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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iththink.textcube.com2009-09-27T10:43:440.31010

미우라 시온, 三浦しをん지음 |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8

 

 

1.    나오키상 그리고 미우라 시온, 三浦しをん


 비교적 책 읽기를 즐겨하면서도 일본 책, 특히 소설은 꽤 오랫동안 의식적으로 피해왔습니다. 읽을 만한 책도 많은데 굳이 일본의 문학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시덥지 않은 민족주의의 발로(發露)가 그 이유였으니, 일본문학에 대한 제 인식 수준은 말그대로 유치뽕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하게 내 남자, 채굴장으로, 切羽와 같은 나오키상 수상작을 읽으면서 일본 문학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유치한 내용의 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오키상 수상작의 경우 잘짜인 구성과 흡입력있는 이야기로 제 시선을 사로잡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야기하려는 책 검은 빛의 작가 미우라 시온 역시 나오키상을 매개로 알게 된 작가입니다. 저는 미우라 시온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1 & 2, いている을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알고 읽었습니다. 전형적인 성장 소설에 청춘 소설의 얼개를 따르면서도 잘짜인 구성과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가 나오키상을 받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수상작은 다른 책은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이었습니다. 하지만 명불허전(名不虛傳)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연이 이 책 검은 빛, 을 읽게 해 주었습니다. 

 



2.    전작과의 완벽한 대비


 앞서 언급한 대로 제가 읽은 작가의 전작인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지쿠세이소에서 함께 사는 간세 대학 육상부 학생들이 하코네 역전 경주에 참가하는 과정을 밝고 신나게 풀어간 이야기입니다. 이에 반해 신작 검은 빛은 완전히 다릅니다. 음침한데다가 이야기는 불합리와 악의로 가득 차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하코네 역전 경주에 참여하는 이야기와는 달리 인간의 생사는 인간의 의지 보다는 우연에 따르며 폭력을 통해 쟁취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작가란 무릇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야 함이 당연합니다만, 이야기 기저에 흐르는 가치관마저 전작과는 완전히 책 속 이야기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3.    간략한 내용


 검은 빛은 노부유키, 미카, 그리고 다스쿠의 이야기 입니다. 이들은 미하마섬에서 태어나서 함께 자란 사이입니다. 다스쿠는 노부유키의 먼 친척입니다. 그런데 아버지에게 늘 맞아 온몸에 멍이 떠날 날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스쿠는 노부유키에게 의지하려 듭니다. 노부유키와 미카는 같은 나이로 중학교 2학년입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함께 자랐지만, 근래 들어 성관계를 가지면서 더 친해졌고 노부유키의 머리 속에는 미카 생각만이 가득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섬에 쓰나미가 닥쳐 옵니다. 산사에서 몰래 만나려고 집을 빠져 나온 노부유키와 미카, 그리고 노부유키를 따라다니는 다스쿠를 빼고는 섬 사람들이 모두 갑작스런 쓰나미에 목숨을 잃습니다. 그리고 바다 낚시를 나간 외지 관광객 야마나카와 다스쿠의 아버지 요이치, 그리고 등대지기 할아버지도 살아 남습니다. 그러는 사이 미카를 범하는 야마나카를 보고 노부유키는 미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그를 목졸라 죽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노부유키와 미카의 비밀을 폭로하겠다는 다스쿠 마저 노부유키가 죽이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4.    책을 읽고 나서


 책 속 노부유키는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으면서 정작 중요한 것들은 운에 맞겨 버리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어합니다. 이런 것들에서 평온과 구원을 찾는 것과는 상관없이 죄()의 유무나 선동의 선악에 관계없이 폭력은 분명히 사람들에게 불현듯 찾아온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항할 수단으로는 폭력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도덕이나 법률 혹은 종교에서 구원 받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은 그저 진정한 의미에서 고통 당한 적이 없거나, 어지간히 둔하거나, 용기가 없을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 관심과 고민이 많은 편입니다. 저는 책 속 노부유키가 비웃는 삶을 추구해 왔습니다. 그래서 폭력에 대항하는 폭력의 정당성에 대한 논의가 책을 읽어가는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가정 폭력에 대해서는 그간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통해 가정 폭력 그 중에서도 아동 폭력에 대해 관심을 환기(喚起)시킬 수 있었습니다.


 보통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라며 픽션(fiction)이라고들 합니다. 그 중에서 자전적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작가의 경험을 특별히 언급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저는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는 전개되어 나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연 이 책의 작가 미우라 시온의 유년(幼年)시절이 어떠했까 정말 궁금했습니다. 어린 중학생들의 성욕(性欲)과 치정(癡情)살인 이야기에 폭력에는 폭력으로 맞서야 한다는 생각도 결국은 작가의 경험 속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같은 경험을 하고서도 노부유키와 미카 그리고 다스쿠가 각자의 입장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 들이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신기했습니다. 그 결과 각자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다른 인생을 살아가느 것을 보면 타인은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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