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일 : 2012 / 08 / 18, 2012 / 08 / 25
관람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3관
前(전)
연극은 스크린이 아닌 관객 바로 앞에서 배우가 직접 연기를 보여 주기 때문에, 동일 배역이라도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크게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보통 연극을 볼 때면 누구나 어떤 배우가 나오는지에 관심을 갖기 마련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 이야기하려는 연극 ‘슬픈대호’를 관람 할 생각을 하고 관심을 가진이는 바로 배우 문천식입니다. 사실 문천식은 연극 배우보다는 TV 코미디언으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어서, 내심 연극 ‘슬픈대호’에서도 슬프더라도 재미난 모습으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슬픈대호’를 키워드로 검색하자 나오는 것들은 ‘인질극’, ‘스톡홀름 증후군’, ‘테러’와 같은 만만치 않은 내용의 것들이었고, 그래서 가볍게 웃고 즐길 내용은 아니겠구나 하는 예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극의 연출자는 과연 이 연극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하는 것이 궁금증을 가지고 연극 ‘슬픈대호’를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배우 문천식에 대해 조금 더 덧붙이자면, 사실 그저 좀 덜 재미난 코미디언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이리저리 찾아보니 2004년 TV 드라마 ‘오! 필승 봉순영’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꾸준히 TV 드라마에서 연기를 펼쳐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극 ‘아트’와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에도 함께 참여한 나름 중진 배우였습니다.
本(본)
연극은 제한적인 무대와 등장 인물로 인해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더더욱 극단적인 상황을 하고는 고정된 배경에서 제한된 인물이 이야기를 풀어가기 마련입니다. 이 연극 ‘슬픈대호’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아서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시계방을 배경으로 시끄러운 싸이렌 소리와 함께 도망치듯 시계방으로 들어온 정치인 테러범이라는 한 남자와 시계방 주인이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정치인 테러범이라면 그래도 무서운 흉기에 체격도 듬직하고 정치적 성향도 뚜렷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어찌된 영문인지 시계방으로 뛰어 들어와 주인을 인질로 잡은 심대호란 인물은 조그마한 체구에 허리도 구부정합니다. 게다가 무기라고는 조그마한 망치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들리는 라디오 뉴스에서는 세상 살기 힘들어 자동차 유리를 망치로 내려쳤다는 심대호를 치밀한 계획을 가진 정치인 테러범이라는 이야기에서 시작해 종북 세력이라는 둥하며 떠들어댑니다. 그리고 그런 뉴스를 들은 심대호는 그게 아니라며 가방에 든 소주를 꺼내 마시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계방 주인 인질범에게 그리고 관객들에게 털어 놓습니다. 심대호는 고아였습니다. 그러다가 서른이 되면서 한 김순희라는 한 여자를 가슴에 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유부녀였고 강간 및 강도죄로 심대호는 감옥으로 가게 됩니다. 그렇게 4년을 감옥에서 보낸 후 또 순희를 찾아가서는 폭행죄로 7년, 보호 감호로 7년씩 20년 가까운 세월을 감옥에서 보냈습니다. 그런 심대호는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자동차 유리창을 망치로 내려친 게 뭐가 그리 잘못한 거냐며 되려 인질인 시계방 주인에게 묻습니다. 그리고 대치 중인 경찰에게 인질의 목숨을 협박하며 김순희를 데려 오게끔 합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그 때 니 내 사랑했나?’
그리고 또 한 명의 대호, 시계방 주인 강대호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강대호는 법 한번 어기지 않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지방 전문대지만 학교도 졸업하고 학교에서 만난 첫 사랑과 결혼해 아이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에 흐름에 뒤쳐진 시계방은 그의 생활을 지탱해주지 못합니다. 빚이 늘고 사채업자에게 협박을 받아 힘겨워하는 찰나에 심대호가 시계방으로 들어와 자신을 인질로 삼았습니다. 심대호의 어긋난 사랑 이야기를 듣고, 강대호도 아내를 만난 이야기부터 딸이 공부를 잘한다며 자랑스러워하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종착역은 빚으로 힘들어하는 가족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보험을 들었고, 제발 자신의 다리를 하나만 잘라 달라고 심대호에게 부탁합니다.
結(결)
사실 요즘 사회가 힘든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연극 ‘슬픈대호’는 힘들어하는 두 사회 약자를 보여주며 부조리함을 고발하는데 충분히 의의를 둘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 사랑을 만나기 위해 인질을 사로잡고, 보험금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다리를 자르려는 행동이 이 시대를 대표하지는 않습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웃고 있어도 가슴 한 켠에는 눈물을 왈칵 쏟아 낼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참고 살아갑니다. 또 살아가야 합니다. 지난 사랑을 찾으려고 인질을 사로잡는 것도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리를 자르는 것도 잘 살아가는데 결코 해답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연출자는 이런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지 궁금했습니다. 물론 그저 웃고 즐기는 연극이 아니라 시대 정신을 이야기하는 연극은 분명 바람직합니다만, 극단 ‘차이무’에서 ‘이것이 차이다’라는 타이틀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그리고 멀티우먼으로 등장해 수많은 인물을 보여준 배우 공상아의 연기는 분명히 극 속 재미와 함께 그녀의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대사를 씹고 웅얼거리는 모습은 아쉬웠습니다. 아마도 치아 교정으로 그런게 아닐까 싶었지만, 프로 배우인 점을 가만하면 아쉬움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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