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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뮐러 지음 | 홍경호 옮김 | 삼중당 | 1986 7

 
 

1. 들어가기 전


 인생이 갖는 무더운 여름에도, 찌푸린 가을에도, 차디찬 겨울에도 때때로 봄과 같은 날은 찾아 온다.     

 
  
누구나 책장을 살펴보면 오랜 기간 방치(放置)된 책이 여럿 있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아서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이나 아주 오랜 전에 읽고는 그저 꽂아 놓은 책이 여럿 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책장 속 그런 책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독일인의 사랑이 역시 이렇게 무심코 책을 펼쳐 봤습니다. 그러자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럴 듯한 단어와 문장마다 색색의 형광펜을 그어 놓은 중학생 시절과 그 때 다니던 단과 학원 옆 헌 책방을 드나들 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책을 읽어 보았습니다.

 
 

2. 내용
 

나는 결국, 전날 저녁에 절망했던 그 모든 것에 대해서도 위안을 찾아냈으며, 그리하여 미래의 하늘에는 한 조각의 구름도 없어 절대로 흐려지는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책 속 이야기는 작중(作中) 화자(話者)인 내가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유년기 이야기를 풀어 놓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물론 독일인의 사랑이라는 제목처럼 화자 자신의 사랑 이야기가 핵심입니다. 그런데 그 형태가 마치 수필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8가지 회상(回想)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의 흐름을 축으로 펼쳐 놓는데, 책을 읽어나가면 작중 화자가 곧 저자(著者)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읽어가면서 이 책이 저자인 뮐러의 자서전과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수필도 자서전도 아닌 엄연한 문학 작품입니다.

 

 작중 화자인 나는 19세기 독일의 신흥 시민 계급에 속한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귀족계급의 영주는 아닐지라도 그의 가족은 중산 계층의 시민으로 영주도 교류를 가지며 살아갑니다. 그 덕분에 화자는 어린 시절부터 영주의 성에 자유롭게 드나들며 영주의 자제들과 함께 놀며 자랍니다. 그는 대학 교육까지 받은 지식인 층으로 모국어인 독일어뿐만 아니라 외국어인 영어에도 능숙하며 음악과 철학 그리고 시를 이야기하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마리아라는 이름의 여자가 있습니다. 그녀는 영주의 장녀지만 아파서 늘상 침대에 누워서 지냅니다. 그는 아픈 그녀를 어린 시절부터 보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마리아는 모든 사람들의 칭송을 받으며 천사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천사 같은 모습이지만 금세라도 죽을 것만 같은 그녀에게 그는 천천히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재미있는 건 그녀에 대한 그의 사랑은 뜨거운 남녀의 사랑이 아닌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 사랑이라는 점입니다. 그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그 시대의 철학과 음악, 문학 그리고 종교를 아우릅니다. 이들은 아주 조심스럽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단계에까지 이르지만 그녀의 죽음으로 이 둘의 사랑은 막을 내립니다.

 
 

3. 읽고 나서
 

 소설을 흔히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서 허구(虛構)적으로 꾸며낸 이야기라 칭합니다. 하지만 저는 100% 허구라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독일인의 사랑과 같이 자전적 느낌이 강한 책에서는 작가 개인의 경험을 거짓인양 숨기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믿습니다. 그 누구라도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 이야기를 펼쳐나가기 마련이고 허구는 그 속에 있는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과연 먼저 궁금했던 건 어디까지가 저자 뮐러의 슬픈 사랑 이야기의 진실일까 하는 점과 작중 화자의 나이였습니다.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하는 점이야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저 넘겨버려도 그만입니다. 하지만, 청년의 시각에서 서술인지 혹은 중년이나 노년의 시각에서의 서술인지를 통해 저자가 이야기 속에서 보여 주는 낭만주의가 실제 그의 삶에서 기인(起因)한 것인지 화려한 수식어를 사용하는 기교에 기인하는 것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책의 제목을 한 독일인의 사랑이 아닌 독일인의 사랑으로 정한 것 또한 과연 책 속에서 보이는 관념적 사랑이 그 시대의 보편적인 형태였음을 나타내려 함인지 또한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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