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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적으로 한국 영화는 리얼리즘(realism)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 간다. 물론 리얼리즘이라고 해서 영화 속 픽션(fiction)이 가질 수 있는 자유로움을 외면한다는 말은 아니다. 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 2009 Lost Memories’에 나오는 타임머신 같은 소재는 잘 채택되지도, 설사 채택되어도 외면 받기 십상이라는 말이다. 이에 비해 같은 동양권이지만, 일본의 경우는 우리보다는 훨씬 자유롭다. ‘자토이치, Zatoichi / 座頭市’, ‘큐티 하니 , Cutie Honey / キュ-ティ- ハニ-‘, ‘이노센스, Ghost in the Shell 2 : Innocence / イノセンス같은 영화들만 봐도, 이들은 리얼리즘에 기반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크게 성공했다.

 

 

 서두부터 이런 언급을 한 이유는 비록 앞에서 언급했던 일본 영화 만큼은 반리얼지즘 적이지는 않지만, 지금 이야기하려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いま, いにゆきます역시 죽었던 사람이 기억을 잊어버린 채로 돌아 오는 것에서 바탕을 두고서 잔잔한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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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그 가족은 미오, 타쿠미 그리고 유우지다. 하지만 아내이자 엄마인 미오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미오가 세상을 떠나고 남겨진 남편 타쿠미와 아들 유우지의 일상은 엉망이다. 미오는 죽기 전 비의 계절(장마)가 오면 엄마가 돌아온다고 아들 유우지에게 말했다. 그래서 유우지는 장마가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그리고 비와 함께 미오가 돌아 왔다.

 

 하지만 돌아온 미오는 자신이 누구 였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타쿠미와 유우지가 그녀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한다는 사실은 금세 알아챈다. 타쿠미는 어떻게 그들이 사랑하게 되었는지 아내에게 들려주고 미오는 남편을 통해 과거를 회상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그들의 두 번쨰 사랑이 시작된다. 그리고 아내로써, 엄마로써 미오가 돌아옴으로 그들 가족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비의 계절이 끝나면 그녀는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미오는 아내로, 엄마로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준비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왜 영화의 제목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인지에 대해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보여주며, 자신의 운명을 알고도 선택한 미오의 모습을 잔잔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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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이란 단어를 접하노라면 먼저 편안함부터 다가 오는 것이 보통 일테다. 행여나 내가 실수를 하더라도 크게 나무라지 않고 묵묵히 실수를 해아려주는 너그러움이 있는 것 같은 것 말이다.

 이런 가족이란 단어가 주는 어감에 비하면 영화 가족에서 나오는 가족은 외면적으로 그런 너그러움은 처음부터 보이지 않는다. 되려 3년 만에 출소한 전과 4범의 딸과 전직 경찰이었지만 눈을 다친 후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아버지는 서로를 이해하려 들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에서만 판단하려든다.

 거기에 서로 엇나가기만 하는 아버지와 딸, 연이어 등장하는 깡패. 그리고 아버지의 불치병. 영화는 그런 내용이다.

 그래서 냉철한 사람의 눈에는 그냥 그저 그런 통속적인 이야기일 뿐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가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너그러움을 결국에는 보여 주려 애쓴다. 어린 시절 딸의 실수로 인해 눈을 다치고 실직하고 그래서 자포자기하는 삶을 살았던 아버지일 망정 행여나 딸이 그
사실을 알고 상심 할까봐 그런 말을 꺼내지도 않고, 그 사실을 알 게 된 딸은 아버지와 어린 동생에게 자신과 연루된 깡패로 인한 폐가 가지 않게 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 본적이 별로 없는 우리네 아버지 세대를 너무나 잘 그렸다고 할까? 그런 모습이 영화 곳곳에서 보인다. 그래서 흥행에도 성공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아버지를 연기한 주현의 절제된 연기에 새삼 놀랬다. TV에서건 전작 고독이 몸부림 칠 때에서 배중달의 모습에서건 시끄럽고 뭔가 시시껄렁한 것 같은 모습은 오간데 없다. 이런 철저한 이미지 변신이 수많은 연기 경험에서 오는 게 아닐까 싶었다.



                          &


나의 하늘

                  - 이 해 인

그 푸른빛이 너무 좋아
창가에서 올려다본
나의 하늘은
어제는 바다가 되고
오늘은 숲이 되고
내일은 또 무엇이 될까
나는 날마다
희망을 긷고 싶어
땅에서 긴 두레박을
하늘까지 낸다

내가 물을 많이 퍼가도
늘 말이 없는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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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ed by 뮤링 at 2005/01/19 21:23  
보고 싶긴한데.. 이런 멜로물만 보면 왜이리 눈물이 나는지...ㅜ.ㅜ
나중에 혼자 봐야겠어요...ㅋ
 Commented by 고무풍선기린 at 2005/01/20 12:26  
뮤링님은 감수성이 풍부하신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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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 카이거 감독의 ‘Together'가 영화 ’효자동 이발사‘를 보는 도중에
떠올랐다. 영화 ‘효자동 이발사’가 말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父情이
아니었을까 싶어서.

아마도 우리의 슬픈 이야기어서 였을까....
‘Together' 와는 달랐다.

그냥 평범한 소시민의 눈에 보여진 한국 현대사를
누구누구의 관점이 아닌 그냥 평범한 소시민 중 한 사람인
감독의 눈을 통해 이해하고 해석한 것이
되려 우리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특이함으로
다가 온다.

그렇지만 失笑를 금할 수 없는 전기 고문 장면과 용의 눈과 국화꽃을
달여 먹으면 낫는다는 내용은 좀.... --;;

그래도 송강화, 문소리의 빼어난 연기와 슬픈 한국 현대사 속에서 父情을
차분히 그러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잘 보여주고 있고 개인사적 관점에서
현대사를 잘 보여준 수작으로 이 영화 ‘효자동 이발사’는 기억 될 것 같다.


                                                &


사람의 가슴에도 레일이 있다
                                             - 오 인 태

사람의 가슴에도 레일이 있다.
그 여름 내내
기차는 하필 잠들지 못하는
늦은 밤이나 너무 일찍
깨어버리고야 마는 새벽녘에야
당도해서 가슴을 밟고 지나갔다.
레일이 사람의 가슴에도 있는 것임을
그 해 여름 그 역 부근에 살면서,
한 사람을 난감하게 그리워하면서
비로소 알았다. 낮 동안 기차가 오고,
또 지나갔는지는 모를 일이다.
딸랑딸랑 기차의 당도를
알리는 종소리는 늘 가슴부터
흔들어 놓았다. 그 순간
레일 위의 어떤 금속이나
닳고닳은 침목의 혈관인들
터질 듯 긴장하지 않았으랴. 이어
기차는 견딜 수 없는 육중한
무게로 와서는 가슴을 철컥철컥
밟고 어딘가로 사라져갔다.
아주 짧게,
그러나 그 무게가 얼마나 오래도록
사람의 가슴을 짓눌렀는지를
아, 기차는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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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bin Williams 주연의 'One Hour Photo'

 한국에서는 2002년 말에 '스토커'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아마도 그 때쯤이 한창 스토킹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을
시점이어서 아마도 이 영화 'One Hour Photo'도 '스토커' 라는
이름으로 개봉되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를 보다가 보면 주인공 싸이가 요킨 가족의 사진을 모으고
그 사진을 자신의 집에 벽면 가득히 붙여 놓고 하는 등의 스토킹의
장면이 나오기는 하지만 진정 이 영화가 말하는 것이 스토킹이었을까
를 생각해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되려 가정의 소중함을 말하고 싶었던게 아니었을까?
늘 편안하고 좋은 인상으로만 남아있던 Robin Williams가 멋지게
자신의 이미지를 하나의 역으로 고정시키지 않는 연기를 차분히 해 준
중간 이상의 영화였다.



                               &


    질투는 나의 힘
                                     - 기 형 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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