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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다 이라, 石田衣良 지음 |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9



 1. 졸업


취업이라는 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대학 입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난관이다. 아무리 노력하고 완벽히 준비한다 해도 이만하면 충분하다 싶은 선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단순히 학력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능력, 인간미, 그리고 그 외에도 알 수 없는 요소가 무수히 얽혀 있기 때문이다.  – 12 쪽 중에서


 제가 이 책 스무살을 부탹해를 처음 읽은 건 작년 가을 즈음이었습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쉽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책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볼 적절한 시기를 놓쳐버리고는 잊어 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 거의 일년의 시간이 흐르고 책장을 정리하던 차에 다시 읽어볼 생각을 했습니다. 일년의 시간 동안에 제게는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손 꼽을 수 있는 것이 졸업입니다. 국민학생이 된 이후로 계속해서 학생으로만 살아오다가 얼마 전 학위를 마치면서 공식적으로 학생의 이름을 놓게 되었고, 이력서 작성이나 면접 같은 구직활동을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 보다 10년은 늦은 시점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만약 작년에 이 책을 읽고서 정리를 했다면 분명히 일본과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경제 동조화 현상의 심화로 비록 일본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이지만 우리 사회에도 그 시사점을 주기에 충분하다며 책에 대한 평을 마무리 지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막상 취업이 제게도 당면한 문제가 되고 최근 한 대기업에서 임원, 기술, 그리고 인사 면접을 직접보고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하면서, 책 속 이야기는 더 이상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남의 이야기가 될 수 없었습니다.


무슨 시험이든지 합격한 사람의 몇 배나 되는 불합격자가 있는 법이지. 그러니까 꿈을 이룬 사람은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 몫까지 열심히 일해야만 하는 거야.  – 52



2. 책 속 이야기


30대에 비정규직 사원이나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결혼율은 정규직에 비해 훨씬 뒤진다더라. 결국 말이지, 돈 없으면 결혼도 못하고 아이도 못 낳는 세상이야.  – 59 쪽 중에서


  책은 주인공인 미즈코시 치하루를 포함해 7명인 취업 동아리 구성원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대학교 3학년 학생들로 전원 언론계 진출을 목표로 취업 동아리를 만들고 서로 도와가며 1년의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그리고 작가는 책 속 이야기를 치하루를 중심으로 풀어갑니다. 이들이 취업하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자기 소개서를 작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인턴 과정, 그리고 실제 취업을 위해 도전하기까지 만만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특히 인턴 과정을 통해 치하루로써는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개인 윤리와 직업 윤리가 충돌하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까지 보여줍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7명의 동아리 구성원들은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서로서로를 도와가면서 앞으로 조금씩 전진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는 여기서 해피엔드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간과할 수 있는 동아리 내적 문제에도 작가는 치하루를 통해 관심을 보입니다. 모두가 포기하지 않으려 모두가 애쓰지만, 이들 사이에서도 앞서가는 사람과 뒤쳐지는 사람, 심지어 압박감에 포기하는 사람까지 생겨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치하루와 동아리 구성원들은 앞서가는 사람을 시기, 질투하지 않고 뒤쳐지는 사람도 함께 하려는 마음의 실천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줍니다. 그리고 작가는 이런 과정을 통해 동아리 구성원들 모두가 한층 더 성장했음을 보여줍니다.


자기 소개서를 처음 읽는 채용 담당자에게 포커스를 제대로 맞춰야 하는 거야.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지.  – 159 쪽 중에서



3. 감상



 저는 면접이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머리나 지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서로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속을 알 수 없다면 어떻게 앞으로 몇 십 년 동안 같이 일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본다면 입사 지원자도 똑같은 입장에서 회사에 대한 인상을 결정짓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 394 쪽 중에서


 앞서 언급했던 대로, 제 스스로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이 책의 이야기는 제게 절실히 다가왔습니다. 먼저 부끄러웠던 것은 스스로 책 속 주인공들만큼 취업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제 경우는 일반적으로 사회에 나서는 사람들에 비해 5 ~ 10년은 늦은 진출인 만큼 더 많은 준비와 연습을 통해 내딛어야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 만큼 자기 소개서나 면접은 저를 처음 보는 채용 담당자에게 포커스를 두어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실제 제 경우와 비교해 보니 아주 가관입니다. 정작 제가 하고 싶은 말만 했을 뿐 저를 평가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은 부끄러울 수준입니다. 게다가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그들에게 끌려 다니느라 입에서 꺼내 보지도 못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책에서 본 치하루의 모습은 제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1년 동안 갈고 닦은 스킬을 통해 자신이 원하던 곳에 거의 다 갔다가 실패하는 과정을 통해 머리 속에서 만들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거부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웃으며 솔직하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단계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는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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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 三浦 をん 지음 |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077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 2, 風がく吹いている를 볼 생각을 하게 된 건 순전히 실수 때문이었다. 내 남자, 私の男’ 를 일전에 읽었는데, ‘ 내 남자는 그 내용과 형식이 정말 독특했고 아울러 비록 번역으로 원문의 맛과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 필력(筆力)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는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이 138회 나오키 상 수상작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예전에 나오키 상을 수상한 소설을 한번 더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만족하며 책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랐고, 이로 인해 ‘135회 나오키 문학상에 빛나는 미우라 시온 최신작이라고 된 소개 글은 내게 135회 나오키 수상작이라고 보였다. 그리고 이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이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도 뛰어난 작가의 읽을 만한 책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고 말았다.

 

일본 책의 특징은 디테일이다.

 

 Inuit님의 글 중일본 실용서 읽은 후의 아쉬움이라는 포스트가 있다. 좁은 범위의 이야기를 한 권이나 되는 분량으로 울궈내는 귀재라는 설명과 각론으로써의 가치는 인정하지만 하나의 키 아이디어에 적당히 살을 붙여 만든 책이 많아서 아쉬움이 있다는 내용이다. 사실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일본 책이기는 하지만 실용서는 아니라서 Inuit님이 말씀하신 카테고리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책도 좁은 의미에서 보면 일본 실용서적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코네 역전경주라는 간토학생육상연맹에서 주최하는 대학생 마라톤 릴레이에 관한 이야기로 2권의 분량을 채워가기 때문이다. 읽어가면서 역시 일본 책들은 디테일이 강하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하나의 키 이야기에 적당히 살을 붙여서 만든 것 이상의 수준이므로, 이 점에 관해서는 우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

 

책은 지쿠세이소라고 불리는 작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지쿠세이소가 비록 낡아 쓰러질 것만 같은 건물이기는 하지만 월세 3만엔에 식사까지 제공되는 요즘 보기 힘든 곳이다. 그곳에는 4년간 하코네 역전경주에서 달리는 것을 꿈꿔온 기요세 하이지, 일찌감치 사법고시에 합격한 유키, 늘 담배를 물고 사는 니코짱, 쌍둥이 형제 조지 로와 조타 로, 밥 먹는 것보다 퀴즈 프로를 더 좋아하는 킹, 이공계 장학생으로 일본에 온 무사, 늘 만화책에만 빠져 사는 왕자, 그리고 깊은 산골에 살면서 처음으로 도쿄에 있는 대학에 입학한 덕분에 고향에서 별명이 그대로 이어진 신동까지 9명의 학생이 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지쿠세이소 옆에 있는 간세 대학의 학생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지쿠세이소의 매니저 격인 기요세가 목욕을 하고 오던 길에 편의점에서 빵을 훔쳐 달아나는 사람을 우연히 보게 된다. 그런데 그 사람이 달리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그 사람이 바로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가케루다. 기요세는 가케루를 보자마자 가케루의 달리기에 매료(魅了)되고 마는데, 이는 가케루의 달리기는 자유롭고 즐거워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케루를 만난 기요세는 가케루가 머물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알자 바로 지쿠세이소에서 함께 살 것을 제의한다. 갈 곳 없이 노숙을 할 작정이었던 가케루 역시 기요세의 제의를 받아들여 지쿠세이소에서 들어가는 것을 받아들인다.

 

지쿠세이소 주민 중에 기요세만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쿠세이소는 간세 대학 육상 경기부 단련소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대로 기요세는 4년간 10명이 팀을 이뤄 도쿄에서 하코네산을 교대로 왕복해서 달리는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가하는 것을 꿈꿔왔다. 그리고 가케루의 지쿠세이소에 끌어들이는 것으로 기요세는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가를 지쿠세이소 주민들에게 선언한다. 그리고 기요세와 가케루를 제외하고는 육상과는 떨어진 삶을 살아온 지쿠세이소 주민들이 하코네 역전경주에 참여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하고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에 진출해서 달리는 지쿠세이소 주민들의 이야기다.

 

사실 책은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읽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이는 이 책이 청춘소설과 성장소설의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있다. 오로지 육상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가케루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이 인식하는 것보다 세상은 더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모습이나 달리고 싶어도 달리지 못하는 고통을 아는 기요세의 모습은 시련을 통해 한층 성숙된 인간으로 발전해 가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결과가 동반되지 않는 노력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며 세상과 반목하는 가케루나 사카키의 모습을 통해서는 그들의 모자란 부분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한다.

 

기요세는 각자의 성격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지도했다. 착실하게 그날의 연습량을 해내는 데 희열을 느끼는 신동에게는 좀더 상세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었고, 학구파인 유키에게는 그가 납득할 때까지 트레이닝법에 관한 토론에 응해주었다. 조타는 칭찬을 해주면 의욕이 생기는 타입이기에 연습 중에도 자주 칭찬을 해주었고, 방치해도 잘 달리는 조지에게는 굳이 달리기에 관한 화제를 꺼내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기요세는 주민들이 마음대로 달리게 했다. 연습방침을 정성껏 전달하고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약간의 어드바이스를 할 뿐인데도 주민들의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가케루는 마법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강요하지도 않고 벌칙을 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달리려는 마음이 생길 때까지 집념이 강하다 싶을 정도로 가만히 기다렸다. 그런 코치 방식이 있다는 것을 가케루는 처음 알았다.
                                                         P. 176 ~ 177
중에서

 

또 하나 이 책을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리더십에 관해서다. 리더십에 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상황에 맞추어 유연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근래 이야기되고 있는데, 책에서 나오는 기요세의 모습이 딱 그렇다. 일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어떻게 하면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늘 고민하며 살아가는데, 기요세의 모습을 통해 내가 추구해 나아가야 할 모습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또한 뛰어난 리더 못지않게 그런 리더를 잘 따르는 추종자의 모습 또한 지쿠세이소 주민들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 책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개인적으로는 읽어가는 재미도 읽어가면서 생각할 꺼리도 많은 책이었기에, 과감히 읽어 보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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