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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그랬습니다.
잘 해오다가도 시험 때가 닥치면 책상 정리도 하고 싶고
방 여기저기에 널 부러져 있는 쓰레기도 치우고 싶었습니다.

 다음 주면 석사 졸업 시험이 있습니다.
10살 꼬맹이도 아니고 그거 다 큰 줄만 알았던 학부 시절도
아니건만 시험이 다가오면 여전히 평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자잔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런 것들을 다 해 놓지
않으면 공부가 손에 들어오지 않는 건 여전합니다.

 그래서 살고 있는 자취방 대청소도 했고 예전에 누군가
강풀 순정만화가 어쩌고 하면서 흘려들었던 인터넷 만화까지
다 챙겨봤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허전합니다.

 중요한 졸업시험을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강박관념에
이러는 건지 아직도 어려서 이러는 건지, 사실 그냥 평소 살던대로
평소 삶 속에서 시험 공부만 하면 되는 것을, 머리 속은 이야기하면서도
내 몸에 내면화되지는 못합니다.

 그냥 내 살던 대로 살렵니다.
그게 꼬인 내 머릿속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나가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보내면 강풀 만화에서처럼 꽃잎이 눈 처럼 날리던 날이
내게도 언젠가 오겠죠.

 덧말. 강풀의 순정 만화 재미있더군요. 시험이 앞두고 있어서 더 재미있
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은 진솔하고 착하고 그리고 솔직
하면 되는 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여학생이 내게도
나타나면 좋겠구나하는 허접스런 생각까지... --;;


                                   &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 김 기 남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어느 누구의 가슴 앞에서라도
바람 같은 웃음을 띄울 수 있는
향기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헤어짐을 주는 사람보다는
손 내 밀면 닿을 수 있는 곳에서
늘 들꽃 같은 향기로 다가오는
그런 편안한 이름이 되고 싶다.
제일 먼저 봄소식을 편지로 띄워주고
제일 먼저 첫눈이 내린다고
문득 전화해서 반가운 사람
은은한 침묵의 사랑으로 서성이며
나도 몰래 내 마음을 가져가는 사람
아무리 멀어도
갑자기 보고 싶었다며 달려오는 사람
나도 누군가의 가슴에서 그렇게
지워지지 않는 하나의 이름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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