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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iththink.textcube.com2009-08-09T14:12:000.31010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Carlos Ruiz Zafón 지음 |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9 7


 

최근 스페인 소설 둥근 돌의 도시 : 생각이 금지된 구역, La piedra redonda’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스페인 소설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읽어나갔지만 2008년도 베스트셀러라는 찬사가 무안할 정도로 책을 읽어나가는 재미가 없었다는게 그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미스매치는 우리와 스페인의 문화적 코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 같다는 말로 이야기를 마쳤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스페인 소설에 도전했습니다. 이번에는 제목이천사의 게임 1 & 2,  El Juego Del Ángel / The Angel's Game이라는 책으로 미래 세계를 이야기한 둥근 돌의 도시와는 다르게 1917년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이 책은 밑줄 긋는 여자 : 떠남과 돌아옴, 출장길에서 마주친 책이야기와 ‘노란 불빛의 서점 :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The Yellow-Lighted Bookshop: A Memoir, a Memoir, a History그리고 죽도록 책만 읽는과 같은 책을 소재로 한 내용의 책입니다. 그렇다고 책의 형식까지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책이 독서를 소재로한 개인 에세이나 독서 노트의 형식으로 책 이야기를 펼처나가는 반면에 이 책 천사의 게임은 책과 작가를 둘러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소설입니다.

 

책을 읽어 가면서 초반에 눈에 띈 구절이 하나 있습니다. 작가는 이 내용을 이야기 전개를 위해 놓은 것으로 보였지만, 최근 주위에서 몇 차례 이런 사람들을 접해야 했던 경험이 이 구절을 더 유심히 볼 수 있게끔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질투와 시기는 평범한 이류 인간들의 종교라네. 질투는 그들에게 기운을 주고, 그들을 마음속으로 갉아먹는 불안감에 화답하며, 무엇보다도 그들의 영혼을 썩게 하여 천한 행위와 탐욕을 합리화하게 해 주지. 그래서 심지어 그들은 탐욕과 천한 행위가 미덕이며, 천국의 문이 그들처럼 불행한 사람들에게만 열릴 거라고 믿지. 그들은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며 따돌리고 파괴하려는 추잡한 시도 이외에는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고 평생을 보내는 사람들이네. 그들은 자기보다 나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그들이 실제로 자기보다 낫다는 이유만으로 질투와 시기를 일삼으면서, 자신들의 영혼과 마음과 기운이 천박하기 그지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람들이야. 그 멍청한 작자들이 짖어 대는 사람들에게 축복을 내리소서. 그의 영혼은 절대로 그 바보들과 같지 않사옵니다.                                                                                         30

 


책에 내용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책과 작가를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초반 부에는 어린 시절 고난의 고난을 이겨내고, 작가로 성장하는 주인공 다비드 마르틴의 성장 소설로 보였습니다.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지긴 했겠지만, 그래도 1920년을 전후로 한 스페인의 상황을 현실주의적인 시각을 통해서 잘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실주의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이야기는 어느 순간에 갑자기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모습을 바꾸어버립니다. 그리고는 그 둘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주인공 다비드 마르틴의 성장소설의 모습을 비롯해 그와 크리스트나 사니에르 그리고 이사벨라 히스페르트의 사랑을 둘러싼 로맨스 소설, 또한 다비드 마르틴과 그의 편집인이자 후견인인 안드레아이스 코렐리와 마르틴의 집의 전 주인 디에고 마를라스카 폰힐루피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환타지 소설 그리고 마르틴과 형사 빅토르 그란데스을 포함한 사람들과 벌이는 서스펜스 추리 소설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이야기는 펼쳐집니다.

 

이 책 천사의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읽어나가는 재미입니다. 다양한 스타일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풀어나가는데다가 생각하지 못했던 반전이 종종 등장하기 때문에, 책의 분량이800여 쪽에 달하지만 독자들이 책에 대한 흥미를 읽지 않도록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가 읽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한 내용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이야기의 짜임새가 보여주는 얼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짜임새의 구조가 허술 한 것 같으면서도 큰 틀에서는 그 구조가 얼추 잘 맞아 들어갑니다. 또한 짜임새가 허술하면 줄거리가 쉽게 보이기 마련인데,  이 책은 독특하게도 짜임새가 허술해 보이면서도 예측과는 다른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책 천사의 게임800여 쪽의 달하는 분량이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어나가기에는 아쉬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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