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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내내 집중호우(集中豪雨)로 탈이 많았습니다. 이 탈 많은 기간에 저는 지리산에 다녀왔습니다. 30여 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일정을 조정해 놓고 모인 터라, 장마기간인데다가 일기예보서도 많은 비가 내릴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서도 무리수를 두고서 우중(雨中)산행을 감행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우중산행을 쉽게 본 건 아닙니다만, 대다수 참여자들이 두어 차례 지리산 종주(縱走)의 경험을 믿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저도 어려움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즐겁게 종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보통 지리산 종주는 수원역에서 마지막 기차를 타고 새벽에 구례구역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곤 택시로 성삼재까지 이동을 하고서 노고단, 연하천, 벽소령, 장터목, 천왕봉을 거쳐 백무동으로 내려옵니다.



 

 

그런데 이번 산행은 지난 두 차례 종주 때와는 달랐습니다. 계속해서 내리는 비가 문제였습니다. 우중산행이라고 해봐야 바위가 좀 더 미끄러운 것 말고 다를 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었습니다. 바위에 미끄러져 다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계속 내리는 비로 인한 급격한 체력소모가 문제였습니다. 거기에 후배들을 챙겨보겠다는 오지랖이 더해지자, 충만했던 자신감은 한나절 만에 낙오자(落伍者)의 선봉(先鋒)을 이끄는 꼴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오지랖은 접어두고, 낙오자나 되지 말자는 심정에서 산 타는 것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랬더니 내재되어 있던 chonnomluk이 자연스레 발현되어, 추적스레 내리는 비에도 불구하고 연하천에서 벽소령까지 괴력을 발휘해  1시간 40분만에 돌파해 버립니다.  .V 이 자리를 빌어 말씀드립니다만, 영우, Dave, Mike, 그리고 조 선임님까지 4분,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를 못 따라 올거라고 생각했습니다. 4분의 무한 체력과 의지에 찬사를 보냅니다.

 

산행은 여기까지 였습니다. 앞으로 갈 길이 더 남았지만, 쏟아지는 폭우로 다음 목적지인 장터목으로 향하는 길도, 지난 출발지였던 연하천으로 향하는 길도 통제되어 아쉽게도 산행을 중단하고 내려와야 했습니다.



지리산 종주는 힘듭니다. 그렇지만, 저는 지리산 종주를 좋아합니다짜증나리만큼 반복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힘들긴 하지만 계속해서 걷다가 보면 힘든 것도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은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상태로 산을 오르는 것에만 집중하다가 보면, 가득했던 스트레스도 어느새 사라져 버립니다.

 

지난 몇 년간 제 고민은 어떻게 사람을 대해야 할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이 근원적인 물음이 오랜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조금씩 해결되는 것까지는 좋은데, 불행히도 요즘은 일에 대한 낮은 집중력과 번뜩이는 아이디어 고갈이 제 속을 끊게 합니다. 그래서 산행을 하는 동안 집중력 향상과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산행을 통해 문제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은 찾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무념무상의 상태로 산에 오른 한 나절이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컴퓨터 리셋(reset)하듯 초심(初心)에서 다시 시작해 볼 수 있는 마음자세가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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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다녀왔습니다.

 

 

 

 

 

 

 

 

 

 

 

 

 

 

 

 

 

 

 

 

 

 

 

 

 

 

 

 

하도 지리산이 험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부실한 체력 때문에
내심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그래도 남들에게 뒤쳐지 않고
잘 다녀왔습니다.
 
 
 
 
 
 
 
 
 
 
 
 
 
 
 
 
 
 
실은 산 같은 산에 등산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올라가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물론 지리산도 처음입니다.
그래서 이 무더운 여름에 힘들게 왜 산에 올라가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산에 있던 2박 3일 그리고 지금은 그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산 아래에서 늘 가지고 살던 걱정 근심이 산을 오르면서 싹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이 늘 사념과 잡념 같은 생각으로 가득 차있었는데
산 속에서는 오로지 산을 오르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스트레스도 많이 해소된 것 같습니다.
 
 
 
 
 
 
 
 
 
 
 
 
 
 
 
 
 
 
거기에 천왕봉에서 일출은 산이 내게 준 또 하나의
선물이었습니다.
 
 
 
 
 
 
 
 
 
 
 
 
 
 
 
 
 
 
한 여름, 그 중에서도 가장 무더운 때에 험한 산을 오르는 맛을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고, 가능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기분을 가끔이라도 느껴보고 싶어졌습니다.
 
 
 
 
 
 
 
 
 
 
 
 
 
 
 
 
 
 
 
Commented by 萌芽 at 2004/08/17 21:02
지리산.. 아직 한번도 밟아보지 못한 곳이죠. 대신 잘 구경하고 갑니다. 다람쥐 사진이 참 앙증맞네요.^^
산행이 즐거우셨나봐요.. 부럽습니다.
Commented by withthink at 2004/08/17 21:10
덧말 감사합니다.
산속에서 도토리를 먹고 살아야 할 다람쥐인데 신라면도 잘 먹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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