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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일 : 2007_11_04
공연장 :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2관

 

 지난 11월 4일 연극 ‘멜로드라마’의 마지막 공연을 관람했다. 비록 8일부터 연장 공연에 돌입하기는 하지만 일부 배우가 교체되어 연장 되는 터라 마지막 공연의 의미는 나름 있는 자리였다. 그래서였을까? 입추(立錐)의 여지 없이 관객들로 좌석이 꽉 찼다. 꽉 들어찬 관객과 마지막 공연이라는 의미 부여로 극의 시작 전부터 잘 선택해서 관람하러 왔다는 생각이 든다.
 
 욕망은 누르면 누를수록 더 큰 반동으로 부풀어 오른다
 
 연극 ‘멜로드라마’는 한 편의 그림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등장하는 큐레이터. 그리고 큐레이터가 무대 앞에 덩그러니 걸려 있는 그림의 설명을 한다. 요(要)는 앞서 적어 놓은 ‘욕망은 누르면 누를수록 더 큰 반동으로 부풀어 오른다’는 내용이다. 이 때 까지만 해도 나는 그림과 그에 따른 설명이 이 연극 ‘멜로드라마’를 이야기하는 복선(伏線)인 줄 몰랐다.
 
 ‘멜로드라마’의 사전적 의미는 통속적 흥미와 선정석이 있는 대중극을 보통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를 붉은 색 가득한 포스터와 그 안의 붉은 글씨로 적힌 ‘멜로드라마’의 팜플렛(brochure)를 통해 잘 살렸다. 팜플렛을 보자마자, 필경 이 연극은 ‘불륜’을 다룬 사랑 이야기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기 때문이다.
 

 이 연극의 이야기는 강유경, 김찬일, 박미현, 박재현 그리고 안소이. 이렇게 다섯 명의 이야기로 꾸며진다. 극의 시작부터 등장해 그림을 설명해주는 큐레이터가 바로 강유경이다. 완벽주의자인데다가, 금액으로 환산하기 힘든 그림을 다루는 직업 탓에 늘 정확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한 그녀는 남편의 대화조차 규칙적인 대화시간을 정해 놓고 그 시간에만 하는 사람이다. 빼어난 외모에 흠잡을 데 없는 직업, 그리고 남들이 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결혼 생활까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알파(a)걸의 표상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봐도 그녀의 삶은 뭔가 2% 부족하다. 아마 지나치게 이성적 판단에 따라 살아온 탓이 아닐까.
 
강유경의 남편 김찬일은 자동차 충격 연구소의 소장이다. 얼핏 들으면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직장인데다가 능력까지 갖춘 사람일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구조조정으로 모두가 나가 버리고 덩그러니 남은 연구소를 혼자 지키고 있지만, 별로 하는 일도 없다. 그저 빈둥거리며 매일 아이스크림을 입에 달고 사는 남자가 바로 김찬일이다.
 
 박미현은 어린 시절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경계성 지능 장애를 지닌 장애인이다. 게다가 그 때의 사고로 부모님을 모두 잃고 말았다. 동생 재현이 유일한 혈육이자 보호자다. 지능 장애를 가지고는 있지만 진실한 사랑을 믿는 착한 사람이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녀를 가만 두지 않는다. 그런 탓에 벌써 두 번 씩이나 임신 중절 수술을 했다.
 
 박재현은 미현의 동생이다. 방송 작가로 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그리고 준비 중인 드라마를 위한 인터뷰로 인해 극의 이야기가 전개되게 한다. 극이 한참 진행되고 나서야 안 사실이지만, 재현은 어린 시절 교통 사고 때 심장을 이식 받았다. 그로 인해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다, 그의 연인 소이에게 그녀의 오빠의 심장을 이식 받았다는 사실에 늘 부담을 느낀다. 그리고 그 부담은 소이를 돌봐야 한다는 의무가 되어 그의 삶을 지배한다.
 
 그리고 마지막 인물 안소이. 소이는 미현과 재현의 어린 시절 겪었던 교통 사고를 같이 겪었다. 그 때 소이의 가족도 그 자리에 함께 있어서 소이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죽고 말았다. 그 때 소이 오빠의 심장을 재현에게 이식한 후로는 재현과는 연인인 것 같기도 하고 가족인 것 같기도 한 입장에서 함께 살아 왔다.
 
 
 이렇게 다섯 명이 연극 ‘멜로드라마’의 등장 인물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 문제없는 결혼 10년 차 부부 유경과 찬일. 그렇지만 그 둘의 결혼은 껍질만 남았다. 남들 보기에 완벽한 결혼 생활이 마치 그들 결혼의 목표인 것만 같다. 그러던 차에 성공한 커리어 우먼(career woman)과 자동차 더미(dummy)에 대한 드라마를 쓰려는 작가로써 재현이 그들 앞에 등장한다. 재현에게는 가족이자 연인인 소이가 있지만, 규칙적이고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는 유경 같은 여자가 그가 바라는 이상형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직접 만났다. 미현 역시 마찬가지다. 동생 재현을 찾으러 간 연구소에서 찬일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유경과 재현, 미현과 찬일, 유경과 찬일 그리고 재현과 소이 간에 사랑으로 인한 갈등이 시작되고 멜로드라마의 이야기가 된다.

 

 사실 누를수록 더 크게 튀어 오른다고 이야기 했던 맨 처음을 떠올려 보면 이 연극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은 유경과 재현 그리고 미현과 찬일. 이 두 커플이다. 그럼 소이를 통해 연출자가 보여주고자 했던 바는 무엇일까? 단순히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던 말에 함축된 소유의 불가능을 보여 주는 것을 뿐인지,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아직 까지도 잘 모르겠다. 개인적인 성향에 비추어 본다면 극을 통해 보여준 소이의 사랑이 제일 내 성향과 비슷해서 이런 생각이 더 드는 것 같다.
 
 모자람 없는 스토리에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그리고 뛰어난 무대 활용력까지 하나 흠 잡을게 없는 연극이었지만, 아쉽게도 극의 성향이 여성 취향인 것 같았다는 점이 나와는 약간 맞지 않았다. 재미난 이야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한 부부와 한 남매가 서로 사랑한다는 통속적인 이야기가 개인적 성향과 정확히 일치하지 못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옥의 티.
 
 그렇지만 사랑이야기에 재미를 느끼시는 분이든 아니든 간에 연극을 보는 재미를 흠뻑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공연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므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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