지 사용의 부주의인지 잘 모를 음향에 대한 아쉬움과 모든 배우들이 좀 더 노래를 잘 불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과 명품 뮤지컬로 남기에는 약간은 부족한 듯한 스토리까지 열심히 준비한 모습은 보이지만 그래도 약간씩 부족한 듯하게 보였다. 무엇이든 2% 가 명품과 보통의 것의 차이란 걸 가만하면 조금만 더 신경 쓰고 보완하면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창작물이 되지않을까 싶었다.

 생각보다 훨씬 예뻤던 원장역의 이혜진과 지금 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찰쓰 역의 함승연 그리고 지금은 뮤지컬 배우로 약간 부족한 듯 하지만 더 큰 발전으로 멋진 뮤지컬 배우로 거듭났으면 하는 장영란 까지 배우를 살펴보는 것도 극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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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룻 사람의 이름이고 책의 제목이고 공연의 제목이고 이 모두가 중요하다. 왜냐면 합리적인 판단 할 거리가 전무한 첫 대면에서 그것들이 중요한 판단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연극 ‘닭집에 갔었다’ 는 내게 별 볼일 없을 것 같은 연극이었다. 제목에서 주는 감도 그저 그랬거니와 생닭을 잡고 입으로 물어뜯는 모습의 포스터는 내 편견을 강화시켜 주었다.

 그런 상태로 관람하게 된 극 ‘닭집에 갔었다’. 그런데 이 연극은 시작부터 그간 극에서 볼 수 있었던 틀을 깬다. 보통 공연장에 들어서고 시작할 시간이 되면 어디선가 한 명이 쪼르르 달려 나와 공연의 시작을 알리며 휴대폰을 전원을 끄라는 말에서 시작해 틀을 벗어나지 못한 안내 문구를 알리면서 시작하기 마련인데, 이 연극 ‘닭집에 갔었다’ 는 공식적으로 그런 것이 없다. 공연장에 들어가자마자 보게 되는 시장 통의 아저씨가 ‘골라 잡어 3천원~’ 의 호객 행위가 시작이었단 사실과 그 역시 극 중 배우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극은 재래시장에서 일어난 이야기다. 닭가게, 야채가게, 식당, 다방 그리고 그 가게의 주인들, 그리고 손님들과 시장을 지나가는 행인과 배달원, 장애인,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 경찰과 같은 많은 사람들. 그들 사이의 이야기를 극은 보여 준다. 시장에서 닭집을 하는 제천댁의 남편이 지하철 사고로 목숨을 읽는다. 그런데 제천댁이 남편을 밀었으니 아니니 하는 소문이 시장에 퍼지며, 제천댁과 시어머니는 시장에서 싸우고 거기에 제천댁의 아들 종구는 가출을 하고 남편 사고를 조사하는 형사는 계속 시장에 모습을 보인다. 그렇지만 시장 사람들은 서로 의지해 가며 자신의 일에 열심이다. 시장 사람이건 손님이건 혹은 행인이건 모두가 자신의 삶에 바쁘다. 거기에 느닷없는 협박전화. 제천댁이 지하철역에서 남편을 미는 모습이 찍힌 테이프가 있다며 돈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전화에 응하는 제천댁과 협박범인 야채가게 순미의 남편인 양아치 상길.

 뭔가 뭔가 부조리한 듯하면서도 거기에 응하는 제천댁의 모습이나 제천댁과 그녀의 남편에게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궁금해지는 관객. 하지만 시장은 늘 그랬듯 정신없이 북적이며 그 곳의 사람들도 늘 그랬듯이 바쁘게 살아간다.

 사실 이 연극은 무척이나 부산스럽다. 관객이 차분히 바라볼 수 있게 하기 보다는 뭔가 어수선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사람의 삶이란 것이 결국은 그렇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런지 알 수 없지만 비슷한 시기에 봤던 또 다른 연극 ‘검둥이와 검은 개들’에서 느꼈던 극에 대한 어려움은 별로 없었다. 부산스럽고 어수선한 바람에 되려 편하게 볼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예상을 뛰어 넘는 극의 모습이 주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연극이었지 싶다. 개인적으로는 연극에 대한 고정관념을 시작부터 깼고, 감각적 연출에 거기에 걸맞는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 해진 좋은 공연이었지 싶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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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남미와 더불어 우리에게 아프리카는 물리적 거리에서도 정서적 거리에서도 가깝지 못한 곳이다. 그런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연극 ‘검둥이와 개들의 싸움’ 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사실 이 연극 ‘검둥이와 개들의 싸움’ 을 보기 전에도 보면서도 그리고 보고 난 후에도 나는 아프리카 배경으로 한 또 다른 연극인 ‘아시나말리!’ 가 떠올랐다. 인종 차별 정책을 비판 하는 이야기로 그 내용이나 정신은 분명 훌륭한 것이었지만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익숙하지 않은 아프리카의 모습만큼이나 극을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기억 속에 남은 ‘아시나말리’ 같이 이 연극 ‘검둥이와 개들의 싸움’ 역시 쉽게 접하고 쉽게 웃으며 즐기는 트렌드 극과는 많이 달랐다. ‘독백을 통한 깊이와 본질의 문제가 강렬히 묻어나는 언어 연극의 장’ 같은 어감이 주는 선민사상을 가진 것 같은 연극이랄까? 대중의 인기에 영합할 의지가 별로 보이지 않는 극이었다.

 한 흑인의 죽음으로 등장한 알부리라는 흑인 청년과 그와 연루된 칼과 그의 상사 오른과 그의 아내 레온. 각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눈에 보기에도 선한 열연을 펼치지만 아쉽게도 정서적 친숙함의 결여 덕분인지 극이 가지는 흡입력은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까막눈의 단계를 벗어나지도 못한 채 극을 관람하는 무지한 관객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서 극의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들기도 했지만, 친숙함과 멀어진다는 것이 새로운 시각을 가진다는 또 다른 표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극으로 인한 재미를 느끼기에는 개인적으로 부족했지만 분명 나쁘다고도 할 수 없는 공연이었던듯 싶다.

 그러나 연극을 통해 1차적인 스트레스 해소 같은 즐거움을 기대한다면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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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단어가 주는 느낌이 있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 연극‘질마와 솔래’라는 제목을 보고서도 그런 느낌을 약간 받았는데, 막연히 어딘가 전해오는 전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 같다는 느낌이랄까? 창작극인지 아닌지 지금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그냥 ‘질마와 솔래’라는 제목을 받고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바람의 왕은 공주가 자신이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바람의 요정 질마를 사랑하자,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던 또 다른 바람의 요정인 하름과 바람에 꽃 향기를 누가 더 진하게 묻혀 오는지 내기를 하게 한다. 그러면서 바람의 요정 질마는 녹두 농사를 짓는 농부의 딸 솔래를 보게 되고 서로를 제대로 느낄 수도 없는 질마와 솔래지만 그 둘은 이내 사랑에 빠지고 만다. 요정의 사회에서 그리고 사람의 사회에서 각기 기대치를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질마와 솔래. 결국 질마와 솔래의 사랑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그렇게도 듣고자 했던 녹두꽃 타는 소리도 아무도 듣지 못한채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이야기는 끝난다.

 사실 이 연극은 매우 독특한 느낌의 극이었다. 우선 무대를 거의 2등분 하는 것처럼 생긴 극장의 공간이 그랬고, 녹두꽃이라는 것에서 뭔가 우리 전통스런 느낌의 무언가를 표현하려고 하는 것 같으면서도 정작 선녀나 신선 혹은 옥황상제의 아들 같이 우리 조상들이 생각할 수 있었던 대상이 아닌 요정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 것에서 그랬고, 극찬한 사람이 많기도 했지만 개인적인 취향에는 전혀 부합되지 못한 바람의 요정들의 모습이나 아무것도 없는 맨 바닥이 마치 진짜 녹두밭이나 되는 냥 상상을 펼치며 연기하면서도 정말인 듯 자연스레 연기하는 배우들이 그랬다.

 백조의 노래 마냥 실은 원래 있지도 않을 것만 같은 녹두꽃 타는 소리. 내 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비 소리도 정작 제대로 들을 만큼의 여유도 없이 사는 주제에 극중에서나마 정말 녹두꽃 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질마와 솔래의 사랑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과 뮤지컬의 느낌마저 주는 간간히 들려오는 노래 소리까지. 상상력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소품이 아니라 연극의 기획자들의 재미나고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제작된 진짜 멋들어진 소품이 함께 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연극 ‘봄날은 간다’ 공연장을 뒤덮고 있던 잔디처럼 진짜 녹두밭에서 그리고 정말 요정의 느낌이 물씬 나는 요정의 모습을 극을 통해 봤더라면 극을 보는 즐거움은 더욱 컸을 듯 싶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더 컸던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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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다시... episode 1'는 이혼당한 아롱과 오래된 연인 채원과 석원의 이야기다. 이들이 재연 프로그램에 사연을 신청하고 그래서 그들의 지난날을 재연하는데, 그것을 통해 관객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 첫 번째 신청자 아롱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된 첫사랑의 기억을 통해 이혼의 상처를 치유받기를 원하며 재연을 시작한다. 그리고 또 다른 신청자인 채원과 석원은 이별을 하려는 인인인데, 그들의 연애 기간 중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재연해보고 이별할 작정으로 재연을 시작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관객에게 보여주는데 그러면서 계속해서 반복 되는 어구, 기억은 사라져도 추억은 남는다.

거기에 덧붙여 인상적이었던 500원 프로포즈과 바나나 우유의 쇼크. 대략 이렇게가 연극 ‘다시... episode 1'의 이야기다.

 그리고 시작되는 나의 잡설.

 사실 사람들의 지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자주 듣게 되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소시적에는 어떠어떠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보통 그들의 소시적은 지금 보다 과거가 훨씬 좋다. 사람은 육체적인 면에 있어서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분명 성장하는 존재인데 그들에게는 과거의 자신이 지금의 자신보다 훨씬 좋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마치 그 사람들은 오로지 과거에 얾매여 살고 싶어하는 사람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갈 수록 과거의 내 모습에서 느끼는 아쉬움이 늘어나는 건 당연지사지만 그래도 과거에 얽매여 사는 모습이 내 모습이기를 나는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게 있어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그런 탓에 기억은 사라져도 추억은 남는다는 메시지가 내게 있어서는 별로 유효하지 못하다.

 정말 과거만을 회상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진정으로 추억할 만큼의 소중한 기억이 없어서 그런 건지, 아직까지도 명확한 판단을 가지고 있지 못하지만 정말 기억은 사라져도 추억은 남는 것일까?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풀지 못한 명제를 이 연극은 나에게 남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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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연극 ‘일요일 손님’은 이야기하기가 참 어려운 연극이었다. 극에 대한 전체 느낌이 관람 전과 관람 후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바뀌었기 때문이다.

 극을 보러 공연장에 들어가기 까지는 포스터의 코믹한 연출 장면과 그 옆에 쓰여 있는 캐주얼 연극이라는 문구에 별 고민 없이 웃으며 편하게 즐기면 그만 일 것만 같은 연극이었다. 그래서 웃으며 즐길 마음만 가지고 입장. 극을 보는 동안 이 연극은 골키퍼 역을 맡은 배우의 열연과 극 중간 무대가 바뀌는 과정에서 새로움을 제외하고는 매우 재미없었다. 스토리도 그저 그런데다가 억지 스러운 느낌까지, 정말 별로이었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이 연극을 다시 떠올리자, 비록 시나리오가 별로 탄탄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배우들의 열정과 이웃사촌이 이웃남남이 되어버리고, 기러기 아빠라는 새로운 신조어가 생겨나리만큼 개인화되고 그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지금 우리 사회를 극을 통해 보여 주려한 점에서 극을 통해 충분히 가치 있는 시도를 한 것 같다.

 극의 내용은 이렇다.

 누구나 늘어지게 휴식을 취하고 싶은 평온한 일요일 저녁, 아직 신혼부부나 다름없는 봉호와 미옥은 나름대로의 로맨틱한 일요일 저녁을 보내고자 한껏 들떠있다.

 하지만 그런 계획은 갑작스러운 불청객의 방문으로 깨지고 만다. 봉호가 예전에 활동 했었던 조기축구회 골키퍼가 갑자기 찾아온 것이다. 우연히 만난 골키퍼에게 봉호는 예의상 시간나면 한 번 놀러오라는 말을 했을 뿐인데, 골키퍼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찾아와버렸다. 갑작스러운 골키퍼의 방문으로 미옥과 봉호는 당황하지만, 찾아온 손님을 내쫒을 수도 없는 입장이어서 난감하기만 하다. 미옥은 한시라도 골키퍼가 빨리 가기를 바라지만, 골키퍼는 그럴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이웃의 화합과 단합을 도모하자며 미옥의 미움만 산다. 이렇게 이 손님과 신혼부부 사이에 이야기는 시작되고 나중에는 미옥이 복수를 하자며 이 손님을 찾아간다.

 충분히 사회의식이 있는 주제를 다루었지만 아직까지는 그 깊이나 이야기의 흐름이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다루고 있는 주제가 지금 우리사회의 문제를 잘 나타내고 있으므로 좀 더 보완한다면 지금 보다 더 재미있고 가치있는 연극이 될 듯 싶다.

 개인적으로는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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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과 “백조의 노래”

 정극이라는 표현이 연극을 이야기하는데 적당한 단어인지 잘 모르겠으나, 가끔 연극을 보다가 보면 연극이란 이런 것이라는 가르키는 것이구나 하며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극이 있다. 그런 극을 종종 정극이니 정통극이니 하며 나는 표현 하곤 했다. 그런 의미에서 연극 “곰”과 “백조의 노래”는 딱 내가 가진 정극의 느낌을 그대로 가진 연극이었다. 마치 대학 연극반에서 축제 때 하는 연극 같다는 느낌 같은 것.

 “곰”과 “백조의 노래”라는 짧은 두 극이 함께 상연하는 형태로 무대에서 볼 수 있었는데 첫 번째 이야기 인 “곰”은 남편을 사별한 한 미망인과 죽은 남편에게 돈을 빌려 준 채권자가 만나서 결국은 사랑에 이르게 되는 내용이다. 두 번째 이야기 “백조의 노래”는 일평생을 연극으로 살아간 한 늙은 배우의 이야기다.

근대 이전의 유럽이 극의 시대적 배경이라는 점이 더 정극 같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비교적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고 간간이 극 중에서 나오는 재미있는 상황과 대사가 극이 수준이하의 그저그런 연극은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첫 번째 이야기인 “곰”은 비록 우리 현실과는 좀 유리된 느낌이긴 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상황과 대사에 의한 재미를 쏠쏠히 느낄 수 있게 해 주었고, “백조의 이야기”의 경우는 재미로 인한 즐거움은 덜했지만 연극 “삼류배우”와는 또 다른 느낌의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자뭇 진지하게 풀어가고 있었다. 거기에 인상적인 차분히고 나지막한 대사 처리와 어두운 분위기의 무대 또한 “백조의 이야기”를 통해 볼 수 있었다.

 빠른 전개와 이야기를 통해 재미를 선호하는 관객이게는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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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쟁이가 뭐야? 장의사 아냐? 에휴, 아무리 장의사에 관한 이야기라니. 아냐. 볼 것도 없어~! 

 연극 ‘염쟁이 유씨’의 첫 느낌은 그랬다. 젊고 젊은 청춘의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시간은 짧기만 한데 죽은 사람을 다루는 염쟁이 이야기라니. 내가 관심을 가질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세상의 관심가는 일은 그저 평범한 삶에서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보통의 사람보다는 뭔가 다른 사람에게서 관심가는 일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랬더니 죽은 사람을 다루는 염도 보통의 일은 아니였다. 그리고 관람.

 연극 ‘염쟁이 유씨’의 유씨는 평생 염을 업으로 삼아 살아온 사람이다. 유씨는 어릴 적부터는 말 할 것도 없고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리고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부터 염을 해온 염쟁이 집안의 염쟁이다. 그런 그가 이제 염하는 일을 그만 두려 한다. 그리고 그 마지막하는 염을 잡지사 기자가 취재하고 나와 그리고 함께 보는 관객이 전통문화체험단으로 그의 마지막 염에 참여한다. 그 덕에 유씨가 기자에게 수시로 알려주는 반함, 소렴, 대렴, 입관에 이르는 염의 절차와 의미를 들을 수 있고 염의 전 과정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겪어왔던 사연을 하나씩 풀어 놓는다.

 죽은 조폭을 염하던 일에서. 그저 이윤의 수단으로 염을 하는 사람들, 자신이 염쟁이가 되었던 과정, 부모의 유산을 놓고 싸우던 자식들의 모습 그리고 자기 아들 이야기까지.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넘나들며 자신이 보고 느꼈던 것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 속에는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 잘 사는 것인가를 생각하게 해준다. 

 죽음을 통해서 삶을 바라보는 것이라 할까. 연극은 찬찬히 내 삶을 반추해 볼 여유를 생각게 한다.

 실제 염하는 과정을 가감없이 잘 보여주는 현실성에 여러 역할을 훌륭히 넘다드는 배우의 능력과 그 못지 않은 열정. 어느 것 하나 빠질 것 없이 잘 만들어졌고 그 만큼 관객들에게도 극을 보는 즐거움을 충분히 준다.

 추천하기에 모라람이 없는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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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팝송 ‘Singin' in the Rain'이 흐르고 화면은 빗물이 고여 있는 곳에서 물을 튀기며 재미나게 노는 장화신은 사람들. 굳이 영화 ’Singin' in the Rain'을 알지 못하더라도, 텔레비전 광고 속에서는 적어도 한 번 쯤은 보았음직한 모습이다. 그리고 알게 된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사실 나는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가 영화 ‘사랑을 비를 타고, Singin' in the Rain''을 각색해서 만든 큰 규모의 해외 뮤지컬인 줄로만 알았다. 관람한 많은 사람들의 호평 덕이었을 테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러 이제야 관람한 ‘사랑은 비를 타고’

하지만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는 영화와는 아무 관련 없는 완전한 국내 창작 뮤지컬이다. 그것도 대규모 공연장에 대규모 배우들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딸랑 3명의 배우가 전부인 아주 조촐한 작은 규모의 뮤지컬이다. 그렇다고 실망한 건 없다. 늘 그렇듯 규모가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절대 아니다. 작더라고 알찬 이야기에 배우들의 열연이 더 해지면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의 극찬은 충분하다.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가 바로 그렇다.

 소식 없이 있다가 불연듯 집으로 돌아온 동생 동현과 집을 잘못 찾아와 벌이는 이벤트 회사 직원 유미리 그리고 동생 뒷바라지에 전력한 동욱. 이렇게 세 명이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 나간다.

 사실 수많은 사람들의 극찬 때문에 극을 보기 전부터 기대가 가득했는데, 기대가 큰 탓이었는지 그 날 많이 아팠던 탓인지 극찬할 만큼의 충족감은 얻지 못한게 아쉬웠다. 그리고 동색 동현 역을 그날 맡은 개그맨 출신 서동균. 노래 실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그렇지만 두 번 보고 세 번을 봐도 그 감동이 더 하다는 평이나 다시 본 공연에서 더 큰 즐거움을 얻었다는 평이 많은 걸 보면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관람하고서 총평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 관람평은 수준에 미달하는 형편없는 극은 아니었지만 큰 기대를 충족시키는 약간 아쉬움이 남는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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