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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iththink.textcube.com2009-08-05T15:01:420.31010

성수선 지음 | 웅진윙스 | 2009 7

 


1.     책에 대한 책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밑줄 긋는 여자를 읽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ego2sm님 덕분입니다. ego2sm 님의 포스트를 보지 못했다면, 내 어설픈 기억으로 인해 책 읽어주는 여자, La Lectrice’와 혼동하고선 전에 읽었다고 생각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책 읽어주는 여자밑줄 긋는 여자이 둘은 모두 책에 대한 책이지만, 전혀 다릅니다. 전자가 책 읽어주는 행위를 매개로 청자의 욕망을 실현해 주는 여자에 대한 소설인 반면, 후자는 책 이야기라고 하고 있지만 결국은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 놓은 에세이입니다.


떠남과 돌아옴, 출장길에서 마주친 책이야기.

 

이 책의 부제입니다. 책의 부제는 마치 '죽도록 책만 읽는'을 떠올리게 합니다. 물론 다른 점도 있습니다. ‘죽도록 책만 읽는의 저자 이권우가 책과 독서를 직업으로 하는 전문가라면, 이 책 밑줄 긋는 여자는 자신의 일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회사원으로 독자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책 밑줄 긋는 여자는 독자의 입장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는 점에서 노란 불빛의 서점 :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The Yellow-Lighted Bookshop: A Memoir, a History’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솔직함  

 

 앞서 이 책은 독자의 입장에서 풀어 놓은 책 이야기라고 했습니다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책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저자인 성수선은 28편의 에세이를 통해 자신이 읽었던 책 이야기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책 속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것도 아주 솔직하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솔직하다는 점입니다. 저자 성수선은 자신의 독서 노트를 풀어 놓는다며 평론가를 흉내를 내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의 일상을 솔직하게 풀어 놓습니다. 그리고 이 솔직함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합리와 논리를 동원해 책의 내용이 옳고 그름을 따지고, 좋고 나쁨에 대한 불만을 미연에 방지합니다. 대신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함께 공감합니다.


 

3.     내 삶을 되돌아 보기


 책을 읽어가면서 저자의 솔직함은 저로 하여금 스스로를 되돌아 보게 만들었습니다


- 나는 과연 맛있는 걸 먹으면 떠오른 사람이 있었던 적이 언제였나?

- 무조건적인 지지와 격려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내게는 왜 없을까?

- 내 일을 불평하기 전에 왜 내게 부족한 것이 훈련이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이런 질문만이 아닙니다.


- 내 욕망을 채우기 위해 상대의 진심을 이용해 놓고도 상대의 진심을 요구한 적 없다며 스스로를 떳떳하게 여겼던 나.

- 혼자서는 가치관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고 하면서도 실은 일상의 무심함 뒤에 숨어 있는 나.    


 이렇게 부끄러워 외면하고 있던 자화상까지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4.     아쉬움


 그렇다고 해서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 그 문체가 얼마나 간결한지부터 살펴 봅니다. 물론 저자 성수선의 문체가 늘어지는 만연체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좀 더 짧고 간결한 표현을 선호하는 제게는 더 간결한 문제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저자의 온라인 서재도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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