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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 지음 | 중앙북스 | 20095

 

 공부(工夫)를 직업으로 삼은 탓에 공부나 공부법에 대한 책이 나오면 어쩔 수 없이 관심이 가기 마련입니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역시 이러한 맥락(脈絡)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창조만이 살길이다. 창조 없이는 개인의 건강이나 성공이 없고, 국제 경쟁력도 없다. 이제는 창조가 생활인 창조적 삶을 살 때다. 공부의 가장 절박한 목적은 바로 이것이다. 창조를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공부도 창조적으로 해야 한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양의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압축 공부법이 필수다. 이것이 이 책의 목표다.                                                      - 28  중에서

 

 책을 직접 읽어 보기 전까지는, 저는 유명한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저자의 공부법에 대한 에세이(essay) 일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책의 프롤로그(prologue)를 읽어 나가자마자, 제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예상했던 몰입 Think hard! : 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 과 같은 내용의 에세이와는 사뭇 거리가 있었습니다. 오히려 공부를 통한 창조적인 활동만이 살아가는 진정한 원동력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이야기를 기초적인 뇌과학을 통해 풀어 갑니다. 또한 뇌과학적 특성을 고려해,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예시도 함께 보여 줍니다.

   

공부라는 지적 자극은 우리 뇌를 활성화시켜 몸과 마음을 젊게 유지해 줍니다. 최소한 젊음은 보장받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에서 저자는 어떻게 해야 창재(創材, 창의적 인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역설(力說)하고 있지만, 정작 제 눈에 먼저 들어 온 것은 프롤로그 내용 중 일부였습니다. 저는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늘 제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서른이 넘어서면서부터는 오히려 나이보다 어리게 보셔서 왜 그럴까 내심 궁금했습니다. 물론 전적으로 공부가 몸과 마음을 젊게 해준다고는 생각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 경우에는 최소한의 젊음에는 도움이 크게 준 듯 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저자는 호르몬 작용의 이해를 통해 압축 공부법을  활용 할 것을 주문합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드레날린 : 심장 기능을 강화해 혈압을 오르게 하고, 기관지 확장과 지혈 작용을 통해 위기 상황에 효과적 대처 할 수 있게 함. 적정한 긴장의 호르몬 이지만, 지나치면 흥분 상태로 만듦

- 노르아드레날린 : 아드레날린과 비슷하지만, 극도로 화가 날 때나 높은 긴장 상태에서 활발하게 분비됨. 참을성 없어지고, 하기 싫은 일은 더욱 하기 싫어짐

- 도파민 : 집중력을 높여주고 탐구력과 창조성을 발휘하게 함. 자극이 익숙해지면 기분이 나빠지고 공허해짐

- 세로토닌 : 생기와 활력을 줌. 온화한 행복을 느끼도록 유도하는데 공격적인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 중독성의 엔도르핀과 도파민 같은 호르몬의 과잉분비를 조절해 차분하게 해줌 

  

 그 외에도 저자는 공부는 어른이 되어서 더 잘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어른이 결정성과 통괄성 지능이 더 발달되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또한 공부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부한 지식을 활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어갑니다.


 이것 말고도, 개인적으로 메모해 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깊은 호흡을 동반한 짧은 명상의 후 공부나 일점 집중력을 활용해 공부하는 방법, 그리고 짧은 낮잠을 통해 집중력을 유지하는 대신 수면 시간은 6시간 이하로 줄이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 그것 입니다. 몰랐던 바는 아니지만, 별다른 의미를 두고 있지 않았거나 잊어버리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 의미를 환기(喚起)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인만큼, 더 깊이 있는 논의를 기대했었습니다. 하지만 기대 했던 것만큼 심도(深到)있는 논의까지는 이르지 못한 게 아닌가 싶어 내심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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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린치, Jack Lynch 지음 | 송정은 옮김 | 추수밭 | 200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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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www.londonmet.ac.uk


 셰익스피어하면 토마스 칼라일이 영웅숭배론 에서 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말이 먼저 생각난다. 셰익스피어가 영국에 있어 중요한 인물이라는 점은 잘 알겠지만, 그래도 인더스 문명의 기원이자 영국의 10배가 넘는 영토에 인구를 가진 인도와도 바꾸지 않다는 말에 실소(失笑) 금치 못했다. 하지만, 인도의 문화나 역사는 제쳐 두고서라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조차도 차분히 읽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토마스 칼라일의 말을 쉽게 부정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 책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가 아니다 : 문화영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Becoming Shakespeare: The Unlikely Afterlife That Turned a Provincial Playwright into the Bard 를 읽어 가면서, 토마스 칼라일은 과연 셰익스피어의 원작들을 제대로 읽어 봤을까 하는 의구심(疑懼心)이 들었다.

 

 이 책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가 아니다는 직접적인 셰익스피어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사후(死後)에 작품을 둘러 벌어진 이야기를 현대의 관점을 통해서 보고 이해한다. 이 첫 번째 작업은 권리청원을 비롯한 잉글랜그 내전을 둘러싼 영국의 정치 현황에 대해 이야기다. 연극을 죄악의 근원으로 여기고 도외시(度外視)한 청교도(淸敎徒)가 혁명을 통해 권력을 잡고, 연극을 탄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연극도 청교도가 정권을 잡은 동안은 다른 연극들과 마찬가지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던 것이, 찰스 2세가 왕정복고로 즉위하고 나서야 영국에서 연극은 다시 상연될 수 있었다. 이 때도 만약 당장 무대에 올릴 수 있는 당시 감각에 맞는 대본이 있었다면, 셰익스피어는 잊혀지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연극이 금지되었던 탓에 연기를 할 배우만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상연할 수 있는 대본도 부족했고, 그 덕분에 잊혀졌던 셰익스피어의 작품도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책의 서두(書頭)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배경에 대한 이야기는 17세기 후반의 공연장 모습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연극에 대한 청교도들의 시선은 사실 여전히 싸늘한 상태였다. 토머스 배터턴 Tomas Betterton을 비롯해 콜리 시버 Colley Cibber, 제임스 퀸 James Quin, 데이비를 캐릭 David Carrick, 사라 시든스 Sarah Siddons, 존 필립 켐블 John Philp Kemble, 메리 로빈슨 Mary Robinson, 도로시 조던 Dorothy Jordan, 그리고 에드먼드 킨 Edmund Kean 같은 배우가 시대에 따라 등장했고, 셰익스피어 연극과 함께 세상에 스타로 등장한다. 그러면서 연극은 청교도들의 멸시(蔑視)에서 벗어나 사교의 장으로써 역할을 하게 된다. 사실 청교도 혁명 이후 펼쳐진 새로운 영국의 연극사는 보통 사람들의 관심을 갖는 대상은 아니다. 그래서 특별히 영국 연극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부분은 Pass~!

 

 

 셰익스피어는 벌써 오래 전부터 영국이 낳은 세계적 극작가로 칭송(稱頌) 받고 있다. 덕분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읽어야 할 고전의 반열(班列)에 올라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셰익스피어는 결코 자신의 대본을 읽을 거리로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온전한 상태의 인쇄물은 커녕 친필 원고조차 없다. 그리고 전해지는 초기 대본 또한 천재적 극작가의 작품으로 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러한 아쉬움은 수많은 극작가, 배우, 비평가, 그리고 학자들에 의해서 보충되고 개작(改作)되었고, 그러한 변형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의 모습으로 공연되고 출판되었다. 그러면서 셰익스피어가 갖는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극작가의 지위는 오히려 강화된다.

 

 글의 서두에서 토마스 칼라일은 과연 셰익스피어의 원작들을 제대로 읽어 봤을까 의구심을 가졌다. 사실 토마스 칼라일 역시 셰익스피어에게서 보이는 아쉬운 점을 보충해 준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책의 저자인 잭 린치가 말처럼, 셰익스피어의 성취를 얕보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조력자도, 바탕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장점은 부각시키고, 아쉬움은 축소하고 보충하는 역사의 힘을 간과(看過)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이 책의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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