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회익 지음 | 생각의 나무 | 2008년 4월
‘장회익’, ‘어디서 들어 본 이름인데?, 어디서 들었지?’
‘아, 그렇구나. 서울대 물리과 교수님이다.’, ‘전에 얼핏 본 거로는 메타과학 어쩌고 하는 이름의 연구실이었던 것 같은데, 그 분이 책을 내셨나 보구나.’
지금 이야기하려는 ‘공부도둑’의 저자를 보고 떠올랐던 생각이다. 사실 서른을 넘긴 나이까지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지 못한 채 있는 것 만으로도 ‘공부도둑’이라는 제목은 충분히 솔깃하지만, 물리학자가 쓴 이야기라는 사실은 흥미의 수준을 넘어섰다. 사실 나는 물리학 박사과정 학생으로 학부 시절부터 치자면 물리학에 발을 담근 지 족히 10년은 됐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저자 장회익의 이름은 내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다. 대학원 입학 시절, 그의 연구실 이름의 주는 독특함 말고는 고체물리이론을 전공하신 교수님이라 나노물리 실험을 전공으로 하는 나와는 아쉽게도 직접적으로 연관될 일이 없었다.
사실 ‘공부도둑’이라는 이 책의 제목을 접하고서 떠오른 생각은 학습 방법에 대한 사담(私談) 정도려니 싶었다. 벌써 시중에 수없이 나와있는 공부 요령에 관한 학습법에 관한 책과 별반 다를 것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웬걸, 책을 읽어 나가기 시작하자, 저자 장회익의 자서전인 것이 아닌가. 그것도 흔히 접해 보지 못한 형태의 자서전이었다. 물리학 못지 않게 물리학에서 파생된 철학을 그의 연구 주제로 삼았다는 사실을 책을 읽어가면서 알 수 있었지만, 자신의 5대조 할아버지에서부터 시작해 저자에 이르는 집안사를 통해 자신만의 공부 법에 도달하게 된 연유를 설명하고 있었다. 또한 자신의 경험을 차분히 이야기하는 것을 통해 그가 풀어 놓는 이야기가 단순한 사담이 아닌 충분한 철학적 사유를 통해 스스로가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나로써는 부끄럽게도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우리 전통과학의 가치와 그 가치를 현재의 과학의 틀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그렇다고, 책이 전문용어의 남발이나, 지나친 수식으로 읽어나가기가 어려운 것도 아니다. 스스로가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읽어나기는 것 역시 어렵지 않다.
‘삼씨도 삼밭에 떨어지면 인삼이 되지만, 더 척박한 산에 떨어지면 산삼이 된다’
사실, 공부를 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더 좋은 조건과 환경에서 공부하기를 바란다. 최소한의 노력을 통해 최대한의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라는 것은 응당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책에서 저자는 자신에게 더 좋은 조건과 환경이 있었다면, 과연 저자가 지금만큼 자신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지 의문을 표시한다. 수긍은 하지만 정작 받아들여 행하기는 어려운 말인데,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그것이 사실이고, 그래야만이 공부가 곧 즐거움이 될 수 있다고 넌지시 알려준다.
책을 읽으면서 좋은 책은 만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저자 역시 책에서 말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물리학자가 쓴 자서전이라는 흔치 않은 좋은 책을 너무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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