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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절필(絶筆)


생전에 마지막으로 쓴 글 혹은 글씨와 붓을 놓고 다시는 글을 쓰지 아니함. 국립국어연구원에서 찾아본 절필의 뜻입니다. ‘절필을 제 블로그(blog)에 대입(代入)해봤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린 지가 한 달하고도 10일이 더 지났으니, 그간 저도 블로그에 절필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물론 스팸(spam) 몇 개가 달린 거 말고는 아무 반향(反響)도 없었지만 말입니다.

사실 저 같은 필부(匹夫)에게절필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세상에 대해 대단한 식견(識見)을 가진 것도 아니요, 필력(筆力)이 뛰어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굳이 격()에 맞지 않은 단어를 끌어다 쓴 건, 새로운 소통을 하고자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다짐 때문입니다. 막힘 없는 소통을 위해서라면 꾸준한 블로깅(blogging)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순전히 제 나약(懦弱)함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절필한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2.    예상치 못한 나약함


저는 기본적으로 매사(每事)에 불평불만이 가득한 염세주의(厭世主義)자입니다. 그러면서도 긍정적(肯定的)면도 제법 가지고 있어서, 나름 어지간한 어려움이 닥쳐도 그럭저럭 잘 해쳐나갑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제 주위의 시류(時流)나 세파(世波)에도 비교적 중심을 잘 잡아나가서 크게 흔들리는 일은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위기(危機)는 역시 방심(放心) 속에서 나타납니다. 일에 질질 끌려 다니는 상태에서 동시에 극심(極甚)한 압박(壓迫)이 기세를 떨치는 기간이 길어지자, 자신감(自信感)은 저와는 상관없는 단어가 되어버리고, 스스로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판단력(判斷力)까지 영향을 미쳐 따뜻한 가슴 속의 치밀한 논리(論理)는 사라지고, 즉흥적(卽興的)인 감정(感情)이 대신합니다. 냐약함의 영향은 근래 보기 드물게 긴 슬럼프(slump)로 나타났습니다. 먼저 가족을 제외하고는 일이 매개가 되어 반드시 봐야 사람이 아니라면 피해버렸고, 꾸준히 하던 운동도 독서도 중단해 버렸습니다.

 


3.    추스름


      블로그 절필도 긴 슬럼프의 일환(一環)이었습니다. 블로그 주요 소재인 책에 대해서도 제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서도 할 말도 많고 심지어 작성해 놓은 글도 있었지만, 그냥 올리기가 싫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싶은 생각이 요 며칠 계속 들었습니다. 이 글은 일상으로 복귀를 위한 시도의 일환이자, 제 스스로에게 하는 말입니다.

 


 덧말. 이 글을 빌어, ZH에게 미안함을 전합니다. 아무 잘못도 없었는데,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스스로 무너지고 있던 때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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