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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일: 2023.08.29

관람장소: 메가박스 동탄

 

1. 설정

 한국에서 아파트는 단순히 주거 형태를 넘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아파트의 브랜드와 입지, 그리고 평수는 나람들을 나래비 세우기에 딱 입니다. 그리고 인정하던 인정하지 않던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아파트만으로도 그 속의 사람들의 계층을 구분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원작인 웹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미를 위한 얼토당토 않지만 기발한 소재와 이야기 전개를 그대로 차용합니다. 그래서 대지진이 모든 것들을 다 부셔버렸지만, 황궁아파트만이 멀쩡하고, 이상 기온으로 더 추워진 날씨가 더더욱 황궁 아파트의 가치를 더 해줍니다. 그래서 왜 황궁 아파트만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았느냐하는 식의 논리적 접근은 접어두어야, 사람들을 갈라치기 하고, 인간성 보다는 내 집단만의 이익이 중요한 폐쇄적인 공동체 속에서 사람들의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영화 속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습니다.

 

2. 배우

  당연히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배우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트로이카의 등장만으로도 이 영화가 평타는 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아파트 대표가 되어 사람들을 갈라치기하고 그 폐쇄된 공동체의 중심이되는 영탁을 연기한 배우 이병헌.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입니다. 배우로서 필로그라피가 뛰어난 걸 알지만 제게는 ‘’윤식당’, ‘윤스테이’, 그리고 서진이네같은 예능으로 더 익숙한 배우 박서준 또한 배우 이병헌과는 다른 모습으로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탄탄하게 연기를 보여줍니다.. ‘과속스캔들’, ‘늑대소년에서 존재감을 보여주었던 배우 박보영은 눈앞에 이익에 획일화되어가는 사람들 속에서 인간성을 잃지 않는 간호사 명화를 연기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여기에 개성강한 부녀회장 역을 연기한 배우 김선영은 영탁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을 갈라치기하고 눈앞의 이익을 쫓는 모습을 보여줘서 눈에 띄었습니다.

 

3. 스토리

  대지진으로 모든 건물들이 무너졌지만, 허름하고 오래된 황궁아파트만 건재합니다. 날씨까지 추워져 황궁 아파트에 산다는 것이 다른 사람과는 주거(住居)에서 말할 수 없는 차별점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황궁 아파트 입주민들 대다수는 지금까지 내심 열등강을 가지고 있던 드림팰리스 입주민보다 아파트로 우월감을 갖기도 합니다. 내가 속한 집단이 우월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재난으로 황궁아파트에 들이 닥친 사람들을 입주민을 제외하고는 다 쫓아내게 합니다. 그리고 그 우월감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폐쇄적 집단을 형성합니다..

 차별성과 우월감을 바탕으로 한 이들 집단은 똘똘 뭉쳐서, 아수라장인 아파트 밖에서 음식과 연료를 약탈해 와서는 아파트 외부 사람은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며 자신들의 유토피아를 즐깁니다.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았던 그들의 유토피아는 황궁아파트 입주민의 이기적인 행동에 반감을 가진 거리의 사람들에게 반감을 사게 되어, 결국은 아파트 외부인들과 대립하게 되고, 그와 중에 폐쇄적인 그들 집단의 구심점이 되었던 입주자 대표 영탁이 실은 아파트 입주민이 아니었다는 사실까지 밝혀 집니다. 거기에 자신의 정체가 발각될 것 같은 낌새를 눈치챈 영탁의 행동은 폐쇄적 집단에서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됩니다. 정말이지 아파트 공화국을 매개체로 사람들을 편가르기 해 집단을 형선하고 그 집단만의 이익을 이유로 더 폐쇄적인 형태로 변모해가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상식은 필요 없습니다. 오직 나의 이익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을 극대화해 보여주는 것만 같아, 이 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써 부끄러움을 느끼고, 그러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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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일 : 2012 / 09 / 26

관람장소 : 메가박스 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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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볼 생각을 한 건 순전히 이 영화가 흥행에서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있다는 기사 때문이었습니다. 부끄럽게도 관람 전까지 주연 배우가 누구인지 혹은 어떤 감독이 만든 영화인지, 심지어 제목이 광해였음에도 광해군의 이야기인 줄도 몰랐습니다. 그저 관객이 700만 명을 넘어섰다는 기사와 함께 매겨진 높은 평점이 관람을 선택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주인공은 배우 이병헌입니다. 배우 이병헌은 벌써 연기 경력이 20년이 넘은 배태랑 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방송국 탤런트 시절부터 준수한 외모와 걸맞는 멋진 배역으로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병헌이란 배우는 제게 그저 잘생긴 연기자일 뿐이었는데, 이러한 인식은 영화 내 마음의 풍금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달콤한 인생’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같은 영화에서 꾸준히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걸 보고서 배우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TV 드라마 올인이나 영화 .아이.같은 작품이 성공하면서 뵨사마월드스타니 하면서 언론 플레이에 열중하는 듯한 모습과 복잡해 보이는 그의 사생활은 배우 이병헌에 대한 관심을 사라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통해 다시 배우 이병헌을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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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는 제목 그대로 주색(酒色)을 일삼아 폭군이라 알려진 광해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작정하고 첫 시작부터 광해군이 가진 폭군의 이미지를 보려 주려는 듯이 광해군이 수라상을 뒤엎으며 역정(逆情)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내 임금에게 진상된 음식에 독이 든 것으로 의심되어 일어난 일이란 걸 알려주지만, 벌써 관객의 머리속에는 역시 광해군 = 난폭한 폭군(暴君)이라는 생각이 사로 잡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절대군주의 자리에 있지만 늘 반대 세력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으로 노심초사하면서도 임금만이 가질 수 있는 독단적인 모습과 예민하고 날이 선 카리스마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런 시작은 다분히 감독의 의도로 보입니다. 독살 위기를 여러 차례 경험한 광해군이 자신의 대역을 찾을 생각을 하게 되면서 역사 속 팩트(fact)에서 픽션(fiction)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리하여 도승지 허균은 명을 받고 임금과 닮은 이를 찾아 나서면서, 드디어 픽션을 이끌어갈 하선이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하선은 저잣거리 술판에서 조정과 권력 신랄히 풍자하고 야한 음담패설로 흥을 돋아 주는 만담꾼입니다. 다양한 사설로 술판의 좌중을 휘어 잡지만, 그가 이야기 하는 풍자는 푼돈을 벌기 위한 것일 뿐 철학이나 신념 같은 건 없습니다. 그런 그가 오로지 임금과 비슷한 생김새라는 이유로 허균에게 발탁됩니다.

 

하선이 궁중에서 처음 맡은 역할은 광해군이 궁 밖으로 출타했을 때 임금을 대신해 자리를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임금의 궁 밖 외출은 야심한 밤에 있는 통에 하선은 허수아비 임금 노릇을 하더라도 궁내 사람들과 접촉할 일이 없어서 심심한 걸 제외하고는 별 문제 없습니다. 그런데 영화 속 이야기가 이렇게 잔잔하게 흘러갈 리가 없습니다. 궁 밖으로 출타한 광해군이 독에 취해 갑작스럽게 인사불성(人事不省)이 되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갑니다. 반대 세력에게 놀아나선 안 된다는 생각에 도승지 허균은 대담하게도 광해군이 일어날 때까지 하선을 광해군의 대역으로 내세울 생각을 하고 하선은 이렇게 허균이 지시하는 대로 왕의 대역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저잣거리에서 나고 자란 하선이 수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왕의 대역을 수행하기란 쉬운 게 아닙니다. 혹시 누가 알아챌까 싶어 처음엔 입도 떼지 못합니다. 그뿐 아니라 걸음걸이를 비롯해 수라상을 받고 매화틀을 사용하는 것 같은 사소한 일상조차 모두 하선에게는 생경(生硬)해 지켜보는 관객의 긴장감이 긴장할 정도 입니다. 국정 업무도 다를 바 없습니다. 행여 누가 알아채지나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허균이 시키는 대로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것도 하선에게는 벅찹니다. 



그랬던 하선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의 모습을 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허균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자신의 안위와 왕권 유지에만 염려하던 광해군과 달리 정치 술수는 몰라도 저잣거리 백성의 입장에서 궐()안 일을 이해하고 인간미 넘치는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 기미 나인 사월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 흘리고, 웃음을 잃어 버린 채 권력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중전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합니다. 국정 업무도 마찬가지 입니다. 조정 대신들이 백성을 위하려던 대동법(大同法)을 부유한 지주들 위해 반대하고 명()나라와의 명분을 위해 백성을 동원해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이야기에 분노하고 질타합니다이렇게 하선이 이상적인 군주의 모습으로 변해가면서 이야기도 클라이막스에 이릅니다. 감독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지 않습니다. 독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광해군이 깨어나는 것으로 픽션의 세계에서 팩트의 세계로 넘어갈 준비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광해군을 몰아 내려는 조정 신료(臣僚)들의 역성혁명(易姓革命)을 꾸미는 사이에 진짜와 가짜는 자리를 바꾸는 것으로 영화 속 픽션은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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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에서 꼽을 수 있는 첫 번째 재미는 전혀 다른 성격의 군주 광해군과 천민 하선의 모습을 연기하는 배우 이병헌입니다. 카리스마 넘치지만 불안해 하는 광해군과 한없이 가볍지만 인간미 넘치는 하선을 절제하면서도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보여주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또한 인상적인 중저음의 목소리로 도승지 허균의 역을 연기한 배우 류승룡 또한 영화 속에서 계속되는 이병헌과의 클로즈 샷에서 전혀 꿀리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들어냅니다. 거기에 튀지 않으면서도 인상적인 조내관과 조금은 과장 섞인 연기가 재미났 도부장, 그리고 영화 써니에서 너무너무 예쁘게 봤던 사월이 심은경과 중전 한효주까지 누구하나 나무랄 데 없이 맛갈스러운 연기를 보여 줍니다.

 


 그렇다고해서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닙니다. 특히, 후반부로 갈 수록  뻔히 예상되는 이야기 전개는 계속 되었던 긴장감을 떨어뜨렸고, 결국 극장을 나서면서까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선방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감히 관람해 보기를 추..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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