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수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난세에 답 하다 : 사마천의 인간 탐구’는 우리가 중고등 학생 시절 익히 들어왔던, 중국 역사서(歷史書) 사기(史記)에 대한 책이다. 사기는 특히 동아시아 역사서의 규범(規範)이 되어 버린 기전체(紀傳體) 형식의 사서로, 본기 12권, 표 10권, 서 8권, 세가 30권 그리고 열전 70을 모두 합해 130권의 막대한 분량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막대한 분량(分量)으로 인해 그 중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일반인들이 ‘사기’를 정독(精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선뜻 읽어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기’의 내용을 ‘난세에 답을 하다’라는 제목을 가지고 방대한 분량 속에서 정수(精髓)를 뽑아 이야기한다는 사실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 책 ‘난세에 답 하다’는 ‘사기’만을 20년간 연구 해왔다는 저자의 훌륭한 내용 풀이로 읽어 나가기가 쉽다. 거기에 아울러 내용 역시 중국 고대사의 다양한 사회상과 문화, 인물을 비롯해 고사성어(故事成語) 같은 다양한 분야를 이야기하고 있는 덕분에 읽어가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하지만 역사서로 ‘사기’가 갖는 중요성을 통감(痛感)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지만, 프롤로그에서 충분히 밝힌 사기에 대한 칭찬이 본문 곳곳에서 중언부언(重言復言)되고 있다. 이는 프롤로그에 등장한 내용 역시 다르지 않아서, 같은 이야기를 여러 차례 본문에서 반복하고 있다. 이는 책의 소개 글에서 밝혔듯이, 저자가 EBS에서 32차례에 걸쳐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각 강의에서 언급(言及) 한 것에서 연유(緣由)하지 않았나 싶다.
내심 책을 읽기 전에는 정말 난세(亂世)에 대한 답을 책을 통해 얻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물론 중반부 이후에 저자가 지금 현실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사기’의 내용을 여러 차례 함께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난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았고, 더 깊은 숙고(熟考)를 거듭한 후에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