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스테프니 메이어, Stephenie Meyer 지음 | 변용란 옮김 |북폴리오 | 2008 12

 

  내가 이 책 트와일라잇, twilight’을 읽어 볼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순전히 영화 트와일라잇의 성공 때문이었다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미국의 십대들이 그렇게 뱀파이어 물에 열광하는지를 알고 싶었다. 

  책의 내용은 쥐와 고양이의 사랑이야기 같다이 책은 흡혈(吸血)로 인해 늘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뱀파이어와 그 뱀파이어를 유혹하는 채취를 가진 소녀의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이 책에서 등장하는 뱀파이어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식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분명 뱀파이어라면 흡혈귀에다가낮에는 관에 누워서 잠을 자고 밤에 활동하며십자가와 마늘을 무서워해야 하는데이 책에 등장하는 뱀파이어는 흡혈을 참을 수 있는데다가특별한 능력과 우아하고 매력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을 뿐우리가 믿고 있던 약점 같은 것들은 가지고 있지 않다게다가 이 책의 뱀파이어는 루마니아의 외딴 성이 아닌, 21세기 미국 땅에서 현대 문명의 이기(利器)를 누리며 보통 사람들 속에 섞여 살아간다이러한 점에서 이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에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시트콤 안녕프란체스카가 생각나게 했다특히 서울시내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과 엘리자베스(정려원)같은 예쁜 배우를 보면서 책에서 조각상 같은 뱀파이어의 생김새를 묘사하는 부문이 떠올랐다

  책의 내용은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뱀파이어인 에드워드와 에드워드를 사랑하는 벨라의 이야기다하지만 책에서는 그 둘의 사랑을 갈라 놓기 위해 다른 뱀파이어를 등장시켜 등장인물들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고는 독자의 시선을 책에서 떼지 못하게 만든다특히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데서, 10대 여성 독자를 혹 하게 할만큼 감성적인 표현이 뛰어나다 그렇다고 해서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우선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개연성(蓋然性전체적으로 부족한 느낌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자주 들었다책에서 가장 극적으로 전개되어야 할 에드워드가 벨라에게 자신이 뱀파이어임을 고백하는 모습이나 에드워드 가족과 대립해 벨라의 피를 흡혈하려는 일당과의 충돌 장면이 너무 쉽사리 끝나버린다게다가 90년을 넘게 살았다는 에드워드의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은 찾을 수 없고에드워드의 특출 난 외모에서 시작되는 벨라의 사랑에서도 깊이를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했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것도 이 책을 읽는 것에 있어서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다.


반응형
반응형

사쿠라바 가즈키櫻庭一樹 지음 김난주 옮김 재인 | 2009 1

 

 소설 내 남자私の男는 형식도 내용도 매우 독특한 소설이었다작가를 소개하는 책 표지에서 영화 박하사탕에서 힌트를 얻었다며 현재 시점에서 시작해 점차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두 남녀의 흔적을 따라가는 이야기 방식도 그렇고소설 쌍둥이 별, My Sister’s Keeper에서처럼 한 명이 아닌 여러 사람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방식도 보통의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이다물론 소설 속 내용도 유별한 형식만큼 이나 독특하다.

 

 책을 읽어가는 초반 부에서는 작가 소개 글에서 본 영화 박하사탕’ 이야기로 계속 영화를 떠올리면서 책을 읽어 나갔다사실 영화를 떠올린다고 해서 9년전 봤던 영화의 기억을 제대로 떠올릴 수는 없었지만적어도 영화 속 플래시백(flashback)을 떠올리며 이 책 내 남자도 영락없이 영화의 플래시백과 같은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나 싶었다.

 

 이야기는 내 남자가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하나의 결혼식 전날에서 시작된다하나의 양아버지인 준고는 자신의 것도 아니면서 그냥 집어 와버린 우산을 하나와 함께 쓰고 하나의 약혼자 요시로가 기다리는 레스토랑으로 향한다하지만 앞자리의 요시로와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말과 태도는 보통 결혼식을 앞둔 딸과 아버지 같지가 않다이렇게 해서 이 책 내 남자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이들의 이야기를 2008 6월 하나와 낡은 카메라, 2005 11월 요시로와 오래된 시선, 2000 7월 준고와 새로운 시선, 2000 1월 하나와 새 카메라, 1996 3월 고마치와 잔잔함그리고 1993 7월 하나와 태풍이라는 이름으로 각기 다른 작중 화자의 시선으로 이야기한다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준고와 하나가 어떻게 부녀관계가 되었고현재의 기묘한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그리고 그들에게 숨겨진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그들의 과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감으로 독자에게 알려준다.

 

 
 책을 읽고 난 지금 이 책 내 남자는 퇴폐적이라는 느낌이다거기에 남녀의 인연이란 질기고 또 질긴 것이라는 책 속의 이야기 역시 머리 속에 남는다아울러 작가가 의도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하나와 준고의 행동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이야기하는 엘렉트라 콤플렉스 와 오디푸스 콤플렉스를 통해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는 생각과 함께정신분석학 책을 다시 읽어 본 다음, ‘내 남자’ 역시 작가의 의도를 거슬러 시간 순으로 다시 읽어나간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응형
반응형

지셴린季羨林 지음 | 허유영 옮김 | 추수밭 | 2008년 12


 책 읽기를 가끔이나마 취미(趣味)로 소개할 수 있을 정도는 되게 하려고책을 자주 읽으려 애쓰며 살아간다그런데 내 독서 목록을 살펴보다가, 20세기 중반 이후에 출판된 고전(古典)이 아닌 중국 서적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이는 중국이20 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다른 공산주의(共産主義사회로 바뀌고 서로 교류가 없었다는 점과 조악(粗惡)한 품질로 인식(認識)된 중국산 공산품(工産品)으로 인해 중국 작가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가져 볼 기회마저 없었던 탓이 아닐까 싶다그러던 차에운 좋게도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다 지나간다를 접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 책 다 지나간다를 읽어 가면서떠오른 책이 한 권 있다이중톈중국인을 말하다’가 바로 그것인데사실 이중톈중국인을 말하다는 단어의 기원에 대한 고찰과 해석을 통해 고대 중국인들의 생활을 이해하고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들어 현대 중국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에 이야기 하는 책으로이 책 다 지나간다와 책 내용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 무리가 있다그렇지만이 책을 읽고서 이중톈의 책을 읽으면 현재 중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소장(少壯학자와 존경 받는 원로(元老학자가 보여주는 서로 다른 필치(筆致)를 통해 노학자가 보여주는 담담(淡淡)한 평정(平靜)심을 더 잘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책을 읽어가면서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共感)하며 반성했던 내용이 바로 팔고문(八股文)에 관한 부분이다팔고문은 옛날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썼던 글로성인을 칭송하고 예로부터 내려오는 교훈을 인용한 구절이 가득한 글이다하지만 이는 고리타분하고 쓸데없는 말을 나열해 놓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언뜻 보면 번지르르하지만 실제로는 유익한 내용이 없는 말로그런 글은 필요 없을 뿐더러 써서 종이 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대신 진짜 새로운 견해(見解)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이 부분을 읽어가면서팔고문의 의미 이상이 되지 못하는 내 부끄러운 글로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게다가 자신의 앎을 앞세우지 않고 평이(平易)하고 간결(簡潔)하게 풀어가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내가 배워야 할 점이었다.

 

 하지만책을 읽어가면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앞서 평이함과 간결함을 이 책이 갖는 미덕(美德)으로 꼽았지만그 속에서도 노학자에 후배들에게 삶의 치밀함과 날카로움에 대해 따끔하게 충고하기를 기대했지만 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아울러 현재 중국이 안고 있는 정치∙경제나 사회 현상에 대한 지성(知性)의 통찰을 포함하지 못한 점 또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반응형

'Books > Novel & A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와일라잇, twilight  (0) 2009.01.24
내 남자, 私の男  (0) 2009.01.11
쌍둥이별, My Sister’s Keeper  (0) 2008.12.28
핏빛 자오선, Blood Meridian  (0) 2008.12.16
눈먼 자들의 도시, Ensaio sobre a cegueira  (0) 2008.12.07
반응형

조디 피콜드, Jodi Picoult 지음 |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8년 11월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쌍둥이별, My Sister’s Keeper’는 백혈병에 걸린 언니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태어난 소녀가 부모님을 상대로 법정 싸움을 벌인다는 소개 문구를 읽어 내려가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연이어 장기 기증과 자녀에 대한 부모의 권리 같은 논쟁적 요소가 다분(多分)하다는 점도 분명히 책을 소개하는 문구(文句)에 나타나 있었다이러한 소개 덕분에 나는 책 쌍둥이별을 읽어 나가기 전에이 책은 분명히 장기 기증을 포함한 의료 윤리를 둘러싼 법정 드라마 형식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책의 내용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이 책이 가진 독특한 구성을 먼저 언급할 필요가 있다중학생 시절 국어 시간에 배운 내용을 떠올려 보면그 속에는 분명히 시점(視點)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시점은 소설 속 인물이나 사건을 바라보는 서술자의 시각을 이야기하는 말로우리는 1인칭 주인공 시점, 1인칭 관찰자 시점, 3인칭 관찰자 시점 그리고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렇게 소설에는 4가지 시점이 있다고 배웠다그런데 이 책 쌍둥이별 4가지 시점 중에서 1인칭 주인공 시점을 사용하고 있지만그 형태가 매우 특이(特異)하다작가가 분명히 엄마를 상대로 의료해방 소송을 거는 13살 소녀 안나의 1인칭 주인공 시점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풀어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다수가 모두 1인칭 주인공 시점을 가지고 한 사건을 가지고도 각기 다른 입장에서 이야기 하기 때문이다다중 화자의 등장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영화 시나리오를 읽어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이는 옳고 그름 중 많은 부분이 한 가지 잣대로 정해 질 수 있는 것이 아닌 각기 입장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은 작가의 의도로 보였다.

 

 책은 한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브라이언과 사라 가족이 바로 그들인데그들에게는 첫째 아들 제시와 둘째 딸 케이트가 있다그런데 두 살배기 케이트 등에 난 멍이 생기면서 그들의 평화는 깨져 버렸다케이트 등에 생긴 멍이 전골수구백혈병 때문에 생겼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게다가 가족 누구와도 유전가가 일치하지 않아 그 누구도 아픈 게이트에게 골수(骨髓)를 줄 수 없다그 덕분에 안나는 태어났다아픈 케이트와 유전자가 일치하게끔 유전자 조작을 거쳤기 때문이다그래서 안나는 태어나자 마자제대혈을 언니에게 제공한다안나의 부모도 케이트를 담당하는 챈스 선생도 제대혈 이식으로 케이트가 회복되기를 희망했지만그것은 희망에 불과 했다케이트는 몸의 여러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고 그 때마다 안나는 골수를 비롯해 백혈구까지 언니에게 주어야만 했고안나는 친구의 생일 파티도 좋아하는 하키도 포기해야만 했다그런데 이번에는 케이트의 신장이 말썽이다그래서 엄마는 안나의 신장을 케이트에게 이식하기를 원한다하지만 안나가 이번에는 그걸 거부했다그리고 변호사인 캠벨을 찾아 의료해방을 위해 엄마에게 소송을 걸었다.

 


  
사실 여기서부터 나는 내심 치열한 의료 윤리와 자녀에 대한 부모의 권리 문제에 있어 강력한 범정 심리(審理이야기를 기대했다하지만 작가는 내 예상과 달리 아픈 아이를 둔 가족이 치러야 하는 심리적•물리적 희생과 가족애 더 집중하고가족 구성원 각자의 시각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한다동생을 살릴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며 스스로를 자학(自虐)하는 제시와 평생 언니를 위해 희생하는 것을 목적으로 태어난 안나의 마음과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지만아픈 아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아이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부모의 마음 그리고 아픈 자신으로 인해 가족이 힘겨워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케이트까지어느 하나 쉽게 사는 삶이 없다거기에 독자가 전혀 생각지 못한 반전은 책을 천천히 읽은 사람이라면 충격이다또한 자신의 명성을 위해 안나를 변호 하겠다고 나선 변화사 캠벨의 정신적 성장 역시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살만하다.

 

 이 책에서 다룬 문제와는 다른 시각에서 장기 이식을 다룬 영화가 있다영화 아일랜드, The Island가 그것이다영화 아일랜드를 볼 때까지만 해도 미래 사회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인간 복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사실이라는 점이 분명했지만당장 현실 세계에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은 없었다하지만이 책 쌍둥이별의 경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당장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영화 아일랜드’ 보다 더 큰 경각심(警覺心)을 불러 일으킨다.

 

 정말무엇이 옳은 것이고 그른 것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기회를 마련해 준 좋은 책이었다.


 Tracked from 일다의 블로그 소통 at 2009/03/23 13:59 x
제목 : 유전자 조작으로 우수한 사람들만?
‘완벽한 아이’…생명공학 들여다보기 6학년인 지혜, 상빈이와 오늘은 ‘완벽한 아이’를 추구하는 ‘생명공학적 기획’에 대해 공부했다. 게놈(유전자) 지도가 완성되면서 인간 수정란 상태일 때 유전자를 재조작할 수 있는 기술이 성공했다. 이러한 성공으로, 태어나기 전에 문제 유전자를 재조작해 유전적으로 완벽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것이 좋은 일일까? 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함께 공부하는 주제들 가운데는 아이들이 지금까지......more
 Tracked from 로그스의 Thought.. at 2009/07/30 09:39 x
제목 : 유전공학은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가?_Re..
Reith Lectures 2009 3강: Genetics and Morality 다운받기 * 도입: 부모의 자녀에 대한 권한은 어디까지인가? 몇 년전에, 한 커플이 귀머거리 아이를 가지고 싶어했다. 부모가 둘 다 귀머거리였고, 그들은 그 사실에 대해 자랑스러워했다. 다른 데프-프라우드deaf-proud 커뮤니티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을 장애가 아니라 문화적인 아이덴티티로 간주했다. 그들은 레즈비언 커플이었기 때문에, 정자를......more

반응형
반응형

 

코맥 매카시, Cormac McCarthy | 김시현 옮김 민음사 | 2008 11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핏빛 자오선, Blood Meridian’은 구성에서부터 매우 독특한 책이었다매번 새로운 장()이 시작할 때마다 저자는 이야기의 소재를 순서대로 나열해 놓았기 때문이다순서대로 이야기의 주요 소재를 늘어 놓았으니이야기를 예상하려거든 해보라는 작가 당당함의 표현인지 혹은 순전히 독자를 위해 먼저 소재를 드러낸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아무튼 이 책은 이렇게 매우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시작되었다.

 

 책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열네 살의 소년으로부터 시작된다테네시에서 태어나 열네 살이 되던 해에 집을 가출하고는 정처 없이 세상을 떠돌다가소년의 발걸음은 서부로 향한다그리고는 비정규 군이 되어서는 아파치 인디언을 죽이러 다니지만그건 순전히 명목상의 허울일 뿐이다사냥의 대상이 비단 인디언뿐만 아니라멕시코 인이건 미국인이건 눈에 보이는 대로 사람을 죽이고는 죽인 사람의 머릿 가죽을 헤아려 그만큼 돈을 받는다그런 탓에 그들에게는 윤리니 도덕이니 하는 것들은 없다그저 살아가는 수단으로 사람을 죽일 뿐이며 작가는 그 속에서 인간이 가진 잔혹함과 폭력성을 아무 여과 없이 보여준다그래서 보통 미국인을 정의롭게 그리며 그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애쓰는 지도 않는다이러한 내용을 무척이나 삭막한 시선으로 작가는 담담하지만 매우 풍부한 묘사를 통해 풀어나간다.

 

  

 하지만 이 책이 그저 읽기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미학적(美學的문장이라고 일컬어지는 영어로 된 원문(原文)을 한글로 무리해서 옮긴 탓인지책을 읽어가면서 과연 역자(譯者)가 제대로 이해하고 옮긴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종종 들기 때문이다게다가 자주 사용하지 않는 단어의 사용이나 의성·의태어를 활용한 묘사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을 읽고 있노라면과연 원문이 어떻길래 영어 단어와 정확히 뜻을 맞추기 힘든 단어를 끌어다가 한글로 옮겼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100대 영문소설이니 혹은 최근 출간된 최고의 미국 소설이니 하는 설명이 매우 인상적이고 매력적이기는 하지만개인적인 취향(趣向)으로는 읽기도 어려운데다가 그 뜻까지 파악하기 힘든 탓에 그다지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지는 않은 책이었다
반응형
반응형


 

주제 사라마구, José Saramago 지음 | 정영목 옮김 | 해냄출판사 | 2008 10

 

 우선 책 눈먼 자들의 도시Ensaio sobre a cegueira를 읽기 전에 먼저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를 봤다는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그 덕분에 책을 읽어 보기 전부터 영화를 통해 책의 전반적인 이야기는 다 알고 있었다영화를 함께 본 사람들의 반응이 크게 두 가지였다하나는 갑자기 눈 먼 상태에 발생하는 것으로 인한 재난 영화라는 이야기였고다른 하나는 재난에 집중하기 보다는 극단적 상황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탐욕과 비윤리였다그래서 책에서는재난과 재난으로 발생하는 비인간적 행동을 동시에 주목할 생각을 가지고 읽어 나갔다.

 

 책 속의 이야기는 한 남자가 갑자기 눈이 머는 것에서 시작해 그 남자의 시력이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작가는 실명의 원인도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그것이 전염되는 것도 그리고 회복되는 것도 어떠한 합리적 이유를 제시하지 않는다그리고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이러한 점은 스토리텔링의 비밀: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 Aristotle’s Poetics for Screenwriters’ 에서 밝힌 대로극적인 이야기 전개를 위함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개인적으로는 과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아무튼각설(却說)하고이야기는 실명이라는 재난으로 인해 실명한 사람들이 격리 수용되고그 속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episode)를 통해 전개된다

 


 하지만 저자는 순전히 실명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건을 순전히 기술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이야기 속 에피소드에서 눈이 멀게 됨으로써 모든 사람이 조건이 동일해 지게 되는 것에 작가는 주목하기 때문이다눈이 먼 사람들에게 눈이 멀기 전에 그 사람이 어떤 지위에 있었고 얼마나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있었냐는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그들은 모두가 그저 눈먼 사람일 뿐이다그러서 일까신기하게도 이 책에서는 그 누구도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다의사의사의 아내검은 안경을 쓴 여자안대를 한 노인눈이 가장 먼저 먼 남자 혹은 눈이 가장 먼저 먼 남자의 부인 같은 식이다그 뿐 만이 아니라대화와 서술에 대한 구분도 없다그야 말로 인간 개개인의 개별성을 찾을 수 있는 요소는 모두다 없애 버린 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물러 눈이 먼 상태는 사람들에게 인간성(人間性)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모두가 눈 먼 상태의 어려운 상황이지만의식주(衣食住)를 장악함으로써 그들 사이에 착취(搾取)와 비착취(非搾取)의 계급을 만들고 착취자는 비착취자를 억압한다그 속에서 인간의 존엄성(尊嚴性)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만약 여기에서 이야기가 끝났다면저자는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저자는 인간의 존엄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무의미한 상태가 되어버린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존중하는 하면서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물론 눈이 멀지 않은 의사의 아내가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기는 하다하지만그녀 역시 자신이 맡아야 할 일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나가는 것을 통해저자가 혼탁한 세상에서도 살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희망의 끈은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응형
반응형


김권섭 지음 | 다산북스 | 2008년 10월

흔히 사람들은 양반(兩班)과 선비의 의미를 혼동하곤 한다조선시대의 양반은 동반이라고 칭하던 문관(文官)과 서반이라 칭하던 무관(武官동반과 서반을 통치해 부르던 호칭으로 지배 계급을 뜻하는 말이다이에 비해 선비는 학식이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고 관직과 재물을 탐내지 않는 고결한 인품을 지닌 사람을 이르는 말로 지배층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하지만 의식주(衣食住문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학식과 행동 그리고 예절에 의리와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계층이 결국 지배층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선비를 양반과 같은 계층의 사람을 의미하게 되었다그런데 지금 이야기 하려는 책 선비의 탄생퇴계 이황부터 추사 김정희까지는 원래 선비가 지는 의미에 주목하고 그에 합당한 인물 9을 뽑아 그들이 이야기를 담담(淡淡)하게 지면에 펼쳐 놓는다.

 

저자가 책에서 퇴계 이황남명 조식율곡 이이송강 정철난설헌 허초희교산 허균고산 윤선도다산 정약용그리고 추사 김정희 이렇게 9명을 진짜 선비로 꼽고 그들이 평소에 주고 받았던 서간(書簡)과 시()를 기반으로 그들을 있게 한 가족과 친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거기에 저자가 국어 선생님인 것에 걸맞은 서간과 시의 국역은 마치 고등학교 시절 국어나 문학 시간을 떠올리게 하면서 보통 독자가 가진 한자에 대한 부담감을 줄여 준다.

 

 책에서 저자는 9명의 선비를 다루었지만책을 읽는 독자로써 가장 관심이 갔던 인물은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이렇게 두 인물이었다우선 퇴계는 그간 뛰어난 성리학자로만 알아 왔던 터라전혀 예상하지 못한 책에서 소개하는 따뜻한 생활인으로써 모습에 너무 놀랐기 때문이다이에 비해 남명은 그간 내가 가지고 있던 전형적인 강직(剛直)한 선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완전히 서로 다른 자세로 일생을 살아 왔지만그들이 추구하는 바는 결국 같으며두 사람 모두 진짜 선비라고 이야기하는데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다만()보다는 유()에 가치를 더 두는 가치판단 때문에 퇴계의 모습에 더 감흥(感興)을 느끼지만남명을 포함한 나머지 7명의 선비 모두가 살아가는데 지표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책을 읽어가면서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었는데우선 다양한 서간과 시의 국역과 함께 원문도 함께 있었으며 하는 아쉬움이 컸다거기에 저자가 어떤 기준으로 9명을 선정했는지에 대해 프로로그(prologue) 같은 부분을 따로 마련해 독자에게 알려 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허초희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있어서(231 쪽 처음생몰년(生沒年)이 아버지 허엽의 것으로 나와 있으니추후에는 수정했으면 좋겠다.


 Commented by 위드블로그 at 2008/12/03 17:04  
안녕하세요. 고무풍선기린님. 위드블로그 (http://withblog.net)입니다. 11월 17일 클로즈베타를 오픈한 위드블로그 초청 대상 블로그에 선정되셨습니다. 위드블로그는 실제 운영 중인 국내 3만개의 블로그 중 블로그 운영기간, 구독자수, 커뮤니케이션 지수, 활동지수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500개 개별 블로그만을 특별히 선별하여 클로즈베타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위드 블로그 클로즈베타를 통해 블로깅에 필요한 다양한 소재들을 제공받고 솔직한 체험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리뷰작성에 참여해 보세요. 더불어 블로그지원금의 혜택을 먼저 체험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가장 블로그에 가깝고 블로거를 이해하며 블로그가 중심이 되는 블로그마케팅을 위드블로그에서 함께 하는 것은 어떨까요? 위드블로그를 변화시킬수 있는 소중한 참여와 의견을 기다리겠습니다.

※ 참여방법

위드블로그 (http://withblog.net)로 접속한 뒤 아래의 인증 번호를 입력하신 후 베타테스트에 참여하시면 됩니다. 기타 궁금한 사항은 beatshon@blogcocktail.com으로 문의해주시면 친절히 답변드리겠습니다.

인증 번호 : UEWEQ3HWV9VWUWB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8/12/03 21:27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이 종종 생기게 됩니다.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신청하도록 하겠습니다. ^^

반응형
반응형

 

마이클 티어노 지음 | 김윤철 옮김  아우라 | 2008 11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은 요즘 사람들에게 널리 회자(膾炙)되는 분야 중 하나다공식석상에서의 발표(發表, presentation)을 비롯해 다양한 의사 전달 상황에서 자신의 입장이나 정황을 적절히 전달해 줄 수 있는 이야기를 사용해 자신의 의사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근래 말하는 스토리텔링의 요()근래 유행하는 만큼 이러한 생각을 기반으로 근래 출판된 관련 책도 제법있는데, ‘5가지만 알면 나도 스토리텔링 전문가도 이러한 범주에 속하는 대표적인 책이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스토리텔링의 비밀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는 약간 다르다.

 

 이 책 스토리텔링의 비밀는 요즘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의미의 스토리텔링 서적은 아니다이 책의 요는 글쓰기 특히영화 시나리오(scenario)를 비롯한 대본을 쓰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대본의 이야기를 잘 풀어 나갈 수 있을까이다그리고 그 연장선 상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훌륭한 대본을 풀어가는 데에 있어 좋은 가이드 라인(guide line)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시학을 통해서 좋은 대본이란 어떤 것이며 그 특징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저자는 책에서 좋은 대본을 위한 글이란 플롯 구성이 잘 된 글이라고 직접적으로 말한다스크린에 펼쳐지는 재미있고 강력한 이야기는 결코 대사나 성격 묘사를 통해 이루어질 수 없으며그것은 오로지 잘 짜인 플롯만이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그리고 주장하는 바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의 내용이 부합(符合)되는 부분을 통해 자신의 정당성을 만들어 나간다플롯 구성을 잘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학’ 입문서라고 책을 소개하면서 시학을 통해 플롯 구성을 이해할 수 있는 것 마냥 이야기하고 있지만사실 책에서 시학이 갖는 위상은 저자가 제시하는 정당성의 보루(堡壘정도에 그치고 만다.

  
 대신 책의 저자가 실제 헐리우드에서 스토리 애널리스트(story analyst)로 활동한 경험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져 있는데그래서 자신의 경험을 포함해 21편의 실제 영화의 장면을 대상으로 잘 짜인 구성이 어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책을 다 읽을 무렵 들었던 생각이 하나 있다글을 쓰는 시나리오 작가가 건축물을 짓는 건축가와 닮았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건축가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사항이 멋진 건축물을 짓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완벽한 설계도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만큼시나리오 작가 역시 좋은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건축 설계 이상의 세밀한 플롯 구성을 바탕으로 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비록기대와는 다른 내용으로 아쉬움이 없었던 바는 아니지만대신 영화를 보면서 책에서 이야기하는 영화의 뼈대가 무엇인지를 살펴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책 읽기를 할 수 있는 책이었다.

반응형
반응형


최병서 지음 | 눈과마음 | 2008년 11

 

나는 불행히도 예술에 있어 까막눈이다그 중 특히나 미술에 있어서는 그 무식의 수준이 상식 이하임을 부정할 수 없는데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면 늘 나는 내가 업()으로 삼는 것은 과학(科學), 그 중에서도 물리학(物理學)으로 합리와 논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애써야 하기 때문에 예술특히 그 중에서 미술과 물리학의 병립(竝立)은 어렵다고 말도 되지 않는 변명을 둘러대기 일수다그렇게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 놓기는 하지만실은 그것이 그야말로 실제 사실과는 전혀 관계없는 변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근래 들어 기회가 되는대로 미술에 대한 책을 살펴 볼 생각을 하고 있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서계의 명화와 베르메르의 모자베르메르의 그림을 통해 본 17세기 동서문명교류사가 그 시도의 시작이었고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미술관에 간 경제학자의 선택도 순전히 내 미술에 있어서의 무식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이 책 미술관에 간 경제학자는 매우 독특한 유형의 책이다경제학과 미술도 큰 틀에 있어서는 물리학과 미술만큼이나 쉽게 관련성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그런데 이 책 미술관에 간 경제학자의 자자 최병서는 그 간극을 자신만의 방식을 통해 뛰어 넘어서고는 이를 책을 통해 독자에게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책은 그림을 투입과 산출이라는 지극히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시작한다그리고 그것을 독과점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칭하는 시장가격의 원리완전경쟁시장노동공공재야경국자 같은 경제학 개념으로 확대해 나가는데이를 미술작품의 화가배경혹은 숨겨진 이야기 같은 것들과 연관시켜 독자에게 이야기를 전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경제학과 미술의 접목이라는 시도는 정말 참신했다그렇지만경제학과 미술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는 시도로 오히려 체제적인 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도깊이 있는 미술작품에 이야기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은 우려가 생기는 것도 아쉽지만 사실이다또 일부 경제학과 미술을 연관시키는 부분에서는 무리수를 두는 인상마저 들었건 것이 사실이다오히려 책에 대한 전체적인 컨셉을 잡고서 경제학은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가 하고미술작품에 관한 이야기는 전문 미술사가나 평론가를 통해 더 깊이 있게 했다면지금보다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독특한 시도는 좋았으나 경제학과 미술에 있어 통찰력 있고 깊이 있는 이해를 하는 것에는 부족함이 보였다.

반응형
반응형


앤드루 데이비드슨 지음 | 이옥진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

 

책을 읽는 사람마다 독서(讀書)의 목적과 이유는 각양각색(各樣各色)이겠지만내가 책 읽기를 좋아하는 것은 순전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물론 나이가 들어가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기 위한 독서보다 지식과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실용서적에 손이 더 많이 가는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책을 통해 읽을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내가 책 읽기를 즐기는 가장 큰 이유이다그런데 얼마 전 내가 읽었던 책의 목록을 찬찬히 살펴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최근 내 책 선택의 기준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기 위한 책 읽기 보다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책 읽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목록 통해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설(序說)에서 이렇게 서설(絮說)을 늘어 놓는 것은 지금 이야기 하려는 책 가고일, THE GARGOYLE : 불멸의 사랑 1, 2’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해 책 읽기를 즐기게 된 내 초심을 다시 떠올리게 해 준 책이었기 때문이다 책 가고일은 직물(織物)같은 질감의 짙은 보라색 표지에 노란 장미 꽃이 그려진 표지 때문에 처음 책을 봤을 때부터 매우 인상적이었다흔히 볼 수 있는 표지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선 솔직히 밝힐 것이 있다나는 책을 읽기 전까지 가고일이 무엇인지 모랐다는 사실이다그래서 인상적인 표지의 노란 꽃이 가고일 인 줄 알고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하지만 가고일은 꽃이 아닌 조각 상이다큰 성당의 지붕에 있는 날개 있는 괴물 상을 보통 말한다괴물의 이미지이긴 하지만 처음에는 신의 존재로 받들어졌다하지만 기독교가 위세(位勢)를 떨치자 가고일은 신에서 사신(邪神)으로 격하되고 성당 밖에서 망을 보는 역할에 한정되고 만다그리고 신에서 사신으로 격하된 가고일은 바로 책 속에서는 주인공 나의 모습이다


 


 책 속 나는 심한 화상을 입은 환자다술과 마약에 취해 운전하다가 일어난 차 사고에서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그래서화상의 과정과 그 고통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그런데 더 슬픈 것은 화상으로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잃었다는 사실이다사고 전까지만 해도 매끈한 미남으로 잘나가는 포르노 배우이자 제작자였지만화상은 잘생긴 모습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괴물로 만들어 놓고 말았다아이러니하게 사고는 포르노 배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음경마저 빼앗아 가버리고 말았다그래서 육체적 충격과 고통만큼 정신적 충격과 고통도 심했고그래서 자살하고 싶은 열망이 가득하다오로지 사살만이 내가 가야 할 길인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외모가 뒤틀어져 버리고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던 어느 날, 3번 째 화상을 입었다고 이야기하며 마리안네 엥겔이라는 여인이 등장한다그리고는 그녀는 1300년쯤에 있었던 그녀의 이야기를 내게 들려 준다이렇게현재와 700년 전의 사랑 이야기가 책 속에서 함께 전개된다.

 

책 속의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는 함께 시작하고 함께 끝을 맺는다두 이야기 모두 기독교적 성격이 다분하다그래서 만약 내가 기독교 문화에 대해 더 친숙하고 폭넓은 이해를 가지고 책을 읽어 나갔다면책에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책을 읽어가는 내내 머리 속을 맴돌았지만현재와 과거에서 함께 진행 되는 사랑 이야기를 읽어가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이야기의 마무리는 과거와 현재가 다르다과거에서는 마리안네가 나를 먼저 떠나 보냈다면현대에서는 내가 마리안네를 먼저 떠나 보내기 때문이다자세한 이야기는 책을 직접 읽어가면서 알아가는 편이 적당할 터이니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책 속 현재의 마리안네는 과거의 자신의 나의 사랑을 이야기 해준다거기에는 단테의 지옥편도 속해 있고흑사병에 걸린 아내와 함께 죽음을 선택한 이탈리아 대장장이 프란체스코의 이야기폭풍에 휩쓸려간 남편을 기다리는 절벽의 여인 비키의 이야기사랑을 지키기 위해 비구니가 되고서 산 채로 땅에 묻힌 유리 세공사 세이의 이야기그리고 자신의 사랑보다 연인의 사랑을 죽음으로 지킨 바이킨 시귀르드르 같은 아름답지만 슬픈 사랑 이야기가 들어 있다재미있게도 과거와 현재를 포함한 이 책의 모든 이야기는 전부 해피엔딩과 거리가 멀다나와 마리안네를 비롯해 프란체스코시귀르드르세이그리고 비키에 이르기까지 누구의 사랑도 행복하게 끝을 맺지 못하기 때문이다하지만 마리안네가 알려준 프란체스코시귀르드르세이비키의 이야기와  마리안네의 헌신적 사랑은 여전히 마약을 탐닉(耽溺)하는 책 속의 나를 탄테의 지옥에서 꺼내어 현실에 적응하게 하고인간적으로 한 층 더 성장하게 만든다 

 

또 한가지이 책 가고일은 시각적 묘사가 뛰어나다교통 사고가 일어나는 장면에서 시작해 그 후 병원에서 받는 화상 치료의 끔찍한 장면그리고 과거 속 여러 이야기 속 장면까지책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다시각적 묘사가 뛰어난 대신 이야기의 호흡은 짧다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아주 오랜만에 재미있는 이야기 책을 읽었다는 기분에.

과감히 읽어보기를 추.. 

반응형
반응형

광수 지음평단 | 2008년 9

 

책 발랄한 라라는 모든 사람에 불륜은 없다 마광수 문화비평집’ 이후 작가 마광수의 책을 직접 읽어 보는 두 번째 책이다전작을 통해 작가는 주장하는 지나치게 교양주의적인 우리나라 문학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생기는 생각과 감정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이 책 발랄한 라라를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는 바가 과연 그의 소설에서는 어떻게 등장할 지가 궁금했다.

 

이 책 발랄한 라라의 서문을 통해서도 작가는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전면에서는 보수주의와 교양주의를 표방하면서도 그 이면에서는 전면에서 내세운 것들이 그저 내숭이 되어버리고 마는 현실을 개탄한다그리고 단편소설이 가질 수 있는 장점과 함께 소설의 분량만으로 콩트와 단편소설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함을 이야기하고 작가 자신은 교양주의가 갖는 위선과 이중성을 부정하며자신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퇴폐(頹廢)가 아닌 유미주의(唯美主義)로 스스로 규정하며 자신을 옹호하는 틀로써 삼고서 소설 속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이 책 발랄한 라라는 32편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여러 곳에서 보이기는 하지만책을 통해 작가는 사람들이 가진 한계를 벗어난 섹스토피아의 실현을 꿈 꾸는 것으로 보인다거기에는 작가가 가진 페티시즘(fetishism) 역시 빠지지 않는다.

 

사실 작가는 여러 곳을 통해서 자신의 글을 직접 읽어보지 않고서 자신을 퇴폐(頹廢)주의자로 간주하는 것에 대한 적개심을 보인 바 있다그리고 자신이야 말로 성에 대한 위선과 이중성을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진정한 예술가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이야기한다그렇지만 전작과 이번 책을 직접 읽어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작가가 이야기하는 유미주의에 대해 스스로가 선구자의 역할에 만족하는 것이라면 더 이상 왈가왈부할 거리가 있을 필요가 없지만독자가 직접 그의 글을 읽어 보고 그의 글에서 직접 유미주의로 칭하는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는 퇴폐적이라고 규정되었던 기존의 야한 소설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데 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보인다게다가 즐거운 사라’ 사건 이후의 후유증인지 소설을 내용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자신을 변호하고 옹호하는 내용이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점은 아쉬움이 정말 크게 느껴졌다.

 

소설이 허구의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결국은 작가의 경험에 기반을 둘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과연 백일몽(白日夢)을 꾸는 듯한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부분들이 실제 작가의 이야기였을 지가 자못 궁금하다.

 

작가 마광수에 대한 충분한 인지가 만든 선택이 아닌 그저 단순한 흥미로 인해 책을 선택한다면 이 책 발랄한 사라는 비...


 Tracked from 파아랑 at 2009/07/10 01:10 x

발랄한 라라 - 마광수 지음/평단문화사 고무풍선기린 님께서 보내주신 [발랄한 라라]를 읽었습니다. 말로만 들었던 마광수 교수의 단편소설집입니다. 네댓장의 짧은 분량의 단편부터 여러 가지 단편들을 모아놓았습니다. 성性 과 관련해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저입니다. 그리고 표현이나 사고에 있어서 솔직한 편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했지만, 약간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 보면 그렇지 않은가 싶기도 하네요.-_- 단편들 중에서 성과 관련......more

 Commented by 파아랑 at 2009/07/10 01:09  
발랄한 라라 읽고 트랙백 남깁니다.^^

하....조금 놀랐습니다.;

대한민국은 좀 더 개방적이어야 해!!라고 종종 말하곤 다니지만,...

하여튼,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기존의 퇴폐적이라 평가 받았던 소설과의 차별화의 부족...이 부분에 공감이 가네요-

또 뵙겠습니다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7/10 09:53 
성에 대한 위선과 이중성을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진정한 예술가로서 자부심을 가지려하는
저자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에서 만족해야 할 듯 싶습니다. 저도 책을 읽으면서 꽤
놀랐었구요. ^^;

제가 작성해 놓은 것을 제가 다시 읽어 보는 것인데도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게 작성해 놓았네요. --;

반응형
반응형

 

레몽 장 지음 김화영 옮김 세계사 | 2008 7

 

 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영화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영화를 보다가 보면 가끔 영화를 소재로 한 영화를 접하게 될 때가 있다그런 영화를 잘 살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바로 그런 영화를 만든 감독들 모두가 지독한 영화광이라는 사실이다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책 읽어주는 여자를 읽으려 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영화에서 통용되는 사실이 책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일까하는 점이었다그래서 살펴본 저자의 이력은 정확히 내 생각이 맞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학교수작가그리고 비평가라는 그의 이력은 분명 책을 가까이 해야만 했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책 책 읽어주는 여자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책 읽어주는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이 여자가 어떻게 책 읽어주는 것을 할 수 있게 되었고청자(聽者)와 어떻게 대면하게 되었으며또 그들과 사이에서 어떤 일이 있어나는지를 그 여자의 관점에서 찬찬히 풀어간다.

 

 그녀가 책을 읽어주는 여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이유도 있지만 그녀의 책 읽는 목소리가 좋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그래서 생각해 봤다과연 요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책을 소리 내어 읽을까?  내 경우만 봐도 논문을 볼 때야 가끔 더 집중하려는 의도로 소리 내어 읽는 경우는 있어도그것이 책의 형태를 띌 경우는 묵독(默讀)하는 것이 보통이다내 주위를 둘러봐도 이것은 비단 나만의 경우가 아니다초등학생 시절 이 후 내 주위 사람들에게서 역시 책을 소리 내어 읽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단 외국어를 공부할 때는 예외다). 그러니 내가 내 스스로 책 읽는 목소리를 인지하게 되기는 더 어렵다그래서 책을 읽어 가면서 든 궁금증 하나가 누군가가 내게 책을 읽어 준다면 그 느낌은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사실 책 읽어주는 여자는 책에서 온전히 청자에게 책을 읽어 주는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처음에는 그녀도 의식하지 못했지만책을 읽어 주는 행위를 매개로 청자의 욕망을 실현 시켜주는 매개체로써까지 그녀의 역할을 연장시킨다그럼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가지는 의미는 순전히 책을 읽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그 이상의 것을 추구하기 위한 매개가 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고 작가는 생각하는 것일까 하는 데까지 의문이 생긴다또한 누군가가 내게 당신의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답하는 것 중의 하나가 독서인데그럼 과연 내게 책을 읽는 행위는 무엇이었을까하는 것에까지 질문이 확장된다.

 

 이 책 책 읽어주는 여자는 소설을 읽어가는 재미도 있었지만과연 책 소설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바와 내게 책 읽는 행위가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볼 계기를 가져다 준 인상적인 책이었다.

반응형
반응형

티머시 브룩 지음인균 옮김 추수밭 | 2008년 6

 

얀 베르메르, Jan Vermeer (1632~1675)는 그의 작품  진주 귀고리 소녀가 영화화 되어 근래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17세기 네덜란드 화가다. 19세기 중반에 가서야 진가를 인정받았던 탓에 확인된 작품도 얼마 되지 않을뿐더러 그의 생애도 역시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게다가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대규모 위작 사건까지 있었던 탓에 시답지 않은 미술 입문서 두 서너 권이 미술에 대한 지식의 전부인 내게도 그의 이름은 몇 차례 들어본 그나마 익숙한 이름이다이렇게 사람들의 이목을 끌 거리가 가득한 베르메르에 대한 책이 한 권 출간되었다바로 지금 이야기하려는 베르메르의 모자가 바로 그것이다.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하자베르메르의 그림에 대한 관심이 큰 사람이라면 이 책은 거들떠 볼 필요가 없다솔직히 말해 책에 실린 그림도 감상도 독자의 눈을 사로 잡기에는 너무 모자라다차라리 베르메르의 관한 다른 책을 펼쳐보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그럼 이 책 베르메르의 모자는 펼쳐볼 가치도 없단 말인가이런 의문은 17세기를 전후로 한 무역을 매개로 한 문물 교류사의 입장에서 본 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책의 내용은 베르메르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모습과 사물을 매개로 그 시대의 사회상에 관한 내용이다. 8개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을 통해 17세기를 전후로 한 세계사의 흐름을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풀어 나간다스페인과 포르투갈이 해상 무역을 점령했던 16세기부터 네덜란드가 그 영광을 가져간 17세기그리고 프랑스의 침공으로 쇠퇴한 네덜란드를 대신해 18세기 세계사에 강자로 떠오른 영국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들이다.

 

 어떻게 지금은 5대호 주변의 캐나다의 영토에서 나온 비버 가죽이 유럽으로 건너가 그림의 소재가 되었는지중국의 청화백자가 어떤 경로를 통해 유럽에 전해 졌는지 그리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점령한 남아메리카의 은과 담배가 어떤 경로를 통해 전세계를 돌아다니고 결국에는 중국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는지 등에 관한 이야기와 그로 인해 발생한 일들이 무엇인지 상세하게 알려준다.

 

 KBS의 6부작 다큐멘터리 도자기를 통해 어떻게 중국의 도자기가 만들어지고 전세계로 나가게 되었는지중국 CCTV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대국굴기’ 12편 중 1~4편의 내용인 스페인포르투갈네덜란드 그리고 영국에 관한 내용을 통해 16~18 세기에 걸쳐 바다에서 통해 어떻게 그 나라들이 발전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두 가지 다큐멘터리를 통해 동양의 시각에 더 치우쳐 16~18 세기의 역사를 살펴 볼 수 있었다면 이 책 베르메르의 모자는 서양의 시각에 더 가까운 입장에서 그 시대 역사를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책 베르메르의 모자는 순전히 베르메르에 대한 관심만을 가지고 책을 읽어 나갈 때는 완전히 낚인 듯한 기분을 들게 했지만저자가 책을 통해 이야기하려는 바를 알고 또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지식과 비교해가며 읽어나가자 처음 가졌던 기대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 가득한 책이었다.

반응형

'Books > Novel & A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발랄한 라라  (0) 2008.10.04
책 읽어주는 여자, La Lectrice  (0) 2008.08.10
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0) 2008.07.13
마지막 강의, The LAST LECTURE  (0) 2008.07.06
5가지만 알면 나도 스토리텔링 전문가  (0) 2008.06.22
반응형

정태련이 그리고 이외수가 쓰다 해냄 | 2008년 3

 

 내가 작가 이외수의 이름을 처음 접한 건 고등학생 시절이었다그 때 소설 벽오금학도를 보고서 무척 독특한 유형의 작가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사실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이름은 내 기억에서 금세 잊혀지고 말았다그랬던 그의 이름이 다시 떠오른 건 순전히 TV 때문이었다재방송으로 방영되는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가 지금 살고 있는 감성마을이라는 곳과 그의 기인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고두 차례에 걸친 쇼 프로그램에 나온 그의 모습은 그의 이름이 친숙하게 만들어 주었다그리고 접한 책이 바로 하악하악’ 이었다.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은 채독특한 자신만의 모습으로 평생 글을 써왔고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는 TV 속 이야기 탓에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하악하악’ 은 읽기도 전부터 책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그런데 웬걸책을 직접 펼쳐보자 활자가 인쇄되어 있는 부분보다 여백이 훨씬 많은 것이 아닌가거기에 세밀하게 묘사된 물고기 그림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글의 내용과도 딱히 연관이 없어 보이는 물고기 그림들과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지 못하는 짤막짤막한 내용으로 과연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지고 작가가 가진 생각을 도저히 사려 깊게 펼쳐 나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게다가 하악하악이라는 제목에 쩐다캐안습 그리고 즐같은 장()의 제목은 뭐란 말인가?

 

 사실 책의 내용을 약 1/3 정도를 읽어 나갈 때까지 책에 대한 불만은 그대로였다작가의 말 맞다나 완전 낚인게 캐안습이었다그러던 것이 절반 정도 읽어나가자 슬슬 형식과 내용이 익숙해 지면서 재미있게 다가 왔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이 책 하악하악은 깊은 사고를 합리적으로 천천히 풀어가는 스타일은 아니다오히려 작가가 살아가면서 떠오르는 상념에 대한 메모 형태의 직관적인 편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비록 책의 내용을 다 읽고 난 지금도 왜 책의 제목이 하악하악인지 그리고 도대체 왜 물고기 그림이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짧은 문단들을 통해 작가의 생각을 잘 알 수 있는 책 이었다.

반응형
반응형

랜디 포시Randy Pausch, 제프리 재슬로 Jeffrey Zaslow 지음 |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

 

 한 대학에 여가수 한 명이 청강을 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화면을 통해 보여주는 케이블 TV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는 랜디 포시 Randy Pausch 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다아마도 그 여가수의 과외 선생을 하던 한 학생이 그 에능 프로그램 마지막 회에서 랜디 포시의 말을 인용했었다그렇게 그의 강의를 처음 알게 되었고그 후 몇 차례 웹을 통해 그의 강의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유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나서 지금에서야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를 이제서야 책을 통해서 접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앞에서도 살짝 언급 했지만 마지막 강의는 저자인 랜디 포시가 자신이 재직하던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한 그의 마지막 강의를 그대로 책으로 옮겨 왔다그리고 실제 그가 강의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에 대한 설명까지 있으니책은 그의 강의 내용과 그 내용에 대한 주석(註釋)까지 포함하고 있는 셈이다.

 

 그의 강의 모습이 YouTube에 옮겨져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찬사를 듣고 있는 것은 그의 삶에 대한 자세 때문일 것이다췌장암 말기로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이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이지만가식이 아닌 진실한 모습으로 그것에 굴하지 않고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고 살아가기 때문이다그래서 그의 강의는 죽어가는 사람이 펼치는 넋두리가 아니다어릴 적 꿈을 진짜 이루기 위해 그가 장애물을 헤쳐 나갔던 경험을 비롯해 다른 사람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모습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그의 자녀들이 자라나면 찬찬히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한 시간 동안 압축적으로 이야기한다.

 

 사실 내게 이 책에서 감동적이었던 건 랜디가 펼치는 수수한 어투였다비록 번역된 책을 읽어서 정확한 원문을 읽지는 못했지만, YouTube릍 통해 본 그의 강의 역시 화려하게 꾸며진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차분히 그렇지만 위트 있게 풀어나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담담한 어투이지만그 속에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알 수 있었다.

 

 과감히 다른 사람에게도 일독(一讀)하기를 권하고 싶은 책.

반응형
반응형

 

리처드 맥스웰 • 로버트 딕먼 지음 | 전행선 옮김 지식노마드 | 2008년 6

 

 내가 스토리텔링이라는 어휘를 처음 접한 건휴넷에서 발행하는 행복한 경영이야기라는 메일을 통해서였다사실 스토리텔링이라는 단어를 한국어로 옮겨보면 이야기 하는 것’ 정도가 될 수 있을 텐데이야기에 주목하는 것이 별로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것 같아서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그러던 차에 이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5가지만 알면 나도 스토리텔링 전문가를 읽을 기회를 갖게 되었다.

 

책을 읽어 가기 전에 든 생각이 하나 있었는데바로 스토리텔링이 한동안 비즈니스 계에서 유행할 아이템이 될 가능성이 클 것 같다는 점이었다그래서 유행할 가능성이 큰 분야를 먼저 접하는 기분으로 책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 같은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읽어 나갔다.

 

저자는 책을 통해 선천적으로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는 인간 본성에 맞추어 감성적인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이용해 소비자와 브랜드가 교감을 만들고 유지해 가는 방법을 이야기 한다책에서 소개되는 수 많은 예시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 나는데스티브 잡스가 펼치는 이야기에 호응하는 사람들로 다시 일어선 애플 컴퓨터나 자유와 모험을 선망하는 사람들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할리 데이비슨이 그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다그리고 애플 컴퓨터나 할리 데이비슨 같이 성공적인 이야기 속에는 열정영웅악당깨달음의 순간 그리고 변화라는 다섯 가지 단계를 통한 이야기 전개가 있음을 지적한다그 다섯 가지 단계 역시 수 많은 이야기를 통해 그 중요성을 독자에게 어필한다그래서 이 책 ‘5가지만 알면 나도 스토리텔링 전문가은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 책을 읽는 편안한 기분으로 읽어 나갈 수 있게 해준다.

 

책을 읽어 가면서 가장 공감했던 내용이 하나 있는데그것은 흔히 사람은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감정을 들어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한다는 점이다물론 신경질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되겠지만비즈니스 세계에 있어서도 명확한 사실에 상대방이 공감하는 감성이 함께 했을 때야 상대편의 기억에 남고 상대편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의 사이즈에 대해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데이 책 ‘5가지만 알면 나도 스토리텔링 전문가는 보통 서점에서 살 수 있는 책에 비해 조금 작다지금까지 경험에 비추어 보면 사이즈가 조금 작은 책은 보통 편하게 읽어 나갈 수 있는 소설이나 수필이 대부분이었다물론 이 책 또한 읽기에 특별히 어려운 책은 아니었지만계속 읽어 나가는 데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다개인적인 성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런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한 마디 덧붙임.

반응형
반응형

 

마광수 지음 | 에이원북스 | 2008 4

 

 즐거운 사라를 비롯한 몇몇의 책에 대한 외설 여부로 언론매체에 소개 된 것을 계기로 작가 마광수를 알게 되었다하지만 그의 책을 읽을 기회도 그리고 굳이 그의 책을 찾아서 읽을 필요도 없었기 때문에 내게 그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언론매체에서 떠드는 것뿐이었다그러다가 최근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명문대 마교수라는 캐릭터로 활동하는 개그맨을 보고 잠깐 작가 마광수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고 그리고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모든 사랑에 불륜은 없다를 읽어 볼 기회도 갖게 되었다.

 

 사실 책을 읽기 전부터 책에 대한 관심은 매우 큰 편이었다우선은 논란거리의 중심에 있는 저자의 책이라는 점이 그 첫 번째 이유였고수 많은 논란 속에서 과연 그의 책을 직접 읽어 보고서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는 궁금증은 두 번째 이유였다그리고 그 궁금함에는 논란 속의 사람들이 간과(看過)하고 있는 작가만의 가치가 있을 것 같은 기대치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책 모든 사랑에 불륜은 없다에서 저자 마광수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바는 위선과 이중성에 대한 비판으로 보였다그리고 그 속에서 뿌리 박힌 도덕주의적 관점으로 인해 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실을 개탄하는 것으로 보였다그리고 결국 저자 자신은 금지된 것에 대한 끈임 없는 도전을 하는 사람이고 야한 것이 좋다고 당당히 밝히는 것 또한 그 연장선 상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읽어 가면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우리나라 문학은 지나치게 교양주의적인 지적이다내가 읽어 온 책의 자취만 봐도 사람이 살아가면서 생기는 생각과 감정에 주목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작가의 가치관을 독자에게 이야기하는 책보다는 책을 읽어 나가는 것을 통해 내가 지적인 수준을 채워주는 느낌이 주는 책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우선은 문화 비평집이라는 점을 제목에 당당히 밝히고 있지만책의 많은 부분에서 직간접적으로 자신을 옹호(擁護)하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또한 1990년을 전후에 쓴 글이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2008년에 출판한 문화 비평집이라고 이야기하기에 적당하지 않았다.


 Tracked from 파아랑(ahnjinho) at 2009/08/11 01:33 x

제목 : 모든 사랑에 불륜은 없다 - 자유로음 또는 솔직함
모든 사랑에 불륜은 없다 - 마광수 지음/에이원북스 고무풍선기린 님이 보내주신 책. 지난 번에 읽은 마광수 교수

의 책 -2009/07/10 - [문학] - 발랄한 라라 - 솔직한 성 표현과 상상력- 아무 것도 모르고 읽었던 발랄한 라라의 

과감함과 솔직함

/자유로움에 놀

라기도 했지만, 이번 책도 예상 밖의 책이었다. 발랄한 라라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

각했는데, 에세이 

식으로 나름 차분한 어조로 

말하기 때문. 물론, 표현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내용에서......more

 Commented by 12 at 2009/05/13 07:31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는 대표글만으로도 이해가 갑니다만......

본뒤에 드는 생각...

니 마누라가 바람나 봐야 불륜이 없단 소릴 안하지 -_-;ㅋㅋㅋㅋ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5/13 14:28 
이유는 무엇인지 몰라도
부인과 헤어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랑을 계속 탐구하는 것으로
제게는 보였습니다.

 Commented by 파아랑 at 2009/08/11 01:33  
제대로 읽었는지 모르겠네요...그저 보내주신 책 가볍게 읽어보았습니다.^^: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9/08/12 00:45 
이글루스까지 찾아오셔서 덧말 남겨주셨네요. ^^

가법게 읽어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Commented by 빨간구두아가씨 at 2010/08/27 21:42  
8월 28일 토요일 오후 4시! 신촌현대유플렉스에서!! 신촌의 문화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마광수 (연세대교수)를 초
청하여 김노암
 아트디렉터와 팝아티스트 강영민이 자유롭게 풀어가는 신촌과 젊은이 문화에 대한 흥미진진한 토크
쇼에 초대합니다. 12층 갤
러리에서 마광수를 포함한 16명 현대작가들의 작품도 전시중이오니 오셔서 함께 관람하
세요.^^  
현재 공식블로그에서 무료티켓 접수중이오니 꼭 참여하셔서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반응형
반응형

신한균 지음 | 아우라 | 2008년 4

 

 역사소설은 국내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소설 분야이다비록 소설의 내용이 실제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소설의 시대 상황과 인물들의 특징을 책을 읽어 나가면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소설은 스스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였다그러던 차에 도예가인 신한균의 신의 그릇을 읽을 기회를 갖게 되었다사실 근대 시대 이전에 도자기가 갖는 중요성은 지금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중국과 일본에서 서구에 수출되어 가졌던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도자기를 제작하는데 있어서 사용된 과학기술의 가치까지 현재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이 갖는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분야가 바로 도자기였다게다가 일본 도자기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 조선의 많은 도공이 일본으로 붙들려 간 임진왜란 이후 사실 또한 익히 알고 있었기에 이 책 신의 그릇은 읽기 시작 할 때부터 관심을 둘 수 있는 거리가 많은 책이었다.

 

 소설 신의 그릇의 내용은 책을 접하기 전부터 예상했던 대로조선의 도공이 일본에 잡혀간 이야기였다열심히 도자기를 구워 살아가던 이 책의 주인공 신석의 가족은 왜란 이 후 일본에 가져갈 도자기를 굽게 되고그에 따르는 경제적 이익을 받게 된다하지만주인공은 그 이익을 어려움에 빠진 일반 백성과 함께 나누고 의병장 곽재우를 도와 조선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다그러던 중 전쟁은 막바지에 이르고신석은 일본 사무라기 도공으로 봉해지고는 일본으로 잡혀 간다그리고 그곳에서 이삼평과 종전을 비롯한 조선 도공과 함께 일본인들이 바라는 자기를 만들지만조선에 대한 그리움을 잊지 못하고그들이 꿈꾸는 황도를 만들어 주기로 하고 조선을 건너 오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역사소설은 소설이 가질 수 있는 자유로움은 갖기는 하되역사적 사실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는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이러한 점은 이 책 신의 그릇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데그로 인해 책을 조금 읽어 나가자 마자 저자가 펼칠 수 있는 줄거리가 예상되었고실제 책의 내용 역시 예상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게다가 저자가 원래 도예가였다는 점이 도자기를 굽는 과정과 도자기에 대한 설명하는데 있어서는 뛰어난 전문지식을 활용해 독자에게 잘 전달했지만작가란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책을 통해 표현해야 하는 것을 떠올리면 도자기 제작과정과 그 설명에 비해 작가의 생각과 가치관에 대한 표현은 미흡하지 않았나 싶었다.

 

 물론 신석이라는 한 도공의 삶과 그의 도자기에 대한 열정에 대한 부분은 분명 책을 통해 작가의 의도가 잘 표현된 것은 분명하나하지만 그 모습이 역사소설에서 흔히 봐왔던 교양주의의 모습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반응형
반응형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8년 4

 

작자 오세영’, 이름이 낯설지 않다그렇다거장 루벤스의 그림 한복을 입은 남자에서 모티브를 얻어 베니스의 개성상인의 지은 바로 그가 바로 작가 오세영이다고등학생 시절 즐겁게 그의 책을 읽은 후 지금 다시 그의 책 구텐베르크의 조선을 읽을 기회를 갖게 되었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구텐베르크의 조선의 모티브는 생뚱맞게도 전 미국 부통령이었던 앨 고어의 언급에서 나왔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금속활자 기술이 조선시대까지 이어지고 결국 그것이 서구에까지 전해져 구텐베르크의 활자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티브는 조선 세종대왕 시절 만든 가마가 부러져 처벌을 받은 이후 공식적인 그의 기록이 사라져버린  뛰어난 발명가인 장영실로 이어져 이야기를 풀어간다.

 

세종대왕은 한자가 백성 모두가 사용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문자라는 것을 인식하고는 훈민정음을 창제한다하지만 최만리로 대표되는 보수 사대주의자의 반대와 백성 모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널리 퍼트릴 도구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세종대왕은 보수 사대주의자의 눈을 피해 장영실을 명나라에 파견해 훈민정음을 널리 퍼트리는데 사용될 새로운 금속활자인 향동활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거기에 이 책의 주인공 석주원도 장영실을 도와 향동활자를 주조하기 위해 세종의 밀지를 가지고  명나라로 가게 된다하지만이들은 향동활자를 주조하기 위해 필요한 높은 온도를 얻기 위한 지옥의 불을 만들기 위해 애쓰다가 그만 명나라 내부의 권력 싸움의 휘말리게 되고석주원은 티무르 제국 사마르칸트로 그가 가진 인쇄술을 전하기 위해 가게 된다.

 

사마르칸트에서 그의 일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조선으로 돌아가려 하지만그곳에서 만난 이레네와의 만남과 끊어진 동서 교역로로 인해 조선으로 가지 못하고 사마르칸트에 온 교황의 사절단을 만나 독일에서 금속활자를 주조하려고 애쓰는 구텐베르크를 만나게 된다장영실이 그토록 만들고자 했던 지옥의 불을 만들어 결국은 금속활자의 발명에 성공한다하지만 그 후에도 안티몬을 구하기 위해 콘스탄티노플로 가서 무너져 가는 비잔틴 제국의 역사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게 되고 또한 이탈리아 문예 부흥의 중심에 있는 메디치가의 문제에까지 휘말리지만결국은 모든 어려움을 잘 해결해 나간다.

 

작가는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구텐베르크를 비롯해 푸스트 형제메디치가의 사람들레오나르도 다빈치 그리고 콜룸부스 등과 같은 수많은 실제 인물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더더욱 실감나게 만들어준다하지만석주원과 앞서 이야기한 수많은 실존 인물을 이어주는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느낌과 전작 베니스의 개성상인과 너무나 비슷한 구성은 흥미진진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반응형

'Books > Novel & A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든 사랑에 불륜은 없다 : 마광수 문화비평집  (0) 2008.06.15
신의 그릇 1, 2  (0) 2008.06.07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화  (0) 2008.05.04
밀리언 달러 초콜릿  (0) 2008.02.21
이웃 마을 전쟁  (0) 2008.01.20
반응형


사코 아키고 지음 | 박시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8년 3월



 초등학교부터 시작해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미술은 내게 그다지 탐탁스러운 과목이 아니었다잘 그리지도 잘 만들지도 못하는데다가미술(美術)이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공간 및 시각의 미를 표현하는 예술에 대한 이해와 감상을 올바르게 이끌어 줄 인도자 마저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다가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과학을 공부하다가 우연히 미술그 중에서도 그림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논리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가는 과학의 딱딱한 합리성이 아닌예술가의 열정과 창의성을 그림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동경심이 바로 그 이유였다하지만 몇 차례 찾아가 유명한 전시회나 재미없게 훑어 보고 만 미술사를 비롯한 몇 권의 책은 미술에 대한 내 까막눈이 결코 쉽게 떠질 수 없는 것임을 더 확실하게 알려주었다그러던 차에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성서 이야기를 보면서 성경에서 모티브를 얻어 그려진 많은 그림을 보게 되었고성경의 내용을 가시적으로 표현한 그림을 보면서다시 한 번 그림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이 책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화를 읽어 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 책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서계의 명화는 읽어 나가기가 매우 쉬운 책이었다저자의 시선을 따라 50 작품을 선정해 그림에 얽힌 이야기와 그림을 그린 화가 이야기를 읽어가며 보는 그림은 보는데 별 불편함이 없었다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장점은 또한 약점이 되기도 했다처음에는 초심자에게도 읽기가 쉬웠지만책의 초반이 지나자 간단한 에피소드와 그림에 대한 설명만으로는2% 부족한 것이 아닐까 싶은 우려가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또한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성서 이야기에서 봤던 그림보다는 그림에 대한 가시성(可視性)이 더 좋기는 했지만책에서 이야기하는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크게 책을 통해서 볼 수 있었으면 지금 보다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그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나와 같은 초심자가 읽어보기에는 더 할 나위가 없지만초심자의 수준을 벗어난 독자가 책을 본다면 또한 아쉬움이 남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화는 다양한 시대와 다양한 화풍의 그림을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이었다그래서 미술에 특히그림에 관해 초심자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독자라면 읽어보기를 추..


반응형

'Books > Novel & A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의 그릇 1, 2  (0) 2008.06.07
구텐베르크의 조선 1 -3  (0) 2008.06.01
밀리언 달러 초콜릿  (0) 2008.02.21
이웃 마을 전쟁  (0) 2008.01.20
버스탈취사건  (0) 2008.01.13
반응형

밀리언 달러 초콜릿

황경신 글 / 권신아 그림 북하우스 | 2008 01

 

 

 책 밀리언 달러 초코릿은 매우 독특한 느낌의 책이었다. ‘프롤로그를 대신하여와 에필로그를 대신하여를 통해 책의 맨 처음과 맨 마지막의 글이 정작 책 내용의 어떤 내용의 글보다 긴그래서 천편일률(千篇一律)적인 스타일을 즐기는 내게는 너무나도 친숙하지 못한 느낌의 책이었다사실 책의 분량만으로는 한 번에 읽어 봐야겠다는 의미만 있으면별 어려움 없이 금세 읽어 버릴 수 있었다두 명의 작가 중 한 명이 illustrator(삽화가)인 만큼 분량의 반 가까이가 삽화인데다가여백없이 빽빽하게 글자들이 빼곡히 인쇄된 논문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스타일리시(stylish)한 편집이 된 책이었기 때문이다.

 

 ...선뜻 보기에는 쉽게 읽어 버리기에 만만한 책이었지만막상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하자 이내 그렇게 해서는 안될 것만 같았다짤막한 수필이나 시의 형태로 읽어나가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지만글에 쓰인 내용하나하나가 저자의 삶이 풍기는 향기를 그대로 전해주는 것만 같아서 한 번에 읽어버리면 그 느낌을 하나씩 떠올려 보지 못할 것만 같아서였다.

 

 그래서 정말 천천히 읽어 봤다감각적인 내용을 천천히 즐길 요량으로 짧은 글일지라도 천천히 음미하듯 읽어 나갔다하지만이렇게 감각적인 내용에 익숙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논리(論理)와 합리(合理)로 세상을 측정하려 잣대를 내미는 내 생활 탓인지는 몰라도 책의 모든 내용이 다 깊이 있게 다가오지는 않았다그래도 첫번째 이야기두번째 이야기 그리고 세번째 이야기를 통해 저자의 만나고 헤어지고 그리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내 지난 모습에서의 그것과 비교하며 감상(感想)에 젖을 수 있었다.

 

 익숙하지 못한 형식이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 나도 그랬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는 내용을 감각적으로 잘 풀어 놓은 책이었다.


반응형

'Books > Novel & A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텐베르크의 조선 1 -3  (0) 2008.06.01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화  (0) 2008.05.04
이웃 마을 전쟁  (0) 2008.01.20
버스탈취사건  (0) 2008.01.13
앤의 요정 : 어른을 위한 동화  (0) 2007.12.10
반응형

미사키 아키 /임희선  
지니북스 | 2007년 10
원제 : となり町戰爭


 
이 책 이웃 마을 전쟁을 보게 된 건순전히 책의 저자인 미사키 아키 때문이다얼마 전 이 책 이웃 마을 전쟁’ 이 후에 새롭게 출판 된 그의 책  버스탈취사건을 읽으면서 뒤엉킨 시간과 공간을 독특한 시선으로 풀어가는 책의 재미와 함께 그 저자인 미사키 아키에 대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그리고 이웃 마을 전쟁이라는 독특한 제목 역시 책에 대한 기대를 크게 만들었다.

 

 이 책 이웃 마을 전쟁은 주인공 기타하라 슈지가 전쟁을 시작한다는 소식지를 접하고 갑자기 전쟁의 대상인 이웃 마을 정탐원으로 발탁되면서 시작된다비록 눈에 띄는 전쟁의 모습은 없지만전사자의 인원을 전하는 소식지를 통해 이야기는 전개된다그리고는 적지인 이웃마을에 위장 결혼을 하면서 위장 전입을 하고면서 정탐원의 역할을 계속 한다그러던 차에 이웃 마을의 시찰을 통해 위장 전입 사실이 들통나 탈출하게 되고 나중에는 그 전쟁이 오래 전부터 계획되었던 마을 발전 5개년 계획의 일환이었으며이웃마을과 협력하게 준비되었음을 알게 된다물론 전쟁의 종결도 예정에 맞추어 진행된다그렇지만 정작 전쟁의 속에서 정탐원을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던 키타하라는 전쟁이 시작된 것도끝난 것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이 책 이웃 마을 전쟁은 전쟁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실상 구체적인 전쟁 장면은 하나도 없다그래서 책을 읽다가 과연 책 속의 이야기일 망정정말 전쟁이 있기는 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그 대신 책 속 이야기 여기저기에서 등장하는 업무 분담표와 임명장의 모습은 전쟁마저도 결국은 하나의 행정 처리의 일환일 뿐일 수도 잇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전쟁 장면이 하나도 없는 전쟁 이야기라는 독특한 소재와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독특한 시각이 정말 돋보이기는 했지만작가가 그 독특함에 너무 의존한 것은 아닐까 싶었다.


반응형

'Books > Novel & A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화  (0) 2008.05.04
밀리언 달러 초콜릿  (0) 2008.02.21
버스탈취사건  (0) 2008.01.13
앤의 요정 : 어른을 위한 동화  (0) 2007.12.10
그렇지만, 이건 사랑이야기  (0) 2007.07.17
반응형

  외형적으로 이 책 '버스탈취사건'을 봤을 때, 나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일본 소설에 대한 특별한 흥미가 없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합리적 사고에 근거한 논리적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책을 선택하는 내 기준과 너무 달랐다. 거기에 분량마저 일정치 않은 단편 소설 모음집이라니. 순전히 끈기로 책을 볼 가능성이 크구나 싶은 생각이 이 책 '버스탁취사건'의 첫 페이지를 넘길 때 들었던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10 페이지 20 페이지 그리고 첫 번째 이야기가 끝났다이게 무슨 말이지 하는 생각과 함께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평이한 일상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는데이건 절대 평이한 일상이야기가 아니다뭔가 판타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그런 것도 아닌 것이 뭔가 독특한 느낌이었다그렇게 이 책 버스탈취사건에 담긴 7편의 이야기를 모두 읽어 나갔다.

 

 기상천외한 생각인 것 같다가 가슴을 잔잔하게 만들어 주는 일상 이야기이더니 어느새 현실의 시간과 공간이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이렇게 엉뚱한 전제에 사랑 이야기부터 살아가는 이야기까지 모두가 제 각각인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왠지 침울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 어느새 너무 재미있었다.

 

 책을 보는 내내 현실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이 있어나는 작가의 상상력 방에서 뛰어 논 기분이다다른 사람들과 이야기 해 본 결과이런 기분이 드는 것이 일본 소설이 갖는 장점인 독특한 정신 세계와 그에 따른 소재에 내가 전혀 익숙하지 않다는 것에서 즐거움이 기인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뭔가 속 시원한 답을 독자에게 제시해주는 형태의 즐거움이 아닌 뭔가 복잡하면서 그 속내를 정확히 알지 못하게 만들지만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에 대해 나와는 다른 상상력을 펼쳐나가는 것이 내 눈에 보인 이 책 버스탈취사건이 가지는 큰 장점이었다.

 

 다른 일본 소설들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어서 보통의 일본 소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그래도 내게는 너무 재미있어서 이 책의 저자의 전작 소설까지 읽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게 본 책이었다.

 

 과감히 읽어보기를 추..


반응형

'Books > Novel & A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밀리언 달러 초콜릿  (0) 2008.02.21
이웃 마을 전쟁  (0) 2008.01.20
앤의 요정 : 어른을 위한 동화  (0) 2007.12.10
그렇지만, 이건 사랑이야기  (0) 2007.07.17
절벽산책, THE CLIFF WALK  (0) 2006.11.23
반응형

 

 이 책 앤의 요정  : 어른을 위한 동화’를 보면서 맨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문구였다이런 벌써 내가 스스로 어른이 되었음을 인정하면서 아울러 어른이 되었음에도 동화 속 이야기를 아직도 꿈 꾼다는 말이 되는 것 같아 조금은 부끄러웠지만일단 이 문구로 이 책 앤의 요정 : 어른을 위한 동화는 내 시선을 사로 잡았다사실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구절을 보면 작가 정채봉의 글이 먼저 떠오른다작가 정채봉의 글을 보면서 느꼈던 즐거움을 새삼 떠올리면서 이 책 앤의 요정 : 어른을 위한 동화를 읽어 나갔다.

 

 이 책 앤의 요정 : 어른을 위한 동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앤이라는 한 숙녀와 앤의 요정에 관한 이야기다앤이 우연치 않게 발견하게 된 7명의 요정을 발견하게 되고 그 요정들과 소통을 통해 요정들이 결국은 자신이라는 사실을 넌지시 알려 주는 이야기다읽어 보기에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에 책의 곳곳에 이야기와 함께 곁들어진 수채화 톤의 삽화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사실을 더 강조해 준다.

 

 그렇지만개인적인 성향에 비추어 이 책 앤의 요정 : 어른을 위한 동화를 봤을 때는 그다지 매력적인 책은 아니었다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작가 정채봉의 이야기가 주는 감동이나 이 책의 홍보 문구에서 발견 할 수 있었던 생텍쥐베리와의 유사성도 그다지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우연히 7명의 요정을 발견하고 그들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본다는 의도는 좋았지만그것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개인적인 성향에만 비추어 보면 비...

반응형
반응형

 그렇지만이건 사랑이야기’ 라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서 나는 막연히 로맨스에 관한 소설이려니 생각했다물리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중이라 어지간해서는 소설책에 손이 가는 여유가 없는 탓에 흰 색 표지에 제목을 알리는 검은 글씨와 군데군데 들어가 있는 붉은 이 주는 깔끔한 시각적 모습만으로 그냥 소설일 것이라 막연히 생각하며 책을 읽어 나갔다.

 

 이 책 그렇지만 이건 사랑이야기’ 는 나를 무척 당혹스럽게 했다깔끔한 표지가 주는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제목과 네 줄의 문장 그리고 삽화 하나로 첫 번째 이야기가 끝나버린 것이다이 예상치 못한 짧디짧은 내용이 당혹스러움의 전부가 아니다내용 역시 내가 생각했던 로맨스 소설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로맨스는 커녕 시작부터 신문을 읽는 남편에게 방해 되지 않도록 창문을 닫고 자살하는 이야기다익숙하지 못한 형식에 예상치 못한 내용이 주는 당혹감으로 이 책의 첫 장은 시작되었다.

 

 서너 줄로 끝나는 이야기에서 단편 소설 정도의 분량을 가진 이야기까지 분량마저도 마치 미친년 찢어진 치마 모양 같다는 어감이 주는 것처럼 전혀 예측할 수가 없었다거기에 책 중간중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외설스러운 내용까지 물리학과 대학원생에게는 너무나 익숙하지 못한 책이었다.

 

 그렇지만 부자연스러움이 주는 흥미라고 할까책을 보는 도중에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보수적으로 받은 교육 탓에 비교적 유연하지 못한 윤리관과 정형화된 사고에서 쉽사리 생각지 못했던 내용이 주는 흥미가 은근히 쏠쏠했다사랑 이야기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던 부끄럽지만 아름답고 달콤한 이야기가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일그러진 세상 속에서 운명의 엇갈림과 냉소 가득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도 결국은 이 책의 제목처럼 그렇지만 그런 것도 사랑이야기라는 사실이다.

 

 책을 다 보고 마지막에 적혀진 옮긴이의 말을 보고서 내가 익숙하지 못했던 책의 형식이 바로 콩트라는 사실을 알았다.

 

 냉소 가득한 사랑이야기를 이 책 그렇지만이건 사랑이야기를 통해 볼 수 있긴 했지만그래도 사랑이야기에는 냉소보다는 관심과 애정이 더 좋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꽁트라는 형식 탓인지 진지하게 삶에 대해 생각하고 관조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던 탓에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니었다.

반응형
반응형

 요즘 들어 살아가기에 정신이 없다. 특별한 것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언제나 바쁘다. 그래도 짬짬이 시간을 내어 책을 손에 잡고 있으려고 신경을 쓰는데, 곰곰이 살펴보면 그 책의 대부분이 실용서다. 순수 문학 작품을 읽은 지가 언제 인지도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으니, 뭔가 잘못 살아가고 있지 않나 싶다. 지금 말하고자 하는 소설책 ‘절벽산책, THE CLIFF WALK'는 이렇게 정신없이 분주한 삶을 사는 덕에 더 감성적으로 다가 왔다. 책은 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하면 작가가 겪은 일을 바탕으로 하는 자전적 소설이라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개인적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책에서 말하는 미국 베이비붐 이후 세대가 겪는 사회 문제가 벌써 당장 내 삶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초, 중, 고등학교 시절은 앞선 세대들처럼 시험의 압박 속에서 치러지는 경쟁 속에서 살아왔고, 그 이후로는 IMF로 야기된 문제와 고학력 청년실업이 남의 일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는 푸념을 가끔 친구들과 만나서 늘어놓은 우리의 모습이 결국 이 책의 주인공의 모습이 아닌가 싶었다.

 책은 어느 대학의 영문학 교수가 어느 날 갑자기 해고통지를 받고 2년간 방황하다 목수 겸 페인트 공으로서 새 삶을 살게 되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이것은 앞서 언급했듯 허구가 아닌 작자의 자전적 논픽션(Non-Fiction)인 탓에 생생한 실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좋은 조건을 찾아 몇 차례의 이직 끝에 결정한 콜게이트 대학의 영문과 교수인 주인공은 자신의 삶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대체로 늘 승승장구했고 해고 같은 것은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오로지 자수성가(自手成家)의 전형으로 스스로를 여기고 있었다. 저서도 논문도 많은데다가 학생들의 평판까지도 좋아 총장으로부터 해고통지는 순전히 사무 착오인줄 알았다. 그러나 해고는 냉엄한 현실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이면 얼마든지 다른 대학에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다른 학교에 지원서를 낸다. 그러나 결과는 계속 날아드는 거절 통지서다. 그러면서 차츰 자기 확신이 무너진다. 자기 확신이 무너진다는 것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고통 역시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아내와 어린 4남매를 데리고 살아갈 길이 막막한 통에 집을 팔고 메인으로 이사를 갔지만 1백 여개 대학에 보낸 교수 지원서는 모조리 딱지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으로 인해 엄습하는 허탈감과 분노. 그리고 그 속에 가장으로서 책임과 체면. 이런 문제들은 결국 가르쳤던 문학을 버리게 만든다. 골프장 청소부로 일거리를 잡기도 하고 목수 일을 배워 처음엔 시간당 15달러를 받으며 어느 날 갑자기 해고로 인해 급작스레 만나게 된 인생의 절벽과 그로 인한 고통 그리고 새로운 삶의 발견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앞으로 내 삶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행여나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도 이 책의 주인공만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반응형
반응형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를 읽었던 친구로부터 크나큰 찬사를 들은 이름이었기에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무척이나 큰 기대를 가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라니, 듣기에도 얼마나 그럴싸한가?

그러나 큰 기대는 책을 펴는 순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벌써 오래전에 다른 매체를 통해 이미 선보인 칼럼을 편집해 엮은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더라도, 잘난 지식인의 언어유희 수준의 말장난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서양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재치와 위트가 가득한 칼럼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만, 생활과 사고의 배경이 그들과 다른 내게는 재미없고 지루한 문자의 나열일 뿐 이었다.

흔히 말하는 서양 코메디를 보면 그들은 재미있다고 난리지만 우리는 시큰둥 할 뿐이라는 말이 딱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만이 가득한 책이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겠지만, 불행히도 책을 끝까지 보게 한 건 그러한 즐거움이 아니라 책을 반드시 보고 말겠다는 고집이었기 때문이다.

서양 문화에 익숙하고 서양 사고 방식에 큰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 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반응형
반응형

 이 책의 제목은 '옷 잘입는 남자에게 숨겨진 5가지 키워드' 이다. 그 중 '옷 잘입는 남자'라는 단어는 큼지막한 글씨로 쓰여있다. 그래서 이 책이 가진 첫 인상은 옷을 센스있게 잘 입을 수 있게 도와주는
지침서 역할을 하는 책일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우선 책은 매우 읽기가 쉬웠다. 패션이니 옷 잘 입는니 하는 말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이 봐도 큰 부담이 없었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좀 지나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자세히 잘 서술해 놓았다. 하지만 앞서 리뷰하신 분들의 지적대로 책을 통해 당장에 옷 입는 감각을 향상시키는데는 별로 쓸모가 없다는 느낌이다.

 대신 저자가 생각하는 의복이 가지는 중요성을 잘 풀어가고 있고 저자는 구두와 넥타이, 장갑 같은 보통 일반인들이 의복을 생각할 때 우선시 하지 않는 것들에서 그 중요성을 찾고 있다. 그래서 의복에 대해 가지지 못했던 관점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할까? 그런 점이 이 책이 갖는 특징인 것 같다.

 그러나 이태리나 영국의 맞춤 슈트나 구두 혹은 셔츠 이야기가 이 책에서 알려주는 실례인데 이런 고가품에 한정된 이야기가 더 폭 넓은 제품에 이야기로 확대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는 책이었다.



                                           &



   겨 울 에
              
             - 김 지 하

마음 산란하여
문을 여니
흰눈 가득한데
푸른 대가 겨울 견디네
사나운 짐승도 상처받으면
굴 속에 내내 웅크리는 법
아아
아직 한참 멀었다
마음만 열고
문은 닫아라.
반응형
반응형
 사실 나는 'Fashion'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좀 먼 편이다. 감각도 별로 없는데다가 신경을 쓰고 노력하는 자세마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Fashion'에 관한 책 또한 접해 본 적이 없다. 그러던 차에 정말 심심해서 돌아다니던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이 바로 이 책 '앙드레 김 My Fantasy : 앙드레김 이승재기자 테마데이트' 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 책은 'Fashion'에 관한 책은 아니다. 그냥 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에 대한 이야기 속에 어쩔 수 없이 'Fashion'에 관한 것들이 녹아 있기는 하지만 패션보다는 인간 앙드레 김에 관한 책이다. 하긴 그래서 내가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책은 전체적으로 편하게 볼 수 있었다. 패션 화보집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패션쇼 사진과 큼지막한 활자에 앙드레 김 개인사에 관한 이야기까지,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에 편한 책이었다. 그러면서도 앙드레 김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것들에 대한 생각이나 자녀관, 그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들 등 인간 앙드레 김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많은 부분에서 뛰어난 디자이너로써만이 아니라 바람직한 가치관을 가진 사회 지도층으로써의 모습을 책은 잘 나타내주는 것 같다.

 하지만 앙드레 김 스스로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지나치게 서양 에티켓을 중요시하는 것이나 서양 사회만이 문명화된 사회인 듯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듯한 그의 인식에 대해서는 내심 불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사회 지도층이면서도 볼쌍사나운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해보면 옥의 티 정도라고 해도 좋겠다.

쉽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책.




                                          &


당신은 내 인생에 참 좋은 몫입니다.
                                            
                                            - 최 옥

당신이 아프거나 절망할 때
내가 쏟았던 눈물을 당신은 모르겠지만
우리가 삶의 모퉁이를 돌때마다
그 눈물속에 나를 담궈본다는 사실
또한 당신은 모르겠지만
당신은 내 인생에 참 좋은 몫입니다.
사랑한 시간보다
미워한 시간이 더 많았다는 거
사랑한 마음 한번으로
열번백번 미워한 마음 지웠다는 거
괴롭고 슬픈날위에 기쁘고 즐거웁던
기억 얹으며 조용히 견뎠다는 거
당신은 모르겠지만
당신은 내 인생에 참 좋은 몫입니다.

당신이 날 쓸쓸하게 할 때면
내 마음 깊은 우편함에
눈물로 봉한 편지 하나 띄웠다는 거
바람부는 거리에서 커피한잔 뽑으며
가끔은 나도 이별을 생각했다는 거
당신은 모르겠지만

삶의 끝에서 마지막 부를 이름..
당신은 내 인생에 참 좋은 몫입니다.
반응형
반응형
 몇 해 전 MBC에서 상도라는 제목의 드라마를 방영한 적이 있다. 탤런트 이재룡이 주인공인 임상옥의 역을 맡고서 임상옥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였는데, 그 드라마의 원작이 이 바로 이 책 소설 상도이다.

 소설 상도TV 드라마와는 달리 액자 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다. 작가의 직업을 가진 화자가 국내 한 재벌 회장의 죽음을 접하고는 그의 유품으로 나온 것에서부터 상인 임상옥을 알게 되고 임상옥의 일대기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TV 드라마에서건 소설 속에서건 임상옥의 이야기가 그저전 앞선 시대를 살고 간 한 사람의 상인에 불과했다면 두 매체에서 모두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이 말은 드라마에서도 소설에서도 상도는 성공을 했다는 말인데 여기에는 겉으로 보기에는 임상옥의 일대기를 흥미있게 서술해 놓은 것 같지만 실은 임상옥의 장사 이야기만이 아닌 그 사람의 인생 철학과 고찰이 생하게 나타나 있기 때문일 것이다.

 5권의 분량을 가진 이야기를 한 줄의 글로 집약하는 데는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라 전체 이야기는 생략해 두고 책에서 나온 몇 가지만 떠올려 보면, 사람을 죽이는 것 칼이고, 사람을 살리는 것도 칼인데 그 칼을 사람을 죽이는지 살리는지는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는 말을 소설 내용 중에서 석숭 스님이 임상옥에게 말해주는 것과 또한. 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는 말이 지금 떠오른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제일 마지막에 있는 상()을 업()이 아닌 도()로 경지로 끌어올린 임상옥처럼 나 역시 과학(科學)을 科學之道 로 끌어 올릴 수 있어야 함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 이 외 수


저녁비가 내리면
시간의 지층이
허물어진다
허물어지는 시간의 지층을
한 겹씩 파내려 가면
먼 중생대 어디쯤
화석으로 남아 있는
내 전생을 만날 수 있을까
그 때도 나는
한 줌의 고사리풀
바람이 불지 않아도
저무는 바다 쪽으로 흔들리면서
눈물보다 투명한 서정시를
꿈꾸고 있었을까
저녁비가 내리면
시간의 지층이
허물어진다
허물어지는 시간의 지층
멀리 있어 그리운 이름일수록
더욱 선명한 화석이 된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